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작가의 정령 천재-33화 (33/210)

033. 보상이 쏟아져요

원래라면 늑대인간 쪽의 도움을 받아 흡혈귀 세력을 견제할 생각이었다. 한데, 결과를 열어 보니 흡혈귀 쪽에선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견제가 필요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우선, 이번 일이 벌어지게 된 경위부터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진은 이번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정말 해결이 됐군.”

그는 떨떠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뻘쭘한 상황이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미 일이 해결됐다고 해서, 늑대인간과 만날 필요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 흑마법사가 말했던 ‘지식의 해방’. 이거 들어 본 적이 있는 거 같은데, 어디서 들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

이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저는 이번 일을 처리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이 입을 열자 늑대인간은 말해 보라는 듯 진을 바라봤다.

“흡혈귀에게 누명을 씌운 게 우연인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일이 우연이 아니다?”

“그렇습니다.”

로메른이 준 미래의 정보와 지금까지 수집한 정보를 모으면, 묘한 결과가 나타난다.

“만약, 이 일이 해결되지 않고 시간이 더 흘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진은 로메른이 정리한 자료를 꺼내서 그에게 보여 주며 입을 열었다.

“결론만 말씀드리면, 흡혈귀의 정혈을 연구해 하위 흡혈귀를 만들고, 조종하는 게 이 흑마법사의 연구였습니다.”

만약 이 연구가 성공했다면?

“흡혈귀를 대량으로 만들어 군대처럼 부렸을 수도 있겠군.”

그는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했다.

“그렇습니다.”

그러면 로메른이 말했던 미래에 벌어질 전쟁이 설명된다.

이게 흑마법사 하나 때문에 벌어진 일일까?

이렇게 이 일은 끝난 걸까?

진은 확언할 수 있었다.

절대 아니다.

로메른이 한 번씩 설명해 주는 미래는 혼란과 전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과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전 혼란을 부추기는 이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이 아니라는 거군.”

“예. 전 이게 시작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의 의견은 타당했으며, 상황 또한 명확했다.

“우리가 큰 도움을 받았군.”

그가 말한 우리는 단순히 늑대인간 쪽만을 말한 게 아니었다. 이종족 전체가 진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말이었다.

“아닙니다.”

이럴 땐 겸손하게 대답하는 게 최고였다.

“늑대는 은혜를 잊지 않는다.”

단지 말만 한 게 아니었다.

그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진에게 내밀었다.

“받아라. 이걸 지니고 있으면 늑대들에게 어디서든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대가 다음에 우릴 도와줄 땐 우리도 손을 내밀 수 있겠지.”

그가 내민 건 엄지손가락만 한 이빨이었다. 진은 주는 걸 마다할 성격은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진은 그 이빨을 받아 품 안에 넣었다.

‘늑대인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이빨이라…… 고생한 보람이 있네.’

이건 진의 히든카드가 되어 줄 것이다.

* * *

다음 날.

진은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교단에 들러 교구장님에게 서신을 보낸 뒤, 흑색마탑에 방문했다.

‘고생했으니, 이제 수금해야지.’

흑색마탑 6층 지부장실.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이었는데, 다시 만난 지부장은 10년은 늙어 보였다.

“괜찮으십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괜찮지 않습니다. 그는 뛰어난 흑마법사였고, 열정도 있는 젊은이였습니다. 어째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에 빠졌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심문은 해 보셨습니까?”

“지식은 해방되어야 한다는 말만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이런 상황에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따로 요청할 게 있습니다.”

“사람을 붙여 드리겠습니다. 그가 충분히 요청을 들어줄 겁니다.”

그는 일이 바쁜지 사람을 붙여 주겠다고 했지만, 그건 안 될 일이었다.

[지부장은 돼야 가능한 일이야. 아까 말했던 거 기억하지? 개인 금고 달라 그래.]

지부장은 돼야 진이 원하는 걸 줄 수 있었다.

“흑마법사 ‘로앤’ 님의 개인 금고를 요청합니다.”

흑마법사 로앤이란 말에, 지부장의 분위기가 변했다.

“지금 본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계신 겁니까?”

황당함과 미약한 분노.

꿈의 지배자란 말처럼, 흑마법사들에겐 의미가 있는 사람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이쪽은 로메른이 준비해 준 이야기가 있었다.

“제가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것부터 봐 주시겠습니까? 그분께서 제게 증표로 남겨 주신 겁니다.”

진의 말과 함께 로메른이 허공에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마법진 같기도 하며, 인장 같기도 한 묘한 표식. 그걸 지켜보던 지부장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서, 설마!?”

“꿈에서 로앤이란 분을 만났습니다.”

“그분이 마법에 성공하셨단 말입니까?!”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로메른의 말에 따르면 로앤이 마법을 성공한 건 사실이었다.

