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작가의 정령 천재-199화 (199/210)

199. 집으로

진의 영지 지하.

그곳에선 작은 축하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정말 다들 최고였습니다!”

진의 말에 바알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나에게도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역시 그대는 악마왕이 될 남자다.>

“……악마왕 이야기는 일단 좀 집어넣어 두세요.”

바알은 이번 일이 만족스러웠는지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과연 왕이 될 남자. 신중하고 신중하군.>

진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미모 후작에게 말했다.

“에이. 이게 다 시나리오가 잘 나와서 그래요. 왕이 왜 필요해요. 지옥의 미래가 이렇게 밝은데.”

<어머나. 아니죠. 시나리오를 알아보신 진 님의 안목 때문이죠.>

미모 후작은 곧장 진의 얼굴에 금칠해 주었다.

“뭐. 결국, 투자금을 대 주신 투자자분들이 있기에 구현할 수 있었지만요.”

마지막으로 진은 아길레스를 보며 말했다.

<아닙니다. 오디션이라고 꼭 제 것을 고집할 필요가 없었을 뿐입니다.>

아길레스는 출연도 하지 않았고, 그저 투자금만 댔을 뿐이다.

이렇게만 들으면 아길레스가 제일 적은 수익을 가져갔을 거 같은데, 막상 까 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제1투자자 ‘아길레스’.

놀랍게도 그녀가 가장 많은 수익을 올렸다.

‘그러니 바알한테 주연 자리를 양보했겠지.’

바알은 수익을 떠나 만족스러워 하고, 아길레스는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거기다, 미모 후작도 원작자로 든든하게 수익을 챙겼으니, 모두가 윈윈이었다.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와서 정말 다행입니다. 다들 고생하셨어요.”

덕분에, 파티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한데, 그 지구인이라는 자들은 이번에 돌아가는 것인가?>

바알이 지구 쪽 이야기를 꺼냈다.

“예. 전부 끝났으니 이제 슬슬 보낼 생각입니다.”

<흐음. 그렇군…….>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바알이 말끝을 흐렸다.

“왜 그러십니까? 계약하고 도망치는 지구인이라도 있습니까?”

<아. 그런 게 아니다. 흠.>

뭔 말을 할려고 이렇게 뜸을 들여?

진이 대답도 안하고, 그의 말을 기다리자 그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지구란 곳에서도 우리가 활동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았다.>

“……예?”

이건 또 무슨 미친 소리인가.

<대륙을 넘어 이제는 그대가 만든 가상현실에서도 활동한다. 지구라고 해서 일을 못할 리 없겠지.>

“어. 음. 그쪽엔 신이 있습니다. 자신들의 영역에 들어와 지구인을 건드리면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알고 있다. 그래서 그대에게 물어본 것이다.>

“……예?”

<그대라면 방법이 있을 것이다.>

아니. 제가 도라에X도 아니고 무슨 방법이 뚝딱 하고 나와요?!

그런 생각도 잠시.

“어. 나쁘지 않은데요.”

생각하면 할수록 나쁘지 않았다.

<나쁘지 않다?>

“예. 자세한 건 그쪽 신들이랑 이야기해 봐야겠지만,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

바알은 아무런 말도 없이 진을 바라봤다.

“바알 님?”

갑자기 왜 그러나 싶어 그를 부르자, 그가 입을 열었다.

<역시, 그대 외에 없다.>

“예?”

<지옥왕은 그대뿐이다. 세상을 위해 그대는 지옥왕이 되어야 한다.>

진이 싫다고 말하기도 전에, 다른 악마들이 끼어들었다.

<저도 찬성합니다. 서열1위 자리에서 내려와 왕으로 모시겠습니다.>

<저도 좋아요. 진 님이 왕이면 재밌겠네요.>

이 미친 악마들이!

왜 멀쩡하게 살아 있는 사람을 악마왕으로 만들어!?

[악마같은 놈이 아니라 진짜 악마가 되는 거야?]

[흐음. 썩 어울린다는 게 신기하군.]

[성자가 악마가 된다니…… 재밌겠는데요?]

정령들은 기회를 잡았다는 듯 놀리기 시작했다.

‘아 쫌!’

진이 소리치자, 정령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여간!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진은 이 자리를 황급히 끝냈다.

<예. 왕이시여.>

“……아. 바알 님. 제발.”

