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교황이다-150화 (150/225)

# 150

41. 패배(4)

콰콰콰콰―

마왕인 바싸고조차도 상당한 시간이 걸려서 발동한 마법진이었다.

세은이 있는 중심을 향해 쏟아지는 마기의 장벽은 주변의 모든 소리마저 집어삼켰다.

마치 폭포 아래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

상하좌우.

그 어디로도 빠져나갈 수 없게 힘으로 밀어붙이는 공격이었다.

가장 단순하지만 그만큼 효율적인 마법.

일순간에 주변의 모든 시선이 이 거대한 마법에 집중됐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말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의 굉음.

“에일린. 홀리 프로텍트.”

세은은 남은 신성력을 끝까지 긁어모아 방어 마법을 시전했다.

만약 마법을 막아낸다고 해도 다음에 쏟아질 바싸고와 마르바스의 공격이 날아올 건 분명했다.

그러나 지금 상태로 뒷일까지 생각하며 힘을 조절할 만한 여유는 도저히 없었다.

예전에 사용했던 것과는 달리, 최대한 자신의 몸 크기에 맞게 조절해서 두껍게 신성 마법을 만들었다.

우우웅―

어느 순간부터 강력한 신셩력의 빛에 세은의 몸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 위로 쏟아지는 흑마법은 그런 신성력의 빛을 모두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었다.

“으으으…….”

세은에 의해 밀쳐져 마법의 범위에서 벗어난 헤이런이 경악에 찬 눈으로 세은을 덮치는 마기의 파도를 보고 있었다.

저 정도의 마법에 휘말리면 아무리 세은이라도 버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거기에 몸이 멀쩡한 상태도 아니지 않은가.

“으음…….”

점점 다가오는 마기의 힘에 세은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직 충돌을 하기도 전에 이 정도 느낌이었다.

꿀꺽.

자신도 모르게 세은의 목에서 마른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마왕 셋이 연합해서 구축한 마법진의 위력은, 세은으로서도 처음 겪은 위력이었다.

마왕들은 자신들만의 영역이 확실하다.

거기에 경쟁 관계도 많아 협력을 한다는 일은 상식선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세은의 입장에서 이렇게 마왕 세 명의 협공한 자체를 애초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는 말이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 정도까지 대비할 순 없는 일이었다.

콰콰콰콰콰―

마기가 쏟아지는 소리가 점점 강하게 세은의 고막을 때렸다.

순식간에 마기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세은에게는 이 모든 장면이 꽤나 느리게 느껴졌다.

‘버틴다!’

바로 머리 위까지 다가온 마법을 보며 세은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 정도로 거대한 마기를 사용한 마법이라면, 이번만 버텨내면 승산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교단의 사제와 성기사들은 건재하고, 그들이라면 충분히 둘을 견제할 수 있었다.

그 사이에 세은과 헤이런이 회복을 하면 승리를 문제없었다.

그러나 지금 세은이 버틸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수로 붙은 상태.

우우웅―

세은이 한계까지 신성력을 뽑아내자, 성물이 더욱 밝게 빛을 내며 세은을 도왔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 성물의 도움을 느낀 세은이, 빠르게 회복되는 신성력을 이용해 또 다른 신성 마법을 발동했다.

“홀리 스피어!”

강력한 신성력을 머리 위로 날려 보내며 외치자, 세은의 손에서 거대하고 날카로운 창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거대한 신성의 창은 세은이 두르고 있던 방어막보다 한 발 앞서 마기와 충돌했다.

콰과과광―!

마기와 신성의 창이 부딪히자 지축을 울리는 거대한 굉음과 충격이 느껴졌다.

직접 방어막에 닿기 전에 조금이라도 막아내려는 임시방편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마기의 위력을 감소시키거나 지체시키기에는 턱도 없었다.

그러나 세은이 정확히 상황을 파악할 시간도 없이, 마기의 파도가 세은을 그대로 덮쳤다.

콰앙―!

마치 해안을 완전히 집어삼켜 버리는 쓰나미처럼, 마기가 세은을 집어삼키는 모습이 들어왔다.

겹겹이 신성력을 둘러 방어막을 치고 있었다지만, 엄청난 충격이 고스란히 세은에게 전해졌다.

충돌의 순간.

정신을 잃을 뻔한 세은이 가까스로 의식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여전히 거대한 마기가 세은의 위를 짓누르고 있었다.

만약 의식을 잃었으면 그대로 방어막이 소멸되어 세은의 죽음으로 이어졌을 상황.

“크으으아!”

