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교황이다-46화 (46/225)

# 46

14. 단서는 작은 것부터(2)

흥미롭지도 않을 악어 뱃속을 탐험하는 건 절대로 사양이었다.

빠르게 입안으로 들어오던 빛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결국 세은은 깔끔하게 나가는 것을 포기한 뒤 악어의 입천장에 신성 마법을 시전 했다.

“에일린. 홀리 파이어.”

쾅―

타오르는 불의 구체가 악어의 입안에서 강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워어어!

두꺼운 가죽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입안에서 폭발이 일어나자 악어가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아우, 덩치는 산만 한 새끼가 엄살은?”

악어가 발광하는 만큼 중심을 잡기가 힘들던 세은의 얼굴이 짜증으로 짙게 물들었다.

그러나 거대 악어가 고통스러워하는 만큼 효과가 있었다.

다시 커다랗게 열린 악어의 입을 벗어나기 위해 세은은 다시 박차를 가했다.

침 때문에 미끄러운데다가 끊임없이 주둥이를 흔드는 탓에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콰앙―

결국 세은이 한 번 더 신성 마법을 발동했다.

이번에는 추진력을 얻기 위해 악어의 혓바닥에 폭발을 일으켰다.

구아아왁!

입천장보다도 더 예민한 부위에 폭발이 일어나자 악어의 발버둥이 더욱 심해졌다.

세은이 폭발의 힘을 받아 빠르게 밖으로 쏘아져 나갔다.

“하아…… 몸에 냄새가 밴 거 같은데?”

주둥이 밖으로 나오자마자 신선한 공기가 세은을 마중했다.

어쩐지 자신의 몸에서 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그르르.

“뭘 봐?”

악어는 자신의 입에서 튀어나온 작은 인간을 정확히 응시했다.

감히 하찮은 인간이 자신의 입안에서 난리를 친 것에 분노가 솟아올랐다.

다른 인간들처럼 한순간에 먹어치울 것이라 생각했다.

거대 악어는 거대한 주둥이를 쩍 벌린 채 세은을 물기 위해 돌진했다.

“냄새나니까 주둥이 닫아라.”

세은은 가볍게 점프해서 악어의 공격을 피했다.

“흐음……. 이걸로는 수련이 조금 힘들겠지?”

비록 가볍게 쓴 마법이지만 악어의 가죽에 상처를 내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며 세은이 중얼거렸다.

채연이나 재호가 상처를 내거나 타격을 주기에는 요원할 것 같았다.

“다시 늪에 숨으면 찾기 귀찮을 테니 미리 잡아놔야겠네, 그냥.”

거대 악어의 처분을 결정한 세은이 마땅한 마법을 고민했다.

“덩치가 커서 한 번에 안 죽고 발광이라도 하면 짜증날 텐데, 적당한 공격이…….”

순간 세은의 눈에 질퍽질퍽한 늪이 들어왔다.

그리고 악어의 네 발은 모두 늪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거면 되겠네.”

사용할 신성 마법을 떠올린 세은이 나무 위로 올라가며 시동어를 읊었다.

“에일린.”

세은의 손에 신성력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거대 악어는 나무 위로 점프하는 세은을 가소롭게 쳐다보았다.

어디로 가든 연약한 인간이 자신에게서 도망칠 방법은 없었다.

우우웅―

구억?

그런데 악어는 점점 커지는 신성력의 기운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낀 악어가 괴성을 지르며 세은에게 돌진했다.

쿵쿵쿵―

그러나 신성력이 더욱 강하게 빛을 발하며 울었다.

우우우웅―

세은은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악어의 모습에도 당황하지 않고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늦었어, 인마.”

세은이 손에 넘치도록 모인 신성력을 악어에게 방출하며 신성 마법을 발동했다.

“홀리 라이트닝.”

파지지직―

꾸어어어!

강렬한 파공음을 내며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번개가 거대 악어의 주둥이에 꽂혔다.

널찍하게 벌린 입으로 정확하게 들어간 번개는 악어의 속부터 감전시켜 나갔다.

아무리 지니고 있는 가죽이 두껍다고해도 내부를 파고드는 공격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거기에 늪이라는 환경적인 특성이 마법의 특성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그르르르…….

한참을 감전이 되자, 악어의 온몸에서 모락모락 김이 올라왔다.

거대 악어는 마지막으로 애처로운 울음소리를 남긴 채 그대로 고개를 늪에 처박았다.

“아! 맛있는 냄새 나네.”

잘 익은 거대 악어의 몸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풍겼다.

향긋한 고기 냄새에 비어 있던 위가 꼬르륵거렸다.

“그렇게 배가 고픈 건 아닌데 말이야.”

