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교황이다-139화 (139/225)

# 139

39. 반격(10)

“그래서……. 지금 이 사람들은 대체 누구입니까?”

“아, 설명하기 복잡하니까 우선 지낼 곳부터 만들어 봐.”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만…….”

사노와 이지호는 갑작스럽게 세은이 데리고 나타난 일련의 무리를 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유럽 연합의 본부를 직접 타격하는 작전을 수행하다가 회군한다고 해서 무슨 일인가 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일은 전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일이었다.

‘어디서 사람 데리고 오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니까.’

생각해 보면 세은은 여태까지 몇 명의 사람들을 데리고 왔다.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겠거니, 생각하며 사노는 질문을 그만두었다.

어차피 세은이 대답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상 제대로 된 대답을 듣기는 그른 일이니까.

“안 그래도 미리 조용한 곳에 숙소를 잡으란 말을 잡고 구해놓은 곳이 있습니다만…….”

“좋아. 바로 이동하지.”

세은은 사노와 이지호를 재촉해 준비된 장소로 이동했다.

그레모리를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것보다, 교단의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게 더 편리했다.

게이트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기에도 당연히 그레모리가 더 가까이 있는 것이 좋았다.

‘거기에 어차피 채연이랑 에린이 그레모리를 만나러 다닐 테니까.’

채연과 에린은 어린 아이의 외향을 하고 있던 그레모리를 상당히 귀여워했다.

그런 둘이 그레모리가 다른 곳으로 가면 만나러 가지 않을 리도 없었다.

그레모리도 처음에는 둘을 매우 귀찮아 했지만, 나중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바로바로 구해다 주니 그다지 번거로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교단과 그레모리를 함께 데리고 귀국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레모리를 채연에게 맡기고 후발대로 귀국하도록 지시한 상황.

덕분에 지금까지는 별문제 없이 이동할 수가 있었다.

끼익―

“여기입니다.”

이내 세은의 주문대로 시외의 고즈넉한 곳에 마련된 거처에 일행이 도착했다.

교단의 사람들은 난생처음 보는 문물들에 놀란 눈치였지만, 여기까지 오면서 어느 정도 익숙한 상황이어서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후우. 처음에는 난리도 아니었지.’

처음에 현대 문명을 접했을 때 교단 사람들의 반응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겨우 진정시키고 여기까지 데려오는 것도 하나의 커다란 일.

지금까지의 고생이 떠올라 세은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내저었다.

“괜찮네.”

세은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일단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 마련된 곳이라 세간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더 지시하실 일은?”

사노의 물음에 세은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됐어.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다시 부르지.”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가봐.”

“아, 안내해 드리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그냥 이 근처에 사람들이 못 오게만 잘 지키면 돼,”

“예. 그렇게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세은은 교단의 인원들을 데리고 숙소의 안으로 들어갔다.

“헤이런, 지금부터 여기서 지내면 된다.”

“황공하옵니다. 성하.”

“아아. 됐어.”

“그나저나 여전히 믿기지 않습니다. 이런 곳이 있다니…….”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헤이런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런 감상에 젖을 시간이 없는 상황.

짝!

박수를 쳐서 집중을 환기시킨 세은은 헤이런에게 물었다.

“일단 말부터 통해야지.”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지금부터 언어를 배우는 건 너무 비효율적인데…….”

거기에 언어를 가르친다고 해도, 무슨 언어를 가르쳐야 할지도 의문이었다.

물론 여러 상황을 봤을 때는 영어가 가장 적절할 테지만, 언어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초빙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되도록 설명이 필요한 이상한 점을 외부로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다.

“여기도 마법사가 있지 않습니까?”

“있지.”

“그럼 통역 마법을 걸어달라고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흐음…….”

헤이런의 말에 세은이 자신의 턱을 붙잡고 고민에 잠겼다.

고위 마법사들이 사용이 가능한 마법 중에 통역 마법이 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지성체 간의 대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마법이었는데, 정신에 관여하는 마법이다 보니 상당히 높은 수준의 마법사가 필요했다.

“통역 마법이 몇 써클이었지?”

“7써클입니다.”

“7써클이라…….”

현재 세은이 알고 있기로 가장 높은 써클의 마법사가 6써클이었다.