문제는 그 마법이 일반적인 마법이 아니란 점이었다.

[그 양반이 사용한 마법은 영혼을 ‘꿈속 세계’에 담는 거였어. 실제로 성공하기도 했고.]

꿈속 세계에 영혼을 담는다.

대체 이딴 짓이 뭔 의미가 있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꿈속에서는 누구나 전능한 존재가 돼. 현실 조작 능력. 이걸 마법적으로 구현하는 게 그 양반 목표였어. 그래서 온전히 영혼을 꿈속에 담아 그 능력을 밝혀내려고 한 거지.]

현실 조작 능력.

그야말로 신의 힘이나 다름없는 능력을 연구하기 위한 위대한 도전이었다.

[그 양반? 중간에 다 때려치우고, 꿈속에서 하렘 차려서 행복하게 살던데? 여기가 천국인데 왜 돌아가냐고 하더라. 하여간 늙은 양반이 주책이라니까.]

물론 그 끝은 위대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진이 원한 건, 그 양반의 개인 금고였다.

“대체 어떤 일이 있으셨길래 그분께서 증표를 건네주신 겁니까?”

“그건 그분과 약속을 해서 자세히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이 아이의 빛 덕에 그분이 꿈의 깊은 어둠에서 나오실 수 있었습니다.”

그는 잠시 고민을 한 뒤 입을 열었다.

“이건 제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상부에 보고하겠습니다.”

“아, 제일 중요한 이야기를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진은 깜빡했다는 듯 천연덕스럽게 입을 열었다.

“로앤 님께서 제게 주신다고 말씀하셨던 건, 그 안에 있는 구슬 하나뿐입니다. 나머지 연구 자료는 흑색마탑에 넘겨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렇습니까!? 이 이야기도 포함해서 곧장 전달하겠습니다.”

반응을 보니 거절 의사가 나올 거 같진 않았다. 이젠 느긋하게 기다리면 끝이었다.

* * *

시간이 좀 걸릴 줄 알았는데, 흑색마탑은 더 빠르게 움직였다.

저녁때쯤, 흑색마탑에서 방문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이렇게 빠르게 진행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도 몰랐습니다. 상부에 보고를 하자마자 곧장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지부장은 그 말을 한 뒤,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그 상자는 딱 보기에도 범상치 않았다.

상자 위로 온갖 마법진이 떡칠되어 있었고, 재질 또한 특이해 보였다.

“열어 볼 기회는 단 한 번뿐입니다.”

지부장의 말에 나선 건 리온이 아닌 로메른이었다.

[걱정하지 마. 내가 탑주 됐을 때 비밀 금고 다 뜯어 봤으니까.]

녀석은 상자에 다가가더니, 오전에 봤던 증표를 상자 위에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상자 위에 그려진 마법진이 반응을 하기 시작하더니.

철컥-!

상자가 열렸다.

“안을 확인해도 되겠습니까?”

진은 질문을 던졌는데 지부장은 대답하지 못했다.

“…….”

너무 놀라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못했다.

“지부장님.”

진이 그를 다시 한 번 부르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예, 예!”

“확인해 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진은 상자 안을 살펴봤다.

[다른 건 다 필요 없어. 이미 내 머릿속에 있는 정보야. 저기 구석에 구슬 보이지? 저것만 챙기면 돼.]

진은 곧장 상자 구석에 있는 주먹만 한 유리구슬을 챙겼다.

“나머지는 흑색마탑에 기증한다고 하셨으니, 손도 대지 않겠습니다.”

그 말에 지부장은 곧장 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연구 자료는 흑마법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아닙니다. 저도 받은 게 있으니 괜찮습니다.”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되나 싶었는데, 지부장의 시선은 진이 챙긴 유리구슬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진이 챙긴 게 뭔지 어지간히 궁금한 모양이었다.

[보여 줘. 애초에 본다고 뭔지 알 수 있는 물건도 아니고, 뺏지도 못하니까.]

빼앗지 못한다?

그 이유가 궁금해 로메른을 바라보니, 녀석이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그 영감탱이 몸뚱이는 살아 있어. 죽은 거 아니야. 그냥 꿈속에서 사는 거지.]

대충 상황 파악이 됐다.

흑색마탑은 대마법사와 진이 약속을 한 거로 알고 있다.

그런데 진의 물건에 손댄다?

그건 대마법사의 물건과 약속에 손댄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이 그런 무모한 짓을 할 리는 없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그래도 되겠습니까?”

“예. 어차피 이곳에서 꺼낸 물건인데, 전혀 상관없습니다.”

진은 그에게 구슬을 건넸다.

그는 유리구슬을 요리조리 살펴봤다.

