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작가의 정령 천재-187화 (187/210)

187. 새로운 정령? 드래곤?

드래곤이 정령이 된 것도 놀라운 일이었는데…….

[폴리모프.]

드래곤이던 현자의 모습이 사람으로 변했다.

[와. 이게 되네?]

[……폴리모프!? 그걸 한 거야? 어떻게!?]

직접 마법을 사용한 현자는 물론이고, 로메른까지 깜짝 놀랐다.

[그냥 되던데?]

[그냥!? 폴리모프가 그냥!? 설마!?]

[아아. 이게 용언이란 것인가.]

[미친!]

용언이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단순히 겉모습만 드래곤이 된 게 아닌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진이 주목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너 생긴 게 왜 그래?’

인간이 된 현자의 얼굴에 주목했다.

[응? 이거 내 얼굴인데?]

그럴 리가 없었다.

현자와 진의 얼굴은 똑같아야 했다. 이 육체의 주인은 현자였으니까.

‘이 사기꾼이…….’

[사기꾼? 무슨 이야긴지 모르겠네?]

현자는 뻔뻔하게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진과 비슷하면서 훨씬 잘생긴 얼굴.

아니, 이건 비슷하다고 하기에도 힘들 정도의 외모였다.

진은 짜게 식은 눈으로 현자를 바라봤지만, 현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역시 ‘원래 몸’이 확실히 편하다니까.]

그 뻔뻔한 모습에 진은 한숨을 내쉬며 화제를 전환했다.

‘후. 그래서 대체 무슨 정령이 된 거야?’

[영혼.]

[뭐!? 영혼?!]

[어. 영혼의 정령이 됐어.]

‘그런 정령이 있어?’

[당연히 없지!]

로메른은 말도 안 된다는 듯 소리쳤다.

[진짜야? 영혼의 정령이라고? 영혼 그 자체를 다루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만능은 아니야. 진의 영혼만 다를 수 있어.]

[다른 영혼은 다룰 수 없고?]

[아마 그런 거 같아. 내 감각에는 진의 영혼만 느껴져.]

진의 영혼만 다룰 수 있다는 제한이 아쉽긴 했지만, 지금 가장 필요한 능력이기도 했다.

‘나쁘지 않네.’

한데, 이런 진의 생각과는 달리.

[이거 활용법이 무궁무진 하겠는데? 일단, 진의 영혼에 포함되기만 하면 다 다룰 수 있다는 거지?]

로메른은 무언가 다른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 같았다.

[……아마도?]

[오오. 좋아.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뭐 괜찮은 생각이라도 있어?’

[어. 지금 바로 보여 줄까?]

‘바로?’

로메른은 고개를 끄덕인 뒤, 곧장 ‘성령’을 꺼냈다.

‘성령은 왜?’

[기다려 봐.]

로메른은 성령을 진에게 연결했다. 그러자, 현자가 반응을 보였다.

[……로메른 넌 천재야.]

[오. 가능한가 보네?]

진이 멍한 얼굴로 둘을 바라보자, 로메른이 진에게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성령이 어떻게 연결되는 줄 알아?]

성령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대충 감이 잡혔다.

‘영혼에 연결되는 거야?’

[어. 그렇게 연결된 영혼은…….]

[내가 다룰 수 있어.]

현자의 손짓에 성령의 모습이 변한다.

‘천사’의 모습에서 작은 ‘드래곤’의 모습으로.

[……하. 아무런 마법도 없이 그냥 형질을 바꾸는 게 가능해?]

[어. 그냥 되는데?]

[미친. 그럼, 이런 것도 가능해?]

로메른이 무언가 현자에게 설명하자, 현자는 고개를 끄덕인 뒤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진에게 연결되어 있던 성령이 산산히 부서지더니 진의 몸에 흡수되었다.

[……이게 된다고?]

‘성령은 어떻게 된 거야?’

진의 물음에 로메른은 천천히 대답했다.

[영혼 포식. 그 영혼이 네게 흡수된 거야.]

‘영혼 포식? 그게 대단한 건가? 이런 건 너도 할 수 있잖아.’

굳이 현자가 아니어도 로메른의 힘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해 보이는 일이었다.

