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작가의 정령 천재-55화 (55/210)

055. 에, 엘프?!

깊고 깊은 숲속.

여럿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다들 느끼셨습니까?”

가장 상석에 앉은 자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혼란스러웠지만, 이 따사로운 기운은 어머니의 나무가 확실합니다.”

그러자 상석에 앉은 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다만…… 불안한 점은 그 따스함이 느껴지기 전에 숲 전체가 불안에 떨었다는 점입니다.”

그들에겐 가장 기쁜 일이 생겼지만, 그 전조가 뭔가 부자연스러웠다.

숲의 축복을 받고 나타나야 할 ‘어머니 나무’가 불안과 함께 나타났다.

“맞습니다. 숲 전체가 동요했습니다. 마을 외곽에 있던 제가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게다가, 이 불안을 다른 이들도 느꼈다. 확실히 착각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상한 점이 또 있습니다. 지금 느껴지는 이 따사로움은 이제 막 태어난 어머니 나무라고 하기엔 너무 강합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의문이 터져 나오자 새로운 의문이 계속해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인간 영역에서 어머니의 나무가 나타난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자신들의 영역이면 몰라도 인간의 영역에서 어머니의 나무가 나타나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의문이 새로운 의문을 낳았다.

모두 입을 다물고, 상석에 있는 이를 바라봤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들도 의사를 결정하는 방법은 인간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선택은 우두머리의 몫이었다.

“수색할 이들을 꾸리겠습니다. 목표는 어머니 나무의 확인. 최대한 빠르고 은밀하게 움직이겠습니다.”

“흐음.”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서로의 영역에 침입하지 않는다.

침입할 시 침입자의 생사는 장담하지 못한다.

이 규칙은 오래전 왕국과 약속한 내용이었다.

“다른 일도 아니고, 어머니의 나무입니다.”

어머니의 나무만 아니었다면, 이들이 자신들의 영토를 벗어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주사위가 던져졌다.

* * *

수색을 맡은 여섯이 숲을 달렸다. 그들은 숲길인데도 마치 평지를 달리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나아갔다.

선두에서 달리던 대장이 팔을 들어 정지 신호를 보냈다.

“이 앞부터는 인간의 영역이다. 지금부터는 속도보다 은밀함에 신경 쓴다.”

뒤에 있던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이 한 말처럼 이들의 이동 속도는 느려졌지만, 이동하는 데 소음조차 발생하지 않았다.

그렇게 자신들의 영역을 벗어나, 인간의 영역에 들어온 순간.

콰드드드득!

바닥에서 나무뿌리가 올라왔다.

대장은 곧장 산개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탁!

조용하던 그들의 발걸음에 힘이 실리고, 순식간에 퍼졌다.

콰드드드득!

한데, 그들이 산개한 만큼 곳곳에서 나무뿌리가 튀어나와 그들의 길을 막았다.

여섯 모두의 발걸음을 막은 것이다. 놀라운 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들의 이동을 돕던 숲이 자신들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속도가 느려지고, 움직임이 둔해졌다.

모두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숲이 자신들을 거부하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자, 그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물러난다!”

하지만, 그 선택은 너무 늦고 말았다.

콰드드드득-.

이젠 그 뿌리가 그들의 퇴로를 막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마법이길래!’

식물을 이용한 마법인 거 같은데, 대체 어떤 마법인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나마 한 가지 확실한 건.

‘최소 대마법사다.’

뿌리가 지금은 그들을 공격하진 않았지만, 만약 저게 공세로 돌아선다면 자신들은 죽을 게 확실했다.

그런 상황인데도, 그들은 항복하지 않았다.

‘항복해도 죽음뿐이다.’

인간에게 잡혀간 이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죽거나, 노예로 팔리거나.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길을 내주마. 다들 도망쳐라.”

누군가는 남아서 길을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늦었다.

콰드드득. 콰드드득.

콰드드득. 콰드드득.

콰드드득. 콰드드득.

그들 앞에 벽이 나타났다.

이 모든 건 장난이었다는 듯.

나무뿌리로 만든 벽이 그들을 감쌌다. 도망칠 곳도, 벗어날 방법도 없어진 것이다.

절망이 내려앉았다.

그때, 뿌리에서 새하얀빛이 뿜어져 나왔다.

‘아. 어머니.’

그들이 싸우고 있던 건, 대마법사가 아니었다.

