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교황이다-137화 (137/225)

# 137

39. 반격(8)

“고, 공격이다! 막아!”

급변하는 분위기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존은 급하게 명령을 내렸다.

혼자서 알아듣지 말을 중얼거리던 상대가 갑자기 표정을 험악하게 굳히더니 자신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존으로서는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일.

아무런 위협 없이 대화를 시도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나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미 상대방의 선공으로 전투가 시작된 상황이었다.

‘어쩐지 일이 잘 풀린다고 생각했더니!’

첫 몬스터 웨이브에서 오우거가 나온 것치고는 게이트 안의 몬스터가 너무 적었다.

너무 순조롭게 일이 진행돼서 이상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설마 게이트 안에서 몬스터가 아닌 사람에게 공격을 받을 줄은 몰랐다.

아니.

애초에 게이트 안에서 사람이 발견 되었다고 했을 때부터 눈치를 챘어야 했다.

입구로 들어온 사람들이 자신들밖에 없는데 어떻게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알고 보면 사람의 모습을 한 몬스터일지도 몰랐다.

사람의 모습을 한 몬스터가 발견되었다는 보고는 없지만, 그렇다고 없으리란 법은 없었다.

‘헛생각 그만하고 지휘에 집중을 해야…….’

물론 존은 지금 자신이 하던 생각이 어이가 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 정도로 인간과 똑같고, 복식을 갖춰 입은 존재라면 사람이 아닐 리가 없었다.

그저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을 뿐.

원래 기본적인 성향이 호전적인 무리는 어디에나 있는 법이니까.

‘우선 마법사들부터.’

존이 처음 방어를 명령했지만, 팀원들도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존은 머릿속을 가득 채운 잡생각을 털어버렸다.

대신 지금의 상황에 해야 할 명령을 크게 내뱉었다.

“마법사들 먼저 요격해! 오러 유저들은 마법을 뚫고 돌진하는 적을 막아라!”

존이 목이 터져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망설이지 마! 비록 상대가 사람이라고 해도 먼저 공격해 온 이상, 적이다!”

퍼엉―!

허공을 가르고 날아간 마법이 상대의 방어막에 막혀 터지는 소리가 났다.

허무하게 막히는 마법의 뒤로, 어딘가 낯익은 것이 보였다.

‘어디서 많이 본…….’

흔들리는 빛의 물결.

파도처럼 밀려오는 흰색의 바다.

“홀리 웨이브!”

화악―!

바로 지금처럼.

에린이 만들어 낸 방어막과 적들이 만들어 낸 방어막은 그 외향이 완전히 똑같았다.

“뭐, 뭐야?”

그리고 동시에 거짓말처럼 적들이 공격이 멈췄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존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 * *

사실 헤이런은 진즉부터 상대 무리 안에서 느껴지는 신성력을 알아차렸다.

‘분명히 아주 미약하지만 마기가 느껴지는데 신성력도 느껴지다니…….’

문제는 동시에 자신이 아니면 알아채기도 힘들 정도로 미약한 마기가 느껴진단 사실이었다.

양립할 수 없는 상반된 기운에 헤이런의 머릿속은 복잡한 상태.

‘설마 내가 무엇인가를 잘못 느끼고 있는 건가?’

마기가 느껴지는 곳에 신성력이 함께한다는 사실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 와중에 뒤에서 몬스터가 몰려온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확실히, 아무런 정보가 없는 곳에서는 위험을 배제하는 쪽으로 움직여야…….’

헤이런은 결국 위험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로 마음을 정했다.

양립 할 수 없는 힘이 함께 있다면 자신이 무엇인가를 잘못 느낀 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렇다면 우선 위험인자를 배제하는 편이 지금의 상황에서는 더 안전했다.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의 어설픈 행동은 죽음을 재촉하는 길이니까.

“하앗!”

“제른! 혹시 모르니까 최대한 멀쩡하게 제압하게!”

타다닷―

그리고 언제나처럼 제른의 선공과 함께 전투가 시작되었다.

