소설리스트

남작가의 정령 천재-202화 (202/210)

202. 부활, 진짜 가능한가?

부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

아무리 마법과 신성력이 판치는 판타지 세상이라도, 부활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덕분에, 대륙은 부활 이야기로 떠들썩해졌다.

“부활이라니. 그게 진짜 가능한 거야?”

“엘프들이 실수하고, 핑계를 댄 거란 소문이 있던데?”

“어허. 엘프들이 그럴 종족이야?!”

“아니. 그럴 종족이 아니더라도, 지금 엘프들이 멸망하게 생겼는데 거짓말이 문제겠어?”

엘프가 거짓말했다는 의견부터.

“내가 들은 건 다른데? 엘프들은 세계수와 관련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어.”

“나도 그 이야기 들었어! 엘프들한테 세계수는 신이나 다름 없다며?”

“특히, 그 플로나 님은 세계수님을 모시는 사제라고 생각해도 된다더라고.”

“가능할지도 몰라. 성자님께서 정말 부활하실 수도 있어!”

엘프를 믿어 보자는 의견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물론, 부활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부활이 말이나 돼? 성자님이 돌아가신 건 슬프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물론 그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사람 보게. 그래서 성자님이 부활하시지 못한다는 말이야!? 우리 성자님이!? 너 악마 놈들 프락치지!?”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만큼 말이 안 된다는 거지!”

“말이 안 되긴 뭐가 안 돼! 너같이 의심하는 놈들 때문에 부활 못 하시면 책임질 거야!?”

그런 대륙 상황을 진정시키고자, 교단이 움직였다.

“자자. 다들 쓸데없는 소리 하지들 말아. 안 그래도 오늘 방송한다고 했으니까.”

‘부활. 진짜 가능한가?’ 란 제목으로 방송이 긴급 편성됐다.

모든 게 끝난 상황이라고 생각한 대륙에 다시 한번 떠들썩한 관심이 비전에 모였다.

“시작한다!”

그렇게 긴급 편성된 방송이 시작됐다.

* * *

거대한 원탁에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있었다.

마탑주, 대륙 제일의 학자, 교단의 추기경, 엘프 지도자 플로나 등등.

작게는 한 세력의 주인이며, 크게는 대륙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이들이 총집합했다.

“토론을 위해 참석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사회를 맡은 건, 다름 아닌 드워프 ‘마그마’였다.

“이곳으로 여러분을 초대한 이유는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성자이시며, 대공이며, 대륙을 구한 영웅이신 진 님의 부활이 정말 가능한지 이야기 해보기 위해 모셨습니다.”

마그마는 그렇게 말한 뒤, 제일 먼저 추기경을 바라봤다.

“우선, 추기경님께 여쭙겠습니다. 교단 측에선 부활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그마의 질문에, 진이 ‘영감님’이라 부르는 추기경이 입을 열었다.

그의 표정은 수척해져 있었고, 마치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하지만 그런 모습과는 달리, 그의 안광은 날카로웠다.

“우선, 성서에 대한 내용부터 말씀드리자면…… 부활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없습니다.”

“전혀 없단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존재의 부활은 인간의 영역이 아닙니다. 이건 신의 영역입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교단 측에선 이번 성자님의 부활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가능합니다.”

확고한 표정으로 그가 대답했다.

“인간의 영역이 아닌데도요?”

“오히려 그렇기에 가능할 것이란 판단입니다. 성자님께선 여러 신들을 도우셨습니다.”

“진 님께서 여러 신적 존재를 도우셨단 말씀이십니까?”

“예. 저는 성자님께서 지금껏 하신 일을 하나하나 기록해 왔습니다. 그중에선 정말 놀라운 일들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보이자면…….”

그 말과 함께, 화면이 변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예전에 ‘성왕국’이었던 도시였다.

“성자님? 당연히 알지! 우리 하늘의 신께서도 성자님의 도움을 받으셨다니까.”

“그게 사실입니까?”

“내가 성자님의 몸을 빌려, 하늘의 신께서 말씀하시는 걸 똑똑히 들었다니까?”

“그럼, 성자님의 부활에 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걱정 말어! 하늘의 신께서 힘을 써 주실 게 분명하니까. 분명 부활하실 걸세.”

