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교황이다-71화 (71/225)

# 71

21. 충분한 양보(2)

총리 관저는 평소와 다르게 긴장감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총리의 명령에 의해 미리 다른 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일본의 각성자들이 조심스럽게 근처에 집결했다.

모두 다른 소속이라 구성은 제각각이었지만, 이번 일의 대가로 정부에게서 많은 것을 얻기로 되어 있었다.

특히 야쿠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일본의 각성자 조직도 상황 상, 폭력 조직 관련 법안의 완화가 핵심이었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을 하기로 한 야쿠자들은 총리가 잡혔다는 말에 총리를 구출하기 위해 모였다.

출신과 소속이 다른 야쿠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지만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중간 관리자들의 단속도 단속이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머저리 같은 총리 새끼. 한심하게 조센징에게 잡히다니.”

야마구치구미의 두목, 요시자와 타마로가 한심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좋게 생각하지.”

타마로의 중얼거림을 들은 스미요시카이의 두목 타이에이 키리아츠가 말했다.

“이나가와카이가 바닥까지 떨어트린 조직의 위신을 세울 기회니까. 총리 납치범이라니…… 즉결 처형해도 무방하지 않나.”

“흥. 이나가와카이가 싸지른 짓을 우리가 수습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군.”

“어쩔 수 없지. 어차피 그 겁쟁이 놈들은 이번 일에도 참여하지 않았으니 이번 일이 끝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두 개의 조직으로 재편되지 않겠나?”

이나가와카이는 세은과 관련된 일이라는 일본 정부의 말에 이번 일에 불참을 선언했다.

겉으로는 내부를 정비하기도 벅차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세은의 힘을 알기 때문이었다.

굳이 가망 없는 일에 끼어서 세은의 기분을 거스르고 싶지 않았다.

당연히 그를 겪지 못한 다른 야쿠자 조직들은 이나가와카이를 야쿠자 조직의 위신을 떨어트린 수준 낮은 자들이라는 것은 물론, 겁쟁이라고 매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자신감 있는 놈이니 우리가 갑자기 들어간다고 해도 총리에게 해코지를 하지는 않겠지.”

“또 모르지, 구석에 몰리면 무는 것이 쥐새끼 아닌가.”

“그렇기도 하지. 그럼 최대한 신속하게 진입해서 사살한다.”

키리아츠의 말을 들은 타마로가 부하에게 지시했다.

“하이! 쿠미쵸. 사살입니까?”

“그렇다.”

야쿠자 조직의 위신을 떨어트린 세은을 살려둘 생각은 없었다.

“하이!”

타마로의 지시를 들은 부하가 자신의 아래에 명령을 전파했다.

키리아츠도 마찬가지로 휘하의 조직에 제압이 아닌 사살을 명령했다.

“자, 그럼 들어간다!”

“하이!”

먼저 준비를 끝낸 타마로가 총리 관저로 달려 들어갔다.

“우리도 들어간다!”

“하이!”

한발 늦게 정비를 끝낸 키리아츠가 야마구치구미의 뒤를 따라 뛰어들었다.

야쿠자들은 자신감 넘치는 걸음으로 총리 관저에 진입했다.

혹시 그사이에 간이 함정이라도 설치되어 있을까 살펴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인원이 대피한 관저는 인기척 없이 을씨년스러웠다.

“아무것도 없나 보군. 바로 나뉘어서 신속하게 접객실로 이동한다.”

“하이!”

미리 정해진 편제대로 나눠진 야쿠자들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접객실을 향해 이동했다.

타다닥―

빠르게 접객실까지 이동한 야쿠자들은 안에서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리는 것을 포착했다.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좋아. 스미요시카이에게 질 수 없지. 바로 진입한다.”

“하이!”

쾅!

타마로의 지시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야쿠자들이 접객실 안으로 돌진했다.

안에는 세은이 사노와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오. 드디어 왔어?”

세은은 씩 웃으며 야쿠자들을 맞이했다.

“왜 이렇게 조심해서 와. 기다리다가 잠들 뻔했잖아.”

세은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너무 담담한 세은의 말에 자신들을 우습게보고 있단 사실 정돈 알 수 있었다.

잠시 대치하는 사이, 낮은 웅성거림이 들리고 한발 늦게 스미요시카이도 접객실에 도착했다.

“자, 그럼 배우가 모두 도착했으니 시작해 볼까?”

세은의 입술이 부드럽게 호를 그렸다.

“어디 총리가 뭘 믿고 그렇게 자신만만했는지 겪어나 보자고.”

세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칙쇼!”

알아서 세은이 총리에게서 거리를 두자 야쿠자들이 거리낌 없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사노는 총리와 함께 소파 뒤에 몸을 숨기며 다급하게 말했다.

