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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작가의 정령 천재-170화 (170/210)

170. 진싸트 특별 과정

수업이 시작되면 한동안 자리를 비워야 했기에, 계획해 놓은 것들을 효과적으로 대신할 사람이 필요했다.

진은 한참을 고민하다 이내 한 사람을 불렀다.

아니. 사람이 아니었다.

“아이고! 보스의 영원한 왼팔, 마그마가 왔습니다!”

“잘 왔다. 몇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 불렀다.”

“감사합니다! 보스께서 이리 절 불러 주시니 일생의 영광입니다!”

하는 짓은 간신 같아 보여도 능력은 확실한 드워프였다.

과거, 그는 영지를 보란 듯이 훌륭히 키워 내지 않았던가.

게다가 그에게는 또 다른 장점이 있었다.

바로 진을 ‘성자’가 아닌 ‘보스’로 생각한다는 것.

“방송 봤나?”

“넵! 일이 아무리 바빠도 보스께서 추진하시는 일이니 매일 보고 있습니다. 아아……. 방송은 정말이지 삶의 위안, 안식 그 자체입니다.”

“그만.”

아부를 듣자고 부른 게 아니었다.

진은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다른 일 때문에 며칠 자리를 비울 것이다.”

“제가 그 자리를 대신하면 되겠습니까?”

“그렇다.”

진이 살짝 운을 띄우니 녀석은 자신이 뭘 해야 할지 정확히 파악했다.

“굳이 저를 불러 주셨다는 건, 심사 때문이 아닌 것 같은데……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만 잡아 주실 수 있겠습니까?”

심지어, 굳이 자신을 부른 이유까지 파악했다.

‘이래서 똑똑한 부하를 둬야 하는 거라니까.’

몸이 힘든 건, 똑똑한 부하가 없어서 그런 것이다.

똑똑한 부하는 몸을 편하게 해 주는 법!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비공식적 대화다.”

“이해했습니다.”

“방송이 가진 힘은 단순히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이건 그저 시작일 뿐.”

그는 침을 꼴깍 삼키며, 대화에 집중했다. 진짜 말할 기분이 나는 리액션이었다.

“방송의 진짜 힘은 사람들의 생각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을, 말입니까?”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방송을 떠올려 봐라. 호감으로 비춰지는 인물들과 비호감으로 비춰지는 인물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그걸 우리가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진짜 호감인지 비호감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아!”

마그마는 이해가 됐는지 탄성을 터트렸다.

“우리가 보여 주고 싶은 것. 우리가 의도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전할 수 있다.”

“과연…… 역시 보스이십니다!”

다시 아부를 하는 걸 보니, 더는 설명이 필요 없을 거 같았다.

“그럼, 우린 이걸 이용해서 뭘 할 수 있을까?”

“……세계를 정복하시는 겁니까?”

아니.

세계 정복 그거 어따 쓰냐고.

얘는 가끔 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니까?

“……그건 아니고, 이번 것은 네게 직접적인 이익이 될 일이다.”

“……?!”

“방송에 드워프제 장신구를 노출할 수도 있지 않겠나?”

이른바 지구식 PPL.

독점 방송 중인데, 써먹을 수 있는 건 다 써먹어야 하지 않겠나.

마그마는 예상 밖의 말에 당황해하기도 잠시, 이내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과연…… 과연 그렇습니다! 오, 오오……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이 떠오릅니다.”

“네 꿈을 펼쳐 봐라.”

“예. 알겠습니다!”

어차피 최종 편집 권한은 이쪽이 가지고 있다.

과한 부분은 덜어 내면 될 일.

뭐, 문제가 생겨도 마그마가 대타를 선 뒤 벌어지는 일이니 욕도 진이 먹을 리 없었다.

‘이제 준비는 끝났고.’

이제 악마들을 교육할 시간이었다.

* * *

다른 이들도 아니고, ‘악마’를 교육하는 일이니 조금 독특한 장소에서 만나는 게 가능했다.

진의 꿈속.

잘 차려진 회의실에 악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기괴하게 생긴 이들부터 악마의 모습이나 인간 형상을 하는 이들까지, 다양한 악마가 회의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성자 진 세인트라고 합니다.”

