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작가의 정령 천재-25화 (25/210)

025. 이게 성장이지!

늦은 저녁.

[진, 준비 끝났어. 가자.]

방에서 쉬고 있던 진에게 로메른이 찾아왔다.

“오래 걸렸네?”

낮쯤에 비밀 지하실로 내려갔던 로메른이 늦은 저녁이나 돼서야 나타났다.

이렇게 준비가 오래 걸린 건 처음이었다.

[이건 정말 까다로운 작업이야. 시간을 들여서라도 확실하게 준비하는 게 나아.]

로메른의 말대로였다.

이건 타인의 경험을 받아들이는 작업이다. 만약에 문제가 생긴다면 ‘뇌’가 직접 타격을 받는다.

아무리 신성력이 있다고 해도, 뇌까지 완벽하게 회복시켜 줄 수 있을까?

‘불가능하겠지.’

죽진 않겠지만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스멀스멀 불안함이 밀려왔다.

“괜찮은 거 맞지?”

[당연하지.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할까. 오차나 문제가 생겨도 강제로 수정되게 작업해 놨어. 전혀 걱정할 거 없어.]

확고한 로메른의 말투에 스멀스멀 올라오던 불안감이 사라졌다. 그러자 그 뒤에 숨어 있던 기대감이 고개를 들었다.

“가 볼까?”

진은 몸을 일으켰다.

강해지러 갈 시간이다.

[쓸데없이 폼 잡지 말고 빨리 와.]

아 거참, 분위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니까. 진은 미소를 지은 채 로메른의 뒤를 따라갔다.

비밀 지하실엔 금세 도착했다. 언제나 길게 느껴졌던 길이 오늘 유난히 짧게 느껴졌다.

“악령이나 성령이 안 보이네?”

[어. 그것만 없는 게 아니야. 원혼의 씨앗도 잠깐 봉인해 놨어.]

“봉인?”

[중간에 뭐가 난입하면 큰일이야. 불순한 기운은 최대한 배제해야 돼.]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럼 난 어떻게 하면 돼?”

지금 중요한 건 그딴 게 아니었다. 얼른 시작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건 로메른도 마찬가지인지 하던 설명을 그만두고 곧장 입을 열었다.

[따라와.]

로메른이 안내한 곳은 지하실의 중앙쯤으로 보이는 곳이었다.

[여기 앉으면 돼.]

“여기?”

[아니, 조금 더 옆쪽. 어. 거기 앉으면 돼. 몸 틀지 말고 그대로 앉아.]

위치가 중요한 모양인지 녀석은 진이 바닥에 앉을 자리를 자세하게 정해 주었다.

“여기 맞지? 앉는다.”

[어. 앉아 봐.]

진은 녀석이 정해 준 곳에 주저앉았다.

[그대로 가만히 있어. 나머진 내가 해 줄 테니까.]

가만히 있는 일은 진의 전문이었다. 진은 최선을 다해서 가만 앉아 로메른을 관찰했다.

녀석이 한 일은 간단했다.

벽에 빛의 힘을 주입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마법진?’

지하실 벽과 천장, 바닥에서 빛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숨겨져 있던 마법진이 드러났다.

‘이걸 직접 만든 거야?’

지하실 전체에 빼곡한 마법진.

오래 걸릴 만했다. 아니, 오히려 빨리 끝난 편이었다.

‘대체…….’

진이 놀라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 사이, 로메른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빨리빨리 나와!]

몸 안에 있던 성령을 꺼냈다.

그 성령들은 지하실 모서리에 하나씩 자리를 잡았다. 그걸로 모든 준비가 됐는지, 로메른은 진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준비는 끝났어.]

“후우. 아픈 건 아니지?”

[아프진 않을 텐데 정보량이 생각보다 많아서 시간이 꽤 걸릴 거야.]

그거야 상관없었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아이들이 노력한 훈련을 흡수하는 일인데 시간 정도야 상관없었다.

“얼마나 걸려?”

[아무리 늦어도 내일 아침 전에는 끝날 거야.]

“그 정도면 문제 될 건 없겠네.”

[그럼, 바로 시작한다.]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제한 걸어 놨던 것부터 해제해 줄게.]

녀석의 말과 함께 뭔가 달라진 것이 느껴졌다. 온몸에 힘이 넘치고, 모든 감각이 날카로워졌다.

이건 기분 탓이 아니었다.

잘 보이지 않았던 작은 마법진들까지 세세하게 보였다.

“미친.”

제한이 풀린다고 얼마나 달라지나 싶었는데, 이건 내 몸뚱이가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그렇게 몸을 확인하고 있을 때,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아아아.

