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교황이다-155화 (155/225)

# 155

43. 드워프(1)

휙―!

카밀크가 급히 고개를 돌려 멘티스의 모습을 확인했다.

끼이이―!

첫 공격이 실패한 멘티스는 더욱더 크게 흉성을 내지르며 양쪽으로 갈라진 드워프들을 두리번거렸다.

“으아…….”

그리고 멘티스의 선택은 바로 겁에 질린 표정이 역력한 라크밀.

포식자답게 본능적으로 더 약한 먹잇감을 목표물로 삼은 것이었다.

“라크밀!”

잔뜩 굳어버린 동료 라크밀의 모습에 카밀크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이미 자신을 노려보던 멘티스의 툭 튀어나온 눈에 압도당한 라크밀은 도통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아압!”

라크밀을 돕기 위해 카밀크가 일부러 기합을 내지르며 멘티스의 뒤를 공격했다.

캉!

멘티스는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팔을 휘둘러 카밀크의 도끼질을 막아냈다.

마치 금속이 부딪히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큭!”

덩치에 걸맞게 상당한 힘을 지니고 있는 멘티스의 방어에 카밀크의 팔이 조금 뒤로 밀렸다.

멘티스와 카밀크의 공방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라크밀이 겨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허리춤에 차고 있던 도끼를 꺼내어 들고 그대로 멘티스에게 돌진했다.

“으아아아!”

라크밀의 외침은 기합이라기보다는 비명에 가까웠다.

적어도 굳으려는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역할은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정도.

멘티스가 앞뒤로 쏟아지는 공격에 순간 당황하는 것처럼 보였다.

푸드득―

“으악!”

“젠장!”

이내 날개를 펴서 하늘로 날아오른 멘티스는 오연하게 공중에서 두 마리의 먹잇감을 내려다보았다.

가뜩이나 신장이 짧은 드워프로서는 공중에 떠 있던 멘티스를 공략할 방법이 전무.

“어, 어쩌지?”

“일단 나무 사이로 숨어!”

당황한 라크밀을 끌고 카밀크는 나무 사이로 후퇴했다.

적어도 아무것도 없는 너른 장소에서 대치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옳은 선택.

그러나 멘티스가 등을 보인 먹잇감들을 순순히 보내줄 리가 없었다.

푸다다닥―

“으아아아! 쫓아온다!”

“더 빨리 뛰어!”

멘티스의 양팔이 해를 받아 반짝거렸다.

등 뒤에서도 느껴지는 반짝거림에 라크밀이 쉬지 않고 비명을 지르며 달렸다.

끼이!

“라크밀! 엎드려!”

갑자기 카밀크가 소리치자 라밀크는 상황을 파악할 시간도 없이 급히 바닥에 엎어졌다.

그 직후.

멘티스의 날카로운 팔이 그의 머리 위를 가르고 지나갔다.

카밀크의 도움으로 멘티스의 공격을 피했지만, 엎드린 이유로 뒤이어 날아오는 공격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

결국 또다시 카밀크가 라밀크를 도울 수밖에 없었다.

터엉―!

“키에엑!”

하찮은 먹잇감들의 계속되는 반항에 멘티스가 커다란 흉성을 터트렸다.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것들이 자꾸 반항을 하니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차라리 처음 잡은 먹이를 다 먹고 왔으면 모를까, 먹다가 사냥을 하려니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푸드덕!

멘티스가 또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겁에 질린 먹이보다, 더 강하게 반항하는 먹이를 먼저 잡을 생각이었다.

어느 정도의 지능이 있는 마물인 만큼 최소한의 상황 판단을 할 수는 있었다.

“키엑!”

꿀꺽.

멘티스의 표적이 확실하게 자신이 되었다는 걸 느낀 카밀크의 목울대가 크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당당하게 도끼를 들고 멘티스와 마주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로서도 당연히 두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어차피 도망은 칠 수 없었다.

지금 도망친다면 자신과 라크밀, 둘 중 하나는 멘티스에게 잡힐 것이 뻔하다.

