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4
58. 마지막 (3)
절대로 부셔지지 않을 것 같은 마기의 벽이, 별의 검과 부딪히며 자잘한 금이 일어났다.
그 모습에 바알의 미간이 좁혀진다.
그러나 아직 세은의 공격은 끝이 아니었다.
별의 검을 이어서 날아오는 빛의 검.
쾅!
별의 검의 일격과 신성 마법의 일격이 같은 장소를 그대로 강타했다.
순식간에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굉음이 터져 나왔다.
사방의 땅바닥이 불규칙적으로 패이고, 사방에 신성력과 마기의 가루가 흩날렸다.
마치 주변의 세상이 부셔져 나가는 것 같은 충돌이다.
별의 검을 감싸고 있던 신성력마저도 그 빛이 사그라졌다.
콰아아아!
해일처럼 올라오는 힘이다.
이번에는 마기의 파도였다.
바알의 막강한 마기가 그 위력을 자랑하며 밀려들어 오고 있었다.
그러나 세은의 빛의 검은 방금 전의 일격으로 끝이 아니었다.
아직도 그의 옆을 유영하는 세 자루의 빛의 검이 남아 있었다.
거기에 아직 오른손에 그대로 들려 있는 달의 검도 보인다.
휘익!
우선은 몸을 회전시켜 별의 검을 다시 앞으로 내질렀다.
회전까지 더한 두 번째 공격이다.
이전보다 더 강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세은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바로 달의 검을 휘둘렀다.
밀려오는 마기의 파도가 한 번에 끝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두 자루의 쌍검이 마기의 파도를 막아내기 위해 움직였다.
쾅― 콰앙!
바알이 만들어낸 마기의 파도에, 별의 검이 먼저 부딪히고, 그 위에 달의 검이 다시 더해진다.
그러나 마기는 정말로 커다란 파도처럼 완전히 부서지지 않았다.
검이 부딪힌 부분을 제외하고는 그대로 밀려들어 온다.
그것이 바로 지금의 바알이다.
상상 그 이상.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바로 끝이 날 수 있는 상황이다.
파아앙!
두 번째 빛의 검이 남은 마기를 막기 위해 날아간다.
마기의 파도와 마주 닿은 빛의 검이 무서운 진동을 발했다.
우드드득!
그리고 바로 세은이 다시 몸을 움직였다.
두 번이나 막혔음에도 성광을 내뿜고 있는 빛의 검보다는 직접 검을 휘두르는 세은이다.
휘익!
그러나 이번의 휘두름은 방금 전과는 그 궤를 달리했다.
“흡!”
다급한 와중에도 빈틈을 찌르는 일격이다.
마기의 파도를 온전히 막는 대신 공격을 하느라 생긴 빈틈을 노린다.
바알의 옆구리에서 세은의 검이 무서운 기세를 발했다.
“감히 어디를!”
콰아아앙!
그러나 바알은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의 반격에 오히려 세은의 몸이 뒤쪽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튕겨 나갔다.
세은의 입에서 진한 핏물이 울컥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런 세은을 따라붙는 바알의 곤봉이 세은의 척추를 으깨버릴 기세로 다가왔다.
텅! 텅! 터엉―!
세은의 곁을 유영하던 두 자루의 빛의 검이 아니었다면 바로 지금 결말이 났을 터였다.
‘내장이…….’
완전히 진탕된 내장에 세은의 호흡이 가빠졌다.
순식간에 빼앗긴 싸움의 흐름이다.
세은의 신형이 계속 뒤쪽으로 밀려났다.
앞에서 몰아쳐오는 곤봉을 막아내지만 도저히 앞으로 나설 수가 없는 상황이다.
바알의 끊이지 않는 공격이 너무나도 강력했다.
도저히 잠시도 호흡을 고를 여유가 없었다.
촤아악!
턱!
공간이 좁아지는가 싶더니, 발뒤꿈치가 벽에 닿았다.