<기다리고 있겠다. 그대여.>

저 양반 보면 볼수록 ‘배우’다.

왕이시여라니.

그렇게, 작은 파티는 황급히 끝났다.

* * *

파티가 끝나고, 진은 가장 깊은 지하로 이동했다.

지하에 만든 ‘지옥’보다 더 아래.

오직 지구의 귀환만을 위해 만들어진 장소로.

“다들 오셨어요?”

진의 말에 지구인들이 깜짝 놀라 진을 바라봤다. 그렇게 모두가 멍하니 진을 바라볼 때 첫 번째가 다가왔다.

“예. 귀환파 모두가 모였어요.”

그녀의 얼굴엔 짙은 피로감이 묻어 있었지만, 그 어느때보다 활기차 보였다.

“이번 일 고생하셨어요. 꽤 피곤해 보이시는데요?”

“아니에요. 마무리로 딱 좋았어요. 그런데…… 생각한 것보다 몸이 괜찮아 보이시네요?”

“아. 그거 특수 효과에요.”

“……특수 효과요?”

“예. 호문클루스를 이용한…… 아무튼 특수 효과예요. 진짜로 그만큼 다치면 죽어요. 게다가 여러분을 빨리 보내 드려야 하는데, 다치면 안 되죠.”

“……대단하시네요.”

그녀는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대단하긴요. 여러분이 해 주신 일이 대단하죠.”

그들 덕에 대륙은 그 어느때보다 시원하게 정리된 상태였다.

진짜 구제불능 인간들은 악마와 천사의 싸움으로 사라졌고, 거대한 도로가 대륙 곳곳에 만들어 졌으니까.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해요. 앞으로의 대륙도 궁금하지만…… 저희는 돌아가야죠.”

“네. 당연하죠. 파박 하고 해결해 드릴게요.”

밝은 진의 말에도 그녀는 쉽사리 웃지 못했다.

“부탁드립니다.”

그토록 원하던 ‘귀환’이 코앞으로 왔는데, 여러 감정이 휘몰아치는 게 당연했다.

“아. 그리고, 이거 받으세요.”

진은 보석으로 만들어진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이건…….”

“혜진이 문제 해결해 주세요. 계약인데, 그냥 넘어갈 순 없죠.”

그녀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금괴가 들어 있었다.

“차원 이동을 위해 특수하게 만든 상자예요. 보석이니까 상자도 파셔도 돼요.”

“……감사해요. 돌아간단 생각에 까먹고 있었어요.”

“에이. 아니에요. 지구 도착하셨으면 바로 기억났을 거예요.”

“그런데…… 혜진이는 안 왔나요?”

“아. 일하고 있어요. 뒷정리 중이에요.”

“……아. 그렇군요.”

이 상황에 뒷정리라면, 하나뿐이었다. 그걸 눈치챘는지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저마다 다른 삶의 방식이 있을 뿐이에요. 그녀는 불행한 게 아니에요.”

“……예.”

미친 사람에겐 미친 사람만의 삶이 있는 것이다.

그녀는 머리론 이해하지만, 가슴으론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걱정 마세요. 연애도 하고, 자기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고 있으니까요. 제가 있으니 선 넘을 리도 없구요.”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그녀에게 할 말은 모두 끝났다.

진은 안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지구인들의 눈이 반짝였다.

뭐. 그들의 기대는 알고 있지만, 이게 뭐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다.

이미 대륙에 있는 기술을 베이스로 만들어졌으니까.

“게이트 열겠습니다.”

진의 말과 함께, 벽에서 구조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구인들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저거 워프 게이트 아니야?”

“……워프 게이트로 지구를 갈 수 있다고?”

“차원 이동도 똑같은 건가?”

“그런가?”

그들의 말이 맞았다.

이 기술의 베이스는 ‘워프 게이트’였다.

물론. 완전히 똑같진 않았다.

[게이트 가동한다!]

로메른의 말과 함께, 워프 게이트로 엄청난 에너지가 몰려 들었다.

“……마나가 아니야?”

“대체 저 힘은 뭐지?”

“녹색이라 그런지 좀 불길해 보이는데…….”

지구인 중에 눈치 빠른 양반이 있었다. 이 워프 게이트는 마나로 작동하지 않는다.

