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교황이다-121화 (121/225)

# 121

36. 타오르는 분쟁의 불씨(3)

아이언과 제인은 자신들이 처음 미노타우로스를 발견할 곳을 바로 찾아가지 못했다.

정신없이 한참을 도망친데다가, 나미비아의 초원이 다 거기서 거기였기 때문.

결국 캠프에 연락을 해, 근처의 지리를 설명하고 도움을 받았다.

먼저 캠프로 이동하고, 거기서 다시 몬스터와 마주친 곳으로 이동하는 방법.

그들이 머물고 있던 캠프는, 원래의 목적지와 방향이 달랐다.

예정에 없던 시간이 더 소요되게 되었지만 몬스터와 관련된 이상 행동은 미리미리 확인해 보는 것이 좋았다.

캠프에 도착하자, 미리 연락을 받은 책임자가 일행을 맞이했다.

“여어. 대장!”

“아이언! 이게 무슨 일이야?”

탐사를 나갔다가 몬스터들의 습격을 받았단 얘기를 들은 대장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아니, 여기 안전한 구역 아니었어요?”

곧바로 제인이 아이언을 따라 차에서 내리며 물었다.

날이 선 그녀의 말에 대장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미리 알아보고 온 것 아냐?”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냐고!”

“워워. 진정해 제인. 대장이라고 알겠어?”

아이언이 제인을 달랬다.

당장이라도 대장에게 한 마디 하고 싶은 건 아이언도 같은 심정이었다.

말 그대로 죽음에 발을 걸치고 있던 기분을 느꼈으니까.

하지만 대장이라고 무엇을 알 것 같지는 않았다.

“같이 오신 분들이 바로 그 각성자 분들인가?”

한바탕 소란스럽게 재회를 마치고 나서야, 대장의 시선이 세은과 일행에게로 향했다.

보좌관이 앞으로 나서며 대장에게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존 스탠리입니다.”

“저는 이 캠프의 책임을 맡고 있는 파투 오란입니다.”

두 사람의 손이 잠깐 맞잡았다가 떨어졌다.

“우리 대원들을 구해주셨다니,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괜찮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그 뒤로도 두 사람 사이에 몇 마디 인사가 더 오갔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죠.”

“아닙니다. 저희가 다른 일이 있어서, 죄송하지만 바로 이 두 분에게 몬스터를 만난 장소를 안내 받고 싶습니다.”

“아,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아쉽네요. 저희 대원들을 구해주신 분들이라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었는데 말이죠.”

“하하. 마음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아이언! 한 번만 더 고생해 줘.”

파투가 아이언에게 말했다.

아이언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대장.”

도주를 하느라 여기저기 과부화되었던 차는 캠프에 맡기고, 아이언은 다른 차를 받았다.

“여기서 사십 분 정도의 거리입니다.”

“먼저 출발하면 뒤에서 따라가죠.”

존의 말에 아이언이 먼저 차에 탑승했다.

그를 따라가기 위해 세은도 차에 탑승한 순간.

부르릉―

“대, 대장!”

차 한 대가 급하게 캠프로 돌아오며 파투를 애타게 찾았다.

“뭐야 바키, 캠프에서는 속도 줄이라고 몇 번 말했어!”

“그,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파투의 불호령에도, 바키라고 불린 사내는 계속해서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모, 모, 몬스터가 나타났습니다!”

“뭐?”

갑작스런 소식에 파투의 얼굴에 실시간으로 당혹감이 어렸다.

“몬스터?”

“부, 부, 부, 분명히 맞아요!”

“그게 어디입니까?”

옆에서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존이 바키에게 물었다.

“누, 누, 누구?”

아직 떨리는 가슴이 진정이 되지 않은 바키가 말을 더듬으며 존을 경계했다.

“우리에게 도움을 주신 각성자 분들이니까, 말 좀 더듬지 말고 설명해 드려. 안 그래도 몬스터를 찾아오셨더군.”

“그, 그래요?”

그러나 바키의 심장은 금세 진정되지 않았다.

결국 파투가 따뜻한 차 한 잔을 가져오게 해서 먹인 뒤에야, 바키는 조금 진정할 수가 있었다.

“휴우.”