실내 중앙에서, 벽까지 순식간에 밀려온 것이다.
세은과 바알의 충돌 여파에 흙먼지가 가라앉을 줄을 몰랐다.
터엉!
부서지는 신성력 조각과 튀어 오르는 마기가 장관을 이뤄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마치 화려한 불꽃놀이 같은 그림이었다.
흑과 백의 색감이 잘 어우러진 그림 같은 모습이었다.
쉐에엑!
마기의 파편을 헤치고 움직이는 세은의 손에서 달의 검이 앞으로 솟아나갔다.
신성력을 담아서 쏘아내는 기술이다.
일직선을 쇄도하는 신성력이 선봉이 되었다.
“흐아압!”
달의 검이 바로 그 뒤를 따라서 횡으로 휘둘러진다.
그대로 베어내는 공격에, 바알의 곤봉이 마기를 뿜어냈다.
먼저 쏘아진 신성력과 달의 검을 동시에 막아내는 마기다.
또다시 터져 나오는 충격파에 바닥의 타일이 산산조각 나며 허공으로 용솟음쳤다.
파사사사!
비처럼 쏟아지는 돌가루가 시야를 제한했다.
방어를 하느라 멈칫했던 바알의 신형이 다시금 움직임을 시작했다.
구석에 몰린 세은을 향하여 돌진한다.
콰직, 콰직!
얼마나 거세게 달려 나가는지 바알이 지나가는 길은 그대로 움푹 파였다.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바닥이 부셔지는 소리가 들린다.
텅! 터엉! 터어엉!
세은은 더 이상 밀려 나지 않게 벽에 등을 의지하고 바알의 공격을 막아냈다.
검과 곤봉이 부딪히며 순식간에 여러 번의 인사를 교환했다.
둘 모두 조금의 방심이나 자만도 없다.
먼저 틈을 꿰뚫는 쪽이 이기는 것이다.
“크흣!”
그러나 이내 세은의 검이 서서히 밀리는 것이 보였다.
쩌어엉!
결국 바알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계속 밀리게 되는 세은이다.
그러나 이대로 밀릴 수많은 없는 일이다.
달의 검으로 부족하면 별의 검도 있다.
우우우웅!
거기에 또다시 세은의 주변을 유영하는 빛의 검들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파아아앙!
동시에 빛의 검들이 던져지듯 하늘을 날았다.
그리고 목표는 오직 하나.
“어딜!”
콰아아앙!
“신속하게 빠져나가라!”
“조심해서 나가!”
격돌이 일어날 때마다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이 흔들리는 건물이다
그 모습에 헤이런이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제른, 괜찮나?”
“괜찮습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추기경님.”
“그건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말일세.”
제른과 헤이런을 마지막으로 이제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세은과 바알뿐.
그러나 지금 이 둘은 그런 것을 느낄 새도 없었다.
탁!
세은이 벽을 이용해 옆으로 몸을 굴린다.
그리고 곧바로 따라붙는 바알.
그런 바알을 바라보는 세은의 두 눈에 일순간 섬광 같은 빛이 떠올랐다.
우우웅!
묵직한 마기를 이용해서 상대를 몰아붙인다.
바알이 가능하니 물론 세은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세은은 다른 방법을 택했다.
애초에 다른 이를 따라할 필요가 없다.
힘으로 압도하지 못하면 다른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파아아앙!
뺨을 스치며 날아가는 빛의 검 뒤에 신성력을 최대한 끌어 올린다.
공간을 점유하며 모양을 만들어 가는 신성력.
거대한 빛의 방패가 세은의 앞을 단단하게 막아섰다.
쩌어엉!
신성력으로 방패를 만들고, 검을 만든다.
동시에 양손에 든 두 자루의 검을 휘두른다.
누구라도 따라 하기 힘든 엄청난 집중력이다.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을 다 끌어내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세은은 이제야 성물의 진정한 힘을 느낄 수가 있었다.
끊임없는 신성력의 생성이다.