마나로 차원을 열기엔 힘의 총량이 너무 부족했다. 그래서 조금 다른 힘을 사용했다.

‘핵으로 차원 이동!’

핵물질을 이용해 막대한 에너지를 워프 게이트에 때려 박은 것이다.

그것도 작은 힘이 아니었다.

정글러들의 모든 신물에서 일시에 힘을 뿜어내 축적하고 있었다.

만약 저게 터진다면…….

‘한 방에 세계 멸망이지.’

만약 로메른과 현자가 없었다면, 위험해서 시도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진! 지금이야!]

그 말에 진은 워프 게이트로 다가가 손을 올렸다.

그리고, 영혼에 쌓인 힘을 워프게이트에 주입했다.

그러자, 법칙이 무시되고 모두가 원하는 결과가 나왔다.

지이이이잉-

게이트가 드디어 열렸다.

게이트 넘어로 보이는 거대한 빌딩과 사람들의 모습만 봐도 지구인 게 확실했다.

다만, 작은 문제가 있었다.

“……어. 저게 왜 저기 있죠?”

“지구가 맞는데…….”

“이게 무슨!”

지구에 있으면 안 될 것들이 보였다.

“어. 음. 몬스터가 왜 지구에 있어?”

이건 진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옆에 있던 현자의 분위기가 변했다.

[정령 몸도 꽤 신기하네?]

익숙한 목소리.

진은 그가 누군지 곧장 눈치챘다.

‘……윤 차사님?’

[오. 날 알아? 아. 네가 걔구나? 아무튼 반가워. 내가 너랑 대화 나눌 시간이 없어.]

그 말과 함께, 현자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현자의 꿈속에서 봤던, 윤 차사의 얼굴로.

게다가, 변화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의 몸 색이 진해지더니, 이내 모습을 드러냈다.

지구인들은 깜짝 놀랐다.

[다들 반가워. 난 염라대왕이야.]

그의 목소리는 가볍고 경박했는데, 이상하게도 위엄이 넘쳤다.

지구인들은 마치 천적을 만난 것처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게 정상이지. 쟤가 이상한 거라니까.]

그는 진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한 뒤.

[염라대왕이란 이름만 들어도 딱 알겠지? 지구 쪽과 연관된 신이야. 너희를 데리러 왔다.]

그가 왜 왔는진 대충 예상이 됐다.

게이트 너머로 보이는 몬스터들의 모습.

그게 바로 이유일 것이다.

[이 게이트 너머로 보이는 곳이 지구야. 얘가 잘못 연 것도 아니고, 실수한 것도 아니야.]

진은 그를 도와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 침략 때문이겠군요.”

[오. 거기까지 들었어? 맞아. 침략이 본격화되고 있어. 리온이 제대로 일하고 있다는 소리지.]

여기서 진이 입을 열면 이야기만 더 복잡해진다.

애초에 알고 싶지도 않기도 했고.

진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무튼, 다들 궁금한 게 많을 거야. 우선 이야기해 주자면, 너희들 가족은 전원 무사해.]

나쁘지 않은 대응이었다.

이곳에 있는 지구인 대부분이 가족 때문에 돌아가는 것이니까.

[우리는 너희를 지키지 못했다. 미안하다. 그러니 적어도 너희가 돌아올 이유는 지켜주고자 했다.]

경박하던 그의 분위기가 단숨에 변했다.

[정말 미안하다. 그대들이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알고 있다.]

맞는 말이었다.

신들의 싸움에 이용당한 피해자.

물론. 그들이 대륙에서 한 일을 생각하면 평생 그 죄는 안고 살아야 하겠지만.

[그래서 내가 온 것이다. 그대들을 아무런 문제 없이 돌려보내기 위해.]

지구인들의 얼굴엔 원망과 함께 안심이 떠올라 있었다.

[그대들이 귀환을 축하한다.]

윤 차사는 워프 게이트 쪽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그 순간, 이 공간을 짓눌렀던 위압감이 사라졌다.

진은 곧장 움직였다.

“자 여러분! 돌아갈 시간입니다!”

지구인들이 하나둘 워프 게이트를 향해 걸어 들어갔다.

지구인들의 긴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다.

물론. 진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윤 차사님! 잠깐 대화 가능하십니까?”

[대화? 너랑 내가 할 말이 있나?]

“저희가 수출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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