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교황이다-115화 (115/225)

# 115

35. 아프리카 정보전(2)

“총 열 명 중에, 두 명은 각자 따로 숙소를 배정했습니다.”

“좋아.”

요원의 보고를 들은 세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열 명을 전부 따로따로 흩어지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미끼가 되겠지만, 그럼 만약의 사태에 세은이 반응하기가 힘들었다.

예를 들어 가장 멀리 있는 사람까지 아무리 빨리 간다고 해도 2분은 걸렸다.

그러나 2분이면 미끼 역할을 한 요원이 당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인원을 지원받기 힘든 만큼 최소한의 손실로 사냥꾼을 잡아야 했다.

적어도 8명이 모여 있으면, 사냥꾼이 이곳으로 온다 하더라도 대응할 시간을 벌 수 있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각자 나눠진 두 명의 요원의 중간 지점에서 세은이 대기하는 게 이번 작전이었다.

매우 간단한 계획.

그러나 세은이 없다면 함부로 시행할 수 없을 작전이기도 했다.

“지시하신대로 두 명 모두 그나마 가장 방어에 능한 요원들로 선발했습니다.”

“좋아. 사냥꾼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니 어쩔 수 없지.”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 이상한 걸 알아채고 오지 않진 않을까…….”

“그럴 수도 있지.”

세은이 요원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오지 않아도 상관없어. 우리는 계속해서 미끼를 뿌리면 돼. 오히려 안 와주면 우리가 활동하기 편하니까.”

“그건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크게 걱정하지 말고 이대로 진행해. 미끼로 선발된 요원들에게는 잘해주고.”

“하하. 당연합니다.”

“일단은 기다려 보지. 미끼가 된 요원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숙소에서 나가지 않았겠지?”

“예. 두 명만 마치 새로 파견 나온 것처럼 정보 수집 활동을 했습니다.”

두 명이 새로 왔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미끼가 된 요원들은 원래 이곳에 있던 요원들이 하던 업무를 그대로 진행했다.

사냥꾼의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숙소에만 있는 각성자들을 공격하지는 않을 게 분명했다.

목표는 정보를 수집하던 각성자들인 게 분명하니까.

“오늘부터 대기에 들어간다. 전부가 밤을 샐 수는 없으니 편성 잘하고.”

“예!”

간단한 보고와 지시를 마치고 요원은 세은의 방에서 나갔다.

탁―

요원이 나가면서 방문이 닫히자, 세은은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던 노을빛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자, 어디 한 번 해보자고.”

세은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일이 유럽의 소행이란 걸 확신하고 있었다.

적어도 도와준 은혜를 모르고, 국제적으로 자신을 매장시키려 한 놈들에게 자비를 베풀 정도로 세은은 착하지 않았다.

자신은 물론, 가족들이 피해를 본 것을 이자까지 쳐서 갚아줄 심산이었다.

“사람 잘못 건드렸다는 걸 보여주지.”

세은은 밤을 기대하며 의자에 몸을 뉘였다.

* * *

“허억. 허억!”

‘대체 어떤 놈이지?’

평소와 다름없이,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타국의 각성자들을 사냥하던 피어스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도주를 감행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긴장을 풀고 있었다면, 영락없이 순식간에 잡혀서 죽었을 게 분명했다.

“함정이라니…….”

사실 언젠가 일어날 일이었다.

상대가 바보가 아닌 이상 자국의 각성자들이 계속해서 없어지던 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리가.

그러나 그때가 지금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겨우 사냥을 시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

아프리카와 미중러의 거리를 생각하면 아직은 여유가 있어야 했다.

습격을 하는 사람들의 규모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고급 인력을 단숨에 파견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수읽기에서 지고 들어간 것이다.

6서클인 자신을 이렇게 쉽게 상대하는 실력자라니, 여태까지 피어스가 만나본 사람 중 이 정도의 실력자는 단둘이었다.

하나는 마르키시오, 그리고 남은 한 명이 도세은이라던 동양인.

그러나 마르키시오가 나미비아에서 피어스를 공격할 일은 없었다.