“이제 좀 진정이 되나?”

“감사해요, 대장. 너무 놀라갖고. 내 평생 몬스터를 실제로 본 건 처음입니다.”

“그런 사람이 더 많지.”

“하여튼, 몬스터를 찾아오셨다고요?”

“그렇습니다.”

조금씩 시간이 지체되어서 기다리기 지쳐가고 있었지만, 존은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세은이 아직 별다른 재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방을 닦달할 필요가 없었다.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받아내는 것이 중요했다.

“아! 맞아요.”

“그 몬스터들은 어떻게 생겼습니까?”

“초록색 피부를 지녔는데, 사람처럼 두 발로 걸었어요.”

“오크군요.”

“오크요?”

존은 바키의 반문에 대답하지 않고 재차 질문했다.

“어디서 발견했습니까?”

“여기서 삼십 분 정도의 거리입니다.”

“삼십 분?”

같이 대화를 듣고 있던 파투가 놀라서 물었다.

“바로 옆이잖아?”

“그렇죠. 그래서 제가 이렇게 급하게 온 겁니다. 대장. 당장 도망쳐야 해요!”

이제야 자신이 미친 듯이 차를 몰고 돌아온 이유를 생각해 낸 바키가 파투에게 말했다.

“안 그래도 아이언과 제인이 몬스터에게 쫓겨서 죽을 뻔한 참이야.”

“벌써요? 다행이네요. 어떻게 살아왔답니까?”

“여기 계신 분들이 도움을 주신 거지.”

파투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캠프를 물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현재 아프리카의 상황 상 언제 다시 기회를 얻을지 몰랐다.

그리고 후원받았던 기금이 있는 만큼, 최소한의 성과를 가져가야 했다.

목숨이 달려 있다곤 해도, 후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결과도 필요했다.

“어떻게 할까요?”

“일단 가까운 곳부터 가보지.”

“이들은 캠프를 물리지 않을까요?”

“그럼 사람이라도 빌려달라고 해.”

“알겠습니다.”

그사이에 세은과 간단한 대화를 마친 존이 파투에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이분도 잠시 저희가 빌릴 수 있겠습니까?”

“아, 그 장소에도 가보시려고 하는 겁니까?”

“예. 아무래도 확인해 볼 필요는 있으니까요.”

파투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바키에게 향했다.

“저, 저요?”

시선을 받은 바키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럼 자네 말고 누가 안내를 할 수 있어?”

“그, 그게…….”

바키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난생처음 목격한 몬스터들은 생김새부터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수십 마리의 초록 괴물들이 울부짖던 소리는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잘하면 계속 캠프를 유지할 수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존이 거부할 수 없는 미끼를 던졌다.

“그게 무슨 말이시죠?”

안 그래도 그 문제로 인해 고민하던 파투가 미끼를 덥석 물었다.

존이 싱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만약 저희가 상황을 확인했을 때, 일시적인 문제로 몬스터가 생긴 것이라면 몬스터만 없애면 되는 문제니까요.”

“몬스터들을 없애주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럼요. 보지 못했다면 모를까. 마주친다면 살려둘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오오…….”

존의 말에 파투의 눈이 반짝거렸다.

안전이 해결되면 당연히 캠프를 유지 할 수가 있다.

파투는 열정적으로 바키의 등을 떠밀었다.

“자자. 바키. 들었지?”

“대, 대장! 그래도…….”

“어차피 자네는 차에만 있을 건데 뭐가 그리 무섭나? 운전은 아이언이 할 테니 안내만 해! 자네 설마 캠프가 여기서 철수하는 걸 바라는 건 아니겠지?”

“당연히 그건 아니죠.”

“그럼 얼른 다녀와!”

“대장…….”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파투를 불렀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바키도 거부한다고 될 상황이 아니란 걸 알았기 때문에 결국 울며 겨자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이언이 운전대를 잡고, 바키가 그 옆에 탑승했다.

그리고 그 둘의 차를 세은과 일행이 따라붙었다.

“먼저 바키가 발견한 곳으로 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윽고, 차 두 대가 사이좋게 캠프를 나섰다.

