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교황이다-210화 (210/225)

# 210

55. 다시 지구로 (6)

“충분히 설명이 된 것 같습니다.”

“같은 생각입니다.”

사노가 충분히 자세하게 질문을 던진 덕분에, 다른 이들은 물어볼 것이 없었다.

미리 필요한 질문을 준비한 사노가 정확히 핵심만 골라서 질문한 덕분이었다.

거기에 이지호가 던진 질문도 정확히 핵심을 꿰뚫고 있었다.

“그럼 각성자가 아닌 전력을 어떻게 운용할지가 중요하겠군요.”

이지호가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만약 전선에 변화가 생긴다면, 이지호의 말대로 현재 전선을 유지하고 있는 일반 병력들의 운용 방법도 중요했다.

“그 얘기는 헤이런이 가고 나서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지호의 말에 사노가 대답했다.

헤이런이 있을 때 얘기를 해도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관련자만 있을 때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었다.

또 사람을 불러 놓고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앞에 두고 회의를 진행하는 것도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아, 제가 마음이 조금 급했습니다.”

“아닙니다.”

“허허. 그럼 더 이상 궁금한 것은 없습니까?”

이지호와 사노의 대화를 듣고 있던 헤이런이 물었다.

그의 말에 사노가 다시 한 번 확인을 하는 뜻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끄덕.

사노와 눈이 마주친 모두가 작게 고개를 끄덕여 의사를 표현했다.

“예. 아! 그럼 다른 것에 대해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것이 더 궁금하십니까?”

“일반 병력으로 양동 작전을 펼치면 진격하시는 데 더 도움이 되시겠습니까?”

“으음……”

사노의 말에 헤이런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현재 점령당한 지역을 미리 수복해서 정리하는 일은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아, 그러면 되겠습니다. 혹시나 남아 있는 위험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예. 맞습니다. 하급 마물 한두 마리라도 일반 사람들에게는 재앙과 마찬가지니까요.”

“그러면 되겠습니다. 좋은 의견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허허. 좋은 의견이라니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제가 말하지 않았어도 이 자리에 있는 다른 분이 같은 결론을 내렸을 겁니다.”

“겸손하십니다.”

사노의 말에 헤이런이 겸연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 제가 도와드릴 일은 더 없습니까?”

헤이런의 말에 사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먼 길 오시게 했는데 벌써 끝나서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사노가 매우 죄송한 표정을 지으며 헤이런에게 말했다.

그러나 헤이런은 여전히 싱긋 웃음을 지으며 그런 사노의 말을 받았다.

“허허. 아닙니다. 성하에 대한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지요. 당장 지금의 질문이 병력을 운용하는 데 아주 중요한 정보로 쓰일 것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됐습니다.”

대화를 마친 헤이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아!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사노가 자리에서 일어난 헤이런을 붙잡으며 자신의 보좌를 불렀다.

똑똑―

“부르셨습니까?”

사노의 호출을 받고 그의 보좌가 가벼운 노크와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사노는 고개를 끄덕이며 보좌에게 임무를 하달했다.

“이번에 도가 도착하는 장소로 헤이런을 안내하게. 이제 얼마 뒤에 도착하지?”

“예상 시간은 6시간 뒤, 자세한 사항은 10분 단위로 보고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 특이사항이 발생하면 지체 말고 보고하게.”

“예!”

보좌와 간단하게 대화를 나눈 사노가 헤이런에게 말했다.

“이곳까지 오셨는데 그냥 가실 수야 없지요. 단순히 이런 질의 때문에 모신 것은 아닙니다.”

“허허. 아무래도 제가 해야 할 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입니다.”

눈치 빠른 헤이런의 말에 사노가 대답했다.

“방금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도와 함께 움직이시려면, 아무래도 지금 만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저희도 상부에 건의를 해야 하는 시간도 필요하고요.”

“저야 성하를 바로 뵈면 좋습니다.”

“갑작스러운 말을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괜찮습니다.”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헤이런은 실내의 다른 이들에게도 인사를 나누고는 사노의 보좌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탁―!

헤이런과 사노의 보좌가 나가고, 다시 회의장에는 평소에 모이던 사람들만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남자마자 여태까지 꾹 닫혀 있던 다른 이들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사노! 이게 무슨 일입니까. 너무 빨리 움직여서 상황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이고르가 살짝 책망을 담아 사노에게 말했다.

돌려 말하기는 했지만, 직역하면 왜 우리에게 말도 없이 네 마음대로 일을 진행하냐는 말이었다.

거기에는 계속 우리와 협력을 유지하고 싶으면 제대로 설명을 하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제부터 자세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런 이고르의 수사를 알아들은 사노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일단 사전 설명이 미흡한 점 사과합니다. 사전에 알릴 시간도 없이 이렇게 여러분에 부르게 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당연히 그럴 만한 이유 때문이겠지요?”

“당연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제가 이렇게 움직일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생각은 합니다만…… 혹시 그런 이유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하하.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에 대해서 이해를 합니다.”

“그럼 이제 그 이유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

이고르가 불쾌한 감정을 여과 없이 전달했다.

아무리 그동안 서로 협력을 하며 관계가 돈독해 졌다고는 해도, 엄연히 지켜야 할 선이 있었다.

특히 각자 소속된 국가가 다른 상황에서는, 작은 불신이 큰 분란을 만들어낼 수가 있었다.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는 경험이 풍부한 사노가 이렇게 행동을 하니 더욱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건 이 자리에 있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우선 사노가 하려는 말을 들어볼 생각들이 있었다.

“지금 저희의 전력만으로 공격하자는 의견이 있었던 것은 기억하고 계시겠지요?”

