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교황이다-217화 (217/225)

# 217

57. 끝을 향해 (2)

그 경이로운 모습 덕분에 마족들은 빠르게 혼란에 휩싸였다.

세은은 보티스의 심장에서 별의 검을 회수해, 마족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지휘관을 잃은 마족들은 제대로 대응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서걱―

“켁!”

몇몇 용기 있는 마족들이 반격을 시도했지만, 세은의 손짓 한 번에 정확히 한 명의 마족이 쓰러졌다.

기습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세은의 검이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마족 하나가 생을 마감했다.

“막아라!?제대로 대응해!”

남은 마족들이 황급히 모여서 세은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지지 않고, 한곳에 모여서 세은의 공격에 대응하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세은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런 마족들의 사이로 거침없이 달려들었다.

신성력을 남용할 일도 없었다.

촤아악―!

“끅!”

“커억!”

“끄허억!”

마족들의 저항은 허무하게 무너지고, 세은은 식은 죽을 먹는 것처럼 가볍게 마족들을 정리했다.

전의를 잃은 마족들이 등을 돌리는 경우에는 한 번에 두세 마리씩 처치하기도 했다.

마족들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망설임 없이 자신들의 목숨을 거두는 세은이 마족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세은은 이렇게 혼란에 빠진 마족들을 깔끔하게 모두 정리하는 데 성공했다.

휘익―

“후우. 몰려오기 시작하는군.”

세은이 검을 휘둘러 검신에 묻은 피를 털어내기가 무섭게, 소란을 들은 적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적을 사살해라!”

전방에서 내일의 출전을 위해 대기하던 병력들이 노도처럼 밀려들기 시작했다.

이를 본 세은이 다시 양손에 검을 꽉 쥐었다.

“생각보다는 적네.”

타닷―

세은은 선두에서 달려드는 적군을 향해 뛰어들었다.

아직까지는 조무래기들만이 나오고 있는 것 같았다.

“적은 한 명뿐이다!”

“조심해라! 보티스님이 당하셨다!”

보티스가 당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숫자를 믿은 마족들이 세은을 향해 밀려들었다.

우우우웅!?

그러나 세은의 검에서 신성력이 분수처럼 솟아나는 순간, 마족들의 몸이 동시에 멈칫했다.

“헉!”

“시, 신성력이다!”

적들은 앞에서 느껴지는 강대한 신성력에 비로소 당황했다.

눈앞에서 느껴지는 신성력의 느낌에 방금 전까지의 패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앗!”

세은은 기합을 지르며 적들을 향해 뛰어 들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뒤 검을 크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서걱!

“끄아아악!”

“사,?살려줘!”

“바싸고님에게 알려!”

세은의 공격에 적들이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었다.

방금 전에 보티스와 마족을 상대할 때보다 더 빠른 속도.

수준이 낮으니 마치 가을철에 벼를 추수하듯이 우수수 썰어버릴 수가 있었다.

세은의 공격을 한 번이라도 막을 수 있는 적들이 없었다.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적들의 몸이 마치 종이인형처럼 가볍게 잘렸다.

세은은 검에 걸리는 대로 적들을 죽이며 전진했다.?

주변은 순식간에 마족들과 마물들의 시체로 가득 찼다.

한 번,?두 번,?세 번.

세은이 검을 휘두르는 숫자가 늘어날 때마다, 적들의 생명이 꺼졌다.

이대로 잠시 후면, 모든 적들이 전멸할 것이 분명했다.

“응?”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열심히 적들을 참살하던 세은이 문득 동작을 멈추었다.

동시에 그의 얼굴 표정이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멀쩡한데?’

바알과 바싸고의 기운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이렇게까지 분명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존재를 어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느껴지는 힘은, 부상을 입었다고 하기에는 너무 멀쩡했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거의 다 회복을 했네.”

서걱―

세은은 굳은 표정으로 쉬지 않고 검을 휘둘러 주변의 남은 마족들을 모두 베었다.

어차피 끝까지 들키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바알이 아직 회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멀쩡하게 느껴지는 바알의 기운.

두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자신들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것이 미심쩍었다.

이들이 아무 준비 없이 세은을 자극할 리는 없을 터.?

아무리 두려울 것이 없다지만, 함정은 사양하고 싶었다.

‘아예 밖에서 천벌을 날려 버릴까?’

잠시 고민하던 세은이었지만, 이내 그 생각은 접었다.?

만약 바알과 바싸고가 저 안에 있는 것도 함정이라면, 괜히 신성력을 대량으로 낭비하게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절대로 피해야만 했다.

조금 번거로워도, 역시 몸으로 뛰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었다.

“휴우.”

세은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선택권이 없으니 가야지.”

* * *

“무슨 일이지?”

난데없이 느껴지는 신성력에 바싸고가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곳은 자신이 처음 지구로 넘어왔을 때부터 공을 들였던 장소였다.

신성력이 느껴질 리가 없고, 느껴져서도 안 되는 곳이었다.

그러나 한번 느껴진 신성력은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강렬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시렌.”

순식간에 보티스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바싸고가 아는 한 이런 일을 벌일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었다.

탓!

빠르게 자리를 박찬 바싸고는 바알을 찾아갔다.

“큰일……!”

“호들갑 떨지 마라.”

바싸고가 바알에게 채 한 단어를 다 말하기도 전, 바알이 그의 말을 막았다.

“도저히 예상대로 되는 일이 없군. 마지막 시련답다.”

생각보다는 더욱 담담한 표정으로 바알이 말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바싸고가 그런 바알에게 물었다.

선택지는 두 개였다.

잠시 몸을 피하거나, 아니면 예전에 준비해 놓은 안배들을 사용해서 맞서 싸우거나.

