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0
57. 끝을 향해 (5)
마치 주변을 온통 마기로 밀어버리려는 것처럼, 마법진은 엄청난 힘을 보여줬다.
바싸고는 거기에 자신의 마기를 더해 마법진에 힘을 더했다.
바싸고가 미리 준비해 놓은 마법진에, 새로운 마기까지 더해지자 엄청난 마법이 세은을 노리고 시전이 되었다.
그러나 그에 대항하는 세은이라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세은 역시 신성력을 있는 힘껏 끌어 모아 오른손의 달의 검을 휘둘렀다.
‘여력을 둘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도저히 뒤를 생각할 만한 생각이 들지 않는 마법진의 위력.
우우웅―
세은의 검에도 마찬가지로 엄청난 신성력이 일렁였다.
키아아아아앙―!
“흐아아앗!”
바싸고가 포효하며 온 힘을 쏟아 부었다.
“하압!”
세은 역시 그에 맞서 이를 악물고 마법을 막아냈다.
콰아아앙―!
처음 검을 휘둘렀을 뿐인데 엄청난 굉음이 사방을 흔들었다.
“큭!”
세은은 달의 검을 통해서 전해오는 거대한 충격에 신음을 내뱉었다.
그러나 마법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콰앙― 쾅―!
날아오는 마법에 대항해 검을 휘두를 때마다 굉음이 사방을 가득 채웠다.
거기에 충격이 신체 내부까지 밀려들어 오고 있었다.
“……!”
충격을 입는 것은 세은만이 아니었다.
마법이 튕겨 나오는 반탄력에 마법진에 마기를 불어넣고 있는 바싸고도 충격을 입고 있었다.
반면, 바알은 우선 뒤로 한 걸음 물러나서 상황을 관전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의 양손에는 여전히 곤봉이 굳게 쥐여져 있었다.
어차피 바싸고가 만든 마법진에 간섭을 할 수는 없다.
기다렸다가 만약 세은이 버틴다면, 회복을 하기 전에 바로 공격을 해야 했다.
‘마법진을 부숴야…….’
그런 바알의 모습을 볼 틈도 없이, 세은은 마법을 막는 데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콰과과과쾅―! 콰과쾅!
쏟아지는 마법을 한 번, 한 번 막아낼 때마다 신성력이 소모되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로 세은의 패배였다.
‘충격을 줘서 마법진의 균형을 깨버려야 해.’
우우웅!
그렇게 판단한 세은은 별의 검에 신성력을 가득 담았다.
휘이익―!
그리고는 그대로 신성력을 듬뿍 담고 있는 별의 검을 직선으로 내던졌다.
놀랍게도 별의 검은 신성력을 그대로 머금은 채 정면으로 빠르게 쏘아졌다.
마치 홀리 애로우의 변형 같은 기술.
그러나 검이라는 매개체가 있어 그 위력은 훨씬 강했다.
꽈아앙!
“크허헉!”
마법진에 그대로 부딪혀 충돌을 일으킨 별의 검의 위력에, 바싸고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그리고 그 여파로 신음이 흘러나온다.
마기를 전달하기 위해 마기를 연동하고 있어 그 충격이 그대로 바싸고에게 전달되었다.
‘좋아. 마법이 조금 약해졌다’
바싸고가 커다란 충격을 입는 것과 동시에, 마법의 난사 수가 조금은 줄어들었다.
세은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앞으로 몸을 기울이며 그대로 돌진했다.
그리고는 아직 오른손에 쥐고 있는 달의 검을 횡으로 강하게 휘둘러 베어나갔다.
콰아아앙!
신성력이 실린 달의 검을 정통으로 맞은 마법진이 격렬한 진동을 일으키며 흔들렸다.
그리고 그 충돌의 여파로 마법진의 발동이 순간 멈췄다.
“크윽!”
바싸고는 연속으로 충격의 반동이 온몸에 전달되자 이를 악물고 신음을 흘렸다.
“이 지겨운 놈!”
그리고 마법진이 잠시 멈추는 것과 거의 동시에, 뒤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바알이 다시 앞으로 튀어나왔다.
