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작가의 정령 천재-182화 (182/210)

182. 신성 아카데미

신성 아카데미 중앙 광장.

빛과 함께 수많은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난 잠을 자고 있었는데…….”

“여긴 대체…….”

“이게 진짜로 가능했다니!”

“정말로 천국인가?”

사람들은 당황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때, 사람들 옆에 작은 ‘아기 천사’가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전 당신의 파트너예요!>

귀엽고 앙증맞은 천사가 갑작스럽게 나타나자 사람들은 저마다 제각각의 반응을 보였다.

“히, 히익!”

놀라는 이들도 있었고.

“아이고! 천사님!”

아기 천사에게 엎드려 절하는 이들도 있었고.

“처, 천사님이십니까?! 이곳은 정말 천국입니까!?”

깜짝 놀라며 질문은 쏟아내는 이들도 있었다.

저마다 다른 방향이지만, 이내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다.

<잠깐만 제 이야기를 들어 주시겠어요?>

모두가 자신의 옆에 있는 아기 천사의 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전 성자님을 도와드리기 위해 파견된 수습 천사입니다. 전 당신의 곁에서 이곳이 안내하고 도와드릴 거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황송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이곳에 온 건 평민들만이 아니었다.

귀족.

그것도 세상의 정세에 밝은 귀족들도 이곳에 와 있었다.

대륙의 흐름을 주도하는 게 성자임을 알고 있는 몇몇 귀족들.

그들은 천사의 말에 경악했다.

‘성자를 위해…… 천사를 파견할 정도란 말인가!?’

이것 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는데, 천사의 역할을 살펴보면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그런 천사를 그저 안내인으로 쓴다고!?’

귀족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며칠이나 안내해 주시는 겁니까?”

<며칠이요? 올 때마다 해 드릴 생각인데…… 제가 불편하신가요?>

“아, 아닙니다. 횟수가 정해져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랬으면, 우리가 파트너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을 거예요. 이곳에선 저와 당신은 파트너예요!>

이곳에 오면 천사 파트너가 생긴다.

그것도 횟수가 정해진 게 아닌 영구한 파트너가.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성자는 전략급 자원을 그냥 풀어버렸다.

국가, 종교, 지역, 인종.

그 무엇 하나 따지지 않고.

‘빛의 신의 존재를 인정만 하면, 이 모든 걸 받을 수 있다니…… 대체 무엇을 위해?’

만약 자신에게 이런 힘이 있었다면, 이렇게 대륙에 풀지 않았을 것이다.

가문에 꽁꽁 숨겨 두고 독점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제야 ‘성자’를 둘러싼 소문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성자는 왕이 대공의 직위를 내릴 정도로 청렴결백하다.

-교단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 것처럼, 성자의 목적 또한 교단과 같다.

-성자는 자신의 손해보다 세상을 위해 힘쓴다.

‘전부 소문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타국의 귀족들은 왕국에서 들려온 소문을 믿지 않았다.

그렇게 보이도록 성자가 여론을 조작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도 계속 그런 생각을 할 순 없었다.

‘어쩌면 정말로…….’

세상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귀족들 머릿속에 떠올랐다.

* * *

‘이거지! 어디든 다 똑같다 이거야. 사교육이야, 사교육! 사교육 열풍이 세상을 지배한다!’

지구의 사교육 열풍.

그것 또한 대륙도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대충 아카데미를 만들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것이었는데…….

정령들의 반응이 뭔가 이상했다.

[……너 반쯤 혁명이나 다름없는 일을 벌여 놓고.]

[허어. 교육이라…… 이건 정말이지 성자다운 일이라고 할 수밖에 없겠군. 내가 저 말을 못 들었다면 말일세.]

[이러니 신께서 진 님을 예뻐하시는 거겠죠. 저런 의도로 일을 벌였지만, 대륙에 도움이 되고 있으니까요.]

-지식의 해방이 하려고 한 일보다 이게 더 대단한 거 아니야? 이게 진짜 지식의 해방이지.

[동감이에요.]

그런 정령들의 모습에 진은 웃음을 멈추고 진지하게 말했다.

‘역시 노린 대로 됐네. 세상을 위해 오늘도 살아가는 거지.’

[늦었어.]

[예. 늦었네요.]

[사교육 열풍이라고 했던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군.]

확실히 함께 지낸 지 오래돼선지 눈치가 빨랐다.

‘……아무튼 내 덕에 대륙이 좋아진 거임.’

이럴 땐 그냥 뻔뻔하게 나가는 게 답이다.

[틀린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정말 열받는구먼. 특히 저 말투는 정말이지…….]

