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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작가의 정령 천재-149화 (149/210)

149. 빅 브라더

진이 왕국에 심어 놓은 감시 수단은 세 가지나 된다.

탈모인들을 치료해 주며 심어 둔 감시 카메라.

악마와 계약한 귀족들의 계약을 틀어쥐며, 유지하는 감시 체계.

마지막으로 세이라 수녀와 정보길드 지부장이었던 얀드레로 이루어진 정보팀까지.

그렇기에 소수 민족의 영토마저영토를 제외하면, 사실상 왕국의 주요 지역은 이미 진의 감시 아래 들어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여전히 구멍은 많았다.

작은 소규모 도시나 외곽에 있는 산골 마을 같은 경우엔 감시를 벗어났으니까.

그러니, 이 구멍을 메워야 했다.

진은 곧장 짐을 쌌다.

뭐, 짐을 싼다고 해봐야 무언갈 바리바리 들고 가는 게 아니었다.

이젠 ‘아공간’이 있었다.

‘전부 챙겼어?’

[어. 미니 드래곤이랑 본 드래곤 전부 넣었어. 너만 준비하면 돼.]

‘이거 오랜만에 입네.’

진이 드래곤 하트로 만들어진 가슴팍에 착용하는 것으로 모든 준비가 끝났다. 그 모습을 보던 폴카가 질문을 던졌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어. 너도 같이 갈 거야.”

“저도요?”

진의 말에 그녀가 눈을 반짝였다.

“이번엔 어떤 걸 보러 가나요?”

진과 다닐 때마다 신기한 걸 봤으니, 그녀의 기대는 당연한 일이었다.

“이번엔 좀 색다른 걸 보러 갈 거야. 그쪽에서 네 도움이 필요해.”

“제 도움이요? 얼마든지 도와드릴게요! 제가 너무 받기만 했어요.”

사실 진이 얻은 것이 더 많지만, 저 착각을 굳이 바로 잡아 줄 필요는 없었다.

“나야 고맙지.”

“아니에요. 제가 더 고마워요! 훨씬!”

그렇게 그녀와 함께 이동한 곳은 거대한 산이 있는 곳이었다.

“……엄청나요.”

어리고, 호구답다고 해도 그녀는 영웅급 마법사. 산에 걸린 봉인을 꿰뚫어 봤다.

“대체 뭐가 봉인되어 있길래 이런 봉인을 한 거예요?”

“그걸 보러 갈 거야.”

“……괘, 괜찮은 거예요!?”

당연히 괜찮다. 저곳에 봉인된 녀석은 진의 소유인 ‘용암 골렘’이니까.

“어. 괜찮아. 우린 저 봉인을 유지한 채 내용물만 빼 올 거야.”

“그거 도둑질 아닌가요?”

뭐지? 똑똑해졌는데?

“아니야. 봉인을 보면, 어디서 작업한 건지 느껴지지?”

“교단에서 한 거 같아요.”

“교단에서 내 지위가 뭐지?”

“성자님?”

“그럼, 내가 도둑질하는 거겠어?”

“어…… 아니에요.”

“그렇지. 일단, 들어가 보면 내가 왜 이렇게 말했는지 알 거야.”

“네!”

봉인을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가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현자의 도움을 받아, 제 고유성 법을 재정립했어요. 그걸 보여 드릴게요.]

루나가 새로운 힘을 들고 나왔다. 그녀가 재정립한 고유 성법은 일반적인 성법과는 달랐다.

아니. 성법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아앗! 피에요, 피!”

폴카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진의 손끝에서 피가 흘러나왔으니까.

“괜찮아.”

그렇게 흘러나온 피 위로, 로메른의 빛의 힘이 쏟아졌다. 동시에 심장 위에 놓인 드래곤 하트가 움직였다.

진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얼마나 거세게 뛰는지 몸이 잘게 떨릴 정도였다.

‘미쳤네.’

예전엔 몸이 부서져 나가는 통증이 느껴졌는데, 지금은 그저 이 정도 반동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몸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한 번에 느껴졌다.

“드래곤 하트가 진 님의 심장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이게 대체…….”

폴카는 그 모습을 보며, 나지막이 탄성을 터트렸다.

조화를 이루는 게 대체 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키이잉-!

진의 능력이 부족해 사용하지 못했던 루나의 고유 성법이 발동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과연, 만만치 않았다.

드래곤 하트의 마나.

로메른의 빛의 힘.

진의 피.

고작 성법 한번을 쓰기엔 말도 안 되는 조건이었다.

“이게 대체……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하지만 그 결과는 놀라웠다.

