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교황이다-114화 (114/225)

# 114

35. 아프리카 정보전(1)

“또 연락이 끊겼다고?”

사노가 자신에게 올라온 보고를 들으며 부하에게 물었다.

이번 주만 해도 벌써 네 명의 연락이 끊긴 상황이었다.

아프리카의 치안이 워낙 갈피를 잡을 수가 없어 한 달에 한 명 정도 연락이 끊기는 경우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한 주에 네 명의 연락이 끊긴 경우는 처음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은 된 건가?”

사노가 부하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는 난감한 표정으로 사노에게 대답했다.

“일단 다른 요원들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을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래, 잘했어.”

당장 할 수 있는 조치 중에서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다.

아프리카에 파견 나가 있던 요원들은 모두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각성자들.

어중이떠중이에게 당할 일은 없었다.

사노는 직감적으로 아프리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잠시 고민을 하던 사노가, 부하에게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우리 말고 다른 국가들도 최근에 연락이 갑자기 두절된 요원들이 많은가 물어봐.”

“예?”

사노의 지시에 부하가 자신도 모르게 반문했다.

지금 사노가 물어보는 부분은 당연히 기밀로 취급될 게 분명했다.

그러나 사노가 단호하게 다시 지시를 내렸다.

“우리 상황을 먼저 알려주고, 그 다음에 정보를 받아. 지금 그런 거 따질 때야?”

“아, 알겠습니다!”

사노의 심기가 불편해지는 것을 느끼자 부하가 재빨리 대답하고는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집무실에 혼자 남은 사노가 여전히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서류더미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후우. 도저히 일이 줄지를 않는구만.”

잠시 찌뿌둥한 고개를 스트레칭한 사노는, 다시 서류를 집어 들고 업무를 시작했다.

* * *

급하게 모든 동맹이 모였다.

아프리카에 각자 파견한 요원들이 사라지는 일을 가볍게 볼 게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사라지는 숫자가 텀은 달랐지만, 갑작스럽게 많은 요원들이 사라지는 건 확실했다.

당연히 외부의 개입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작금의 상황에서 용의자는 한 곳으로 압축된다.

“유럽.”

“아마도 그렇겠죠.”

“유럽이 아니면 유럽의 사주를 받은 아프리카 정부일 겁니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몇몇 정부는 현재 미중러에 우호적인 몸짓을 취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그렇다고 습격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는 게 바로 국가 간의 관계였으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이지호가 물었지만, 다른 사람들도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단순히 요원을 더 파견한다고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세은은 이 사실을 압니까?”

“아직은 모릅니다.”

“그럼 우선 세은에게도 알리는 것이 좋겠군요.”

사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동의했다.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의 키는 이 자리의 사람들보다 세은이 쥐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러나 세은에게 알린다고 하더라도 다른 문제가 남아 있었다.

“일단 알리는 건 반대하지 않습니다만, 세은이라고 딱히 방법이 있겠습니까?”

“끄응…….”

틀린 말은 아니었기 때문에 사노가 침음을 흘렸다.

“지금 방법은 그가 직접 가서 아프리카를 탐색하는 수밖에 없기는 한데. 아프리카가 워낙 넓어야지요.”

“사실 가장 비효율적이라 처음에 폐기된 방법 아닙니까.”

“그렇죠.”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도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어떤 작전을 구상해도, 일단 아프리카까지의 거리가 먼 것이 가장 큰 마이너스 요소였다.

결국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짧은 고민을 끝내고, 우선 세은에게 말을 전하기로 결정했다.

* * *

“이거 골치 아프네.”

이지호의 연락을 받고 다음 회의에 참석한 세은이 중얼거렸다.

직접 와서 연락이 끊긴 각성자들의 수를 파악하니 더욱 문제점이 크게 와 닿았다.

“이 정도면 아프리카에서 들어오는 정보가 아예 없을 정도 같은데.”

“다행히 각성자가 아닌 요원이나, 현지인들이 있어서 정보가 아예 끊기진 않고 있습니다.”

사노의 말에 세은이 말했다.

“그럼 오직 각성자만 끊긴다는 말인가?”

그건 그것 나름대로 이상한 말이었다.

만약 스파이가 있거나, 어떤 암호가 간파되어서 당하는 것이라면 각성자와 비각성자를 막론하고 모두가 당해야 했다.

그런데 각성자만 골라서 처치당하는 상황을 쉽게 설명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세은은 사노의 말을 듣는 순간 느낌이 왔다.

“누군가 각성자들을 사냥하고 있네.”

“사냥 말입니까?”

세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냥, 능력 있는 각성자가 아프리카에서 사냥을 하는 것 말고는 설명이 안 돼.”

도대체 왜? 라고 질문하려던 사노가 이것이 무의미한 질문이란 사실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이유는 충분했다.

이제 그 각성자가 유럽 소속이라는 사실만 밝히면 될 일이었다.

서로의 영토가 아닌 곳에서 이런 짓을 하는 건 기습 공격과 진배없는 일이니까.

“이거 골치 아프군요.”

그러나 세은이 말한 각성자가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파악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당장으로서는 개인인지, 단체인지도 불분명한 상황이었다.

습격자에 대한 어떤 정보를 얻기 전까지 섣부르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설프게 보냈다간 지원 병력까지 깡그리 당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일단 개인인지, 단체인지를 모르니 처음부터 난항이군요.”

이지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들의 고민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해결되었다.

“내가 가지.”

“예?”

“도가 말입니까?”

이지호가 놀라서 되묻고, 사노가 확실하게 의견을 재차 물었다.

설마 지금 상황에서 세은이 아프리카로 가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설 줄은 아무도 몰랐다.