소리를 낸 건 성령들이었다. 녀석들은 뭔가를 토해 내고 있었다.

질척질척하고 끈적끈적해 보이는 불쾌한 ‘무언가’.

“저거 뭐야!”

원래라면 보이지 말아야 할 것들이 제한이 풀리자 너무 생생하게 보이고 느껴졌다.

진이 깜짝 놀라 소리치자 로메른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성령 내부에 쌓였던 경험과 기억이야.]

꼭 저렇게 만들어야만 했나?

작은 빛이 뿜어져 나와 전달되거나, 뭔가 다른 방법이 있던 거 아닐까?!

그런 진의 생각과는 달리, 성령들이 토해 낸 ‘무언가’가 스멀스멀 진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기괴했고 끔찍했다.

무섭다 못해 두려울 지경이었다.

진은 참다 참다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진짜 누가 흑마법사 아니랄까 봐! 만들어도 꼭 이따위로!”

그런 진의 말에도 로메른은 이런 말만 할 뿐이었다.

[한번 맛보면 그 맛을 잊지 못할 거다.]

잊지 못하겠지.

여러 가지 의미로.

이 생각과 함께, 성령이 토해 낸 무언가가 진을 덮쳤다. 끔찍한 감촉과 함께 기억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반응 보니까 성능은 확실한 거 같네.]

진의 귓가로 로메른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들렸다.

* * *

이른 아침.

노바와 아이들은 몸을 풀기 위해 집 밖으로 나왔다.

“……주인?”

한데, 이 시간엔 절대 깨어 있지 않을 사람이 밖에 나와 있었다.

“아, 노바구나.”

주인은 굉장히 지친 것처럼 보였는데, 이상하게도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이 뭔지 노바가 고민하려고 하는 순간, 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잠깐만 나 도와줄 수 있어?”

“도와줄 수 있다.”

“그럼 내가 몇 가지 보여 줄 테니까 괜찮은지 보고 말해 주면 돼.”

“알겠다.”

“그럼 여기 앉아.”

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제야 노바는 진이 무엇이 달라졌는지 느껴졌다. 주인이 풍기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주인, 변했다.”

노바가 지금까지 지켜본 진은 ‘게으른 척’할 뿐, 절대 게으른 사람이 아니다.

게으른 모습 뒤에서 주인은 모든 일을 조율하고 해결했다. 아이들을 구하는 일만 해도 그랬다. 게으른 자가 그런 일이 가능할까? 아니다.

그런, 주인이 게으름을 내려놓고 본모습을 보였다.

노바는 다른 아이들에게 말했다.

“주인이 드러냈다. 자신을.”

다른 아이들의 시선이 진에게 모였다.

“아직 정확히 감이 안 잡혀서, 이 방향이 맞는지만 봐 주면 돼.”

진은 가볍게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의 눈이 커졌다. 저건 자신들이 수련받는 기본 체술의 자세였다.

진은 가볍게 주먹을 뻗었다.

하지만 그 효과마저 가볍진 않았다.

팡-!

공기를 때리는 소리.

힘이 제대로 실려 있단 증거.

“대충 이런 느낌이구나. 감 오네.”

진은 조용히 중얼거린 뒤, 다시 한 번 주먹을 뻗었다.

팡-!

팡-!

주먹질 몇 번에 자세가 점점 더 정교해진다.

“주인. 나보다 낫다.”

“대단하다.”

“어떻게!”

“저게 재능…….”

노바의 완벽한 통제력.

날파람의 센스.

살바람의 힘의 집중.

용수바람의 집중력.

그 모든 것을 버무리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아이들은 멍하니 진의 모습을 바라봤다.

여기 있는 사람 중 그 누구도 자신의 재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었다.

한데, 눈앞에 진은 그 모든 걸 뛰어넘었다. 그제야 기사단장이나 교구장이 말하던 ‘재능’이 무엇인지 이해가 됐다.

더 놀라운 건, 진의 자세는 주먹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더욱 정교해지고 완벽해졌던 것이다.

……!

이젠 공기를 때리는 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완벽하다.’

진을 보고 있던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대충 감 잡히네. 어때?”

진의 물음에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이걸 뭐라 대답해 줘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안 좋았어?”

노바는 그 말에 화들짝 정신 차렸다.

“아니다. 좋았다.”

“오, 좋았어? 괜찮았나 보네.”

그저 괜찮다는 말로 끝낼 정도가 아니었지만, 진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그 정도면 충분해. 난 들어가 잔다. 훈련 열심히 하고 와.”