이미 걸려 있던 성법들이, 루나의 성법에 고개를 조아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신을 모시는 사제처럼.

봉인지에 걸려 있는 성법이, 루나의 손짓에 움직였다. 단단하고 완벽했던 봉인에 길이 생겼다.

“성법의 종속? 아니. 지배? 이게 대체 뭐죠?”

폴카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진이 나지막이 대답했다.

“이게 바로 내 고유 성법 ‘지휘’야.”

“……지휘.”

“모든 성법을 지휘하는 힘.”

루나는 이 힘으로 회귀 전 수많은 기적을 만들었다.

“제가 성법을 전부 알지는 못하지만, 이건 법칙을 부정하는 일이에요. 이건 말이 되지 않아요.”

“돼. 난 성자니까.”

“아…….”

그 힘이 이제 진의 손에 들어왔다. 성법들이 만들어 준 길 안쪽으로 진은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들어가자.”

“아. 네.”

그녀는 홀린 듯 진의 뒤를 따라갔다. 그녀의 눈에 비친 진의 뒷모습은 참으로 컸다.

거인의 뒷모습을 그녀는 한참이나 바라봤다.

“안 와?”

“아, 가요!”

* * *

‘아 죽겠네. 뭔 놈에 성법이 한 번 썼다고…….’

그런 힘을 사용했는데, 당연히 반동이 없을 리 없었다.

빈혈이 돌고, 온몸의 근육을 쥐어짠 듯 몸이 욱신거렸다.

한데, 루나에게선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왔다.

[로메른. 정말 대단한데요? 이렇게 쉽게 버틸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요.]

[그치? 이번에 한 개조가 얼마나 대단한지 저놈만 모른다니까?]

-내 계산상으로도 훨씬 피해가 커야 하는데, 나쁘지 않은데?

[내 흑마법은 한 단계 진화했다!]

녀석들은 마치 축제라도 벌어진 듯 서로 칭찬을 던지고 있었다.

‘……이게 생각보다 괜찮은 거라고?’

[당연하죠. 제가 이 성법을 사용했을 때보다 피해가 적은 것으로요.]

[맞아. 이거 한번 쓰면 루나 난리도 아니었지?]

[허허. 사람들 살린다고 이 성법을 사용하고 쓰러져서 난리 났던 게 생각나는구먼.]

[아 그 이야기는 또 왜 해요!]

성녀가 사용할 때보다 육체에 가해지는 안정성이 훨씬 올라갔다는 말이었다.

[이러면 대규모 지휘도 가능할 거 같은데요?]

‘대규모 지휘?’

[스스로 이런 말을 하는 게 조금 낯부끄럽긴 하지만, 제 고유 성법은 정말 대단한 힘이에요.]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이 보기에도 이 성법의 활용법은 무궁무진했다.

[제 성법은 주위에 사제가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그 힘이 달라져요. 혼자서도 활용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그건 좀 번거로운 방법이에요.]

주위의 성법을 지휘하는 힘인데, 성법을 사용할 사제가 많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대규모 지휘는 주위에 있는 사제만이 아니라, 성당에 있는 사제의 성법을 지휘하는 힘이에요.]

‘……왕국 전역에 있는 성당 모두?’

이건 말도 안 되는 힘이었다.

왕국의 모든 사제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예. 전 딱 한 번 사용했었어요.]

[마지막 전투.]

검성이 회한이 서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결과가 좋지 않았음은 대충 예상이 됐다.

‘효과는?’

[생각하시는 대로예요. 모두의 힘을 빌려 기적을 연속으로 뿌리는 것도 가능했어요. 다만…….]

그 말이 뭔지는 대충 예상이 됐다.

‘대가가 필요하겠지.’

[맞아요. 저는 왼팔과 오른다리. 그리고 두 눈을 잃었어요.]

‘음. 그건 봉인해 두자.’

그걸 잃느니, 세계를 멸망시켜 드래곤을 끌어들이는 게 더 나아 보였다.

그런 진의 마음을 읽었는지 그녀는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그래도 이런 카드가 있다는 걸 알고 계셨으면 해서 말씀드린 거예요.]

‘그런 말하지 마. 꼭 나중에 쓰게 될 것만 같으니까.’

그렇게 대화를 나누던 사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와…….”

폴카가 나지막이 탄성을 터트렸다. 그녀는 고개는 하늘을 향해 있었다.

“어때?”

“굉장해요! 이만한 골렘을 만들었다니!”

머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크기. 그 크기만으로 주위를 압도했다.

“이거 움직이는 거예요?”

“자주 봤잖아.”