* * *

한동안 거친 나미비아의 초원을 잘 달리던 아이언의 차량이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뒤를 따라가던 세은의 차도 그에 맞춰서 속도를 낮췄다.

이내 완전히 멈춘 선두 차량에서, 아이언과 바키가 내렸다.

“바키가 본 오크들은, 여기서 차로 5분 거리에 있습니다.”

더 이상 겁을 먹은 바키가 안으로 들어가는 걸 거부했다.

그리고 그건 아이언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몬스터들이 보이기 전에 차를 멈췄다.

둘의 두려움을 이해했기 때문에 존도 별다른 말없이 방향을 물었다.

“아, 알겠습니다. 방향은 어느 방향이죠?”

“여기서 북동쪽입니다.”

존은 자신이 들은 정보를 세은에게 전달했다.

“여기서 북동쪽으로 차로 5분 거리에서 오크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럼 잠깐 다녀오지.”

“아, 알겠습니다.”

세은이 간다고 한 이상 따라가 봤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세은은 차에서 내려 존이 알려준 방향으로 움직였다.

타다닥―

순식간에 세은의 신형이 일행의 앞에서 사라졌다.

그 놀라운 속도에 아이언과 바키의 입이 떡 벌어졌다.

“벌써 보이네.”

그 둘이 그러든 말든 세은은, 어느새 오크 무리들이 보이는 거리까지 접근했다.

“흐음.”

세은은 사정거리에 들어온 오크 무리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오크들에게서 딱히 이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한 가지 이상한 건, 오크들이 잔뜩 흥분한 상태라는 점.

그러나 워낙 자주 흥분을 하는 놈들이라, 단순히 지나가던 야생 동물을 사냥하는 데 성공해서 신나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조금 더 살펴봤지만 크게 이상한 점을 찾지 못한 세은은 신성 마법을 발동했다.

“에일린. 홀리 레인.”

시원한 빗소리와 함께 신성의 빛이 오크 무리의 머리 위를 적셨다.

“꾸엑?”

“취이익!”

“꿱!”

그러나 청량감 넘치는 소리와 달리, 신성의 비를 맞은 오크들이 하나둘씩 그 신형이 무너져 내렸다.

대부분의 오크들이 머리에 구멍이 난 채로 즉사했다.

오크 무리 정도는 가볍게 정리한 세은은 자리를 벗어났다.

“아, 벌써 오셨습니까?”

채 30분도 되지 않아 돌아온 세은에게 존이 물었다.

세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평범한 오크들이더군.”

“그렇습니까?”

“미노타우로스를 발견한 곳에서도 이상한 점이 없으면, 바로 이곳에 게이트가 생겼는지 탐색에 들어가.”

“예! 알겠습니다.”

간단한 지시를 내린 세은이 다시 차에 올라탔다.

“다 처리하고 오셨다는군요. 이제 다음 장소로 안내 부탁합니다.”

존은 멍하니 있던 아이언과 바키에게 다시 안내를 부탁했다.

“아, 예예!”

한국어를 못하는 관계로, 둘의 대화를 멍하니 듣고만 있던 아이언이 빠르게 차에 탑승했다.

부르릉―

그리고 처음처럼 다시 차가 천천히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걸 벌써 다 없애고 왔다고? 그것도 혼자서?”

“그렇다잖아.”

“거짓말 아냐?”

바키가 의심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거대한 미노타우로스 무리도 혼자서 없앤 사람인데 설마 거짓말 하겠어?”

“아니, 그래도 너무 빠르니까.”

“내가 봤어. 믿어.”

아이언이 바키의 말을 틀어막았다.

바키는 아직 모든 의심을 다 풀지 못했지만, 직접 목격한 아이언이 이렇게 얘기하니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얼마나 더 가야 해?”

살짝 불편해진 공기를 환기하기 위해 바키가 물었다.

“한 20분?”

“거 멀리도 나갔었네.”

이런 식으로 시답잖은 잡담을 주고받으며, 차는 끊임없이 초원을 달렸다.

끼익―

“여기입니다.”

또다시 목적지에 도착한 아이언이 차에서 내려 존에게 말했다.

탁―

존의 말을 들은 세은이 차에서 몸을 내렸다.

“여기라고?”

“예. 여기랍니다.”

세은은 진지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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