그 말을 남기고 진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아이들이 멍하니 진을 바라볼 때, 노바의 얼굴엔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우리 주인이다.”

노바가 어째서 그를 주인이라 칭하는지 아이들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신성한 주술사이며 뛰어난 전사.

그들의 주인은 그런 자였다.

“훈련 간다. 우리도 지지 않는다.”

의욕 가득한 노바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정보 길드에 부탁한 교관들이 도착해서 아이들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각자 특성의 맞는 교육을 받자, 녀석들의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졌다.

‘이러면 보람이 있지.’

꽤 많은 골드가 들어갔지만, 이건 투자였다. 아낄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아이들만 강해지는 게 아니니까.’

아이들이 강해질수록 진도 강해진다. 덕분에 진도 새로운 기술들을 습득할 수 있었다.

“날파람. 이거 이렇게 쏘는 거 맞아?”

“주인 잘 쏜다!”

배우는 데 굉장히 오래 걸린다는 활을 단숨에 다룰 수 있게 되었고.

“살바람. 숨어 다니지 말라니까.”

“……내가 들켰다.”

은신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은신을 꿰뚫어 보는 눈을 얻었다.

은신술의 최고봉 사막 암살자. 그런 살바람을 꿰뚫어 볼 정도니, 암살자한테 죽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들어가는 골드가 생각보다 많았지만, 이 정도 성과라면 투자할 가치는 충분했다.

진이 그렇게 계속 교관 고용을 유지하며 골드를 쏟아부으니, 정보 길드는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이런 제안까지 했다.

“언어를 가르칠 선생은 필요 없으십니까? 저희 쪽에도 사막 출신 아이들이 있는데, 그 아이들을 가르치던 선생입니다.”

“언어 선생 말입니까?”

“예. 언어를 가르치며 이쪽 상식까지 같이 수업하니 저번처럼 귀족의 팔을 잡는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겁니다.”

이건 승낙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눌한 대륙어를 탈출할 때가 됐기도 했고, 상식 교육도 필요했다.

“고용하겠습니다.”

“탁월하신 선택입니다.”

아이들의 수업이 한 가지 추가됐다.

‘뭐 내가 받는 거 아니니까.’

그렇다고 해서 진이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보냈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진이 제일 집중하고 있는 건 체술도, 활도, 은신도 아니었다.

[아이들의 경험 중에 제일 값진 건, 용수바람의 경험이야.]

바로 용수바람의 경험. 자연의 마나를 다루고 통제하는 힘이었다.

[진 네가 자연의 마나를 잘 다루면 다룰수록 내가 더 큰 힘을 낼 수 있어. 너와 나. 둘 모두가 강해질 수 있지.]

이번에도 로메른 선생님께선 방법을 가져오셨다.

[그래서 회귀 전에 내가 설계해 놓은 서클이 하나 있어. 정령사의 재능이 부족하면 절대 못 배우는 서클이라 쓸 일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로메른의 저 말은 칭찬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내 재능이 부족하진 않다는 거지?”

[그래. 용수바람의 경험을 흡수했으니까 충분히 가능할 거야.]

여기까진 이해했다. 다만, 정령사가 서클을 가지고 있다는 건 처음 들어 봤다.

“근데, 정령사가 서클을 만들 수 있는 거야? 서클을 가진 정령사는 들어 본 적이 없는 거 같은데.”

[당연히 없지. 자연의 마나로는 서클을 못 만들어.]

“못 만든다고?”

[어, 못 만들어. 서클은 하나의 탑을 쌓아 가는 과정인데, 자연의 마나는 자유로운 기운이라 서클을 만드는 게 불가능해.]

걱정할 필요 없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건 로메른의 주특기였다.

“넌 가능하다는 거지?”

[당연하지. 지금 너의 재능이라면 난 만들 수 있어.]

“어떻게?”

[뭐, 간단히 설명하면 자연의 마나를 가둘 수 있는 감옥을 만들었어. 지들이 아무리 자유로워 봐야 감옥에 갇히면 끝이지.]

자유로운 자연의 마나를 가두는 감옥. 이렇게만 들으면 이쪽이 완전 악당이었다.

물론 그게 싫다는 건 아니었다.

“감옥? 어디에?”

[네 심장. 그 심장을 뜯어고치면서 감옥으로 만들었어. 내가 말했지? 그냥 치료가 아니라고.]

“내 심장 괜찮은 거 맞지?”

[당연히 괜찮지. 내가 말했잖아. 네 육체는 최고라고.]

그렇다면야 뭐, 나쁠 거 없었다.

