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작가의 정령 천재-62화 (62/210)

062. 왜 자꾸 칭찬해?

진의 버프를 받은 대장장이들과 조직원들이 며칠간 잠도 자지 않고 일한 결과.

“완성이다!”

“외곽에서 가장 큰 작업장이다!”

“세인트 조직은 작업장을 소유한 조직이 됐다!”

“이것이 바로 보스의 힘이다!”

거대 작업장이 완성됐다.

이젠 다음으로 나아갈 차례였다.

‘어때? 완성됐어?’

[우리 쪽도 완성됐어. 마지막 조정까지 끝이야.]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

[효과를 조절하느라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요. 그래도 성능은 확실해요.]

로메른과 루나가 힘을 합쳐 만든 물건.

바로 다음 계획의 핵심인 ‘약’이었다.

‘확인해 봐도 돼?’

[예. 괜찮습니다. 다만, 드시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응. 애초에 먹을 생각도 없었어.’

진은 커다란 물항아리의 내부를 확인했다. 원래라면 물이 한가득 담겨 있을 항아리엔 웬 구슬이 가득했다.

진은 구슬 하나를 들었다.

‘색깔은 어쩔 수 없는 거지?’

[예. 애초에 피의 힘과 흑마법의 묘리가 들어간 것이다 보니 색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나름 예쁘지 않아? 내 맘에는 쏙 드는 거 같은데.]

마치 피처럼 새빨간 구슬.

이 구슬이야말로 이번 계획의 핵심이었다.

‘효과는 확실하다고 했고, 이거 중독성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지?’

[예. 그런 효과는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좋았어. 그럼 시작해 보자고.’

* * *

중간 상인과는 달리, 대장장이는 평민과 비슷하다. 주인이 달라져도 그들의 인생은 전혀 달라질 게 없다.

‘애초에 모두가 한계까지 쥐어 짜내니까.’

특히 외곽에 있는 대장장이들은 노예나 마찬가지다. 대부분 한계 이상으로 쥐어짜내는 것에 익숙한 이들이다.

‘난 달라. 한계 이상까지 쥐어짤 필요 없어.’

그렇다고 대장장이들에게 휴식 시간을 보장해 주거나 복지를 챙겨 줄 생각은 없었다.

이곳은 얕보이면 잡아먹힌다.

‘그러니까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지.’

녀석들은 더 쥐어짜내면서, 칭송은 받을 수 있는 그런 방법!

진은 조직원을 불렀다.

“보스. 부르셨습니까.”

맨 처음 진에게 맞고 날아갔던 노움은 어느덧 중간 보스가 되었다.

녀석이 진이 부르자마자 달려왔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대장장이들에게 하나씩 먹여라.”

“이, 이것은?”

“내 호의다.”

노움의 얼굴에 감탄이 떠오른 것도 잠시, 녀석은 침을 꼴딱꼴딱 삼키며 구슬을 바라봤다.

“그건 대장장이용이다. 먹으면 앞으로 대장장이로 살아야 하니, 대장장이가 되고 싶으면 먹어라.”

노움은 진의 말에 눈을 빛냈다.

“그 말씀은 저희 건 따로 있단 말씀이십니까?”

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거대 조직과 항쟁이 있어도 저는 맨 앞에서 싸우겠습니다!”

진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녀석에게 다시 한번 당부했다.

“가지고 나가서 분배하도록.”

“예. 보스!”

녀석은 진이 내민 구슬 꾸러미를 챙기고 밖으로 나갔다.

‘슬슬 나도 나가 볼까.’

진도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보스께서 베푸시는 호의다.”

“모두 감사해하도록!”

대장장이들은 이게 대체 무슨 ‘호의’인가 하는 얼굴이었다.

“받았으면 빨리 빨리 먹어! 작업 시간이 다가온다!”

대장장이들은 반신반의하며 구슬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깜짝 놀랐다.

“어?!”

분명 구슬이었는데 입에 들어오자마자 액체가 되어 버린 것이다.

게다가 진짜 놀라운 건 따로 있었다.

“으으!”

“오우우우우!”

“끼야야야앗!”

모두 이상한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곧이어 안 그래도 굵은 대장장이들의 팔이 부풀어 올랐고, 녀석들의 눈은 붉게 충혈되었다.

“힘 넘친다!”

“망치! 휘두른다!”

“나 일한다!”

고함 소리가 작업장 내부에 울려 퍼졌다.

‘성능 확실하네.’

말투만 봐도 약이 제대로 작동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똑똑한 이도 저 약을 먹으면 단순무식하게 변한다. 대신 엄청난 힘과 체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원래라면 대장장이들에게 이런 약을 먹이면 안 되겠지만.’

이곳은 외곽이다. 내부에 있는 대장간처럼 무언가를 만드는 곳이 아니다.