“미스터 도! 손속에 사정을 부탁드립니다.”

“글쎄?”

사노의 말을 들은 세은이 능글맞게 대답했다.

“상황 봐서.”

쾅!

“커헉!”

가장 먼저 호기롭게 달려든 야쿠자 한 명이 순식간에 벽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핫!”

동료가 날아가는 틈을 타 다른 야쿠자가 검을 휘둘렀다.

터엉―

그러나 어느새 생겨난 신성력의 방어막이 검을 튕겨내 버렸다.

세은은 자연스럽게 허공에 팔을 뻗어 손을 쥐었다.

우우웅―

마치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세은의 손에 빛의 검이 생성되었다.

푹!

“크악!”

검이 물 흐르듯이 달려드는 야쿠자의 팔을 관통.

자신을 죽이려고 놈들을 배려할 필요까지는 없으니까.

“죽이지 말아주십시오! 일본의 치안이 엉망이 됩니다!”

야쿠자의 비명이 이어지자 사노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세은에게 외쳤다.

사노의 노력에 세은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

“안 죽이고 있잖아.”

“감히 한눈을 팔다니!”

전투 중에 세은이 고개를 돌리자 야쿠자 한 명이 화를 내며 무기를 휘둘렀다.

그러나 세은은 마치 앞이 보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팔을 뻗어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동시에 검을 쥐지 않은 손에서 신성력이 화려하게 빛을 발했다.

실내를 가득 채우는 신성력은 매우 화려했지만, 앞으로 이어질 모습이 훤히 보이는 사노에겐 전혀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제발 세은이 최소한의 선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잡아!”

빛이 터져 나오자 중간 관리자들이 다급하게 외쳤다.

무엇인가 하려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어떤 공격이 올지 모르지만 미리 막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우우우웅―

야쿠자들은 어느새 세은의 전 방위를 점하고 달려들었다.

좁은 실내에서의 싸움이기 때문에 마법사들은 크게 도움을 줄 수가 없었다.

세은은 자신에게 달려들기 바쁜 부나방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가장 잔챙이들부터 처리해 볼까?”

우우웅―

신성력이 계속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노의 부탁을 무시하고 다 처리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었지만, 그럼 일본은 자체적인 방어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될 것이었다.

일본 전체가 무너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손속에 사정을 둘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지금 당장 일본이 무너지면, 한국 역시 큰 타격을 입을 게 뻔하다.

그리고 그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가져다줄 것이었다.

이번엔 오만한 콧대를 눌러주는 것에 그 목표가 있었다.

“검사가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눈속임이니 바로 달려들어!”

세은이 검을 쥐고 있는 것을 보고 검사라고 생각한 중간 관리자들이 부하들을 독려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상대가 있다는 사실을 바로 깨닫게 되었다.

우우우웅―

신성력의 세은의 의지에 따라 배치되었다.

배치가 끝난 신성력들은 더욱더 거세게 울음을 토해냈다.

신성력의 울음이 실내를 가득 채웠을 때, 순식간에 빛이 폭사되어 야쿠자들에게 쏟아져 내렸다.

세은을 둥글게 포위하고 있던 야쿠자들은 갑자기 쏟아진 신성력의 비를 온전히 뒤집어쓸 수밖에 없었다.

“크헉!”

“크아악!”

“아악!”

최대한 관통력은 줄였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온몸을 신성력으로 얻어맞은 야쿠자들이 각양각색의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널브러지기 시작했다.

털썩―

결국 몇몇 실력자들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서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제야 야쿠자들은 이나가와카이가 왜 그렇게 무너졌는지 깨달을 수가 있었다.

“흥. 검사인 줄 알았더니 마법사 나부랭이인가.”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타마로가 경멸스러운 눈으로 세은을 바라보았다.

무사에게 검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마법사들은 야쿠자들 사이에서 꼭 필요한 존재이자 불명예스러운 존재였다.

“마법사 주제에 검을 쥐고 있다니 어이가 없군. 어설픈 그 검을 부서트려 주마!”

쾅!

고함과 동시에 타마로와 세은이 맞부딪혔다.

오러와 신성력이 부딪히며 강렬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흐음. 오러 마스터라?”

타마로의 공격을 막아낸 세은이 중얼거렸다.

이나가와카이의 쿠미쵸인 엔도와 달리 타마로는 온전한 오러 마스터였다.

반대로 타마로는 자신의 일격이 세은의 손에 가볍게 막히자 정히 당황한 모습이었다.

“타마로! 혼자서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냉정하게 상황 파악을 끝낸 키리아츠가 외쳤다.

총리가 자신들을 모두 소집한 이유.

당당하게 자신들을 도발하는 모습.

