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교황이다-122화 (122/225)

# 122

36. 타오르는 분쟁의 불씨(4)

“아무것도 없는데?”

“아무것도 없습니까?”

“응. 게이트는커녕 다른 몬스터들도 보이지 않아.”

세은의 말을 들은 존이 아이언에게 물었다.

“여기가 확실합니까?”

“예?”

“미노타우로스를 만난 장소 말입니다.”

“아, 예. 여기가 맞습니다.”

“초원이 다 비슷비슷해서 헷갈린 건 아니고요?”

“아닙니다.”

존의 의심에 아이언이 살짝 미간을 굳히며 말했다.

“저희는 막무가내로 탐사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구역을 나누고, 그 안에서 조사를 하죠. 절대로 헷갈릴 일이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본 것이니 너무 기분 나빠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아이언에게 확인을 마친 존이 세은에게 대화를 전달했다.

이 장소가 확실하다는 말을 들은 세은이 좀 더 유심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흐음. 그래?”

몇 번을 더 살펴봐도 다른 몬스터나 게이트가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곳에 미노타우로스가 나타난 이유는 외부적 요인 때문이라는 말이 된다.

여기보다 먼저 처리하고 온 오크들도 주변에 다른 몬스터들이 없던 것은 마찬가지.

두 무리의 몬스터가 개별로 움직인다는 건 확실한 근거가 될 수 있었다.

“그럼 근처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말인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미 일정이 하루는 늦춰진 상황.

하지만 선택은 존이 아닌 세은의 몫이었다.

“글쎄 무언가 찝찝하기는 하지만…… 일단 확인할 것부터 확인하는 게 나을 것 같군.”

미심쩍은 느낌만 가지고 하던 일을 중간에 중단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찝찝함을 감출 수는 없었지만, 세은은 우선 먼저 진행하던 일을 처리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세은의 말을 들은 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생각으로도 지금 새로운 일에 손을 대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었다.

“안내 감사합니다. 일단 근처에 몬스터가 없는 것을 확인했으니 캠프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 같군요.”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안내해 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하지만 아직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니 저희가 다음에 캠프에 다시 한 번 방문하겠습니다.”

“대장에게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간단하게 인사를 끝내고 차는 다시 처음의 목표인 게이트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한참을 달렸을까?

존의 외침에 세은이 몸을 일으켰다.

차에서 내린 세은은 게이트의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도 아닌데.”

아쉽게도 여기도 마왕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존은 너무나도 아쉬운 눈빛으로 세은을 바라보았다.

나미비아에 있는 것이 아니면 아프리카 다른 국가로 활동 반경을 넓혀야 했다.

그리고 그 일이 정말로 어렵다는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존이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그나저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야.”

“어떤 게 말씀이십니까?”

“오는 길에 몬스터들이 너무 자주 보이던데 말이야.”

“그렇기는 했습니다.”

차를 타고 오는 중에 몬스터들을 종종 마주쳤다.

게이트가 근처에 있다고 하기엔 몬스터들이 너무 사방팔방으로 움직이는 느낌을 받았다.

보통 몬스터들은 경계심이 많고,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곳을 꼭 만들어 놓기 때문에 정처 없이 떠도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세은이 보기에 오면서 마주친 몬스터들은 조금 이상했다.

“미노타우로스와 연관된 일인가?”

그것들도 전혀 연관이 없는 곳에서 나타났으니 정처 없이 떠돌다가 그곳까지 갔을 가능성이 높았다.

“다른 패턴의 게이트일까요?”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게이트가 문제가 아니다.

몬스터들의 습성이 바뀔 리가 없었다.

“이유를 모르니 어디부터 조사해야 할지 감도 안 오네.”

“확실히 아프리카는 너무 넓습니다. 그렇다고 인프라가 잘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어쩐지 힘든 일이 생길 것 같아 존이 선수를 쳤다.

그가 생각하기에 몬스터들이 여기저기 이동하는 것뿐인 문제였다.

세은이 단순히 몬스터들이 이동하는 일의 원인을 파악하라고 지시를 하면, 겪게 될 고생길이 눈앞에 훤하게 떠올랐다.

“좋아. 일단 인접 국가의 게이트부터 확인해 봐.”

“예!”

* * *

“큰일 났습니다!”

존이 세은의 집무실을 박차고 들어오며 소리쳤다.

난데없는 소동의 세은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러나 존은 평소와 달리 그런 세은의 모습에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다른 국가로 조사하러 넘어간 요원들에게서 연락이 끊기기 시작했습니다.”

“또?”

세은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단순히 사고를 당한 건 아니고?”

“예. 여러 국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연락이 끊겼습니다.”

“여러 나라?”

존의 말에 세은이 물었다.

“어디어디서?”

“보츠나와와, 앙골라, 그리고 잠바브웨입니다. 나미비아와 국경을 인접하고 있는 곳으로 전부 파견했습니다.”

“세 국가 전부에서 연락이 끊겼다고?”

“예…….”

“확실히 단순한 사고는 아닌 거 같은데.”

“그렇습니다.”

“그런데 유럽에서 이렇게 전 방위적으로 아프리카에 세력을 파견할 여유가 있나?”

세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미비아에서 완전히 유럽 세력이 소탕되기 전이라면 모를까.

모든 국가에 나미비아처럼 세력을 구축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당장 한 명의 사람이 부족한 것은 어느 국가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으니까 말이다.

“지금 확인 작업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괜히 어설프게 사람 보냈다가 인원 더 잃지 말고, 확실하게 보내.”

“예!”