“어머니 나무께서 우릴 환영하신 거였구나!”

환희에 가까운 그의 말과는 달리.

콰드드드득-!

나무 뿌리는 그들을 묶기 시작했다.

“……어?”

믿을 수 없었다.

어머니의 나무가 자신들을 억압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때 벽이 갈라지고, 한 남자가 등장했다.

“그대들은 누구기에 나의 영지에 침입했는가.”

진이 등장했다.

* * *

진은 엄격‧근엄‧진지하게 등장했지만, 연출일 뿐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굉장히 놀란 상태였다.

‘에, 엘프라며!?’

판타지 엘프를 떠올리면 여리여리한 몸과 아름다운 얼굴, 뾰족한 귀가 떠오른다. 몸에 남아 있는 기억을 살펴봐도 그게 맞았다.

한데, 눈앞에 있는 엘프들의 모습은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귀랑 얼굴은 생각대론데.’

나머지가 문제였다.

우락부락하다 못해 터질 것 같은 근육과 구릿빛 피부만 보면, 이게 엘프인지 사막 부족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역시, 생각대로예요. 이 엘프들도 변화하기 시작했군요.]

진의 생각처럼 이 엘프들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변화?’

[인간과 엘프의 전쟁은 알고 계시는지요?]

‘어. 대충 알고 있어.’

정말 뻔한 이야기였다.

‘인간의 추악한 욕심에 의해 시작된 전쟁이잖아.’

차라리 어느 한쪽이 압도적이었다면 전쟁이 금방 끝났겠지만, 인간이 조금 더 유리할 뿐 비등했다는 게 문제였다.

그 결과 오랫동안 전쟁이 이어지게 되었고, 양측 모두 극심한 피해를 입게 되었다.

[평화 협정을 한 것도 알고 계시나요?]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평화 협정은 정말 어처구니없게 이뤄졌다. 인간은 승리에 가까워졌으나 너무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이대론 이겨도 야만인과 몬스터들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교단이 나섰다.

‘서로의 영토를 침범하지 않는다는 약속 맞지?’

[맞아요. 한데, 진이 모르는 뒷이야기가 있어요.]

‘뒷이야기?’

[교단이 중재했지만, 각 왕국들이 반발했어요. 그들에 손에 들어온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죠.]

진짜 인간답다고 해야 하나.

협상마저 너무 인간다웠다.

[그래서 엘프들의 영토가 야만족과 몬스터를 막는 방벽으로 삼을 수 있게끔 조정됐어요.]

그러고 보면, 이쪽 엘프들도 사막 부족들과 마주하고 있었다.

‘엘프들은 그걸 왜 받아들인 거야?’

[궁지에 몰린 엘프들에겐 선택권이 없었으니까요. 방벽 역할을 하기만 하면 전쟁이 끝나니까요.]

‘그걸 믿었어?’

[교단이 그들을 수호해 준다는 약속이 있었어요. 교단이 아니었다면 엘프는 진즉 멸족을 당했을 거예요.]

교단 덕에 이런 기묘한 균형을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문제는 방벽 역할이 쉽지 않다는 거였어요.]

‘하긴, 쉬울 리가 없지.’

[네. 맞아요. 전쟁은 끝났지만, 끊임없는 전투가 계속 일어나게 된 거예요.]

엘프들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게 힘든 일이었으니 왕국들이 평화 협정을 맺은 것이다.

[그래서 엘프들은 살기 위해 ‘힘’을 추구하기 시작했어요. 그 결과 서서히 정령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몸도 변하기 시작했죠. 눈앞의 엘프들처럼요.]

대충 감이 왔다.

‘이게 문제가 된다는 거야?’

[예. 저들이 저렇게 계속 변화하다가 변화의 끝에 도달한 자들이 나오기 시작해요.]

‘변화의 끝?’

[변화에 끝에 도달한 이들은 스스로를 이렇게 불렀어요. ‘다크엘프’. 새로운 종족이 탄생하게 된 거예요.]

‘그 다크엘프들이 세계 멸망에 한 축이 된다?’

결국, 엘프들이 이 지경이 된 건 인간들 때문이었다.

[정확해요.]

그러니 이 짝퉁 세계수가 필요한 것이다.

엘프를 잡을 정도로 엄청난 위력의 짝퉁 세계수.

이건 ‘지식의 해방’을 대비한 방어용이기도 했지만,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다크엘프가 탄생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지?’