[영혼을 마나로 바꿔서 흡수하는 건 나도 할 수 있어. 하지만 영혼 그 자체를 흡수하는 건 불가능해.]

‘그게 뭐 좋은 거야?’

[좋은 거냐고? 이건 미친 일이야. 저번에 내가 한 말 기억나? 영혼의 성장은 굉장히 어려운 거라고.]

‘어. 격이 상승하는 거라고 했잖아.’

[그래. 넌 강제로 격을 높일 수 있게 된 거야.]

‘아. 그래?’

여기서 더 성장하면 좋은 일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성장은 지금도 충분했다.

지식의 해방을 처리하면 굳이 성장할 필요가 있을까?

진의 반응이 시큰둥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제대로 이해 못한 거 같네. 효율이 끔찍하게 나쁘긴 하지만, 그 검은 구슬의 힘을 만들 수 있다는 거야.]

‘법칙을 무시하는 힘을?’

[어. 방금 말했듯이 효율이 끔찍하게 나쁘긴 하지만.]

효율이 나쁜 건 문제가 아니었다.

어쨌든 시간만 있다면 이 힘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만약 네 말대로라면…….’

정령들을 진짜 인간으로 만드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여태까지 세워 두었던 반쪽자리 계획은 전부 폐기해도 문제가 없었다.

진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때.

쿠구구구궁---

비상식적일 정도의 엄청난 마나가 느껴졌다. 그 마나는 진의 영지 전체를 손아귀에 쥐려고 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걱정하지 마. 드래곤이 와도 문제없으니까.]

[대체 뭐 하는 놈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온 이상 끝이야.]

이곳은 진의 영토.

정령들의 모든 힘이 투영된 공간.

최강의 흑마법사와 마법사가 만들어놓은 부서지지 않는 ‘영역’.

가장 먼저 움직인 건, 바즈라였다.

바즈라가 진의 영지에 내려앉은 마나를 밀어냈다. 그리고 자신의 자식들에게 전투를 명했다.

지하에 있던 엘프들이 지상으로 튀어나왔다.

지상에 있던 엘프들은 정령을 부르고 초능력을 발동했다.

그리고 영지에 내장된 수천 개의 마법진이 발동됐다.

그 마법진은 엘프들에게 성령과 버프를 부여했고, 방어 체계를 가동했다.

소형 핵이 내장된 수천 마리의 미니 드래곤이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일촉즉발의 상황.

그때, 하늘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화 지대.

그 말과 함께 들끓던 전의가 사라졌다.

마치 강제로 ‘평화’를 주입한 것만 같은 기묘한 상황.

[오. 세계급 마법인데?]

[감히 내 앞에서 마법을 써?]

물론, 로메른과 현자는 그것을 두고 보지 않았다.

[바즈라! 신물 가동해서, 저 마법을 부숴 버려!]

<예. 알겠습니다.>

세계수에 연결한 핵물질들이 일시에 빛을 발하고, 막대한 에너지가 세계수에 몰리기 시작했다.

세계급 마법을 에너지 자체로 부숴버린다는 어처구니없는 계획.

파캉-!

하지만, 그게 통했다.

세계급 마법 ‘평화 지대’가 강제로 부서졌다.

-이 무슨!

하늘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영지로 한 사람이 들어왔다. 전시체제인 지금 상황에도 ‘허가’받은 인원으로 판정되는 사람.

“진 님! 저희는 싸우러 온 게 아니에요!”

다름 아닌 용인 ‘폴카’였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특급 호구의 말은 무시할 수 없지.’

진은 곧장 그녀에게 대답했다.

“아이고, 우리 폴카 왔구나? 잘 다녀왔어?”

호구 몰러 나갔던 그녀가 돌아왔다.

* * *

그녀의 방문으로 급박하던 상황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먼저 사과부터 드릴게요.”

“괜찮아. 사과는 네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니까.”

진은 그렇게 말하며 그녀 뒤에 서 있는 이들을 바라봤다.

용인족들. 그것도 나이가 꽤 있어 보이는 이들이 그녀 뒤에 서 있었다.

그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이가 앞으로 나섰다.

“무례를 사과드립니다. 그저 평화 지대를 설치하고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었을 뿐, 악의는 없었습니다.”