그 말을 끝으로 화면이 전환됐다. 무(武)를 추구하는 이들의 성지 ‘검산’으로.

검산의 입구 초입.

출입구를 지키는 이가 인터뷰 대상이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인터뷰가 이어졌다.

“우리는 처음에 성자님인 줄 몰랐습니다. 그분은 검의 끝에 도달하신 거나 다름없었으니까요.”

“성자님께서 검을 사용했단 말씀이십니까?”

“예. 우리에게 검의 길을 알려 줄 땐 검을 사용하셨습니다.”

“성자께서 검을 쓰셨다는 건 처음 듣는 이야기군요.”

“당연한 일입니다. 그분이 검을 사용하셨지만, 진짜 검을 쓴 건 그분이 아니셨습니다.”

“그분이 아니셨다고요?”

“예. 성자님의 육체를 빌려 검의 신께서 검산에 강림하신 겁니다. 무학의 길을 걷는 우리를 위해서요.”

“성자님의 부활에 관한 소식을 들으셨습니까?”

“예. 들었습니다. 전 가능할 거라 생각합니다. 검의 신께서는 성자님께 빚이 있으시니까요. 그리고…… 성자님의 도움을 받은 저희도 열심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분이 부활하실 수 있도록요.”

다시 화면이 전환됐다.

그다음 인터뷰 대상은 한 여인이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과분하게도 소수민족들의 대표를 맡은 정글러의 ‘신녀’입니다.”

진을 신 그 자체로 알고 있는 ‘신녀’의 표정은 진의 죽음을 알고 있을 텐데도 평온했다.

“신녀님께선 성자님과 어떻게 알게 되신 겁니까?”

“그분은 제 구원자이시며, 우리 소수 민족들의 신을 찾아 주신 은인입니다.”

“신을 찾아 주셨단 말씀이십니까?”

“예. 이면 세계의 주인이 되시는 분이 바로, 우리 소수 민족들의 신이십니다.”

“하면, 성자님의 부활에 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 걱정하지 않습니다. 이면세계의 신께서 아무런 말씀이 없으신 건 물론이고…… 여전히 성자님의 기척이 느껴집니다.”

“여전히 말씀이십니까?”

“예. 그분의 존재는 지워졌으나, 그분은 여전히 아직 이곳에 계십니다. 다들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저, 그분에게 힘을 보태 주시면 됩니다.”

“확신하시는군요.”

“예. 그분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돌아오실 걸 확신합니다. 오히려, 대륙에 너무 큰 소란이 벌어져 조금 당황해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다음은 진의 영지로 화면이 전환됐다.

엘프의 인터뷰는 간단했다.

“그분은 어머니의 나무의 화신이십니다. 이 땅에 다시 어머니의 나무를 불러오셨으며, 모든 엘프를 구원하셨습니다. 그분은 부활하십니다.”

엘프들에게선 세계수의 화신이란 말이 나왔고.

“그대들에게나 성자님일 뿐, 우리에게 보스는 불의 신이시다. 그분은 지하에 갇혀 있는 우릴 구원하셨다. 불은 절대 꺼지지 않는다. 반드시 부활하실 것이다.”

드워프들에게선 불의 신이란 말이 나왔다.

심지어, 이런 인터뷰 대상까지 존재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인터뷰 대상.

얼굴이 가려진 이유는 간단했다.

“감히, 바다의 지배자인 내게 이런 요청을 하다니.”

그는 실제로 바다의 지배자라 불리는 ‘해적왕’이었으니까.

“죄, 죄송합니다. 성자님의 관한 인터뷰라…….”

“흥. 알고 있다. 그러니 네 인터뷰에 응한 것이다. 무엇이 궁금하지?”

“성자님의 부활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하. 정작 네놈들이 의심하고 있는 것이냐? 그는 여전히 살아 있다. 우리에게 바다의 신을 돌려주었고, 맺은 맹약이 아직 발동 중이니.”

얼굴은 가린 리치의 열연까지!

모든 인터뷰가 끝나고, 토론장엔 정적이 내려앉아 있었다.

다들 성자가 대륙을 위해 싸운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많은 신들과 연관된 건 몰랐으니까.

이런 분위기는 토론장뿐만이 아니었다.

비전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비슷한 감상이 떠올라 있었다.

“이래서 추기경께선 확신을 가지고 계셨군요.”

