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교황이다-105화 (105/225)

# 105

32. 숙소 습격(2)

헤더 막스.

갑자기 페루의 할렘가를 찾아온 각성자는 자신을 그렇게 소개했다.

미국의 각성자들이 치안을 유지하는 터라, 가뜩이나 약을 구하지 못해 모두의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막스는 품에서 미리 준비해 온 약을 꺼내서 던져주는 것으로 그 들과 대화할 시간을 얻었다.

“요즘 약을 구하기가 힘들지 않나?”

약 기운으로 인해 마음이 평온해진 할렘의 조직원들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죽을 맛이지.”

흐읍―

연신 코로 약을 흡입하며 누군가가 대답했다.

“약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들어볼 텐가?”

“무슨 방법?”

“미국의 각성자들이 머물고 있는 호텔을 공격해서 사람을 몇 죽이면 돼. 우선순위는 정해주지.”

조직원은 어이가 없단 듯이 말했다.

“헤이. 이봐. 약을 가져다준 건 고맙지만 말이야. 그건 우리 보고 자살하라는 말 아냐!”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리고 미국을 공격한다 해도 약을 어디서 구해? 누가 가져다주기라도 한다는 말이야?”

“맞다.”

툭―

막스는 태연하게 자신의 품에서 손바닥만 하게 포장된 약을 바닥으로 던졌다.

“내가 구해주지. 앞으로 약이 부족 할 일은 없을 거야.”

“흥. 그 말을 어떻게 믿지? 그리고 약이랑 목숨을 바꾸라고? 완전 미친놈이군.”

남자는 기가 찬지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막스는 그런 남자의 반응에도 특별한 반응 없이 담담히 말을 이었다.

지금이야 막스 자신이 약을 주었으니 이렇게 말을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금단 증상이 오면 태도가 또 달라질 게 분명했다.

“나중에 다시 오지. 지금 제안을 잘 기억해 두고 있으라고.”

“흥. 방금 받은 약은 고맙지만, 그럴 일은 없을걸.”

“그건 그때 가서 보면 되겠지.”

* * *

타다당― 탕―!

귀를 울리는 총성에 막스라고 자신을 밝힌 자와의 대화에서 벗어난 투안이 소리쳤다.

“계속 쏴! 이 새끼들아!”

투안은 약을 주겠다고 꾀어 습격에 데려온 어중이떠중이들을 계속해서 독려했다.

제아무리 각성자라도 제대로 총알을 맞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이런 기습적인 습격은, 필연적으로 난전을 유발하기 때문에 총은 더욱 효과적이었다.

막스가 첫 만남에 가져다준 약은 일주일 만에 떨어졌다.

애초에 약은 아끼고 자시고 할 만한 성질의 물건이 아니다.

일단 물건이 있고, 욕구가 생기면 바로 흡입해야 하는 게 마약이었다.

결국 막스가 건네준 약을 다 소진하고, 금단 증상이 찾아오기 시작했을 때쯤 그가 다시 찾아와서 달콤한 거래를 제안했다.

한 번.

만약 목적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호텔을 공격한다면 바로 약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막스는 약이 찍힌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의 말에 대한 신빙성을 높였다.

어차피 약을 못해서 미쳐서 죽으나, 호텔로 들어가서 죽으나 다를 게 없었다.

오히려 습격하다가 단칼에 죽는 것보다, 언제 빠질지 모르는 미국의 각성자들이 돌아가기를 기다리며 천천히 금단 증상에 말라 죽어가는 편이 더 괴로울 게 분명했다.

어차피 약물에 중독된 이상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었다.

그게 약물을 하는 놈들의 마지막 도착지는 한곳의 종착역밖에 없었다.

“목표를 발견하거나 사살하면 바로 알려! 약을 얻고 싶다면 전진해!”

투안은 거기에 따로 보상까지 제시했다.

“목표를 발견하거나! 처리하는 놈한테는 약 일주일 치를 더 준다!”

“우아아악!”

“끼요오호!”

투안의 달콤한 제안에 습격자들이 더욱 미쳐서 날뛰었다.

“흐으으음.”

투안도 습격에 합류하기 위해 주머니에서 약을 꺼내 흡입했다.

“크흐. 역시 좋아.”

순식간에 머리까지 치솟은 약기운에 투안이 흰자를 희번덕거리며 난전에 합류했다.

“크헉!”

약기운을 빌린 투안의 오러에 미국의 각성자 한 명이 허리에 깊은 자상을 입고 물러났다.

투안의 실력은 그렇게 뛰어난 편이 아니었으나, 약에 취해 시뻘게진 눈으로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하던 모습은 심리적인 위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잠시 후에 들려온 습격자들의 외침에 투안의 움직임이 멎었다.