후우우웅!
이번에 기필코 끝내버리겠다는 집념이 느껴졌다.
세은의 몸이 바알을 막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급하게 움직이는 탓에 온전히 균형을 잡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달의 검이 자신의 급소를 노리고 들어오는 바알의 곤봉을 향해 휘둘러졌다.
“뒈져라!”
“개소리!”
세은과 바알이 거친 고함을 내질렀다.
꽈아아아아아앙!
세은의 달의 검과 바알의 곤봉이 맞부딪쳤다.
두 사람의 신성력과 마기가 거세게 충돌했다.
충돌지점을 중심으로 강력한 폭풍이 몰아쳤다.
바닥의 타일은 가루가 되어 산산이 부셔졌다.
그에 더해 천장의 조명들 역시 빠짐없이 모두 터져나갔다.
파지직―!
“으으윽!”
그리고 바싸고의 마법진 역시 폭풍에 휘말려 그 기능을 상실하기 직전이었다.
“크흑……!”
세은의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이 흘러나왔다.
애초에 균형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알의 곤봉을 막은 것이 실수였다.
제대로 흘려보내지 못한 충격이 그대로 내부를 뒤흔들었다.
그러나 바알 역시 완전히 멀쩡하지는 않았다.
오직 공격에만 신경을 쓴 탓에, 충격파를 온전히 몸으로 받아낸 것이었다.
거기에 이미 그 전에 세은과의 전투로 마기를 상당히 소진했으니, 문제가 생기지 않을 리가 없었다.
“제, 젠장…….”
바알이 완전히 마무리를 하기 위해 다시 앞으로 돌진하려 할 때였다.
바싸고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거의 동시였다.
쾅― 쾅― 콰아앙―!
바싸고의 마법진이 폭발하며 또다시 어마어마한 충격을 주변에 흩뿌렸다.
계속 주입되는 충격을 더 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던 탓이다.
바싸고가 계속 마기를 주입해서 마법진의 폭주를 막아내고자 했지만, 그 역시도 폭발에 휘말리는 순간 집중을 잃고 말았다.
그 결과는 바로 눈앞에 보이는 대로였다.
“흐업!”
“크아악!”
바로 앞에서 마법진이 폭발하자 바알이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고 마법진의 폭발에 휘말렸다.
“크허억……!”
그러나 그건 세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순식간에 폭발에 휘말린 세은은 그대로 뒤로 날아갈 수밖에 없었다.
구우우우웅―
손 쓸 틈 없는 거대한 폭발이 끝나고, 무거운 울림소리가 실내를 가득 채웠다.
치직― 치지직―!
거기에 더해 깨진 조명에서 기괴한 소음이 들려왔다.
동시에 깨진 타일이 그대로 먼지 구름을 일으켰다.
먼지에 덮인 사방이 온통 뿌연 먼지구름 속에 파묻혔다.
그렇게 잠시 흙먼지 속에 인형들이 가려졌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흙먼지가 흩어졌다.
“하하하.?드디어 지겨운 네놈과의 악연을 끊을 수 있게 되는구나.”
흙먼지가 완전히 걷히고 가장 멀쩡하게 서 있는 자는 다름 아닌 바알이었다.
바싸고는 여러 번의 충격을 한 번에 받아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리고 세은 역시 충격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채로 달의 검을 지팡이 삼아 겨우 몸을 세우는 중이었다.
바알은 세은에게 다가가며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까지 우리를 상대한 놈은 네놈이 처음이다. 영광으로 알고 죽어라.”
그러나 검에 몸을 의지하고 있는 세은은 여전히 죽지 않은 입을 자랑했다.
“아아. 자꾸 어디서 개가 짓나??두 명이서 싸워놓고 거의 죽어가면서 말이 많아.?누가 보면 혼자서 아주 쉽게 이긴 줄 알겠어?”
“이이…….”
“응??발끈은 하네? 그래도 아직 자존심은 남아 있나 봐?”
세은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몸으로 계속 도발을 이어나갔다.