헤이런의 지시에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제른이 그 말을 듣지 못했을 리 없었다.

화르륵―!

상대가 돌진하는 기사단을 막기 위해 마법을 난사하던 모습이 보였다.

헤이런이 따로 지시를 하지 않아도 이미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춰온 교단의 사제들은 방어를 전개하고 있었다.

“홀리 웨이브!”

퍼엉!

허공을 가르며 날아오던 마법들이 신성의 파도에 막혀 허무하게 터져 나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제들의 반격.

우웅―

빛의 화살이 적의 마법사들을 노리고 바람을 갈랐다.

“헉?”

그러나 그 다음에 전개된 장면은 헤이런의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화악―!

적들을 중심으로 홀리 웨이브가 시전 되어 홀리 애로우를 모두 막아내었다.

있을 수 없는 광경에 교단의 모두가 움직임을 멈췄다.

‘자, 잘못 느낀 것이 아니었나?’

신성력을 사용하는 적의 모습에 헤이런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일단 공격을 중지하고 뒤로 물러나라!”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무작정 공격을 할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지금은 미약하게 느껴지던 마기가 문제가 아니었다.

신성력을 사용하는 사람이 상대 무리에 있다면, 마계와 연관이 되어 있을 수가 없으니까.

다행히 상대는 교단이 물러나는 동안 추가적인 공격을 감행하지 않았다.

사상자가 나기 전이라서 그런 것일지도.

헤이런은 일이 커지기 전이라는 사실에 안도하며 마찬가지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던 제른에게 다가갔다.

작금의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의논을 하기 위해서였다.

* * *

앞의 사정을 전부 청취한 세은이 말했다.

“뭐, 다행히 사상자가 없으니 다행이군.”

“면목 없습니다.”

세은의 일행을 공격했다는 사실이 헤이런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조금만 상황이 어긋났다면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던 일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충분히 그럴 수도 있지.”

세은은 헤이런을 위로하며 말을 이었다.

“하여튼 여기서 몬스터들이나 정리하면서 출구를 찾아보고 있어. 나도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알아보고 올 테니까.”

“아, 알겠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출구 발견하면 나 기다리지 말고 바로 넘어가고.”

“그래도 인사는 드리고 가겠습니다.”

“아니야. 전에 듣기로 통로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고 했으니까. 바로 넘어가 알겠어?”

“그래도…….”

세은의 말에 헤이런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꼬리를 흐렸다.

젊어진 모습이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하는 행동은 완전히 젊었을 때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그래도 함께한 시간이 있는데 너무 냉정한 모습이 서운할 만도 했다.

“원래는 다시는 못 볼 얼굴, 이렇게라도 봤으면 됐지. 잘 지내고 있는 걸 알았으니 걱정할 일이 뭐가 있어?”

헤이런의 대답에서 서운함을 읽은 세은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딱 보니까 그 성물 때문에 이렇게 만나게 된 거 같은데 말이야. 잘 가지고 돌아가.”

여기까지 말을 한 세은은 자신의 말에서 무엇인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잠깐, 성물 때문에 만나게 된 것 같다고?’

자신이 말을 해놓고도 무엇인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세은이 깊게 생각에 잠긴 것을 방해하는 헤이런의 대답이 들려왔다.

“성하의 말씀이 옳습니다. 아쉽지만 더 이상은 이 늙은이의 과욕이겠지요.”

“너무 그런 표정 짓지 마. 나도 아쉬우니까 말이야.”

“다른 것보다도 다시 젊어지신 것이 가장 부럽습니다.”

“부럽지? 그래도 두 번 살면 실수 없이 마음대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네. 지켜야 할 것이 너무 많아.”

“하하. 아무래도 그렇겠습니다. 혼자서 살아가는 게 아니니까요.”

“하여튼, 혹시 모르니까 미리 인사를 나눠야겠네.”

짧게 대화를 나누던 세은이 헤이런에게 작별의 인사를 건넸다.