그녀가 겪은 도세은이라면 벌써 자신을 잡았어야 했다.

그러나 피어스는 현재 거의 상대를 따돌린 상황.

조금만 더 가면 미리 준비해 놓은 안가가 있었다.

그리로 들어가면 한숨 돌릴 수 있을 게 분명했다.

“크윽.”

거의 도망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니, 옆구리에서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통증이 느껴지던 부위에 오른손을 가져가 보니 끈적거리는 피가 느껴졌다.

처음 목표물의 제거에 실패했을 때, 자신에게 들어온 공격을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살짝 베인 것 같았다.

몰랐을 때는 크게 아프지 않았는데, 상처가 자각되니 고통이 한 번에 밀려왔다.

피어스는 미간을 가득 찌푸리며 안가를 향해 쉬지 않고 도주했다.

이제 정말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허억!”

멀리 미리 준비해 둔 안가가 보이자, 피어스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달릴수록 옆구리의 상처가 벌어져 고통이 심해지고 있었다.

‘다 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주변의 민가와 다를 바 없는 허름한 건물에서, 피어스의 걸음이 멈췄다.

마나를 이용해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꼬리는 붙지 않은 게 확실했다.

피어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흐음. 여기가 본거지는 아닌 것 같은데?”

“헛!”

탁―

동시에 자연스럽게 안가의 문이 닫혔다.

“뭐, 뭐야!”

현관이 닫힌 집 안은 매우 어두웠다.

창문으로 넘어오던 달빛 몇 줄기만이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뭐라 하는지를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분명히 마지막에 확인했을 때도 추격자가 따라붙지 않았던 걸 확인했다.

꼬리가 붙었다고 이곳이 아니라 당장 도움을 줄 수 있는 조금 더 먼 곳으로 갔을 터였다.

당황한 피어스가 어둠 속에 있는 상대를 공격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일단은 뭐라도 들으려면 잡아서 데려가야지.”

피어스는 상대방의 말을 알아들 수 없었지만, 적어도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알았다.

은밀하게 안가까지 자신을 뒤쫓아 온 사람이 좋은 의미로 왔을 리가 없으니까.

“자, 가자.”

침입자는 알아듣지 못할 언어로 피어스를 향해 다가왔다.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던 침입자의 얼굴이 달빛이 비추는 곳에 도달하자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너, 너는?”

잊을 수 없는 얼굴에 피어스가 놀라 소리쳤다.

“대체 여기에 어떻게?”

턱―

뒷걸음질 치던 피어스의 발이 벽에 걸렸다.

그러나 그 사실도 느끼지 못하는 듯이 피어스의 확장된 동공이 추격자에게서 떠날 줄을 모르고 있었다.

“나 기억하지?”

추격자, 세은이 씨익 웃음을 지으며 피어스에게 말했다.

표정을 보아하니 자신을 알아본 게 분명했다.

“대체 어떻게?”

경악을 추스르지 못한 피어스가 중얼거렸다.

대체 이자가 어떻게 지금 나미비아에 있지?

세은의 대외 활동을 막기 위해 유럽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피어스가 모를 리가 없었다.

아무리 다른 국가들의 지지가 있어도, 한동안은 국제 사회의 시선을 의식해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계산이 빗나갔다.

“얌전히 가자.”

세은의 그 말을 마지막으로, 피어스의 손발이 한순간에 제압당했다.

* * *

“이러니까 어지간한 사람들을 당할 수밖에 없지.”

세은은 자신의 앞에 구속되어 있는 피어스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6서클 마법사가 마음먹고 암살을 하는 데, 막아낼 수 있는 각성자가 드문 것은 당연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나미비아에서 세은을 보좌하던 요원이 말했다.

세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요원에게 지시했다.

“범인은 잡아왔는데, 딱히 뭔가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일단은 위에 보고해 보겠습니다.”

“흐음…….”

세은이 자신의 긁적였다.

“상황이 조금 애매한데 말이야.”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그러나 요원의 질문에도 세은은 곧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자신을 죽일 듯 노려보는 피어스를 잠시 바라보던 세은이 요원에게 지시했다.