마그마가 분위기를 환기하듯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성자께선 반드시 돌아오실 거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전설을 목격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건 추기경의 생각일 뿐이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선, 마도의 끝에 도달하신 마탑주님께 먼저 묻겠습니다.”

“허어. 개인적으로는 성자님께서 살아 돌아오실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믿는다는 말과는 달리 그의 표정엔 고뇌가 가득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제 바람은 어려울지도 모른단 생각이 듭니다.”

마탑주는 이 말을 어렵사리 꺼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성자가 돌아오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으니까.

“망설임 없이 말씀해 주시지요. 이 자리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자리가 아닙니다. 가능성을 따지고, 정보를 전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렇다면 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화제로 마탑주들이 모여서 이미 대화를 나눴습니다.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죽은 자를 부활시키는 건 마법의 힘으론 불가능합니다.”

“마법의 힘으론 불가능하다는 말씀이시죠?”

마그마는 그가 하려는 말을 정확히 캐치했다.

아예 불가능한 게 아닌, 마법의 힘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듯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저희는 마법사 결국 ‘마도’로 부활이 가능한지 따져 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때 추기경이 첨언하듯 입을 열었다.

“모두 마탑주의 말을 곡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교단 또한 성법으로 부활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으니까요.”

마탑주는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다른 분들은 어떠십니까?”

그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입을 열었다.

“연금술 쪽에선 현자의 돌이나, 엘릭서 같은 전설 속 물건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말씀하신 것과 같습니다. 목숨이 붙어 있어야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부활은 어렵습니다.”

“정령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정령술을 이용해 정령왕을 소환한다고 해도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

정령술과 연금술.

그 외에 다양한 학문들로도 ‘부활’이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여태껏 입을 열지 않은 건, 이제 한 사람뿐이었다.

대륙 제일의 학자라 불리는 노인.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전 조금 전 추기경님이 했던 말과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신화나 전설을 목격하고 있는지 모른다고요.”

그는 수북한 수염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제가 확인한 것은 ‘전설과 신화’였습니다. 대륙의 수많은 전설 가운데 부활과 관련된 것이 있나 살펴봤습니다.”

그때, 마그마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전설이나 신화를 사실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좋은 질문입니다. 전설이나 신화는 그저 전해지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역사가 기록되지 않던 시기의 기록이 전설과 신화로 변형되어 전해진 것이지요.”

“그렇군요.”

“뭐. 전설이나 신화의 세부적인 내용은 시간이 지나며 변형됐지만, 그렇다고 거짓인 건 아닙니다. 아무튼, 전설이나 신화 속에도 부활에 관련된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그, 그렇습니까?!”

마그마는 깜짝 놀라 물었다.

“인류 발상지라고 불리는 수헤르 평원엔 이런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의 말과 함께, 그림이 떠올랐다.

투박하고 원시적인 그림이지만, 그림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하늘에서 사람이 내려오는 그림.

“이 벽화에 관해 여러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를 이야기 해드리겠습니다.”

그림이 변한다.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은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마치 숭배를 받는 것 같은 그림.

“태초에 이 땅에 신의 자손이 강림하여,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었다.”

그다음 그림은, 전쟁이었다.

“지식을 쌓은 인간들은 서로의 것을 뺐기 위해 싸우기 시작했다. 그것이 최초의 전쟁이었다.”

돌로 된 무기를 든 사람들의 모습. 사람들이 싸우고, 많은 이들이 쓰러져 있었다.

“신의 자손은 인간들의 싸움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싸움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

그런 인간들 중앙에 하늘에서 내려온 자가 서 있었다.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인간들을 발전시킨 신의 자손은 인간들 손에 쓰러졌다.”

그다음 그림은 그가 쓰러진 모습이었다.

“인간들은 그제야 무기를 내려놓고, 화합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을 이끌어 준 신의 자손을 위해 거대한 무덤을 세웠다.”

그림 속 작은 마을이 커다랗게 변했고, 그 옆으로 거대한 무덤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인간이 화합했을 때, 신의 자손은 되살아났다.”

무덤 앞에 서 있는 남자의 모습과 숭배하듯 조아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벽화가 끝났다.

“어쩌면 성자님께선 신의 자손이실지도 모릅니다.”

부활 토론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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