진의 인사와 함께, 본격적인 교육이 시작됐다.

“우선, 이런 발전적인 자리를 마련해 주신 아길레스 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교육의 첫 시작은 아길레스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이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악마에게 간단히 목례를 취했다.

원래 이런 행사는 주최자를 언급해 줘야 하는 법이다.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진은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모두 상황은 알고 계실 겁니다.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최상위 서열이 변했습니다.”

애초에 세상이 변했다고 느꼈기에 악마들이 이곳에 모인 것이다.

“심지어, 전통적인 방법이던 세상을 파괴하고 혼란에 빠트리지 않고 이룩한 일입니다.”

그들은 이 비밀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기에 이곳에 온 것이다.

“새로운 사업이 등장했습니다. 이건 과거의 방법과는 달리 벌어들이는 수입이 다릅니다.”

진의 등 뒤로 화면이 떠올랐다.

“다들 로갓텔을 보셨을 겁니다. 경쟁자들이 떼돈을 벌었는데, 분석 또한 당연히 하셨을 겁니다.”

대답하는 이들은 없지만, 악마들의 표정만 봐도 진의 말이 맞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경쟁자 분석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은 어떤 결론을 내셨습니까?”

진은 그렇게 물음을 던진 뒤.

“이 비전 덕분에 벌어들인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아길레스 님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일까요?”

솔직히 말하면 비전 때문인 것도 맞고, 운 좋게 진을 만나 1위가 된 것도 맞다.

하지만, 그 사실을 말할 순 없다.

저걸 말하면 이들은 고기 잡는 법을 배우기보다는, 고기를 잡아 주길 기다릴 것이다.

‘그건 너무 귀찮지.’

능동적인 악마를 만들기 위해선, 약간의 거짓말은 필수였다.

“전부 아닙니다. 아길레스 님은 새로운 사업이 뭔지 이해하고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셨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러자 뒤의 화면이 다시 한번 변했다.

그곳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상생.>

이게 새로운 사업의 테마였다.

“애초에 여러분이 사업을 하시려면 인간의 존재가 필수입니다. 인간이 줄어드는 게 아닌, 더욱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좋은 구조입니다.”

한데, 막상 악마들이 사용하는 방식은 인간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이해는 합니다. 인간을 늘리면서 여러분이 사업을 키워 나갈 수 없으니 그런 방법을 선택하셨겠지요. 그러니 제가 알려드릴 건, 상생하며 사업을 번창시킬 방법이니다.”

뒤의 화면이 다시 한번 변했다.

그곳엔 작고 귀여운 요정이 그려져 있었다.

“요정 아시죠? 이 녀석들은 장난기가 많고, 짓궂습니다. 사람들을 괴롭히기도 하고,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화면엔 요정들이 장난치는 모습이 떠올랐다.

사람의 성별을 바꿔 놓거나, 나이를 바꿔 놓거나, 그것도 아니면 얼굴마저 바꿔 놓는 ‘장난’들이.

“이놈들이 진짜 악질입니다. 악마님들이야 계약서대로 하기라도 하지, 이것들은 계약도 없이 그냥 장난을 칩니다. 한데, 요정은 용서받고, 여러분은 악의 축이라며 질타를 받습니다.”

“……?!”

“이유가 뭘까요?”

악마들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뭐, 복잡하게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곧이어 화면이 요정의 모습을 클로즈업했다.

작고 귀여운 모습.

순수하며, 장난기 가득한 표정.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정도였다.

“외모입니다.”

“……!”

악마와 요정의 차이는 ‘외모’에서 온다.

“더 자세히 들어가면, 이미지 메이킹입니다.”

그런 외모 덕분에, 이미지 메이킹이 된 것이다.

요정은 장난기가 많은 아이.

악의 없이 정말 순수한 아이.

생각해 보면 개소리다.

남에게 장난을 친다는 것 자체가 악의를 지닌 행동이다.

귀엽지 않고, 괴물처럼 생겼다면 진즉 토벌되어 멸종했을 것이다.

“여러분이 여기서 주목하실 건, 바로 ‘이미지 메이킹’입니다.”

뒤의 화면에 로갓텔이 떠올랐다.

“아길레스 님께서 투자하신 인간입니다. 이거 몇 년이나 갈 것 같으십니까?”