우웅―

수련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일행에게 돌아가려던 세은이 갑자기 무언가 떠올랐는지 신성력으로 검을 만들었다.

푸욱―

그러고는 거대 악어의 등으로 올라가 망설임 없이 검을 박아 넣었다.

“아! 거 참 진짜 더럽게도 크네.”

세은의 불평과 함께 잘 익은 살이 서걱거리며 썰리는 소리만 들렸다.

“대충 이쪽이 심장일 텐데?”

혹시나 거대 악어도 기존의 게이트에서 만났던 거대 박쥐나 재규어처럼 마정석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마정석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기존 게이트들과의 연관성에 대한 증거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덩치가 워낙 큰 관계로 심장까지 파고드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잘 익은 스테이크 써는 기분이네.”

속까지 제대로 잘 익어 잘릴 때마다 육즙을 내뿜는 고기를 보며 세은이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나가면 스테이크를 먹어야겠어.”

고기를 먹을 생각에 입맛을 다시며 계속 거대 악어의 심장을 찾아 작업을 지속했다.

“아, 찾았다!”

그리고 그런 세은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듯, 거대 악어의 심장에서 마정석이 발견되었다.

“이건 좀 큰데…….”

그러나 예상치 못한 것은 거대 악어의 크기만큼 마정석의 크기가 크다는 것이었다.

족히 세은의 상체만 한 마정석은 들고 다니기 굉장히 거추장스러웠다.

그렇다고 마정석을 두고 가기엔 버리자니 아깝고, 가져가긴 귀찮았다.

말 그대로 계륵 같은 존재였다.

“아! 일단 여기에 두고 나갈 때 가져가면 되겠지. 다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생각을 정리한 세은이 마정석을 들어다, 어느새 생성되어 있는 게이트의 출구 옆에 옮겨다 놓았다.

쿵―

마정석은 그 크기만큼 무게도 상당했다.

“이렇게 큰 마정석은 진짜 오랜만에 보네.”

이계에서 보낸 몇 십 년 동안에도 이 정도로 커다란 마정석을 본 적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네임드 몬스터들은 각 지역의 실력자들에 의해 토벌되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 크기의 마정석은 이계에서조차 네임드 몬스터 중 상급에게서나 나왔던 것이다.

“언젠가 쓸 일이 있겠지.”

세은은 마정석을 잘 세워놓고 채연과 재호에게로 이동했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걸음에 박차를 가했다.

* * *

“어? 오빠 왜 그쪽에서 오세요?”

“다녀오셨습니까?”

다행히 채연과 재호는 별다른 문제없이 휴식을 잘 취하고 있었다.

“아, 여기가 둥글게 쭉 이어져 있던데?”

“네? 그럼 여기를 한 바퀴 돌고 온 거예요?”

“응.”

“그거 신기하네요.”

세은의 말에 채연과 재호가 흥미를 감추지 못했다.

“그럼 여기가 어딘지 조사하신 겁니까? 뭐 알아내신 점이라도 있으십니까?”

정재호가 적극적으로 세은에게 질문했다.

“크게 알아낸 건 없네요. 일단 뭐라도 알아보려고 한 바퀴 돌아보기는 했는데.”

“아아, 세은 씨도 잘 모르시는군요.”

“그렇죠. 제가 신도 아니고. 아, 비어 있는 마을이 하나 있긴 있던데.”

“마을이요?”

이번에는 채연이 물었다.

“응. 그런데 사람들이 하나도 없어. 오다가 리자드맨 마을이 있어서 봤는데 거기에도 사람은 없었고.”

“이미 다 죽은 게 아닐까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거대 악어의 이에 끼어 있던 천을 떠올리며 세은이 말을 이었다.

“오면서 거대 악어 잡았는데 입안에 천이 끼어 있더라고.”

“저희가 아까 등에 올라탔던 그거요?”

“응. 그거. 잘 익으니까 맛있는 냄새 나더라.”

“아, 그 괴물까지 잡고 오신 겁니까?”

“네. 그걸로 수련을 시킬까 했는데 그러기에는 가죽이 두껍더라고요.”

“하, 하하…….”

대충 봐도 강해보이던 거대 악어로 수련을 하려했다는 세은의 말에 정재호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다행히 그 괴물과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하여튼, 마지막으로 저쪽에 있는 리자드맨 마을을 토벌하고 나갈까 했는데…… 슬슬 해가 지네요.”

세은은 석양으로 물들고 있는 하늘을 보며 말했다.

“오빠, 리자드맨 마을 지나왔다고 하지 않았어요?”

세은이 탐색까지 했다던 말을 상기한 채연이 물었다.

그런데도 리자드맨 마을이 멀쩡하냐는 질문이었다.