“이렇게라도 봐서 반가웠다. 잘 지내고, 다른 녀석들에게도 안부 좀 전해주고.”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저야말로 여신님의 기적으로 이렇게 성하를 다시 한 번 뵙게 되어 감사할 뿐입니다.”

“감사는…….”

세은이 멋쩍은 표정으로 헤이런의 말을 받았다.

“자, 그럼 출구 찾아서 이동하고 있어. 나도 출구 발견하게 되면 바로 와서 알려줄 테니까.”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성하.”

“그래. 잘 지내라. 헤이런.”

“성하께서도 고향에서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아쉽지만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세은과 헤이런은 정말로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는 각자의 일행을 이끌고 이동을 시작했다.

“도!”

세은이 자신 쪽으로 다가오자 존이 황망하게 그를 불렀다.

“아아. 존. 수고했어.”

세은은 우선 자신을 대신해서 차석의 위치를 훌륭하게 수행한 존을 칭찬했다.

그러나 지금 존에 귀에 그런 세은의 칭찬이 들어올 리가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저들은 누구고요?”

“아, 별일 아니야. 그냥 오해가 있었네. 그리고 내가 원래 알고 있던 사람들.”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쓰던데 대체 어디 사람들입니까? 생긴 건 유럽 쪽인데 언어가 하나도 통하지를 않았습니다.”

그러나 세은은 이번 질문엔 대답하지 않고 말을 돌렸다.

“일단 여기서 나가지. 나가서 할 일이 있으니까 말이야.”

세은이 말을 돌리자 더 이상 대답해 줄 생각이 없단 사실을 깨달은 존이, 바로 팀원들에게 철수를 지시했다.

“게이트에서 철수한다!”

존의 지시에 팀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고, 얼떨떨한 건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시가 떨어졌으니 우선 움직여야만 했다.

“자, 조금 빨리 움직이지.”

세은의 생각에 그레모리가 게이트 안에 남아 있을 거 같지는 않았다.

분명히 안전을 추구하는 그녀의 성격상 게이트 밖으로 나가 있을 터.

안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테니 세은이 나가면 알아서 다가올 것이 분명했다.

타다닷―

혹시 헤이런과 교단의 인원들이 돌아가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세은의 이동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덕분에 그를 따라가는 팀원들만 곡소리가 날 지경.

“도!”

결국 거리가 더 벌어지기 전에 존이 애타게 세은을 불러 세웠다.

“응?”

그제야 정신이 팔려 있던 세은이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너무 빠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해 대열이 다 무너진 팀원들이 보였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세은이 속도를 줄이고 팀원들이 대열을 정돈할 수 있게 배려했다.

“허억. 허억.”

그래도 가장 먼저 세은의 뒤에 따라붙은 존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렇게 호흡을 조절하던 존은,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세은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이렇게 서두르시는 겁니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아주 큰일은 아니지만 일이 생기기는 생겼지.”

“그럼 제가 팀원들을 이끌고 따라가겠습니다.”

“아, 그렇게 하겠어?”

“예. 원래 도의 활동을 보조하기 위해 제가 파견된 것이니까요.”

“그럼 먼저 가서 기다리지. 게이트 입구에서 만나.”

“알겠습니다.”

존의 제안에 세은은 기꺼워하며 먼저 이동을 하려고 했다.

“아! 혹시 아까 그 사람들이 다시 공격해 오는 일은 없겠지요?”

걱정 어린 질문에 세은이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바로 대답했다.

“그런 일을 없을 테니 혹시나 있을 몬스터들만 잘 경계하면서 밖으로 나와.”

“예. 그렇다면 문제없습니다.”

세은의 대답에 걱정을 덜은 존이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존의 대답을 들은 세은은 망설이지 않고 몸을 날려 그레모리를 찾기 위해 이동했다.

게이트의 연결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최대한 빠른 시간에 그레모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정보를 얻는 일이 중요했다.

그레모리의 마기를 감지하기 위해 감각을 극성까지 끌어올린 세은의 속도가 점점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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