마법사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타마로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내는 여유.

결론은 단 하나로 귀결되었다.

“협공이다!”

키리아츠가 달려들었다.

세은이 씩 웃으며 방어막을 시전했다.

쩌적―

시동어 없이 만들어 낸 방어막은 오러 마스터의 오러 때문에 살짝 금이 갔다.

“흐음. 둘 다 오러 마스터라.”

지금 세은이 파악한 바로, 야쿠자들의 전반적인 실력은 미국이나 한국의 각성자들보다 높은 상태였다.

아무래도 세은의 예상대로 평소의 실력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일반인들보다 검을 전문적으로 수련하는 야쿠자들이 더 높은 수준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칙쇼! 무슨 생각을 하느냐!”

세은이 잠시 딴 생각에 잠기자 타마로가 욕을 하며 다시 달려들었다.

세은은 다시 신성력을 발동했다.

“에일린, 홀리 웨이브.”

신성력의 파도가 타마로의 진로를 막아섰다.

쾅!

그러나 타마로는 오러가 가득 담긴 검을 휘둘러 빛의 파도를 폭파시켰다.

오러와 부딪힌 신성력이 허공을 수놓았다.

그러나 오히려 충격을 입은 쪽은 타마로였다.

“쿨럭!”

타마로는 폭발의 여파를 온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마른기침을 내뱉었다.

세은이 그 틈을 타 정확히 타마로의 복부를 노렸다.

“어딜!”

키리아츠가 타마로를 돕기 위해 세은의 검을 막아섰다.

그러나 세은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오러 마스터 둘.

큰 부상 없이 제압하려니 귀찮기는 하지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제압하는 데 필요한 건 실력이 아닌, 인내심.

세은에겐 그저 참을성을 발휘해야 하는 귀찮은 일일 뿐이었다.

“에일린.”

검을 매개로 또다시 빛의 파도가 시전되었다.

단순히 검을 막는다는 생각으로 부딪혀 오던 키리아츠가 눈앞에 생겨난 파도에 놀라며 뒤로 튕겨 나갔다.

“크헙!”

키리아츠를 뒤로 밀어내고, 아직 충격을 해소하지 못한 타마로를 제압하기 위해 세은이 움직였다.

“크으윽!”

세은이 다시 한 번 휘두른 검을 타마로가 검날을 이용해 힘겹게 비껴내었다.

그러나 충격을 입은 상태에서는 공격을 흘리는 것조차 상당한 무리를 동반했다.

세은은 타마로가 숨을 돌릴 시간을 주지 않고 달려들었다.

“크앗!”

타마로가 필사적으로 자신의 검을 휘둘러 세은을 막아섰다.

그런데 세은은 여태까지와 다르게 타마로의 검을 피해내고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퍽!

“컥!”

강한 폭발을 일으켜 오러의 운용을 헝클어뜨렸다.

그 후 흐트러진 오러를 진정시키느라 약해진 공격을 가볍게 피해낸 뒤 안으로 파고들어 제압.

세은이 경험으로 개발한 대 오러 마스터용 제압 기술이었다.

물론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 오러 마스터의 오러를 흔들 정도의 충격을 주려면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불가능하다.

반대로 충격을 먹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었다.

명치에 제대로 공격을 당한 타마로가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이야앗!”

타마로가 제압당하는 사이에 밀려난 충격을 회복한 키리아츠가 세은에게 달려들었다.

쾅! 쾅! 쾅!

오러 마스터가 사력을 다한 공격은 확실히 위협적이었다.

세은의 검과 키리아츠의 검이 연달아 세 번을 부딪쳤다.

키리아츠가 완전히 방심을 거뒀다는 사실을 파악한 세은은 가만히 신성 마법을 캐스팅 했다.

“에일린. 홀리 파이어.”

화륵―

거리를 주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달려들던 키리아츠의 뒤에서 신성력의 화염이 타올랐다.

“크어억!”

퍼엉!

등 뒤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키리아츠가 빠르게 몸을 날렸지만, 앞에서 검으로 견제하던 세은의 방해로 제대로 피하지 못했다.

옆구리에 신성의 화염을 얻어맞은 키리아츠는 볼썽사납게 옆으로 굴렀다.

키리아츠가 순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틈을 타 세은은 키리아츠의 검을 빼앗고 무장을 해제시켰다.

그런 후 그의 머리채를 부여잡아 거칠게 끌어 타마로의 옆쪽으로 집어 던졌다.

털썩―

순식간에 야쿠자 조직의 두목이자 최고 실력자인 둘이 제압당했다.

이 놀라운 광경에 이미 익숙한 사노를 제외한 그 아무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세은은 싱긋 웃으며 경악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일본 총리에게 말했다.

“자, 다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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