“그냥 유리구슬인 거 같습니다.”

그 말에 로메른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이걸 알아보면 대마법사지 지부장이나 하고 있겠어?]

진은 지부장에게 사전에 준비된 이야기를 했다.

“이 유리구슬은 꿈을 꾸지 않게 해 주는 물건이라고 들었습니다.”

“꿈을 꾸지 않는 물건이라……. 대체 어떤 원리로 그런 게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한데, 제가 위험한 꿈을 꾼다고 그 구슬을 지니고 자라고 신신당부하시면서, 구슬이 없으면 자신과 만날 테니 혼쭐날 거라고 하셨습니다.”

“역시 꿈과 관련된 물건이었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는 나름대로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잘 봤습니다.”

“아닙니다. 로앤 님의 바람을 이뤄 드린 거 같아서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흑색마탑이 여러모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차후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그래 주면 저야 감사하죠.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끝났다.

* * *

기분 좋게 호텔로 돌아온 진은 빠르게 잠잘 준비를 했다.

방 한쪽에 쌓여 있는 골드와 그 옆에 놓인 늑대인간의 어금니, 마지막으로 유리구슬까지.

‘보기만 해도 든든하네.’

임무 하나 끝냈을 뿐인데, 이 정도면 가끔 한 번씩 임무를 하러 나올 만할 거 같았다.

그런 진의 감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흐뭇한 미소 그만 짓고, 얼른 잘 준비나 해. 이거 써먹어 봐야지.]

로메른이 유리구슬을 들고 소리쳤다.

“알겠어. 그냥 잠만 자면 되는 거지?”

[어.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잠만 자면 돼.]

그건 또 이쪽이 전문이지.

진은 곧장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오늘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여서일까, 누운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순식간에 잠이 들었다.

그렇게 잠이 든 진은 어떤 공간에 도착했다.

“이게 진짜 되네.”

진은 주위를 둘러보고 몸을 확인했다. 마치 현실처럼 느껴지는 공간이었지만, 이곳은 현실이 아니었다.

“이게 꿈이라고?”

이곳은 꿈속 공간이었다.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때, 허공에서 빛이 나더니 로메른이 나타났다.

[걱정을 좀 했는데, 제대로 작동하네.]

“이게 진짜 가능한 거였어?”

로메른에게 이 구슬의 용도를 듣고도 진은 믿지 못했다.

자각몽을 꿀 수 있는 구슬.

[당연히 가능하지. 그것보다 아까 했던 말 기억하지?]

“여기선 내가 신이라던 말?”

[그래. 네 상상력을 대부분 구현할 수 있어.]

당연한 말이었다.

이곳은 진의 꿈속이니 뭐든지 구현할 수 있다.

[뭐, 훈련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논다고 생각해. 여기서 놀면서 구현한 것들이 ‘정령 융합’했을 때 도움이 될 거야.]

애초에 이 구슬의 용도가 무언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에게 이건 일종의 훈련 도구였다.

뭐, 굳이 따지면 훈련보다는 노는 거겠지만 말이다.

“잠깐만!”

그때 머릿속에 한 가지 아이디어가 번쩍였다.

“뭐든지 만들 수 있다고 했지?”

[그래. 뭐든지 만들 수 있어.]

“위험하진 않아? 내가 만든 게 막 날 공격하거나, 내 몸을 뺏거나 그런 건 아니지?”

[당연히 아니지. 애초에 네가 만든 건 네 말을 들을 수밖에 없어. 이 꿈의 지배자는 너니까.]

로메른의 확답을 들으니 안심이 되었다.

“좋아. 그럼 기다려 봐.”

진은 곧장 정신을 집중하고 한 가지를 떠올렸다.

그건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정령사인데 서클과 괴물 같은 몸을 지닌 자기 ‘자신’.

‘여기서 끝이 아니야.’

거기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

‘사막전사’라는 종족 특성을 부여했다.

원래라면 불가능하지만, 꿈속에선 가능하다. 중요한 건 상상력이다.

그러자, 묘한 게 만들어졌다.

진이면서 노바와 비슷한 모습의 한 남자.

[뭐 한 거야?]

“저기에 성령 붙여 줄 수 있어? 저건 ‘나’이면서 ‘사막부족’이기도 하거든.”

[불가능한 건 아닌데 대체 뭐 하려는…… 너 설마!]

로메른도 감을 잡은 것 같았다.

“성령이 훈련 경험을 빼 올 수 있는데 내가 직접 훈련할 필요 없지 않겠어? 저 녀석이랑 정령 융합 할 수 있지? 정령 융합 훈련은 저 친구가 할 거야.”

[와! 이건 게으른 거야, 똑똑한 거야?]

이 아이템은 생각보다 더 대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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