진은 이쯤에서 슬쩍 화제를 전환했다.

‘천사 펫은 문제없이 생산 되고 있어?’

[당연하지.]

원래 안내인 역할을 맡은 펫 같은 건 고려하지 않았다.

한데, 정령들의 반발로 만들게 됐다.

[계약하면서 자동으로 생성되는 거니까. 문제없어.]

‘그냥 약관으로 후려치라니까.’

[계약이 그리 간단한 게 아니야. 우리 쪽에서도 상응하는 대가를 줘야 돼. 악마 쪽 기술이 들어가서 어쩔 수 없었어.]

인간들의 정신 일부를 양도받으면서, 그에 상응하는 대가로 펫을 부여해 준 것이다.

[근데 괜찮겠어? 펫은 상응하는 대가 이상이야. 솔직히 말하면 조금 과해.]

과하단 말에도 진의 표정엔 여유로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이렇게 과하게 대가를 준 이유는 간단하다.

‘그 대신 펫 소유권이 우리한테도 있잖아.’

과한 대가인 만큼, 완벽하게 소유권이 넘어간 게 아니었다.

일종의 공동 소유로 진도 펫의 모든 정보를 열람할 수 있었다.

‘전부 기록해서 저장해 놔.’

[진짜 빅 브라더라도 되게?]

‘세계의 주인인데 이 정도 이득은 있어야지.’

펫은 노바에게 붙여 준 성령과 비슷한 존재다.

펫에 기록된 모든 정보와 경험은 진의 손바닥 위에 있었다.

‘필규 형님한테도 보내 드렸지?’

[어. 아까 접속해서 수련 존에 보냈어. 좋아하던데?]

‘다행이네.’

지금은 대부분이 평민이지만, 곧 귀족들은 물론이고 마법사나 기사들도 방문할 것이다.

그들이 이곳에서 수련하는 모든 경험이 고스란히 진에게 전해진다.

만약, 대륙의 모든 이들이 이 가상현실을 이용한다면, 조금 전 로메른이 했던 말도 꿈은 아니었다.

‘진짜 빅 브라더가 되는 거지.’

게다가 진이 노리고 있는 건 인간만이 아니었다.

엘프를 비롯한 이종족은 물론이고, 드래곤과 용인족들에게도 이것을 보급할 생각이었다.

‘드래곤들의 용언 정보를 얻는 것도 꿈은 아니라는 거지.’

-……이건 나도 봐도 되지?

[흠흠. 나도.]

그야말로 대륙의 모든 정보를 손에 쥐는 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아무튼, 여기까진 계획대로야.’

아카데미란 명목으로 일단, 한 곳에 사람들을 몰아넣었다.

물론. 교육 프로그램도 있고, 교수들도 있지만, 어차피 아카데미는 구실일 뿐.

지금도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는 공간이 진짜 중요했다.

‘어때? 우주 전쟁 진짜 가능한 거야?’

[너 그 꿈 아직도 못 버렸어?! 당연히 불가능하지! 드래곤들의 정신이 추가되면 몰라도…… 어쨌든 당장은 불가능해.]

‘뭐. 아쉽지만 별수 없지. 우주 전쟁은 좀 너무 간 게 아닌가 싶었으니까.’

[근데 이걸로 저 힘을 다룰 수 있겠어? 보급이 끝나려면 한참 걸릴 텐데.]

‘상관없어. 시간이 걸릴 건 알고 있기도 했고, 내가 구상한 세계는 이거 하나로 끝이 아니니까.’

가상현실 세계?

이건 시작일 뿐이었다.

‘그다음 계획을 시작해 보자고.’

[……그게 세상으로 판정될지 모르겠네. 아무튼 진행한다.]

가상현실과 연동된 두 번째 세상을 선보일 차례였다.

* * *

아카데미 첫 수업이 끝난 다음 날.

교구엔 사람들이 계속해서 찾아왔다.

사제들은 환한 얼굴로 그들을 맞이했다.

“천국은 어떠셨습니까?”

“……정말이지 환상적이었습니다.”

“허허. 그렇지요?”

“과연 성자님이십니다. 어떻게 이런 세상을 만드셨는지.”

감탄을 터트린 시민들을 바라보며, 사제는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세상의 축복입니다.”

“예. 맞습니다. 세상의 축복입니다. 설마하니 저희같이 미천한 것들을 위해서 이런 세상을 열어 주실줄은…….”

“그런 생각하지 마세요. 사람은 그 존재만으로도 귀중한 법입니다.”

“감사합니다. 사제님.”