물론 그레모리라면 통역 마법을 시전 할 수 있을 테지만, 마왕에게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은 몰라도 교단의 인원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한 번 물어봐야 하나?”

그나마 세은이 알기에 가장 수준이 높은 마법사는 케인이었다.

혹시 마정석을 이용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세은은 케인에게 물어보기로 마음먹었다.

* * *

“도! 이거 참 오랜만이군!”

“케인.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어.”

“아닐세. 자네의 부탁인데 만사를 제쳐두고서라도 와야지.”

사노를 통해 세은의 연락을 받은 케인이 한달음에 한국으로 달려왔다.

그 무엇보다도, 더 높은 수준의 마법에 대한 열망이 케인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일을 도와주면 되는 건가?”

“일단 천천히 가면서 얘기하자고.”

케인과의 대화에는 통역이 필요했기 때문에, 차에는 에린이 함께 했다.

사노를 믿지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굳이 이런저런 정보를 줄 필요까지는 없었다.

졸지에 통역을 맡게 된 에린이 결연한 표정으로 차에 탑승했다.

“케인 자네가 해줘야 할 건 통역 마법이라는 거야.”

“통역 마법?”

“그래, 지성체 간의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해주는 고위 마법이지.”

“그런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마법의 무궁무진함은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그렇기는 하네만……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마법이라 그렇다네.”

“하여튼, 그 마법이 필요해. 하지만 그 마법은 최소 7써클이나 되어야 사용이 가능하지.”

“이런, 나는 아직 6써클인데 말이야.”

“물론 그 정도도 매우 훌륭한 수준이지만, 지금은 살짝 모자라.”

“정말 애석한 일이네.”

케인은 살짝 안달이 난 표정으로 세은에게 물었다.

“그래도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나를 부른 것 아닌가?”

“그렇지.”

“대체 그 방법이 뭔가?”

케인이 설레는 표정으로 세은을 재촉했다.

“지성체 간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마법이라면, 어느 정도의 지능을 가진 동물과도 가능하다는 것 아닌가?”

“흐음. 글쎄? 거기까지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지만 아마 가능하지 않을까?”

“오오!”

케인의 두 눈이 보물섬이라도 발견한 해적처럼 반짝거렸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신기한 일이? 정말로 가능하다면 동물 연구의 신기원을 열 수가 있겠군!”

“통역 마법으로 동물을 연구한다고?”

케인의 말에 세은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아니, 하나의 예시일 뿐이지. 예를 들어 바다 속. 그 안이 어떤지 돌고래에게 물어볼 수도 있지 않겠나? 그럼 동물을 통한 바다의 연구가 가능한 거지. 그리고 말이야…….”

케인이 열정적으로 통역 마법이 사용될 수 있는 사례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려고 했다.

세은은 케인의 말이 더 길어지기 전에 그의 말을 막았다.

“아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으니까 그만해. 지금은 그게 중요한 일이 아니니까 다음에 듣지.”

“오. 이런. 내가 너무 들떠서 잠시 실수를 했군. 그만큼 대단한 마법이라 나도 모르게 그만…….”

“사용할 수 있을지 아닐지 아직 모르니 너무 설레발치지 말자고.”

“흠흠. 그래야지.”

세은의 말에 케인이 작게 헛기침을 했다.

“그나저나 마정석을 잘 챙겨왔겠지?”

“그럼! 자네의 말을 듣고 실한 것들로 골라왔다네.”

“마정석이 안 느껴지는데?”

“그걸 어떻게 내가 들고 오겠나. 내가 얘기하면 바로 배송이 될 걸세.”

“좋아. 자네가 할 일은 사람과 사람에게 통역 마법을 거는 거야.”

“사람?”

“그래, 사람.”

“통역사가 있으면 될 일을 왜 굳이 어렵게 가려고 하는 건가?”

케인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당연히 합리적인 질문이기 때문에 세은은 그의 말에 대답했다.

“뭐…… 이런저런 사정이 있기는 한데. 나를 봐. 통역이 없으면 얼마나 일이 편하겠어?”

“그렇기는 하지.”

“이번에 잘 되면 나한테도 그 마법을 걸어줘.”