[정확해요. 세계 멸망의 한 축이 사라지게 되는 거예요.]

완벽한 계획이었다.

진은 루나의 대화가 끝난 뒤,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다시 묻지. 그대들은 어찌하여 내 영지에 침입한 것인가.”

여전히 엘프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그들의 처우가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대들은 귀머거리인가?”

진이 그렇게 말하며 손짓하자.

쿠드득.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뿌리에 이끌려 진의 곁으로 다가왔다.

고작해야 뿌리를 움직였을 뿐인 일이었는데, 엘프들에겐 아니었다.

“어떻게?!”

그들이 보기엔 세계수가 진의 말을 듣는 걸로 보였다.

“말을 할 줄 아는군.”

짝퉁 세계수로 그들을 뒤 흔들자, 드디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넌 누구지?”

엘프의 얼굴엔 당혹스러운 감정이 잔뜩 묻어 있었다.

“침입자가 내 땅을 침입해 놓고, 내가 누군지 묻는 것인가?”

“어찌하여 그대가 어머니의 나무와 소통하는 것이냐!”

용의 역린을 건드린 듯 엘프는 발작하듯 소리쳤다.

진의 표정이 찌푸려지자.

쿠득. 쿠득.

마치 나무가 진의 감정을 읽은 것처럼 뿌리가 조여지기 시작했다.

“크으윽.”

그 순간 진의 입이 열렸다.

“그만.”

진의 말과 함께, 뿌리가 다시 느슨해졌다. 완벽히 진의 통제를 받는 ‘세계수’.

뿌리가 느슨해 졌음에도 엘프들의 얼굴은 더욱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그대들은 내 땅에 침입했다. 약속대로라면 그대들은 모조리 내 소유다. 죽이든 살리든 내 마음이지.”

진의 말에 대장은 동요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의 수하들은 아니었다. 몇몇은 죽음을 직감한 듯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난 영주이면서 교단의 소속이기도 하다.”

“교단?”

“과분하게도 예비 성자라 불리고 있다.”

예비 성자란 말에 엘프들의 일그러진 표정이 점점 풀리기 시작했다.

“……그래서인가.”

게다가, 뭔가를 납득한 모양이었다.

“무슨 소리지?”

“어머니의 나무가 어째서 그대를 도왔는지 이제야 알았다는 말이다. 성자라면 가능한 일이지.”

“어머니의 나무?”

진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그들에게 물었다.

“세계수를 말하는 것이다.”

“그대들을 감싸고 있는 나무가 세계수라 생각하는 것인가?”

“아니라고 할 셈이냐!”

마치 부모 욕이라도 들은 것처럼 녀석은 분노에 차 소리쳤다.

“그대들은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군.”

“착각?”

“직접 보여 주는 게 빠르겠지.”

진이 그렇게 말하자, 벽처럼 솟아 올라왔던 뿌리가 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쿠구구궁.

벽이 사라진 곳엔 가마와 아이들이기 대기하고 있었다.

“사막 전사!?”

노바와 아이들을 본 엘프가 소리쳤지만, 진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진은 가마에 올라탔다.

“돌아가자.”

“예. 주인님.”

그런 진의 가마 뒤로, 뿌리에 묶인 엘프들이 줄줄이 따라왔다.

* * *

짝퉁 세계수.

이름만 들으면 앞에 짝퉁이 붙어 이게 괜찮나 싶지만, 겉모습만 보면 진퉁 저리가라였다.

그 크기는 세계수만큼이나 거대했고, 잎사귀와 줄기엔 신성한 빛이 가득했다. 심지어 짝퉁 세계수 근처에만 가도 진짜처럼 포근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아!”

“어머니의 나무시여!”

“이 따듯함! 온기!”

엘프들의 반응만 봐도 짝퉁의 성능은 확실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그대들은 뭘 그렇게 좋아하지? 이게 진짜 세계수라 생각하는 건가?”

진의 싸늘한 목소리에 엘프들은 입을 다물었다.

“불과 얼마 전에 이 숲엔 끔찍한 나무가 태어났다.”

엘프들도 알고 있었다.

숲 전체가 불안에 떨었던 그 기운을 잊을 리 없었다.

“그 나무가 그대들이 기다리던 어머니 나무다.”

“그게 무슨 말이냐!”

대장은 발악하듯 소리쳤지만, 진은 그들에게 되물었다.