“더 이상 신에게 도망이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바알의 선택은 당연히 결전이었다.

부상에서 회복한 바알은, 자신의 힘이 더 강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만든 마기지만, 정말로 놀라운 힘.

거기에 바싸고가 부상을 입었을 때 만약을 위해 안배해 놓은 것들이라면, 충분히 신의 개도 상대할 수가 있었다.

“가지, 우리의 마지막 시련을 맞이하러.”

“예.”

바알이 정했으니 따르면 된다.

바싸고는 바알의 말에 대답하고는 그를 따라 이동했다.

“그럼 준비한 것을 사용할까요?”

“그러지.”

세은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장내를 정리하고 있었다.?

더 넓은 곳을 공략한 병력들이 순식간에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바싸고의 눈에 아까운 표정이 어렸다.

“아까워하지 마라.”

그런 바싸고의 기색을 눈치챈 바알이 말했다.

“어차피 시렌만 없으면, 우리를 막을 자들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기는 합니다.”

바알의 말에 바싸고의 표정이 조금 펴졌다.?

“손님을 준비는 되었겠지?”

“물론입니다.”

키이이잉―

바싸고의 시원시원한 대답과 동시에, 바알이 마기를 뿜어내 세은을 부르기 시작했다.

바알이 먼저 시작하자, 바싸고가 그런 바알을 따라 마기를 발출했다.

휙―

둘의 마기를 느낀 세은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이리로 오는군.”

그리고 장내를 빠르게 정리한 세은이, 이곳을 향해 오는 것이 보였다.

“정말 오만한 놈입니다. 저와 바알님이 있는 것을 알고도 피하지 않고 오다니.”

세은의 행동에 내심 자존심이 상한 바싸고가 말했다.

“장소까지 우리에게 선택권을 주는 대담한, 적이지만 대단하긴 하지. 그러나 결국 최후에 웃는 것은 우리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끝을 본다.”

“예.”

터벅. 터벅.

세은을 이리로 부른 바알과 바싸고는 준비된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세은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이곳입니다.”

바싸고가 이런저런 안배를 해놓은 장소에 도달하자, 둘의 걸음이 멈췄다.

* * *

잠시 기다리자 세은은 금세 두 마왕의 앞에 나타났다.

“요즘 왜 이렇게 자주 봐. 이러다가 정들겠다. 그치?”

“여전히 입은 살아 있군.”

바알이 말했다.

세은은 그런 바알의 말에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살아있는데 입만 죽을 수는 없잖아? 그나저나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물어봐도 되려나?”

“물어 보거라.”

“크으. 이거 참 자비로우시네.?다른 건 아니고, 바싸고가 이리로 넘어올 때부터 둘이 한패였었나? 해서 말이야. 지구 정복이 신이 되겠다는 이 미친 계획의 일환인가.”

“맞다. 바싸고는 처음부터 나와 함께하던 부하였지.”

“어휴. 어쩐지 되도 않게 자꾸 마왕들이 손을 잡더라니. 되지도 않는 헛된 꿈을 꾸고 있었네.”?

“헛된 꿈인지 아닌지는 보여줄 수가 없어서 아쉽군.”?

바알이 말을 이었다.

“네놈은 대업이 이뤄지는 것을 보지 못하고 여기서 눈을 감을 테니까 말이다.”

“글쎄?”

바알의 말에 세은이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고 대답했다.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은데? 왜냐면 여기서 네놈들이 죽을 거거든.”?

“크하하하하!”

세은의 도발에 바알이 목청껏 껄껄 웃어젖혔다.

꽈악!

바알은 양손에 자신의 곤봉들을 꺼내들었다. 바싸고 역시 언제든지 전투에 들어갈 태세를 마쳤다.

“더 이상 말은 필요 없겠지.”

“당연하지.”

그리고 그런 바알과 바싸고를 상대하는 세은도 다시 전투태세를 갖췄다.

탓―

“하앗!”

콰아앙!

순식간에 세은의 검과 바알의 곤봉이 충돌했다.

전투의 장소로 정해진 곳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다.

쾅― 콰앙―!

세은과 바알이 뒤얽힐 때마다,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폭음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어지간한 자들은 당장이라도 고막이 파열될 만한 충돌음.

“흐아압!”

세은은 기합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바알 역시 있는 힘껏 곤봉을 휘두르며 그런 세은에게 맞섰다.

키이잉―

그리고 그 사이를 노리고 바싸고의 마법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꽈아아앙!

그러나 바싸고의 마법은 미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손에서 맴돌았다.

세은의 달의 검과, 바알의 아이무르가 부딪힌 여파로 인해 돌풍이 불어 흙먼지가 가득 일어났다.

바알은 재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흙먼지에서 벗어났다. 바알이 빠져나오자마자 연이어 바싸고가 미리 준비된 마법을 난사했다.

화르르륵!

바싸고의 마법이 흙먼지를 파고들며 세은을 향해 날아갔다.

우우웅―

자신에게 마법이 날아오는 것을 느낀 세은은 신성력을 가득 품은, 별의 검을 들어 마법을 마주했다.

퍼어엉!

세은이 휘두른 별의 검에 바싸고의 마법이 막혔다.

휘익― 쉐에엑!

그리고는 잠시의 틈도 없이 한 번 더 검을 휘둘러 신성력을 바싸고에게로 쏘아냈다.

“큭!”

예상치 못한 반격에 바싸고가 허리를 숙이며 신성력을 피해냈다.

순간적으로 보이는 빈틈.

탓!

그러나 그런 빈틈을 노릴 새도 없이, 바알이 다시 세은을 향해 돌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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