정중한 사과.

이건 좀 놀라웠다.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는데…….’

나이도 지긋한 양반이 이 정도로 정중하게 나올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일단, 이 사과는 받는 게 맞았다.

“일단 사과는 받겠습니다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게 많았다.

이렇게 정중하게 나올 거라면, 폴카에게 자리 주선을 부탁하는 게 맞았다.

그런데도 이렇게 나왔다는 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뜻이었다.

‘뭔가 있는 거야.’

진은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냥 바로 여쭤보겠습니다. 평화 지대를 사용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폴카에게 들은 대로 뛰어나신 분이군요.”

역시 우리 특급 호구 폴카.

그녀가 대체 무슨 말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그의 얼굴엔 호의가 가득했다.

“폴카에게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면, 전 ‘진 님’을 제가 모시는 분들 중 한 분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의 말을 간단했다.

진을 ‘드래곤’으로 착각했단 뜻이었다.

당연히 진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예?”

“진 님께선 인간이라 볼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영혼을 지니고 계십니다.”

그는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 진은 구슬을 먹고 돼지가 됐을 뿐이었다.

로메른의 말을 따르면, 진의 영혼은 지금 살이 뒤룩뒤룩 쪄 있었다.

그런데도 그가 ‘드래곤’이라고 착각했다는 건.

‘영혼의 크기만 보이는 거야.’

그 모습이 어떤지 정확히 보지 못하는 게 확실했다.

“보이시는 모양이군요.”

“……역시 알고 계시는군요.”

“예. 제 영혼은 ‘그분’의 힘을 받고 있으니까요. 보통의 영혼과는 다르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과연. 그러니 이리 거대한 영혼을…….”

진이 대충 떡밥을 던져 주자 그는 알아서 납득했는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저희가 이곳에 와서 이렇게 ‘평화 지대’를 발동한 이유는 율법 때문입니다.”

“율법이요?”

“예. 새로운 ‘존재’가 탄생하시면 율법이 발동합니다. 고대부터 이어진 용인족의 전통으로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용인족들의 율법이 발동할 만한 새로운 ‘존재’라면 딱 하나뿐이다.

‘드래곤.’

현자는 단순히 정령이 된 게 아니었다.

진의 생각을 읽은 듯, 현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용인족들은 마치 주인을 만난 것처럼 현자를 향해 엎드리기 시작했다.

“모시러 왔습니다. 위대한 존재시여.”

진은 곧장 현자에게 말했다.

‘당황하지 마! 거만하게 저들을 내려봐!’

[……알겠어.]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대로 움직여.’

진은 곧장 현자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나를 찾아왔다?]

마치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예. 그렇습니다. 위대한 존재시여.”

[설명해라.]

그는 현자의 말에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러 수식어와 길고 긴 설명이 이어졌는데, 요약하자면 간단했다.

‘쉽게 말하면 주민 등록 하러 가야 한다는 거지?’

[……대륙 시스템보다 괜찮은데?]

드래곤은 태어남과 동시에 요람에 등록해야 한다. 드래곤이라면 지켜야 하는 규칙 같은 것이었다.

그렇다고 이게 귀찮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땅도 준다는데 안 갈 이유가 없지 않아?’

새로 태어난 드래곤에게 요람 내부에 땅도 주고, 레어도 건설해 주고, 노예처럼 일도 해 준다.

새로운 요람의 주민으로 맞이해 주는 것이다.

[그렇긴 한데…… 내가 드래곤이 맞나?]

‘쟤들이 맞다잖아. 거기다 와서 꼭 해 달라고 부탁하는데 별수가 없잖아.’

[그렇겠지?]

‘당연하지!’

우리 특급 호구 폴카가 다른 특급 호구들을 몰고 왔다.

물론. 그냥 갈 수는 없었다.

[규칙이 그렇다면 따라야 하는 게 맞지만, 문제가 있다.]

“문제가 있다면 저희가 해결하겠나이다. 위대한 존재시여.”

그는 그 무엇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난 드래곤이며 동시에 정령인 존재. 이미 진 세인트와 계약한 상태다.]

“…….”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제가 함께 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허, 허어…….”

자. 특급 호구들의 요람으로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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