“엘프를 감싸고 있던 자연 친화력은 어디로 갔지?”

변화로 인해 그들이 가장 먼저 잃어버린 건 자연 친화력이었다.

“정령은 어째서 더는 그대들과 함께하지 않는 거지?”

자연 친화력이 사라지자 정령이 그들의 부름에 더는 응답하지 않았다.

“그대들은 가장 중요한 것을 버리고 그 자리에 ‘힘’을 채워 넣었다.”

당장 엘프들의 몸만 봐도 그랬다. 호리호리한 몸이 아니었다.

근육질에 우락부락한 몸이었다.

“그대들은 아직도 자신이 ‘엘프’라고 생각하는 건가?”

이미 이들은 변화했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그렇게 변화한 그대들에게 예전과 똑같은 ‘세계수’가 나타날 것이라 생각한 건가?”

엘프가 변화했듯 세계수도 변화했다.

“이 숲에 태어난 끔찍한 나무는 그대들이 만든 것이다.”

진의 말에 엘프들의 눈이 떨렸다.

“다시 이 나무를 봐라. 아직도 이 나무가 ‘어머니의 나무’로 보이나?”

진의 말과 함께 신성한 기운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엔 불길하고 새빨간 기운이 자리했다.

아까처럼 따듯한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맹수를 마주한 것처럼 온몸의 솜털이 곤두섰다.

게다가 그들만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게 아니었다. 숲 전체가 불안에 떠는 게 느껴졌다.

엘프들은 진실을 마주하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나무는 어머니의 나무가 아니었다.

“이 나무는 그대들의 변화가 만들어 낸, 괴물이다.”

엘프들의 얼굴에 절망이 내려앉았다. 마주한 진실은 너무나 차가웠다.

‘혼내는 건 이 정도면 충분해.’

이제는 따듯하게 녀석들을 보듬어 줄 때였다.

“물론. 그대들의 잘못이 아님을 알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그대들은 힘썼을 뿐이지. 이 나무가 태어난 건, 그대들의 잘못이 아니다.”

진의 말과 함께, 불길한 기운을 뿜던 나무가 다시 신성한 빛을 띠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내가 이곳에 오게 된 것이다.”

따듯한 온기가 나무에서 다시 퍼져 나왔다.

“그대들이 만든 괴물이지만, 세계수만큼 찬란한 나무이기도 하다.”

이 나무는 엘프들의 절망이면서 동시에 희망이었다.

“그대들도 알 것이다. 성자에겐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난 비록 ‘예비 성자’일 뿐이지만, 이곳에 오게 된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비 성자란 직책이 설득력을 부여했다.

“내가 이곳으로 오게 되고, 때맞춰 이 나무가 태어났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한데, 그대들을 보니까 알겠군.”

진은 대장으로 보이는 엘프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대들에겐 이 나무가 하는 말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군. 그러니 이 나무가 태어났을 때, 움직이지 않았겠지.”

당연히 들리지 않는다.

나무의 말을 들을 정도의 친화력은 예전에도 드물었는데, 그 정도 친화력을 지닌 이가 지금 남아 있을 리 없었다.

“그러니 그대들은 이 나무를 구하지 않았겠지. 그렇기에 이 나무가 날 선택한 것이다.”

어머니의 나무가 인간을 선택했다.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엘프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순간, 그들을 옥좼던 뿌리가 풀렸다. 엘프들은 깜짝 놀라 진을 바라봤다.

“그대들에게 이 나무가 필요한 건 알고 있다.”

“…….”

대장은 혼란스러운 얼굴로 진을 바라봤다.

“나무 또한 그대들을 도와 달라 말하고 있다.”

“어머니의 나무께서 우리를?”

그 불길한 모습을 보고도, 그는 이 나무를 어머니의 나무라 불렀다.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가라. 가서 오늘 본 것을 모두에게 전해라.”

진은 그렇게 말한 뒤, 경고를 남겼다.

“다음엔 그대들을 방문할 땐 손님으로 맞이할 테니, 이번처럼 침입하지 말도록. 자비는 이번뿐이다.”

어머니의 나무가 지키는 땅에 몰래 숨어들 미친 엘프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인 뒤.

“돌아간다!”

엘프들과 함께 철수했다.

진은 그 모습을 보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

‘진짜 이야기는 윗대가리랑 나눠야지.’

엘프가 언제 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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