“왜? 맞는 말이라서 대답을 못하겠어? 나 참. 지나가던 개들이 비웃겠다. 마왕 둘이서 합공해서 겨우 이겼다고 하면 얼마나 비웃으려나. 어디에 나 죽였다고 자랑이나 할 수 있겠어?”
“흥. 시간이라도 끌어볼 요량으로 잘도 주절거리는군.”
바알은 곤봉을 들고 세은에게 저벅저벅 걸어갔다.
“크윽!”
세은은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
바알을 도발하면서 어느 정도 신성력을 운용하려고 했지만, 몸을 움직이기에는 시간이 턱도 없이 부족했다.
달의 검에 의지해서 일어나려고 해도 몸은 쉽사리 말을 듣지 않았다.
‘움직여라, 움직여.’
그러나 야속한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바알은 그런 세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마무리를 하기 위해 계속 그에게 다가갔다.
“응?”
그리고 바알이 거의 세은에게 다가갔을 때였다.
바알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바알은 세은에게 다가가다가 말고 갑자기 한곳에 시선을 주었다.
무엇을 느꼈는지 바알은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이런, 방해꾼이 또…….”
세은은 바알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약간 환해진 얼굴로 내상을 추슬렀다.
바알은 다시 곤봉을 들고 전투태세를 취했다.?
다그닥― 다그닥―
바알이 전투 준비를 마치기가 무섭게 기마 단기가 실내로 들어왔다.
“성하!”
달려오는 그대로, 속도를 줄이지 않은 제른이 그대로 자신의 무기를 뽑아 들었다.
우우우웅―!
순식간에 검신을 휘감는 신성력.
하얗게 검신을 물들이며 위로 타고 오르던 신성력은, 어느새 넘실거릴 정도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죽어랏!”
제른은 고함을 지르며 앞으로 내달렸다.
그와 동시에 바알 역시 마주 내달렸다.
콰아앙!
그리고 바로 중간에서, 제른과 바알이 무기를 맞대었다.
“크윽?!”
제른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당황에 찬 신음이 흘러나왔다.
예상은 했지만 더욱 강한 바알의 힘.
그러나 온전한 상태가 아닌 터라 겨우겨우 맞상대를 할 수가 있었다.
“하룻강아지 같은 놈이 겁이 없구나!”
단 한 번의 경합에도 확연히 느껴지는 실력 차이에 바알이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제른은 전혀 겁먹지 않고 다시 무기를 들어 바알에게 달려들었다.
콰앙!
“큭!”
단 두 번의 충돌로 제른은 타고 있던 기마와 함께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반격을 잊지는 않았다.
뒤로 밀려나며 신성력이 가득 깃든 검을 그대로 앞으로 찔러나갔다.
바알은 곤봉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쳐 제른의 검을 걷어냈다.
이어서 반대 손에 들린 또 하나의 곤봉을 휘둘러 제른이 타고 있는 기마의 머리를 곤죽으로 만들었다.
콰지직!
“히잉!”
머리가 날아간 말이 단말마를 내지르며 그대로 옆으로 고꾸라졌다.
“젠장할!”
제른은 욕설을 내뱉으며 쓰러지는 기마에서 뛰어내렸다.
쾅!
바닥으로 착지하는 제른을 노리고 바알이 다시 한 번 곤봉을 휘둘렀다.
그러나 바닥을 구르며 회피한 제른덕분에, 곤봉은 아무것도 없는 애꿎은 바닥만 내리치고 말았다.
“쥐새끼처럼 잘도 피하는구나!”
바알은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제른을 몰아 붙였다.
제른은 바알의 흉흉한 기세에게 반격은커녕 피하기에 급급했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나 무지막지하게 강할 줄이야’
제른의 얼굴에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괜히 바알, 바알 하는 것이 아니다.
“크하하하! 어디까지 피할 수 있을까!”
계속해서 바닥을 구르는 제른의 모습에 바알이 광소를 터트렸다.
툭!
“제길…….”
바닥을 굴러서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제른은 자신의 어깨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벽의 감촉에 욕설을 내뱉었다.
“이제 죽어라.”
바알이 오만한 표정으로 그런 제른을 내려다보며 곤봉을 위로 한껏 치켜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