그리고 그 대상은 겁에 질린 라크밀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차마 뻔히 보이는 결과를 확률이라고 위안하면서 친구를 버릴 수 없었다.

‘어쩌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세은이 고민에 빠졌다.

멘티스가 상급 마물이기는 하지만, 드워프 둘의 도움이 있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

드워프들의 도끼와는 달리 세은의 공격은 멘티스의 팔을 찢어발길 수 있을 만한 위력이 있으니까.

그러나 문제는 멘티스를 잡는 것이 아니었다.

드워프들은 엄연히 마계의 주민.

자신을 보고 어떻게 반응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상대가 인간이 아니라 더 냉정하게 자신을 위해 계산을 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케에엑!”

세은이 고민에 잠긴 사이 또다시 멘티스의 흉성이 고막을 때렸다.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돌아간 세은의 시야에 멘티스가 들어왔다.

멘티스는 공중에서 낙하하며 카밀크에게 무섭게 돌진했다.

쾅―!

“크으윽!”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

비교도 안 되는 충격에 멘티스와 부딪힌 카밀크의 몸이 뒤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카밀크!”

친구의 처참한 모습에 라크밀이 애타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몇 바퀴나 뒤로 구른 카밀크는 쉽게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이이이…….”

빠르게 카밀크에게 접근하는 멘티스의 모습에 라크밀이 신음을 터트렸다.

이대로라면 카밀크는 죽는다.

휘익―

라크밀은 들고 있던 도끼 중 하나를 힘껏 멘티스에게 집어 던졌다.

콱!

“키이이!”

예고 없이 뒤에서 날아온 도끼가 멘티스의 옆구리에 살짝 박혔다.

생각지도 못한 고통에 멘티스가 흉포함을 여과 없이 발휘하며 울음을 내뱉었다.

그러나 여전히 겁에 질린 라크밀보다는 몸을 일으키려고 하던 카밀크에게 다시 접근하기 시작했다.

감히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낸 저 먹잇감은 더욱 처참하게 죽이리라.

“후우…….”

여태까지 고민하던 세은이 결국 한숨을 토해냈다.

어차피 마계에서 회복을 마칠 때까지 숲에서 숨어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마계의 주민들과 접촉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

그리고 비록 인간은 아니라지만, 막상 드워프들이 마물에게 찢길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세은은 조심스럽게 수풀에서 빠져나와 멘티스의 뒤로 다가갔다.

“어…… 어?”

갑자기 나타난 세은의 모습에 라크밀의 눈이 커다랗게 확장되었다.

세은은 손을 들어 그를 조용히 시키고는 더욱 조심스럽게 멘티스에게 다가갔다.

“키엑, 키엑!”

멘티스는 사냥이 성공한 기쁨에 한껏 여유를 만끽하며 카밀크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눈앞의 먹잇감은 여전히 충격을 해소하지 못했다.

승리감.

그리고 만족감.

그런 멘티스의 뒤를 세은의 완전히 붙잡았다.

우웅―

이윽고 세은의 손에서 빛의 검이 생성되었다.

“킥?”

푹―!

뒤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기운에 멘티스가 놀라 뒤를 돌아봤을 때는, 이미 빛의 검이 멘티스의 한쪽 날개를 관통한 뒤였다.

“크에에엑!”

날개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멘티스가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은은 망설임 없이 그대로 검을 아래로 내리그어 멘티스의 날개를 완전히 반으로 갈라 버렸다.

뚝― 뚝―

초록색의 체액이 상처 부위에서 흘러나와 바닥을 적시기 시작했다.

“아오, 생긴 것만큼이나 피도 더럽네.”

멘티스의 체액은 일반적인 동물들의 체액과는 달리 진득한 점성을 지니고 있었다.

색도 노란색이 섞인 초록색이라 마치 진득한 가래를 연상시키는 외형.

세은은 얼굴을 가득 찡그리며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멘티스가 고통에 찬 표정으로 팔을 들어 세은을 내려치려고 할 때였다.

퍽!

“키엑!”

갑자기 뒤에서 느껴지는 소리와 함께 멘티스가 또다시 괴성을 내질렀다.