“허허. 당연한 일이지.”

간단하게 얘기를 나누는 동안 차가 교단의 인원들이 머물고 있던 장소에 도착했다.

“자, 도착했어.”

“좋아! 얼른 가보지. 얼른 시도해 보고 싶다네.”

케인은 세은이 내리기도 전에 먼저 차에서 내렸다.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신이 난 그 모습에 세은이 헛웃음을 지었다.

정말로 마법에 미친놈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 분명했다.

케인을 데리고 안에 들어가자 미리 마법진을 그리고 있던 헤이런이 세은을 맞이했다.

“성하. 오셨습니까?”

“아아. 준비는 어때?”

“거의 다 끝났습니다.”

바닥에는 거대한 모양의 마법진이 절반이 조금 넘게 그려지고 있었다.

이제 케인이 이 마법진을 보고 이해를 한다면 최소한의 자격은 갖춘 셈.

그러나 마법진의 원리조차 이해하지 못하면 통역 마법은 물 건너간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나저나 통역 마법까지 알고 있다니, 준비가 참 철저해.”

“모든 마법에 대해 알고 있어야 대비가 가능하니까요.”

헤이런이 뿌듯한 표정으로 세은의 말에 대답했다.

마법이든 오러든, 알아야 파훼하거나 막을 수가 있다.

이런 목표 아래 교단의 인원들은 기본적으로 마법과 오러에 대한 교양을 배웠다.

그러다 보니 마나가 없어 직접 시행할 수는 없어도, 대부분의 마법진을 알고 있었다.

“오오오오오오!”

그 와중에 케인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완성되어 가고 있던 마법진을 살펴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세은과 헤이런이 어떤 언어로 얘기하고 있는지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게 분명했다.

오늘 그 어떤 상황보다 반짝거리는 눈으로 헤이런은 흥분해서 세은에게 외쳤다.

“도, 도, 도!”

“어때 케인? 이해할 수 있겠어?”

“그, 그렇다마다! 어떻게 이런 수식을…….”

케인은 감격에 차서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중간중간 어려운 수식들이 있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수식을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좋아. 그럼 바로 시도해 보지. 마정석을 이리로 가져오라고 해.”

“당연하지! 당장하고 싶구만. 나도 마법진을 그리는 것을 도와도 되겠나?”

“가능하겠어?”

“그럼, 절반이나 완성이 되었는데 나머지를 모르면 마법사라고 할 수가 없지.”

“그럼 다행이군.”

케인의 말은 그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말이었기 때문에 세은으로서도 기꺼운 상황이었다.

“좋아. 도와도 된다네. 돕는 것이 더 빠를 테니 도와.”

“고맙네!”

헤이런에게 동의를 받은 세은은, 케인이 마법진을 도울 수 있게 허락했다.

이미 마정석을 가져오라고 연락을 끝낸 케인은, 마치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열정적인 모습에 마법진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흐하아아!”

이윽고, 완성된 마법진의 완전한 모습을 살피던 케인의 입에서 달뜬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 이렇게 복잡하고 수준 높은 구성은 처음이야. 마법의 세계는 정말 끝이 없군.”

케인은 황홀한 눈빛으로 눈앞에 펼쳐진 마법진을 바라보았다.

“이게 7써클…… 얼른 올라가고 싶군. 얼마나 더 황홀한 것들이 많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아!”

흥분해도 너무 흥분한 케인의 모습에 세은이 그를 조금 진정시키기 위해 나섰다.

“케인, 조금 진정해. 흥분하며 성공 확률이 떨어지잖아.”

“하아. 그렇지.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보고 진정할 수가 있겠나. 이것보다 이 수식, 이 마력의 연동…….”

따르릉―

다행히 흥분으로 인해 또다시 길어지려고 하던 케인의 말을 막는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마정석이 도착했다고 하는군.”

전화를 받은 케인이 세은에게 말했다.

“좋아. 그럼 이제 시작하지.”

케인의 말에 세은이 씩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번 일만 제대로 된다면 교단의 인원들을 잘 활용할 수 있을 수도 있었다.

이미 지구로 넘어온 마왕들에 대한 얘기는 끝낸 상황.

세은은 케인과 함께 마정석을 옮기러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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