여긴 철광석을 녹여 철괴로 만드는 것처럼 소재를 가공하는 곳이다.

‘이쪽은 힘과 체력이 더 필요해.’

기술보다는 힘과 체력이 훨씬 더 필요하다.

“일해라.”

진의 말에 녀석들 몸 안에 흡수된 피가 요동친다.

땅-!

모루를 치는 소리가 작업장 내부에 울려 퍼졌다.

땅-! 땅-!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땅-!땅-!땅-!

평소라면 낼 수 없는 속도였다.

한데, 녀석들은 아직도 힘이 넘쳐나는 듯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일거리!”

“한다!”

“빨리, 빨리!”

흥분한 대장장이들의 목소리가 작업실을 가득 메웠다. 조직원들은 멍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들은 22시간 일하고, 2시간동안 기절하듯 잠들 거다.”

“보스. 대장장이들이 저런 상태인데 2시간만 잡니까?”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2시간만 자면 완전히 회복될 것이다. 일어나면 다시 약을 먹이도록.”

“허어…….”

조직원들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빨간 구슬과 진을 번갈아 바라봤다.

“보스. 저희들 것도 이렇게 대단합니까?”

“너희들 건 훨씬 대단하지.”

빙긋 웃은 진이 품에서 한 구슬을 꺼내자, 조직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이 구슬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우린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갈 것이다.”

그 말에 조직원들은 마치 기적이라도 본 듯 눈물을 흘리며 화답했다.

“가장 높은 곳까지 간다!”

“보스, 따라가겠습니다!”

“4대 조직 따윈 무섭지 않아!”

“전설의 천하통일을 이룰지도!”

로메른이 머리를 긁적였다.

[이거 의외로 적성에 맞는 거 같은데…….]

* * *

하루 2시간을 제외하고 대장장이들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휴식? 몸의 피로? 의욕?

그딴 건 빨간약 하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니 재미난 일이 벌어졌다.

“보스. 외곽지역에서 우리가 가장 많은 철괴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계획대로군.”

외곽에 진의 작업장을 제외하면, 거대 작업장이라고 할 만한 건 딱 하나뿐이었다.

이쪽 대장장이들이 미쳐 날뛰고 있는 걸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 다음 단계로 나아가 볼까.’

악독하려면 진짜 악독해야 하는 법.

“앞으로 대장장이들에게 일당으로 주는 식량을 1/3로 줄인다.”

“예?! 그렇게나 줄이면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진도 알고 있었다. 아무런 대책없이 식량을 줄이자는 건 아니었다.

“지금부터 이 식량을 일당으로 지급한다.”

“이것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는 식량.

다른 이들이 이런 걸 봤다면 불길하다고 했겠지만, 이쪽은 전혀 아니었다.

“호의를 다시 한번 베푸시는 겁니까?”

“그래. 이 식량은 포만감도 오래가고 열량도 훨씬 높다. 1/3만 지급해도 원래 일당보다 식량은 넉넉할 테지.”

“크으. 이런 식량이라니!”

이 도시에서 제일 비싼 건 ‘식량’이다. 식량에 들어가는 비용만 줄여도 엄청난 여유가 생긴다.

[가뭄 때 사용하려고 했던 방법인데, 이걸 이렇게 사용하네요.]

[하여간 잔머리 하나는 기가 막히다니까.]

이런 게 가능했던 이유는 가뭄 때 사용하려고 준비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보스의 호의라고 하면 다들 좋아할 겁니다.”

“……그래.”

대체 왜 좋아하는 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굳이 이해할 필요 없었다.

“식량 덕에 여유가 생겼으니. 이제 철괴 가격을 10% 낮춰라.”

“……예?”

“가격을 낮춰서 주위의 작은 대장간을 망하게 하고, 흡수한다.”

“서, 설마…. 독점을 생각하시는 겁니까?!”

이 노움이 괜히 중간보스가 된 게 아니었다. 머리가 꽤 빠르게 돌아갔다.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말고도 외곽에 대형 작업장이 있다지?”

“예. 용암파 녀석들이 대형 작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놈들이 가격을 내리면 우린 더욱 내린다.”

치킨 레이스.

둘 중에 하나만 살아남는 싸움.

“흐으. 둘 중에 한 놈만 살아남는 거군요. 저희 쪽이야 식량 문제가 해결돼서 여유가 생겼지만, 나머지 놈들은 따라오지도 못할 겁니다.”

녀석은 계획의 핵심을 곧장 알아차렸다.

“시작해라.”

“예, 보스!”

그렇게 치킨 레이스가 시작됐다.

쫄려? 쫄리면 뒈지시던가!

그런 진의 생각처럼 가격을 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대장간이 문을 닫았다.

“부디, 저희를 거둬 주십쇼!”