“예?”

진이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엔 현자가 정령들과 노닥거리고 있었다.

폴카의 고개가 현자와 용암 골렘을 향해 왔다 갔다 하기 시작하더니.

“이, 이분이 저 골렘이셨어요?!”

골렘한테 ‘분’이랑 호칭은 좀 과한 거 같지만, 저 본체를 보면 그런 반응도 당연했다.

“어. 저건 크기 조절이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분신만 근처에서 소환한 거야.”

“세상에…….”

그녀는 다시 한번 나지막이 감탄을 터트렸다.

“눈치를 챘겠지만, 본 드래곤의 외피를 담당하고 있는 게 바로 이 녀석이야.”

“아! 그래서!”

“어. 그러니까 마그마 드래곤 같은 녀석이 탄생한 거지.”

폴카의 머릿속엔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이곳엔 왜 오신 거예요?”

분신을 이용해 마그마 드래곤을 만들 수 있는데 이곳엔 왜 온 것일까?

그 이유는 정말 간단했다.

“진짜 마그마 드래곤을 만들려고.”

“예?!”

쉽게 말하면, 현자는 진짜 ‘드래곤’이 되는 것이다.

“에너지 낭비가 너무 심해. 게다가, 이런 골렘을 만들어 놓고 그렇게 활용하는 것도 웃긴 일이고.”

“그건 그렇지만…… 작업은 어디서 하시게요? 본 드래곤까지 꺼내서 작업할 공간을 만드는 것도 힘들 거 같은데.”

그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용암 골렘의 발밑으로 거대한 균열이 생기더니, 골렘이 그 안으로 쑥 들어갔다.

그리곤, 진이 손을 뻗자 허공에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면 바로 작업할 수 있지 않겠어?”

“……아공간 내부 모습인가요?”

“맞아. 작업은 아공간에서 정령들이 해 줄 거야.”

“그럼 제가 드릴 도움은…….”

“지켜보면서 이상한 부분을 바로바로 말해 줘. 그거면 충분해.”

“알겠어요!”

곧이어 아공간 내부에서 작업이 진행됐다. 용암 골렘과 본 드래곤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그분들의 비늘 배열은 저렇지 않아요.”

“내부의 모습을 볼 수 있나요?”

“이쪽 연결이 이상해요.”

“드래곤 하트랑 똑같게요?”

“이러면 어때요?”

그녀의 조언을 받아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하던 작업은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아 끝났다.

그렇게 작업이 전부 끝났을 때.

현자의 모습은 용암 골렘에서 전혀 다른 존재로 변해 있었다.

-이 모습도 나쁘지 않은데? 용암 골렘보다는 훨씬 좋아.

변한 건 모습만이 아니었다.

그가 사용할 수 있는 힘마저 전혀 달라져 있었다.

용암 골렘은 애초에 골렘을 반쯤 벗어난 존재였다. 오히려, 용암 정령에 가까운 존재였으니까.

그런 녀석이 드래곤의 육체까지 얻자 놀라운 일이 가능해졌다.

“밖으로 나갈까?”

“예!”

밖으로 나온 진은 곧장 아공간을 열었다.

“멋져요! 예술이에요!”

아공간에서 거대한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예전처럼 용암이 덕지덕지 붙은 투박한 모습이 아니었다.

아름다운 비늘과 그 비늘 아래 흐르는 용암이 선명하게 보였다.

“시작해.”

드래곤은 숨을 들이켜더니, 브레스를 뿜어냈다. 그러자, 변화한 미니 드래곤들이 쏟아져 나왔다.

크라라라라-!

그다음 드래곤이 울부짖자.

미니 드래곤들이 분열하기 시작했다. 한 마리가 반으로 나뉘어 두 마리가 되었고, 두 마리가 반으로 나뉘어 4마리가 되었다.

그렇게 분열을 거듭하던 미니 드래곤들은 어느새 작은 새의 크기만큼 작아졌다. 그런 미니 드래곤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찾아.”

진의 말에 미니 드래곤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진의 감시 체계가 닿지 못한 모든 곳에 저 미니 드래곤이 방문할 것이다.

-다녀올게.

그 모든 미니 드래곤을 지휘하는 건, ‘현자’였다. 현자는 곧장 하늘 높은 곳으로 날아올랐다.

‘내 눈은 어디든 있다.’

이것이 바로 진이 생각한 ‘빅 브라더’였다.

인공위성인 ‘현자’를 하늘에 띄워, 드론인 ‘미니 드래곤’을 통해 모든 걸 감시하는 것이다.

‘이래도 못 찾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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