“응. 말 그대로 지나만 왔어.”

세은은 당연하다는 듯이 채연의 말에 대답했다.

“좋은 수련감인데 내가 처리하면 아깝잖아.”

“하하하…….”

이번에는 채연이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아무래도 세은은 정말로 제대로 수련을 시킬 생각인 것 같았다.

“일단 출구까지 이동해 보고, 시간 괜찮으면 들어온 김에 마을까지 토벌하고, 아니면 그냥 나가자.”

“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이동하죠.”

충분히 휴식을 취했을 둘에게 세은이 말했다.

“아, 그런데 혹시 말입니다.”

“네.”

세은의 말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난 재호가 주저하며 말했다.

“혹시 몬스터 시체 가져가도 될까요?”

“가져가는 건 상관없는데…….”

간절하게 반짝거리는 정재호의 눈을 보며 세은이 대답했다.

“들고 다닐 수 있겠어요?”

“아…….”

세은의 말에 재호의 얼굴에 금방 실망감이 가득 찼다.

의욕까지 꺾일 것 같은 모습에 세은이 말을 이었다.

“뭐, 하긴 같이 하자고 해놓고 수익을 아예 안 낼 수도 없긴 하네요. 원하는 시체 두 구를 고르면 대신 들어주겠습니다.”

“저, 정말입니까?”

생각지도 못한 세은의 파격적인 제안에 깜짝 놀란 정재호가 반문했다.

“네. 어차피 제가 따로 월급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들 먹고는 살아야죠.”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당연한 건데.”

“아, 그럼 잠시만 사체 중에서 멀쩡한 것 좀 고르겠습니다.”

“네. 이리로 가져오세요.”

“넵!”

“오빠 저도요?”

“응. 채연이 너도 가져와.”

“아싸! 잠시 만요. 금방 가져올게요.”

채연 역시 정재호와 마찬가지로 신이 나서 몬스터 사체를 고르기 위해 달려갔다.

쿵!

생각보다 꽤 시간이 지나서야 정재호와 채연이 몬스터 사체를 골라서 가져왔다.

둘이 가져온 몬스터는 모두 와일드 피그였다.

“네 구 다 돼지로?”

“놀은 전에 명동에서 많이 풀렸어요. 일단 이것도 처음 보는 사체가 비싸요.”

“맞습니다. 놀은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도 종종 보인 몬스터라 가격이 크게 높지 않습니다.”

“그럼 이거 네 구로 하는 거죠?”

“예!”

“네! 오빠!”

잠시 고개를 들어 태양의 위치를 확인한 세은이 말했다.

“리자드맨 마을은 토벌 못하겠네요. 일단 나간 다음에 상황 봐서 게이트를 닫지 말고, 다시 들어와서 하든지 할게요.”

“당연히 괜찮습니다!”

와일드 피그의 시체를 가져갈 수 있다는 생각에 정재호가 싱글벙글이었다.

단 두 구지만 처음 보는 몬스터라 꽤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거기에 다시 들어오면 리자드맨의 시체라도 가지고 나갈 수 있으니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채연 역시 길드를 나오면서 기존 수입이 끊긴 상황이라, 이런 부수입은 큰 도움이 되었다.

“자, 그럼 정말로 이동하죠.”

세은은 로프 마법을 이용해서 와일드 피그의 시체들을 하나로 묶은 뒤, 어깨에 둘러메었다.

일행과 속도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해가 지고 나서야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거 같았다.

타닷―

처음에 게이트에 들어와 늪을 건널 때와는 달리, 채연과 재호의 몸은 가벼웠다.

돌아간다는 사실과 더불어, 늪으로 들어오니 세은이 잡아놓은 거대 악어의 시체가 목적지에 대한 확실한 이정표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아니까 편하네요.”

“맞아, 그러네.”

채연과 재호가 들뜬 마음으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세은도 내색은 안 했지만 일단 돌아가서 편안한 이불에서 쉬고 싶었다.

집 밖으로 나오면 괜히 피곤한 건 불변의 진리였다.

“그나저나 이걸 어떻게 잡으셨습니까?”

축 늘어진 거대 악어의 사체를 보며 정재호가 질린 어조로 물었다.

“안을 지졌죠.”

“안을요?”

“내장까지 단련할 수는 없잖아요. 간혹 항마력이 센 몬스터들은 이런 방법이 통할 수도 있으니까 기억하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간단하게 마법의 운용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와중, 게이트의 출구가 눈에 들어왔다.

“음?”

“왜요, 오빠?”

출구를 확인한 세은이 갑자기 의문을 표했다.

그 소리를 들은 채연이 그에게 물었다.

“마정석이 없어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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