“제, 제발! 살려 주십쇼!”

“세인트야말로 이 시대의 빛입니다!”

차라리 규모라도 비슷했다면 그들은 싸움이라도 걸어 봤겠지만, 이미 진의 조직은 커져도 너무 커졌다.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는 것 외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원래 받던 일당을 받을 생각은 하지 마라. 1/3만 주마. 싫으면 꺼져라.”

진은 그들에게 일당을 후려쳤지만, 대장장이들은 반발하지 않았다.

생산량이 저렇게 많은데, 일당은 줄었다. 한데, 세인트 작업장은 잘 굴러가고 있었다. 악독한 만큼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기막힌 반응이 나왔다.

“이렇게나 악독하시니 이곳은 절대 망하지 않을 터, 전 뼈를 묻겠습니다!”

“1/3도 좋습니다. 제발 먹고 살게만 해주십쇼!”

“바, 받아주신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의외로 좋은 호응을 얻으며, 대장장이들을 흡수할 수 있었고.

“이런 미친 식량이라니!”

“양은 줄었지만, 훨씬 풍족해!”

“아이들이 더는 굶지 않아도 되겠어!”

“이곳은 천국인가!? 보스는 신인가!?”

“이런 식량을 너희만 먹고 있었다니!”

그들은 식량을 먹은 뒤, 열렬한 환호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선순환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가격을 인하해서 대장간이 망하고, 망한 대장간들이 흡수된다. 자연스레 진의 작업장 규모는 커지고, 더 많은 물량을 생산해 냈다.

일당을 2/3나 후려쳤지만, 기묘하게도 대장장이들은 계속해서 모였다.

덕분에 자연스레 서류와 함께 진이 할 일도 늘어났지만, 그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게 이런 일을 시키다니. 어찌 이런 잡일을!]

‘왜? 모두를 도와줄 수 있는 고귀한 자린데.’

[허어. 얄밉구나. 얄미워. 이걸 안 할수도 없고…….]

진은 그 모든 작업을 통째로 검성에게 떠민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어때? 잘하지?]

‘기대 이상인데?’

[저 영감탱이가 꼰대라서 그렇지 능력 하나는 확실해. 가문을 운영해야 해서 전문 교육까지 받은 양반이니까.]

생각해보면 그 마법 같은 칼질보다 저 마법 같은 서류 처리가 더 대단해 보였다.

‘꼰대라서 원리 원칙 확실할 테고, 진짜 괜찮은데?’

그때 서류에 파묻혀 있던 검성이 버럭 소리쳤다.

[다 들리는 곳에서 그런 대화를 왜 나누고 있는 겐가!]

왜긴 왜겠어?

당연히 들으라고 하는 말이지.

‘이제 슬슬 입질이 올 텐데.’

진은 검성의 말을 못 들은 척 화제를 돌렸다.

* * *

외곽의 또 다른 거대 작업장.

그곳에선 열띤 회의가 한창이었다.

“벌써 네 번째 가격 인하입니다. 이젠 거의 반값에 근접했습니다!”

“세인트 놈들이 소규모 대장간을 전부 흡수했습니다. 이젠 생산량에서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잠도 재우지 않고, 식량도 적게 주는데 어째서인지 대장장이들이 계속해서 몰리고 있습니다.”

“이런 악독함은 처음입니다. 대체 이런 녀석이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보스. 이대로 가면 저희는 말라 죽습니다!”

부하들의 보고에도 보스라 불리는 드워프는 눈을 감고 있었다.

“보스!”

“제발 결단을!”

그때 한 드워프가 입을 열었다.

“만약 세인트를 흡수한다면 저희가 외곽을 지배하게 됩니다! 모든 것을 한 방에 역전할 기회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보스! 승부를 볼 때입니다!”

그 말에도 보스 드워프는 생각에 잠긴 듯 눈을 뜨지 않았다.

‘아. 어디서 이딴 놈이 나타나서.’

사실 눈을 뜨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악독한 놈이 적이라니!’

도시 중앙이면 몰라도 외곽에 저런 악독한 놈이 나타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런 악독함은 중앙의 4인을 제외하곤 들어본 적이 없는데…….’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도망칠 수 없었다.

여기서 도망치거나 회유책을 말하면 저 승냥이 같은 놈들이 자신을 죽이고 조직을 통째로 바칠 것이다.

‘그럴 수는 없지.’

그러니 방법을 바꿔야 했다.

드워프가 눈을 뜨자 시끄럽게 떠들던 그의 조직원들이 입을 다물었다.

“연장 챙겨라.”

속마음과는 전혀 다른 말이 보스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우린 세인트를 삼키고 외곽의 지배자가 된다.”

“예! 보스!”

조직원들은 보지 못했지만, 보스의 동공은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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