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교황이다-127화 (127/225)

# 127

38. 마왕 바딘(2)

처음 놈들의 흔적을 발견하고 추적한지 두 시간 만에, 세은은 놈들의 꼬리를 밟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그 수가 적은 상황.

분명히 일행이 더 있다는 가정 하에 세은은 그들을 바로 잡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놈들은 다른 일행이 없는지, 아니면 합류를 나중에 하려고 하는지 다른 일행들과 합류할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주변에 다른 민간인들이 있는 것과, 그들이 타깃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행동을 개시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 합류할지 모르는 놈들을 일망타진하자고 눈앞에 보이는 일반인들이 잔인하게 학살당하는 것을 방조할 수는 없는 일.

먼저 다른 길을 이용해 캠프로 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외지인에 놀란 캠프의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을 존이 알아서 맡았다.

“꺼억…….”

정확하게 급소를 찌르는 세은의 공격에 습격자가 외마디 신음을 지르고 절명했다.

‘한 놈은 남겨야 하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다급하게 사방으로 퍼지는 놈들의 움직임을 세은이 유심히 살폈다.

남은 습격자는 세 명.

놓쳐서도 안 되지만 전부 죽여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존! 오른쪽을 쫓아!”

“예!”

세은은 혼자서 도망간 습격자를 존에게 맡기고 반대로 도주한 두 명을 따라갔다.

존이 습격자에 비해 실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도망치려던 놈을 붙잡기에는 충분한 정도였다.

이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세은이 마기를 가진 놈들을 놓칠 이유가 없었다.

진한 마기는 항상 주변에 그 흔적을 남기게 되어 있었다.

특히 그 누구도 아닌 세은이 마기 특유의 느낌을 놓칠 리가.

눈에 보이는 것처럼 선명하게 느껴지는 마기를 따라 세은이 몸을 날렸다.

지금 앞에 있는 두 명을 단숨에 죽이고, 존이 추적하던 놈을 붙잡는 게 세은의 계획이었다.

힘들게 잡은 단서인 만큼 순순히 보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동안 고생한 것을 생각하니 더욱 더 의욕이 불타올랐다.

“컥!”

조금 더 뒤에서 도망치고 있던 습격자의 등이 세은의 칼질에 관통당했다.

“젠장!”

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조금 더 앞에서 도주하고 있던 습격자가 욕설을 내뱉었다.

자신의 동료가 당했으니 이제 자신의 차례였다.

습격자는 온 힘을 다해 도주하기 시작했다.

한계까지 끌어올린 마기에 심장 어림이 뻐근해지는 게 느껴졌다.

‘이런 놈이 있단 얘기는 없었잖아!’

아프리카로 임무를 받아 넘어오면서, 이들은 이런 위험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듣지 못했다.

그저 가서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날뛰라는 명령뿐.

심지어 너희들을 막을 것들은 없을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그러나 지금 습격자와 그 동료들은 사냥꾼의 입장에서 사냥감의 입장으로 바뀌었다.

난생처음 느끼는 공포가 습격자의 온몸을 휘감았다.

평소에는 그렇게 가볍게 느껴지던 발이 지금은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졌다.

마치 물에 젖은 솜처럼 온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타닥―

‘더, 더, 더 빨리!’

뒤에서 자신의 동료들을 단칼에 사냥한 놈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본능이 무섭게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살고 싶으면 온 힘을 발휘해서 도망을 쳐야 할 것이라는 것을.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놈이야?’

생김새를 보니 동양인이었다.

우리가 너무 날뛰다 보니 아프리카에서 외부 인사를 초빙해 온 건가?

온갖 생각들이 그의 머릿속을 활보하며 헝클어트렸다.

공포와 의문, 억울함이 뒤엉켜 그의 머릿속은 혼돈으로 가득 찼다.

“휴우.”

앞에서 들려오는 숨소리에 습격자의 걸음이 멈춰 섰다.