“사노와 내가 직접 얘기해 보도록 할 테니 연결해.”

“알겠습니다!”

지시가 내려지자 요원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세은은 사노와 연락을 할 수가 있었다.

“도! 범인을 잡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아아. 잡았지.”

“역시 대단하십니다.”

사노가 세은의 면을 높이 추켜올렸다.

그러나 세은은 그런 사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어서 말이야.”

“무슨 문제 말입니까?”

“우리 예상대로 범인은 유럽 연합이 맞거든, 그것도 아주 고위직.”

“역시!”

“그런데…… 범인 공개할 거야?”

세은의 질문에 사노가 대답했다.

“그건 아직 대답해 드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아니, 그건 나도 아는데 말이야. 더 높은 가능성을 묻는 거지.”

“그렇다면…… 아마도 공개를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범인을 공개하면 당장 보복을 해야 할 텐데 아직 그 정도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노는 아쉬운 투를 숨기지 않으며 대답했다.

적어도 미국은, 아니,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은 걸어온 싸움을 피할 만한 국가들은 아니었다.

먼저 공격하면 그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주는 국가들이었다.

이건 그들 정부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국민들도 같은 마음.

다만 다른 곳도 아니고 유럽 연합이 그 상대라면 복잡한 계산이 끼어들 수밖에 없었다.

단순한 보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을 생각했을 때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해도 과한 가정이 아니니까.

특히 사노가 지금 아쉬워하는 건, 세은이 있기 때문에 전면전이 벌어져도 질 리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마 본국으로 데려와서 취조를 하거나, 현지에 취조 전문가를 파견할 것 같습니다.”

“그 취조가 고문인가?”

“예?”

세은의 직설적인 질문에 사노가 잠깐 당황했지만, 허허 웃으면서 그의 말에 대답했다.

“하하. 고문은 국제법상 금…….”

“금지지만 못할 건 없잖아? 어차피 유럽에서 자기들 요원이 잡혔다고 말할 상황도 아닌데.”

사노는 이번에는 세은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게이트가 생기기 전에도, 중동에서 미군이 포로에게 고문을 가했다는 얘기가 종종 흘러나온 적도 있었다.

“뭐, 고문이 나쁘다는 건 아니고. 다른 이유가 있어서.”

“무슨 이유 말씀이십니까?”

“내가 잡은 놈이 6서클인데, 그래도 이 정도 실력이면 조금은 도움이 되니까.”

“유럽 각성자가 세은 씨에게 협력을 하겠습니까?”

“만약 바싸고가 유럽에서 활동을 하면 돕기 싫어도 도와야 하지 않겠어?”

“끄응…….”

세은의 말에 사노가 침음을 흘렸다.

사노의 생각에는 상대가 어쩌지 못할 때 바로 정보를 캐내 빈틈을 들이치던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됐다.

그러나 세은이 이렇게 말하는 이상, 제안의 형식을 취하고 있긴 하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의 생각에는 여태까지 본 세은의 능력이라면 굳이 도움이 없어도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세은 본인이 도움이 필요하다는데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

머리를 빠르게 회전시키던 사노가 결국 세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세은 씨가 잡았으니 편하신 대로 하십시오.”

“아아. 놓아줄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그럼?”

“이왕 잡은 거 이용은 해야지. 혹시 좋은 생각 있으면 바로 알려줘.”

“알겠습니다. 일단 그럼 취조 전문가를 나미비아로 보내겠습니다.”

“아아. 그건 알아서 해. 그럼.”

세은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사노와의 연락을 끊었다.

모든 대화는 한국어로 이루어져서 같은 자리에 있는 요원만이 그 내용을 알아들었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던 피어스는 그저 여전히 세은을 노려보는 일밖에 할 수가 없었다.

적어도 지금 세은의 통화가 자신과 관련된 일이란 건 눈치로 알 수가 있었으니까.

“사노가 취조 전문가 보낸다니까 저거 어디다 잘 가둬놔.”

세은은 옆에서 모든 대화를 듣고 있던 요원이 지시를 듣고 힘차게 대답했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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