“하나를 해결하면 일 하나가 터지네. 쉽게 가는 법이 없어.”

“죄송합니다.”

“이미 벌어진 일을 무슨,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이나 확실하게 해.”

존은 고개를 한번 숙이고는 세은의 집무실에서 나갔다.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면 바싸고 잡기가 더 번거로워지는데 말이야.”

세은이 여기에 묶여 있는 동안, 바싸고가 어떤 짓을 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적어도 최대한 빨리 잡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

답답한 마음에 세은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왔다.

* * *

“유럽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닥치는 대로 몬스터를 몰아내고 있답니다.”

주변 국가의 상황을 파악한 존이 세은에게 보고를 올렸다.

“그게 누군데?”

“정확한 신원은 그 누구도 모릅니다. 다만 얼마 전에 갑자기 나타났고, 몬스터들을 사냥한다고 합니다.”

“그럼 좋은 거 아냐? 뭐가 문제야?”

“그런데 그들이 몬스터만 사냥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그럼?”

세은의 질문에 존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사실 몬스터 사냥은 보여주기 용이고, 몬스터들은 여기저기 쫓아내기만 한 다음에 각성자들을 사냥한단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그래? 굳이 왜?”

“잘 모르겠습니다. 간간히 민간인들도 죽인다는 정보가 있는 것을 보니 단순히 미친 놈들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른 가정은?”

겨우 이 정도가 정보의 끝일 리가 없었다.

역시 세은의 예상대로 존은 한 가지 가정을 더 내놓았다.

“아니면 장기 밀매범들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누군가 하나 실종돼도 모르는 곳이 아프리카니까요. 각성자들의 장기가 비싼 값에 매매된다는 소문도 있는 상황이고요.”

아무래도 부자들 중에 특별한 힘을 사용하는 각성자에 대한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마치 각성자들의 내장을 이식받으면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단 그런 믿음.

물론 각성자들이 오러나 마나의 힘으로 남들보다 조금 더 건강하고, 수명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미 죽은 사람의 몸에서는 마나와 오러도 빠져나간다.

결국 각성자들의 장기도 일반인들의 장기와 다를 바가 없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몸에 좋다고 생각되면 어떤 것이라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은 많았다.

“어찌 됐건 없애야겠군.”

“예. 하지만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또 무슨 문제?”

온통 문제밖에 없는 상황에 세은의 말끝이 조금 치솟았다.

“아무래도 그놈들이 각성자이다 보니, 다른 국가에서 각성자들이면 무조건 붙잡는 실정입니다.”

“상부에 도움을 요청해.”

“이미 해봤습니다만……..”

세은의 말에 존이 말끝을 흐렸다.

“워낙 국가들의 민심이 좋지 않아 거절당했습니다. 유럽과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이라 온전히 말이 먹히지를 않는 것 같습니다.”

“끄응.”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것 없는 상황에 세은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들어가자니, 지나가면서 마주칠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일 수도 없는 일.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그럼 지금 요원들이 잠입하는 것처럼 나도 잠입하면 되겠네.”

“아,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그 방법밖에 없잖아? 그리고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범인들도 유인할 수가 있겠지.”

“하지만 그런 놈들이 여러 곳에서 활동해서 한 번에 뿌리 뽑기는 힘들 겁니다.”

“괜찮아.”

존의 걱정에 세은이 씩 웃으며 말했다.

“한 곳에서 붙잡고 본부가 어딘지 물어보면 되지. 설마 다른 소속인 놈들이 이렇게 짠 것처럼 같이 활동을 하지는 않을 것 아냐?”

“그렇기는 합니다.”

“좋아. 그럼 바로 준비해.”

“예!”

존은 세은과 자신이 자리를 비웠을 때를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 * *

“이거, 예상은 했지만 생각 외로 일이 너무 많아.”

덜컹거리는 차의 주행을 느끼며, 세은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의 혼잣말을 들은 존이 난감한 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지금 상황은 일 하나를 해결하면 바로 일이 새로 터지는 격이었다.

세은도 답답하겠지만, 그의 밑에서 일을 도맡아 하던 존도 과로로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당장 지금만 해도 각성자 중에 한국어 가능자가 없어 자신이 따라나오지 않았던가.

“앞으로 30분 뒤에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운전자의 말에 세은이 존에게 물었다.

“가서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 일반적인 요원들이 하는 것처럼 걸어서 주변을 탐색할 겁니다. 소문도 묻고, 이상한 점도 알아보고요.”

“그리고?”

“그리고는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움직이면 됩니다.”

“크게 어려운 건 없네.”

“아마 일반적인 요원처럼 연기하는 것이 가장 어려울 겁니다.”

세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나는 잘 모르니 그 부분은 알아서 해.”

“예. 만반의 준비를 끝냈습니다.”

이런 식으로 작전에 대해 말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차량은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도시는 최근에 흉흉한 사건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길거리에 사람들도 몇 명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외지인인 세은 일행이 시내로 들어가자, 노골적으로 경계의 눈빛이 느껴졌다.

“경계하는군요.”

“당연하지. 사람이 사라지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정보를 얻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들의 첫 목표는, 정보원인 척 정보를 모으는 것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중에는 연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진짜 정보 수집 목적도 포함되어 있었다.

정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니까.

하지만 시작부터 그 상식을 지킬 수 없게 될 수도 있었다.

“아무래도 최근에 일이 한 번 더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분위기가 보고서로 표현된 것보다 더 좋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지.”

존의 말에 세은이 담담히 대답했다.

“일단은 작전대로 움직인다.”

“예!”

세은의 지시와 동시에 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