현재 아프리카에서 쓸 만한 정보를 얻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 가면 가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정말로 밑바닥에서 정보를 캐내야 했다.

그리고 정보를 캐내는 것은 세은보다 전문적인 요원들이 하는 게 낫다고 이미 의견을 모은 상황이었다.

“아직 아무런 정보도 없습니다만…….”

사노가 말을 흐렸지만, 세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렇다고 지금 다른 사람들 파견해 봐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이렇게 고민하는 거 아냐?”

“그렇긴 합니다.”

“일단 내가 가서 문제를 제거하고 나서, 그 이후에 지원을 하는 게 제일 나을 것 같아.”

“그래 주시면 저희는 감사합니다.”

세은의 말에 실내에 있던 모두의 얼굴이 환해졌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세은이 나서준다면 상대가 개인이든 단체이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세은이 아프리카로 갈 때 지원을 같이 보내도 문제가 없을 것이 분명했다.

작전의 용이함과 시간 절약 면에서 엄청난 이득을 볼 수가 있었다.

“다른 좋은 방법이 있으면 기다리겠는데, 상황이 그렇게 되지 않네. 한 달은 쉬었으니 움직일 때도 됐지.”

말을 하며 세은이 살짝 웃음을 지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무런 정보 없이 아프리카를 가야 하는 것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는 이상 무작정 처음처럼 기다리자고 할 수도 없는 일.

세은의 말에 모든 고민을 해결한 사노가 환하게 대답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 * *

세은이 아프리카로 직접 움직이겠다는 제안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은과 함께 아프리카로 파견할 인원이 모두 선발됐다.

아무래도 세은이 함께하다 보니, 전투력이 조금 모자라도 다른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로 인원이 구성되어 있었다.

이들이 가면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 한결 용이해질 게 분명했다.

이들을 태운 비행기가 남미를 경유해 아프리카로 넘어갔다.

“나미비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현지 정보원이 일행을 조심스럽게 맞이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입국을 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비행기는 일반 여객기로 위장해서 착륙했다.

다행히 나미비아 정부는 미국에 호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나미비아의 태도가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은 믿을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일단 자연스럽게 이동하시죠.”

단체 관광의 가이드처럼 꾸미고 온 현지 정보원이 가이드 역할을 연기하며 일행을 이끌었다.

지금의 상황에 대해 미리 전달을 받았기 때문에 일행들도 별다른 어색함 없이 가이드에게 장단을 맞춰주었다.

탁!

모든 일행이 차량에 탑승하고 나서야 현지 정보원이 진지해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오시는 동안에도 두 명의 요원에게서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소재는 확인해 봤고?”

“한 명은 시체를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 명은 아직 그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고요.”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세은이 물었다.

“시체의 상태는 어땠지?”

“겉으로 보기에 크게 외상은 없었습니다. 일단 이미 수의로 갈아입혀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럼 수의 안은 다를 수도 있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그 시체를 직접 볼 수가 있나?”

세은의 질문에 정보원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아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째서?”

“연고가 없는 시체라 이미 화장되었습니다.”

정보원의 말에 통역을 하고 있던 요원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정말로 아예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세은은 담담했다.

“뭐, 이미 예상은 하고 왔으니까.”

“그럼 일단 어떻게 움직이실 생각입니까?”

“흐음…….”

정보원의 말에 세은이 잠시 턱을 쓰다듬었다.

애초에 성급하게 움직여서 꼬리를 밟힐 것이라면, 은밀하게 나미비아에 입국할 이유가 하등 없었다.

마땅한 방법을 고민하는 동안 차량은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는 페루 때와 비슷한 수준의 호텔이었다.

“흐음?”

페루를 생각하자 습격이 떠오른 세은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우리도 낚시를 하지.”

“예?”

갑작스런 세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요원이 되물었다.

세은은 담담하게 방금 전에 떠오른 방법을 요원에게 말했다.

“어차피 상대는 각성자들을 사냥하고 다니니까. 미끼를 풀어서 각성자를 잡으러 올 때를 노리지.”

“아!”

세은의 말에 요원이 감탄을 내뱉었다.

그 말대로였다.

벌써 이 주가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열 명이 넘는 각성자들이 당했다.

당연히 지금도 적극적으로 각성자들을 사냥할 틈을 노리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려면 우선 숙소부터 옮겨야겠군. 이렇게 모여 있으면 오지 않을 것이 분명하니까.”

“당장 숙소 알아보겠습니다.”

“좋아. 미끼 역할이 될 사람도 잘 선발하고.”

“예!”

어차피 아프리카에 사람들을 이끌고 온 이상 지휘를 해야 했다.

그리고 지휘라는 건 세은에게 그다지 낯선 일이 아니었다.

여태까지 자신이 굳이 나서지 않아도 대신 지휘를 해줄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설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뿐.

다른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된 이상, 한정된 자원으로 정해진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건 지휘관인 세은의 몫이었다.

물론 지금 세은과 함께하던 각성자들을 교단의 사제나 성기사들과 비교할 수는 없는 상황.

다행히 무력은 세은이 채울 수 있었다.

이들의 역할은 숫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그 수를 맞추는 일이면 충분했다.

“어디 어떤 놈인지 얼굴이나 볼까.”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갈 수 있는 일을 누군지 모르는 사냥꾼 때문에 방해를 받았다.

십분 양보해 세은이 직접 오는 것이 가장 확실한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짜증이 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최소 남은 두 마왕 중에 한 놈을 처리하고 가야 했다.

최대한 빨리 끝을 보고 싶단 생각이 세은의 머릿속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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