“아무튼 자연의 마나를 심장에 가둔다는 거지?”

[그래. 그게 시작이야.]

“시작? 여기서 더 있어?”

[당연하지. 가두는 건 시작이야. 그다음에 서클을 만들어야지. 그때부터는 네 도움이 필요해.]

여기까지만 들어도 벌써 귀찮아지는 기분이었다.

서클이 진짜 필요할까?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근데 서클이 좋은 건 알겠는데, 이게 진짜 필요한 거야?”

[필요해. 반드시.]

사뭇 진지한 녀석의 반응.

이건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서클이 생기면 효율이 향상돼서, 우리 둘 다 더 큰 힘을 쓸 수 있어. 이것만으로도 정말 좋지만, 이건 작은 부분일 뿐이야.]

“다른 이유가 있는 거야?”

녀석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다른 정령 소환했을 때 그 꼰대 놈들이 고집부리면 어떻게 할 거야?]

영웅이란 양반들인데 그럴까 싶었지만, 로메른의 표정은 장난이 아니었다.

“네가 있잖아.”

[한 명은 괜찮아. 근데 둘부터 나도 힘들어. 수에서 밀리면 나도 도와줄 수가 없어.]

맞는 말이었다.

로메른이 얼마나 대단하든 다른 영웅들도 대단한 인물들이다.

[물론, 그 녀석들 나쁜 놈들은 아니야. 하지만 답답한 놈들은 맞아. ‘선(善)’을 위해서라면 그 녀석들은 절대 양보하지 않아.]

“선을 위해서?”

[그래. 그놈의 선을 위해서 쉽게 갈 일도 돌아가고, 단숨에 해결할 일도 기다리고 지켜봐. 옆에서 지켜보면 속 터져. 진짜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니까!]

로메른은 쌓인 게 많은 거 같았다.

[그래서 내가 첫 번째로 돌아올 때 써먹기 위해 이 서클을 준비했어.]

서클이 진짜 필요한 이유.

[서클이 있으면, 정령이 자연의 마나를 가져다 쓰지 못하게 통제할 수 있어. 그게 설령 나라고 해도!]

회귀자 정령들의 통제권을 진에게 준 것이다.

[지금까지 지켜본 넌 답답한 스타일이 아니야. 오히려 나랑 비슷해.]

“그건 맞지.”

로메른의 말에 동의였다.

진은 굳이 돌아가고, 세상의 선과 정의를 위해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무조건 만들어야 돼.]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제대로 해 보자.”

그 뒤로 뭔가 본격적인 수련이 시작되나 했는데,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진은 누워 있고, 로메른은 일했다.

[아오. 진짜 이리로 오라고!]

진의 몸속에 있는 자연의 마나를 심장으로 보내는 데만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끝이다!]

그렇게 2주가 지나고, 드디어 모든 자연의 마나가 진의 심장 안으로 들어왔다.

[아니, 지금부터 시작이구나.]

드디어 진이 일할 차례였다.

“어떻게 하면 돼?”

[네가 할 일은 딱 하나야. 탑의 1층을 만든다고 강렬하게 생각하기만 하면 돼.]

“그거면 충분해?”

[충분해. 사막 주술사의 재능은 과정도 없이 결과를 도출하니까. 물론, 세밀한 서클 설계는 내가 할 테니까 걱정 말고.]

“알겠어. 해 볼게.”

한 가지 생각을 계속 염원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한데, 진은 그리 어려운 느낌이 들지 않았다.

노바, 날파람, 살바람, 용수바람.

넷에게서 얻은 경험은 단순히 재능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끈기와 집중력 그리고 의지까지. 진의 염원에는 그 모든 것들이 담겨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빠르게 되겠는데?]

진의 지원이 기대 이상인지, 로메른도 서클을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다시 2주가 흐르고.

[드디어!]

총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나 드디어 서클이 완성됐다.

심장에 느껴지는 묵직한 기운.

고작 1층을 쌓았는데 이 정도였다. 자연의 마나가 느껴지고, 진의 통제를 완벽하게 따랐다.

게다가, 이 서클은 진만 성장시킨 게 아니었다. 로메른도 서클이 완성되자 함께 성장했다.

아쉽게도 최하급에서 하급으로 등급이 상승한 건 아니었다. 그 대신 로메른은 더 좋은 걸 얻었다.

[기억이 돌아왔다!]

“오. 얼마나?!”

[그리 많지 않아. 대신 진짜 쓸 만한 기억이 하나 떠올랐어.]

녀석은 그렇게 말한 뒤, 곧장 진에게 물었다.

[우리 외출 한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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