“응?”

멘티스의 공격을 피하고 안으로 파고들 준비를 하던 세은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의문을 표했다.

“카밀크!”

그리고 이내 의문은 라크밀의 외침에 풀렸다.

라크밀과 세은이 멘티스를 상대하는 동안 정신을 차린 카밀크가, 등을 보인 멘티스를 공격한 것이었다.

고통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던 멘티스의 뒤에서 꽂힌 카밀크의 공격을 제대로 피하지 못했다.

“하아아아!”

카밀크가 쉬지 않고 고함을 지르며 멘티스에게 도끼를 휘둘렀다.

“으아아!”

그 모습에 용기를 얻은 라크밀도 함께 소리를 지르며 하나 남은 도끼를 들고 멘티스에게 달려들었다.

갑작스런 부상과, 먹잇감들의 총 공세에 멘티스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푸드― 푸드드―

“으으!”

멘티스는 일단 아직 멀쩡한 반쪽 날개를 퍼덕거리며 옆에서 달려들던 라크밀을 견제했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팔을 휘둘러 카밀크를 공격했다.

쉬익―

카밀크는 가볍게 몸을 숙여 멘티스의 공격을 피해냈다.

원래라면 멘티스의 공격을 카밀크가 이렇게 완벽하게 피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그건 멘티스가 완전한 몸상태에 급하지 않았을 때의 경우.

지금 여러 번의 부상으로 그나마 조금 있는 이성을 잃고, 마물로서의 본능만 남은 멘티스의 공격은 너무 궤적이 컸다.

그리고.

“어딜 한눈을 팔아?”

푸욱―!

완벽하게 뒤를 점한 세은의 빛의 검이 멘티스의 복부를 그대로 관통했다.

“……키이이.”

배에 새로운 구멍이 생긴 멘티스의 입에서 기운 빠진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세은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대로 검을 비틀었다.

콰득―

“쿠엑!”

내장이 찢어지는 고통에 멘티스가 비명을 질렀다.

“죽어라! 이 괴물!”

카밀크가 방심하지 않고 그대로 멘티스에게 달려들어 도끼로 목을 찍었다.

콰직―!

쿠웅!

결국 목까지 반쯤 잘린 멘티스는 더 이상 생명을 이어가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후욱. 후욱.”

엄청나게 긴장을 했는지 카밀크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라크밀는 이미 멘티스가 쓰러질 때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은 상황이었다.

“도와주셔서 감…… 인간?”

멘티스에 모든 정신이 팔려서 그제야 자신을 도와준 은인에게 인사를 건네던 카밀크는, 눈앞에 서 있는 것이 인간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멘티스를 마주쳤을 때보다 더 확장된 동공이 세은과 마주했다.

“뭘 그렇게 봐?”

“이, 인간이 어떻게 여기에?”

당황한 카밀크의 말에 세은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알 필요 없고. 먼저 해야 할 말이 있을 텐데?”

“아…… 아!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동료들을 챙기는 모습과 대화로 미루어, 드워프들도 인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 세은의 생각이 맞았다.

정중하게 감사를 표하는 카밀크의 모습에 세은이 말했다.

“몇 가지 물어보지.”

“대답해 드릴 수 있는 거라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여기가 어떤 마왕의 영역이지?”

“부네님의 영역입니다.”

“부네?”

부네라면 그리폰의 몸에 용머리가 3개나 달려 있는 외형의 마왕이었다.

“흐음…….”

“은인께서는…….?”

혹시 세은이 다른 마왕이 변한 모습이 아닐까 의심이 든 카밀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만약 마왕이라면 당장 고개를 처박고 시선을 마주쳐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리고 이미 그런 의심이 들었을 때부터 카밀크의 시선은 계속 바닥을 향하고 있었다.

그런 카밀크의 태도에 대충 속사정을 짐작한 세은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인간이다.”

“아…….”

그러나 드워프인 카밀크의 상식에서는 인간이 이렇게 쉽게 멘티스를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이 근처에 마을이 있나?”

그러나 세은은 그런 카밀크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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