사제는 아침부터 이와 비슷한 대화를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었지만, 그에게는 이 행위가 늘 새로웠다.

성자님께서 열어 주신 세계를 보고 감탄하고, 감격하는 시민들과의 대화는 그가 사제가 된 보람을 느끼게 해 주었으니까.

사제는 진한 미소를 띤 채 입을 열었다.

“첫 수업을 마치셨으니. 이거 받으세요.”

작은 손거울.

갑자기 웬 거울을 선물하나 싶었는데.

“깨어난 상태에서도 천국의 편린을 느낄 수 있는 마도구 ‘천사의 손거울’입니다.”

“마, 마도구 말입니까!?”

“허허. 그리 놀라실 필요 없습니다. 그보다 조작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 화면을 ‘터치’하면…….”

사제가 보여 준 작은 손거울은 지구의 ‘스마트폰’과 똑같았다.

다만, 구동 원리는 완벽히 달랐다.

저 손거울 모양의 유리에는 별다른 기능이 담겨 있지 않다. 저건 그저 팔찌가 주는 정보를 비출 뿐이었다.

팔찌야말로 본체였다.

“쓸 만하신 사항은 여기 게시판입니다. 아카데미에서 만난 분들과 개인 게시판을 통해 연락할 수도 있고…….”

사제는 능숙하게 손가락을 움직여 다른 화면으로 전환했다.

“이곳에서 ‘익명’으로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익명이요?”

“예. 성자님께서 정하신 방침입니다. 계급, 직위 그 무엇도 상관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익명성은 완벽하게 지켜질 것이다. 다른 곳도 아니고 교단에서 관리하니까.

뭐. 진은 전부 예외였지만.

“이런 게 가능하다니.”

“성자님께서 말씀해 주시길, 세인트넷이라고 하셨습니다.”

“허어. 세인트넷이라…… 마탑의 통신 수정구보다 훨씬 편한 거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교단에서도 정기 보고를 게시판을 이용한다고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말 신기합니다. 이런 대단한 걸 저희가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흔한 거니 받으셔도 됩니다.”

“예?”

아무리 봐도 귀중했는데, 이게 흔하다니?

한데, 사제의 입에서 놀라운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세상 모두가 하나씩 가지게 될 테니. 그보다 흔한 게 있겠습니까?”

“……이, 이걸 전부 나눠 주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성자님의 뜻이십니다.”

“성자님…….”

진이 만든 두 번째 세계는 ‘인터넷 세상’이었다.

물론. 줘도 못 써먹는 게 아닐지 걱정이 되긴 했다.

한데, 그런 걱정은 무의미했다.

스마트폰을 받아간 이들은 놀랍도록 빠르게 적응했고, 게시판들엔 폭발적인 속도로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성자님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글짜 배우고 이씀미다.

-아들아 잘 지내고 있니?

-빛의 교단 만세!

…….

수많은 글이 게시판 위로 쏟아졌다.

그렇게 인터넷 세상이 대륙에 강림했다.

* * *

가상현실과 인터넷을 만들었지만, 이 세상은 아직 성장하는 단계다.

빠르게 커지는 만큼, 그 크기도 급격하게 늘어날 터.

‘지금은 시간이 필요하지.’

물론. 아카데미로 모든 사람들을 받을 생각은 아니었다.

이젠 가상현실의 또 다른 용도를 알려 줄 차례였다.

‘콘텐츠를 확장해 가면서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게 정석이지.’

그러니 이젠 누워서 쉬고 있을 수 없었다.

필요한 사람들을 하나씩 만나야 했다.

‘아니. 사람이라고 하긴 좀 그런가.’

진은 ‘폴카’를 불렀다.

“잘 지내고 있었어?”

“그럼요! 이 세인트넷이랑 천국에서 정말이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역시 특급 호구.’

제안하기 전에 먼저 호구가 되는 경지.

그것이 바로 특급 호구!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불렀어.”

“예?”

“용인족 분들에게 선물하고 싶어.”

“이, 이걸요!?”

“어. 게다가 그분들은 오랫동안 주무시잖아. 이거 사용할 수도 있을걸?”

“세상에…….”

“선물할게. 가서 얼굴이라도 비추고 와.”

“으음. 아마 돌아가면 못 나올 거예요.”

“시간이 걸리면 걸렸지 왜 못 나와? 미니 드래곤 뚝딱 만들고, 천국의 열쇠랑 손거울 선물하고 오면 되지.”

“허락하실까요?”

당연히 허락하지.

세계가 멸망할지도 모르는데.

“자. 내가 해 주는 이야기 그대로 전해 드려.”

“네!”

특급 호구가 호구 물러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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