파앙―

“우앗? 뭐야!”

“우측이다!”

“우측 건물 사층에 목표물 발견!”

“내가 먼저 발견했어!”

“내가 죽인다!”

“크헤헤! 계집들이다!”

습격을 막는 것을 돕기 위해 합류한 채연과 에린을 발견한 습격자들이 더욱 미쳐 날뛰었다.

“비켜 새끼들아!”

눈이 뒤집어진 투안도 괴성을 지르며 달려 나갔다.

투안이 순식간에 습격자들이 몰려들던 방향으로 달려갔다.

“케헤. 죽이기는 아깝군.”

상당한 미인인 채연을 확인한 투안이 입맛을 다셨다.

아무리 음심이 동한다고 해도, 사리 분별을 못할 정도로 약에 완전히 취한 건 아니었다.

파앙―

“케?”

날카롭게 귀를 파고드는 파공성에 투안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동시에 날카로운 화살이 투안의 머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어느새 활을 손에 쥔 채연이 난전에서 벗어난 투안을 노리고 화살을 쏜 것이었다.

바로 상황을 파악한 투안이 두피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괴성을 지르며 무작정 채연에게 달려들었다.

“케헤헤헤!”

* * *

채연은 세은과 떨어져서 습격자들의 리더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 나섰다.

그동안 세은이 알아서 모든 것을 처리하다 보니 실전에서 긴장이 전혀 생기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세은은 제대로 된 실전을 시켜주기 위해 가장 격렬한 현장으로 가서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에린과 채연은 가장 중요한 습격자들의 머리를 잡기 위해 움직였다.

“계속 쏴! 이 새끼들아!”

습격이 시작된 곳을 기점으로 옆 동으로 움직여 전황을 파악했다.

어차피 그녀의 주 무기인 활은 근접에서보다 거리가 있을 때 그 위력을 발휘하는 도구.

스페인어라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계속해서 독려하는 어조의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니 오러를 사용하던 각성자가 습격자들을 재촉하고 있었다.

“목표를 발견하거나! 처리하는 놈한테는 약 일주일 치를 더 준다!”

소리치는 놈이 습격한 무리의 대장이라는 걸 확신한 채연이 가만히 저격할 때를 노렸다.

그러나 투안은 그 말을 끝으로 약을 흡입한 뒤 난전으로 뛰어들었다.

오러의 수준은 채연보다 낮은 것처럼 보였으나, 약을 흡입하고 두려움 없이 움직이는 모습이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너무 피아 구분 없이 섞여 있는데…….”

결국 잠시 고민하던 채연이 총을 든 다른 습격자들을 먼저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난전에서는 총도 상당히 위협이 되고 있었다.

파앙―

호흡을 정돈한 뒤, 가볍게 화살을 쏘아내서 미친 듯이 총을 난사하던 습격자의 미간을 뚫어버렸다.

그 대가로 중간중간에 섞여 있던 각성자들에 의해 위치를 들키고 말았다.

그러나 덕분에 채연에게 몰리는 습격자들로 인해 투안이 난전에서 벗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흐읍.”

다시 한 번.

잠시 호흡을 멈춘 채연이 가장 뒤에서 빠르게 달려오던 투안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파앙―

“크헤헤헤!”

그러나 약의 기운인지, 투안은 정확히 미간을 향해서 쏘아진 채연의 화살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오히려 살짝 스친 게 투안을 더욱 자극한 것 같았다.

“언니! 여기로 다 몰려와요.”

다른 모든 사람들을 도외시한 채 건물로 꾸역꾸역 밀려드는 습격자들을 보면서 에린이 외쳤다.

“그러네? 왜 이러지?”

습격자들은 뒤에서 미국의 각성자들이 공격하는 걸 도외시하며 불도저처럼 채연이 있는 건물로 밀려들었다.

자신들이 목표라는 걸 모르는 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덕분에 둘이 있는 호텔의 입구를 막고 있던 각성자들이 린치에 밀리는 일이 발생했다.

“막아!”

“한 번에 숨을 끊어! 이 새끼들 약 빨았어!”

어지간한 급소가 아니고서는 습격자들을 저지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발광하게 만들었다.

“빨리 도와!”

뒤를 도외시하는 습격자들의 모습에 다른 미국의 각성자들이 뒤를 들이쳤지만, 건물의 입구가 뚫리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콰직―

“캬캬캬캬!”

“계집들을 잡아!”

입구 열리자 습격자들이 물밀 듯이 밀려들었다.

“에린! 따라와!”

입구가 뚫리자마자 채연이 에린을 데리고 다급히 한 층 아래로 내려갔다.

원래 있던 곳이 4층이다 보니 지원이 오기도 여의치 않을 뿐만 아니라, 4층에 있는 것을 확인했으니 뒤도 안 보고 4층으로 올라갈 게 분명했다.