주변의 모든 공기가 성물을 통해 신성력이 되어 세은의 몸으로 물밀 듯이 밀려들어 온다.
가히 메마르지 않는 우물과도 같았다.
퍼내고, 퍼내도 바닥이 보이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아아압!”
빛의 방패로 방어를 펼치는 측면으로, 오른손에 들린 달의 검이 바알의 빈틈을 노린다.
텅! 터어엉!
바알의 두 눈에 처음으로 다급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마법을 시전하고, 곤봉을 휘두르며 빛의 검을 막아냈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세은의 앞은 단단한 빛의 방패가 굳건하게 지키고 있고, 그 방패의 뒤에서 달의 검과 별의 검이 빈틈을 노리고 들어오고 있었다.
세은을 직접 공격할 수가 없으니, 순식간에 실체가 없는 허상과 싸우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쾅!
몸을 돌리며 달의 검을 피해내고, 이어지는 별의 검의 공격을 막아냈다.
쿠르르릉!
몰아치는 충격의 여파가 실내를 미친 듯이 휘돌았다.
당장이라도 천장이 무너질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흥!”
콰아앙!
바알이 콧바람을 한번 내뱉고는 곤봉을 휘둘러 세은이 기대고 서 있는 벽을 부쉈다.
벽에 기대고 있는 세은을 상대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느낀 탓이었다.
쿠구구구구!
가뜩이나 위험하던 천장이, 벽이 부셔지며 완전히 힘을 잃었다.
타앗!
바알이 먼저 땅을 박차고 위로 뛰어 올랐다.
천장이 무너지기 전에 벗어나 밖으로 나서려는 것이다.
그리고 벽에 기대있던 세은이 그 뒤를 따랐다.
텅― 텅― 터엉!
밖으로 나가면서도 쉬지 않고 손속을 교환하는 둘이다.
세은이 다소 밀리기는 하지만, 어느 한쪽도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흘러도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바알의 힘이 더 앞서는 것 같지만, 아주 커다란 차이라고 하기에는 미묘했다.
“밖으로 나왔다!”
“어어! 무너진다! 빨리 뒤로 피해!”
밖으로 피신했던 사람들이 그런 둘을 보며 소리쳤다.
콰르르르르! 콰르르륵!
서서히 무너져 내리던 건물이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졌다.
그러나 이런 난리통에도 세은과 바알의 전투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보는 사람의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드는 놀라운 전투다.
꽈아앙!
이제는 몇 번이나 공방을 주고받았는지도 모른다.
애초에 그런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콰아앙!
바알의 공격을 세은이 피하자, 곤봉이 땅 위에 거대한 균열을 그려냈다.
마치 번개라도 맞은 것 같은 모습이다.
콰앙!
물론 세은의 검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알이 세은의 횡베기를 피하자 뒤로 날아간 신성력이 터져나가며 주변의 건물을 부셨다
“성하가 이기시지 않으면 끝이겠군…….”
누군가 말한 탄식.
그것이 모두의 가슴속에 깊이 박혔다.
이러한 능력을 보이는 바알을 누가 막을 수 있을지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바알이 이기면, 그가 하고자 하는 짓을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것이 자명했다.
콰아아아앙!
한 번의 강렬한 충돌이 생겨났다.
여태까지 주고받던 충격들보다 더 강한 충격.
그리고 그것을 신호로 세은과 바알이 거리를 두고 떨어져 나왔다.
세은의 온몸에는 자잘한 상처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물론 바알 역시 여기저기 성한 곳이 없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성한 곳이 없다 보니, 곳곳에 흐르고 굳어버린 핏자국도 한두 군데가 아니다.
서로가 직접 타격을 준 것은 아니지만, 충돌로 인해 신성력과 마기가 비산하며 긁고 지나간 자국이었다.
하나하나 엄청난 충격을 일으키는 공격을 주고받다 보니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신성력과 마기로 치료를 하면 될 테지만, 둘 다 그럴 여유를 가질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