갑작스러운 진의 질문에 아길레스의 표정이 일순 굳었다.

하지만, 현실을 알려 줘야 했다.

그녀 또한 변해야 하는 악마 중 하나일 뿐이다.

“아무리 길어 봐야 50년입니다. 그 후에는요? 혹시 예술가를 더 만들면 되지 않나 생각하시나요?”

진은 고개를 저었다.

“예술가가 돈이 되는 건 모두가 압니다. 여기서 예술가를 키운다? 굳이 치열한 시장에 들어갈 필요가 있습니까? 고작 50년을 위해?”

회의실에 파문이 일었다.

고작해야 그들이 생각한 건, 진의 도움을 받아 뭔가 한탕 하겠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한데, 여기서 근본적인 물음이 나온 것이다.

“제가 제시할 해결책은 조금 다른 방법입니다. 여러분이 유명해지시는 겁니다.”

인간과 계약해 사념을 벌어들이는 게 아니다.

“그러면 굳이 계약을 낄 필요도 없습니다. 확실하지 않은 인간에 투자한 뒤, 기도할 필요도 없습니다.”

화면에 ‘이미지 메이킹’이란 글자가 떠올랐다.

“여러분을 이미지 메이킹해서, 인간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만드는 겁니다. 대대손손, 영원토록!”

안 그래도 조용하던 회의장이 더더욱 조용해졌다.

그저 침만 꼴깍 삼키는 소리만 들려왔다.

뭔가 대단한 말을 들은 거 같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감도 잡히지 않기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너무 허황된 이야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런 여러분들을 위해, 샘플을 준비했습니다.”

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환하던 불이 일시에 꺼졌다.

그리곤, 목소리가 들려왔다.

“빼앗고 싶으냐? 그 사람이 네 옆에 없는 게 화나느냐?”

목소리와 함께, 조명이 중앙을 비췄다.

그곳엔 ‘미모 후작’이 고혹적인 자세로 반쯤 눕듯이 앉아 있었다.

유혹이란 단어를 사람으로 만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할 정도로 아름답고 퇴폐적인 모습.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을 뺏을 수 있게 도와주마. 빼앗는 거다. 쟁취하고 네 곁에 두는 것이다. 사랑은 배려가 아니다. 전쟁이다.”

그녀의 입가에 유혹적인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보시는 건, 미모 후작님께 도움을 드려 만든 이미지 ‘NTR의 악마’입니다.”

악마들은 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거창했던 이미지 메이킹이란 말과는 달리, 너무 하잘것없는 모습이었으니까.

한데, 이것의 진면목을 깨달은 이도 있었다.

“아!”

아길레스.

그녀는 뭔가 감을 잡았다는 듯 탄성을 터트렸다.

“아길레스 님은 깨달으셨나 보네요. 사실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아 준다는 것만으로는 큰 돈벌이가 되지 않습니다. 애들 장난이나 다름없는 일이죠.”

돈은 여기서 버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 이미지를 대륙의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한 모두가 그녀를 떠올리며 걱정할 겁니다.”

돈은 이쪽에서 버는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떠오르실 겁니다. 이걸 대륙 전체에 어떻게 알려야 할까?”

그 방법이야 간단하다.

진의 피가 ‘천상의 맛’이란 소문이 퍼진 건, 단 한 권의 책으로부터 시작됐다.

이게 바로 이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할 힌트였다.

“예술가를 섭외해서 책을 만들었습니다. 연인을 뺏고 빼앗기는 치정 로맨스. ‘NTR’입니다.”

소설을 판매하면 된다.

당연히 이 소설은 ‘방송’을 통해 노출될 테고, 순식간에 대륙에 퍼질 것이다.

이 시스템이 정착되기만 한다면, 재미난 일이 일어나게 된다.

아이고, 악마님 이름을 알리고 싶다고요?

사업 계획서는 준비해 오셨어요?

아. 이건 ‘상생’에 어긋나는데요.

이쪽이 지옥을 통제하고, 방향을 수정할 권한을 가지게 된다.

지옥 전체가 을이 되고, 진이 갑이 되는 것이다.

“질문 있으십니까?”

진을 향해 무수한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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