3층으로 내려가면 약에 취한 놈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잠시라도 방어할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좋아. 준비됐지?”

“네!”

습격자들이 4층으로 몰려서 여기저기 흩어진 것을 확인하고 채연이 3층의 복도로 나갔다.

채연은 망설임 없이 시위를 당겨 가장 가까이에 있던 습격자의 목에 화살을 박아넣었다.

털썩―

정확히 목을 관통한 화살에 습격자가 제대로 된 비명 한 번 내지 못하고 그대로 절명했다.

그리고 바로 그 뒤에 있던 습격자가 이상한 걸 느끼기도 전에 또다시 채연이 화살이 한 명을 더 관통했다.

사람이 일렬로 서면 네 명이 겨우 지나갈 만한 복도.

채연과 에린 두 명이서 많은 인원을 상대하기에 용이했다.

“여기다! 3층이…… 커헛!”

일행이 쓰러지는 소리를 듣고 고함을 지르던 습격자 역시 순식간에 절명했다.

‘생각보다 몸이 가벼운데?’

채연은 빠르게 화살을 날려 습격자들을 쓰러트리며 생각했다.

그녀는 아직 잘 가늠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오러 마스터에 발을 걸친 영한과의 수련은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제대로 붙어도 거리만 유지되면 어지간한 각성자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

거기에 약에 취한 오합지졸들이 좁은 통로로 밀려드니 생각보다 쉬울 수밖에 없었다.

“홀리 웨폰!”

그러나 이내 습격자들이 숫자가 급격히 불어나자,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에린이 무기를 들고 참전했다.

서걱―

에린의 검이 망설임 없이 가장 앞에서 달려오는 습격자를 베어내었다.

몬스터와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기에 세은은 에린이 자신을 따라오기를 바랐지만, 에린의 고집으로 채연과 함께 하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에린은 침착하게 습격자들을 하나씩 베어 넘겼다.

혹여 에린이 당황해서 허둥대지는 않을까 걱정하던 채연은, 그런 에린의 모습을 보고 안심하며 습격자들에게 집중했다.

“휴우.”

에린의 옆을 노리던 습격자의 머리를 근거리 사격으로 꿰뚫었다.

채연이 가볍게 그의 머리에서 화살을 뽑아내 다시 시위에 걸었다.

나중에는 오러를 화살 대신 쏘아 보낼 수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아직 연습에서조차 감이 잡히지 않았다.

퍼억―!

습격자의 검이 에린의 옆구리를 노리고 파고들었다.

그러나 에린은 열심히 연습한대로 신성력을 이용해 몸을 방어했다.

“흡!”

적잖은 충격이 방어막을 넘어서 에린에게 전해졌지만, 커다란 타격은 아니었다.

에린의 신음에 놀란 채연이 물었다.

“에린! 괜찮아?”

푹―

“네. 괜찮아요.”

에린은 곧바로 검을 휘둘러 자신을 공격한 습격자를 찔러 버리며 대답했다.

“빨리빨리 뚫어!”

아래층에서 미국의 각성자들이 습격자들을 뚫고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더 있으면 습격이 거의 정리될 게 확실했다.

“내 거다!”

“꺅!”

바글거리는 습격자들 사이로 한껏 몸을 숨긴 채 차분히 다가오던 투안이, 갑자기 나타나 오러를 가득 담아 에린을 공격했다.

콰앙!

방심하지 않고 있던 에린은 그런 투안의 공격을 잘 막아냈지만, 강렬한 힘에 의해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에린!”

채연이 급하게 화살을 투안에게로 쏘았다.

휙―!

그러나 이미 날아간 에린보다 멀쩡하게 서 있던 채연이 목표였던 투안은 이번에도 아슬아슬하게 화살을 피했다.

“흐흐. 앙칼진 계집이군.”

절정에 오른 약기운에 감각이 극한까지 예민해져 있던 투안이었다.

투안은 시뻘게진 눈으로 침을 질질 흘리며 채연에게 달려들었다.

채연은 가장 근처에 있던 시체를 발로 차올려 투안에게 던진 뒤, 에린을 끌어당겨 자신의 뒤로 집어 던졌다.

“차앗!”

투안은 자신에게 날아오던 시체와 함께 채연을 베어버리겠다는 기세로 검을 내리그었다.

“이거 완전 미친놈이잖아?”

그러나 시체를 완전히 반으로 가르는 게 쉬울 리가 없었다.

시체를 가르느라 걸음이 멈춘 투안을 보며 채연이 역겨운 표정을 지었다.

마치 광견병에 걸린 것 같은 투안의 몰골은 먹은 것이 없음에도 구토가 쏠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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