세은은 머리 위를 짓누르는 마기에 대항하며 더욱 신성력을 끌어모았다.

다행히 신성력은 마기의 파도에 맞서 잘 버텨주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금이 가거나 신성력이 부족하다면, 언제라도 파도에 휩쓸릴 수밖에 없었다.

쩌쩍―

그렇게 어느 정도를 버텼을까?

마기의 파도를 막아내고 있던 방어막에서 쩌적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육지를 덮치고도 한동안 빠져나가지 않는 파도처럼, 마기 역시 세은의 위에서 머물고 있는 중이었다.

마기의 바다 속에서 유일한 방어막인 신성력이 무너지면 세은은 그대로 익사할 수밖에 없었다.

“크윽…….”

쩌저적―

세은이 더 힘을 내서 마법진을 유지하려 애를 썼지만, 마법진은 더욱 큰 소리를 내며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방어막이 무너질 것이 분명했다.

우우웅―

“쿨럭.”

무리한 신성력의 운용으로 인해 세은이 각혈을 시작했다.

우우우웅―

그러나 이대로 멈출 수는 없는 일.

세은은 가지고 있는 신성력을 폭주시켰다.

우웅― 우웅―

동시에 신성의 방어막이 다시 견고하게 보강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아래에 있는 세은의 꼴은 더더욱 처참하게 변해 있었다.

신성력의 폭주는 정말로 마지막 상황에서나 사용하는 동귀어진의 수였다.

마치 마법사가 자신의 마나링을 폭발시켜 마지막 힘을 내듯.

오러 유저가 오러홀을 망가트리면서 마지막 원천까지 뽑아내듯.

사제나 성기사들도 한 번 신성력을 폭주시키고 나면, 잘해야 폐인으로 끝난다.

대부분 죽음에 이르는 도박이나 다름없는 마지막 방법이었다.

우우웅―

그러나 이미 폭주를 시작한 이상 최대한 빠르게 모든 일을 마무리 해야만 했다.

당장 이 자리에 있는 마왕들만 모두 처리한다면, 당장 뒷일은 헤이런에게 맡길 수도 있을 터였다.

속전속결.

세은은 온몸에서 충만하게 느껴지는 신성력을 느끼며 새로운 마법을 발동했다.

“에일린, 홀리 프리즈.”

시동어와 동시에 세은의 손에서 수십여 개의 빛의 고리가 생성되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빛의 고리들은 마기의 파도를 여러 개의 단으로 단단하게 묶어서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찌나 그 힘이 강한지, 빛의 고리가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세은이 이렇게 마기를 조금이나마 몰아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에일린. 신의 심판.”

우우웅―

또다시 절대 신성 마법이 세은의 손에서 펼쳐졌다.

그의 손에 또다시 불로 이루어진 신성의 검이 쥐어졌다.

쾅― 쾅― 콰앙―

세은이 불의 검을 휘두를 때마다 신성의 화염이 사방의 마기와 충돌하며 굉음을 만들어 냈다.

마기의 파도는 세은의 공격에 맞서서 그대로 다시 세은을 삼켜 버리기 위해 밀려오고 있었다.

“단죄!”

강력한 마법인 만큼 그 충돌의 여파가 주변을 여과 없이 뒤흔들었다.

마기의 바다 한가운데서 신성의 불기둥이 쉴 새 없이 솟아올랐다.

“에일린이시여…….”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헤이런과 제른이 성호를 그으며 세은을 응원했다.

그들로서는 도울 수가 없는 상황.

그저 옆에서 기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

“후우. 방법은 하나인가?”

폭주로 얻어낸 힘이 서서히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세은은 마기의 파도와 맞서 싸우는 불기둥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 마법을 힘으로 맞서 소멸시키는 것은 무리.

그렇다면 마법을 시전한 시전자를 없애야 했다.

거대한 불기둥 넘어 세은을 바라보고 있던 바싸고가 보였다.

이 정도까지 세은이 버틸 줄은 몰랐는지 상당히 놀란 모습이었다.

탓―

세은은 남은 힘을 긁어모아 그런 바싸고에게 돌진했다.

세은의 손에는 불의 검 말고도 신성력이 모여들어 무척 밝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사방을 잠식한 마기와 대비된 그 모습은 근처의 모두가 보기에 충분했다.

서걱―!

“컥?”

마치 세은이 자신을 노릴 줄을 몰랐는지, 허공에 있던 바싸고가 세은에게 일격을 허용했다.

순식간에 한쪽 다리가 세은의 공격에 소멸되는 것이 보였다.