사노가 물었다.

“당연합니다. 고작 얼마 전의 일인데 설마 모르겠습니까.”

장위건이 사노의 말에 대답했다.

그의 대답을 들은 사노가 시선은 장위건에게로 돌려 말을 이어 나갔다.

“그쪽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말 돌리지 말고 바로 말해 주십시오. 사노.”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는 사노의 태도에 이고르가 다시 한 번 재촉했다.

천천히 말하는 것도 상황에 맞춰서 해야지, 지금은 그럴 상황이 전혀 아니다.

지금은 이 자리에 뿌려지려고 하는 작은 불신의 씨앗을 빨리 걷어내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이고르의 재촉에 사노가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저희에게 집중된 권한과 힘이 강해지다 보니, 견제하는 이들이 생기는 건 다들 아실 겁니다. 그들이 이번에 결국 일을 벌였습니다.”

“일을 벌였다는 것은 설마…….”

“예. 바로 그 설마입니다.”

사노의 말에 이지호가 깜짝 놀라 말했다.

“일반 병사들만으로 진격을 한다는 말입니까.”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지호의 질문 이후 모두의 시선이 사노의 입으로 향했다.

그리고 찰나의 정적이 끝나고, 이윽고 사노의 입이 열렸다.

“예.”

?

* * *

세은은 마물의 여러 가지 특성과 약점을 알려주었다.

다행히도 세은이 이렇게 알려준 덕분에, 마물을 상대로 수련을 하던 인원들은 더욱 자신감을 얻을 수가 있었다.

단순히 급소 하나만 알고 실전에 대비하는 것보다는, 여러 가지 약점을 알고 수련에 임하는 것이 훨씬 큰 도움이 된다.

적을 처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가짐에서도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적의 많은 약점을 알고, 상대해 봤다는 자신감, 여유로움.

당연히 실전에서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더욱 빠르고, 피해를 적게 입으며 마물들을 상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 이동할 시간이입니다. 미스터 도.”

세은이 그렇게 다른 각성자들의 수련을 도와주고,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지부장이 다시 수련장에 나타나 세은에게 이제 이동할 시간이라는 것을 알렸다.

자신의 지부의 부하들을 위해 남는 시간 동안 지도를 부탁했던 장본인인 만큼, 세은이 떠나야 하자 매우 아쉬운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아, 이제 출발하면 됩니까.”

“그렇습니다. 비상사태이니만큼 최단 거리로 가시게 됩니다. 이미 다른 국가들과의 공조를 마쳤습니다.”

지부장의 말에 세은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건 좋네요.”

“전례 없던 위급 상황이니까요.”

“지부장의 도움에 감사를 드립니다. 저를 알아보셔서 다행이군요.”

“오히려 저희 지부로 찾아와 주셔서 영광입니다.”

“하하. 너무 띄어주셔서 부끄럽습니다.”

세은이 겸손하게 대답하며 지부장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여태까지 알아낸 바로는, 지구는 아직 멀쩡해 보였다.

유럽이 점령당하기는 했지만, 그건 바싸고의 본거지가 유럽에 있으니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사람들이 대응을 잘해서 유럽을 넘어오지 않은 것이다.

세은은 자신이 타고 갈 비행기가 있는 곳으로 도착했다.

빠른 이동을 위해 커다란 수송기가 오다 보니, 상당히 커다란 활주로로 나가야만 했다.

“도!”

비행기를 지키고 있던 각성자 중 하나가 세은을 보고 반갑게 소리쳤다.

“앗. 오랜만이야.”

아프리카에서 세은과 고생했던 각성자 중 하나였다.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살짝 흥분한 각성자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세은의 능력을 직접 느낀 각성자는, 정말로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동안 어디에 계셨던 겁니까?”

“아아. 일이 있어서, 잘 살아 있었네?”

“그렇죠. 운이 좋았습니다.”

“운도 실력이지.”

“하하하.”

세은의 칭찬에 각성자가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얘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출발하지.”

“아! 알겠습니다. 제가 잠시 실수했습니다.”

“실수라고 할 것까지야.”

세은은 각성자의 안내를 받아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지부장과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눴다.

“지부장님의 도움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모쪼록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운이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지부장과 인사를 마친 세은은 비행기 안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비행기에 세은과, 그를 맞이하기 위해 찾아온 각성자 몇 명만이 타고 있었다.

“휘유. 오랜만에 타는 비행기네.”

“아무 자리에나 앉으시면 됩니다.”

“그럼 근처로 다 모여 봐. 가는 동안 현재 상황에 대해 더 정확히 좀 들을 필요성이 있으니까 말이야.”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은 세은이 각성자에게 말했다.

“어느 것이 궁금하십니까?”

“전부 다.”

“전부 다라고 하시면?”

“내가 없는 동안 일어났던 모든 일들 전부.”

압도적으로 끌고 나가던 실력자가 사라지면, 비슷비슷한 이들끼리는 분란이 생기는 것이 당연했다.

사실 굳이 그런 일을 몰라도, 이번에는 지체하지 않고 치고 나갈 생각이다. 그러나 알고 있다고 손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비행기가 아무리 최단 거리로 간다고 해도, 그 정도 들을 시간은 충분했다.

의미 없이 시간을 죽이는 것보다는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더 유용한 일이었다.

“범위가 조금 넓습니다…….”

“그냥 처음부터 다 말해. 듣다가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정보는 내가 알아서 넘길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도가 사라진 다음의 전투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래.”

“도가 사라진 다음에 말입니다…….”

각성자는 입을 열고 처음부터 있었던 일을 세은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슈우우욱―

그리고 그들을 태운 비행기는, 하늘을 가르며 목적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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