어느새 습격자를 추월해 앞을 막아선 세은이 빛의 검을 들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습격자의 눈에 절망이 깃들었다.

이성은 당장이라도 방향을 틀어 도망가라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한참을 먼저 도망쳤는데도 어느새 앞을 잡혔는데 지금 도망친다고 도망칠 수 있을까?

“사람 피곤하게 만드네. 생각보다 아직 이성들이 남아 있잖아?”

푸욱!

세은의 검이 습격자의 배를 뚫었다.

“괴, 괴물…….”

그렇게 자신을 쫓아오고도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세은을 보며, 습격자가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세은은 그런 습격자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검을 비틀어 그의 숨을 완벽하게 뺏었다.

“커허억…….”

검이 복부를 난자하는 것을 느끼며 습격자의 눈에서 빛이 서서히 사라져 갔다.

그의 숨이 완전히 멎는 것을 확인한 세은이 바로 존을 향해 몸을 날렸다.

상당히 거리가 벌어졌지만, 충분히 쫓아갈 수 있을 만한 거리였다.

존이 시간을 버는 일을 잘 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타닥―

세은의 신형이 주저하지 않고 밀림을 헤쳐 나갔다.

“하압!”

휙―

조금 달리자 존의 기합소리와 함께 검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포기하는 게 좋을걸?”

“개소리 마라!”

존이 습격자를 붙잡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었다.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니 열세인 실력에도 꽤 잘 버티고 있었다.

오히려 조급한 습격자 쪽이 손발이 어지러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실력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존의 손발도 서서히 어지러워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존!”

“도!”

“치잇!”

세은은 습격자를 더 당황하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자신이 왔단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세은의 합류로 당황한 습격자의 손이 더욱 급격하게 어지러워지는 것이 보였다.

휘익!

습격자가 검을 크게 휘둘러 존을 뒤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다시 도주를 시도했다.

“어딜!”

존이 끈질기게 그런 습격자의 뒤를 쫓았다.

그리고 그 짧은 틈은, 세은이 습격자를 붙잡기에 충분하고도 남은 시간이었다.

퍽―!

이번에는 빛의 검이 아닌, 주먹이 습격자의 등을 강하게 강타했다.

뒤에서 느껴진 강렬한 충격에 습격자의 몸이 바닥에 강하게 처박혔다.

“수고했어.”

“수고하셨습니다.”

세은은 바닥에 얼굴을 박고 완전히 기절한 습격자를 내려다보며 존에게 말했다.

존도 세은의 말에 화답하며 활짝 웃음을 지었다.

드디어 무엇인가 일이 진행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존의 도움을 받아 습격자를 포박한 세은이 그를 데리고 차를 세워놓은 곳으로 이동했다.

“그럼 저는 캠프에 들렀다가 가겠습니다.”

존은 캠프에 남은 시체의 처리와 사람들의 진정을 위해 캠프로 향했다.

먼저 차로 돌아온 세은이 바닥에 습격자를 아무렇게나 집어 던져놓고, 존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편하게 앉아 기다리다 보니 현장을 정리한 존이 돌아왔다.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수고했어.”

시체를 정리하느라 존의 옷에 피가 여기저기 묻어 있었다.

하지만 갈아입을 여분의 옷이 없었기 때문에 존은 그 옷을 그대로 입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으. 옷에서 피 냄새가 너무 올라오네요.”

존의 말에 세은이 웃음을 지었다.

“빨리 일 마무리하고 옷 사러 가지 뭐.”

세은은 아직까지도 기절해 있던 습격자를 깨웠다.

“……헉?”

정신을 차린 습격자가 세은과 존을 발견하고 헛바람을 들이켰다.

“누구 아래에서 일하는지 물어봐.”

“예.”

세은의 지시에 존이 습격자에게 물었다.

“누구 아래에서 일하는 거냐?”

“흥.”

그러나 습격자는 존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세은의 손이 곧바로 튀어갔다.