예상보다 더 쉽게 성공한 공격에 세은이 바로 후속타를 날리려고 했을 때였다.

“어림없다!”

바싸고의 위기를 확인한 마르바스가 뛰어올라 세은을 공격했다.

터엉―!

세은이 마르바스의 공격을 막아내고 바로 반격에 들어갔다.

캉―!

그러나 마르바스도 만만치 않은 상대.

바로 세은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우웅―

그러나 세은은 힘을 조절하지 않고 남은 신성력을 모아 마르바스을 베어 나갔다.

서걱―

“끄어억…….”

비록 그레모리와 맹약으로 묶여 있지만, 어차피 신성력을 폭주시킨 이상, 결과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럴 바에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남은 이들을 위해 사정을 봐주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폭주 시킨 신성력을 이용해 전력을 다한 세은의 공격에 마르바스가 검째 잘려 나갔다.

거의 절반이 파인 복부.

그 안에서 마르바스의 육체를 이루는 마기가 꿀렁꿀렁 흘러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시…… 렌……. 결국…….”

더 이상 공중에 머물 힘이 없어진 마르바스가 그대로 바닥에 추락했다.

그가 이대로 역소환이 될지, 소멸을 하게 될지는 몰랐지만 결과가 나오기 전에 바싸고도 처리해야만 했다.

만약 마르바스가 소멸한다면 세은은 맹약을 어긴 대가를 치르게 될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어느새 정신을 차린 바싸고가 세은과 거리를 충분히 둔 상태였다.

“후욱. 정말로 끝까지 방심할 수가 없군.”

바싸고는 커다란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도 세은의 상태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마기를 폭주시키다니, 그 의지는 정말로 대단하군.”

“흥. 한쪽 팔이랑 다리가 없는 새끼가 주둥이는 살아서.”

세은의 말대로 바싸고 역시 아까 전에 당한 팔과, 방금 당한 다리가 없는 상태였다.

“후후. 마치 광견병 걸린 개를 보는 것 같군.”

키이잉―

우우웅―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신성력과 마기를 가만히 모으던 세은과 바싸고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동시에 들이치기 시작했다.

“하앗!”

“크핫!”

콰앙―!

충돌과 동시에 커다란 폭음이 들렸다.

쾅― 쾅― 콰앙―

그리고 연속으로 들리는 폭음.

그러나 상황은 세은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미 한바탕 폭주를 마친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여기저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크흑!”

결국 고통을 이기지 못한 세은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 모습을 포착한 바싸고가 더욱 강하게 세은을 밀어붙였다.

“에일린의 개여! 정말로 끝이다!”

키이잉― 터엉―!

바싸고의 외침에 세은이 불의 검을 들어 공격을 막았다.

“커헉…….”

그러나 그 방어를 마지막으로 세은의 몸 안의 신성력이 완전히 고갈되고 말았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 세은은 정신을 잃었다.

“성하!”

모든 힘을 잃고 바닥으로 추락하는 세은의 모습에 헤이런이 절규했다.

세은이 정신을 잃음과 동시에 마기의 파도를 막고 있던 불기둥들도 모두 소멸해 버렸다.

자신들을 막고 있던 불기둥들이 사라지자, 마기는 바닥으로 추락하는 세은을 쫓아 그 위를 뒤덮었다.

우우웅―

그러나 세은이 완전히 정신을 잃은 그때, 성물이 여태가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세은의 위에서 마기의 파도가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밖에서는 그 장면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

키이이잉―

환하게 빛나던 성물은 신성력을 바닥에 쏟아붓기 시작했다.

그런 성물의 활동에 바닥 위로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좍 갈라지기 시작했다.

딱 성인 남자가 들어갈 수 있을 만한 크기의 시커먼 구멍이었다.

바로 몸 아래 만들어진 구멍에 세은의 몸은 자연스럽게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콰과과과―!

세은의 몸 절반 정도가 공간으로 들어갔을 때 마기의 파도 역시 세은을 덮치기 바로 직전이었다.

우우웅―!

위기를 느낀 성물이 더욱 크게 웅웅거리며 공간의 크기를 넓혔다.

시커먼 공간이 커진 만큼 세은의 몸을 빨아들이는 속도 또한 방금 전보다 빨라졌다.

그리고 마기의 파도가 세은을 덮치기 바로 일보직전.

완전히 세은을 집어삼킨 공간의 문이 그대로 닫혔다.

정말로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세은이 있던 그 장소에는,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크하하하하하!”

당분간 힘을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지쳤지만, 만족한 바싸고의 광기 어린 웃음소리만이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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