퍽!

“크헉!”

“똑바로 대답해.”

존이 타이밍을 맞춰 습격자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 힘 누구한테 얻었어?”

“카악! 퉤!”

습격자는 세은에게 얻어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독기가 가득 찬 눈으로 존을 노려보았다.

“쉽게 입을 열 것 같지 않은데요?”

“흐음.”

존의 말에 세은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세은이 보기에도 쉽게 입을 열 것 같지는 않았다.

어차피 마기에 물들어서 무차별적인 살인을 자행한 놈이니 고문을 하는 데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러나 옆에 존이 있는 게 문제였다.

잠시 방법을 고민하던 세은은 존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대답할 생각 있으면 이름을 크게 말하라고 해.”

“예?”

“누가 힘을 줬는지 대답할 생각이 있으면 이름을 말하게 하라고.”

“아, 예!”

세은의 지시가 살짝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존은 세은의 말대로 습격자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존의 말을 들은 습격자는 그저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전달했습니다.”

“좋아. 차에 들어가서 쉬고 있어. 내다봐도 상관은 없는데 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아, 알겠습니다.”

세은의 말에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챈 존은 사양하지 않고 차로 들어갔다.

굳이 못 볼 건 없지만, 볼 필요가 없는 걸 굳이 볼 필요도 없었다.

존이 차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세은이 천천히 습격자에게 다가갔다.

꿀꺽.

강한 척은 했지만, 막상 세은이 다가오자 습격자가 크게 침을 삼켰다.

그도 바보가 아닌 이상, 존이 안으로 들어가고 세은과 자신이 둘만 남아버린 상황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지 않았다.

우웅―

세은의 손에서 순식간에 빛의 검이 생성되었다. 습격자의 눈에 빛의 검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자, 알아서 편할 때 말해.”

비록 알아듣지 못했지만, 세은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푸욱―

“크아아악!”

그리고 세은의 검이 망설임 없이 그의 허벅지를 꿰뚫었다.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세은은 습격자가 다른 말을 꺼내기도 전에 다시 검을 뽑아 반대쪽 허벅지도 뚫어내었다.

양 허벅지가 뚫린 습격자가 자연스럽게 바닥에 널브러졌다.

마치 자신이 사냥하던 사람들처럼, 사냥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자신에게 힘을 주었던 사람의 두려운 빨간 눈이 섣불리 입을 여는 것을 막고 있었다.

세은도 당연히 어느 정도의 세뇌와 금제가 걸려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또다시 망설임 없이 습격자를 찔러 들어갔다.

푹!

이번에는 오른쪽 팔이 관통당했다.

남은 곳은 왼쪽 팔 하나.

이제 한 번만 참으면 찌를 곳은 복부밖에 없다.

그럼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습격자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통을 참아내었다.

씨익.

그런 습격자의 생각을 읽고 있는 세은은 얼굴 가득 웃음을 지으며 왼손을 들었다.

우웅―

신성력이 움직이며 습격자의 상처를 치료했다.

“크아아악!”

그러나 마기에 물든 몸은 신성력을 거부했다.

육체적인 상처는 조금씩 치료되는 것이 보였으나, 마기와 신성력의 충돌로 상처 부위의 고통이 배가 되었다.

칼로 찌르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상황에 습격자가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온몸이 흙으로 뒤덮이고, 튀어나온 돌부리와 나무뿌리에 상처와 멍이 들었지만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상처가 모두 치료되자 세은의 치료가 끝났다.

“크헉, 크허어억…….”

구멍이란 구멍에서 물을 질질 흘리며 습격자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침을 질질 흘리며 바닥에 입을 박고 있던 그의 귀에 세은의 어설픈 영어가 들려왔다.

“원 모어다, 이 새끼야.”

“끄으으으…….”

푸욱―!

또다시 세은의 검이 몸으로 박히며, 고통스러운 외침이 습지대를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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