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교황이다-14화 (14/225)

# 14

4. 길드에 들어오세요(3)

파삭―

몬스터 웨이브를 막고 있는 각성자의 오러에 스켈레톤의 뼈가 힘없이 부셔져 내렸다.

“얘네도 돈이 되려나?”

“그러게 길드 차원의 첫 의뢰인데 재수가 없는 거 같아, 우리.”

대한 길드의 길드원들이 평범한 스켈레톤들을 무난하게 막아내고 있을 때, 차 한 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차에서는 이성우와 세은, 채연과 김영한이 하차했다.

이성우를 발견한 길드원들은 간단하게 인사를 건넸다.

“길드장님 오셨습니까?”

“아아. 상황은?”

“보시다시피 개뼈다귀 같은 놈들만 나오고 있습니다. 별로 강하지도 않고…… 돈도 되지 않을 것 같고요.”

“흠.”

잠시 고민하던 이성우는 세은에게 물었다.

“해골들로는 채연이의 수준을 알기 힘들겠죠?”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안으로 들어가죠.”

“그래 주시겠습니까?”

마치 동네 공원에 산책을 나가는 것처럼 말하는 세은의 대답에 이성우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아무 생각 없이 여기까지 헛걸음 한 것 같아서 물어본 것이었는데 의외의 대어가 물었다.

“지금 게이트로 들어간다고요?”

옆에서 둘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던 김영한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영한 씨.”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영한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그는 마치 미친놈 보듯 이성우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비록 채연 때문이라지만 이런 길드로 들어오려고 했다니.

“게이트에 들어갔다가 나온 사람이 없다는 걸 몰라서 그러십니까?”

“나온 사람이 없다니?”

채연이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여기 세 번이나 들어갔다 나온 사람이 있는데!”

그녀의 말에 영한의 미간에 짙은 주름이 생겨났다.

“세 번?”

“얼마 전 안보원에서 게이트 닫은 거랑, 이번에 연천에서 생겼던 게이트랑. 제일 첫 게이트 전부 들어갔다 왔어, 오빠가.”

애초에 자신의 일이 아니고서는 관심도 두지 않는 김영한이지만, 게이트가 닫힌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세 번의 게이트에 이 샌님처럼 생긴 사람이 연관되어 있다니…… 영한은 코웃음을 쳤다.

게이트를 닫은 것도 밖에서 어떠한 방법을 사용해서 닫았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었다.

“농담이지?”

“농담 아닌데?”

그러나 채연의 말은 부드러우면서도 매우 단호했다.

“자자, 일단 들어갈 사람만 들어갔다 오죠.”

게이트를 닫는 큰 실적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에 들뜬 이성우가 대화를 중단시켰다.

“따로 준비할 게 있나요?”

“없습니다. 바로 가시죠. 다들 바쁘신데.”

“알겠습니다.”

이성우는 길드원들에게 게이트의 경계를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간단한 현장 정리를 마친 이성우가 세은에게 말했다.

“그럼 이제 들어갈까요?”

“자, 잠깐!”

아무 망설임 없이 두 사람은 게이트를 향했다.

그때까지도 어이없는 표정을 짓던 김영한이 소리쳤다.

갑작스런 부름에 모두의 시선이 영한에게로 향했다.

“정말 제정신이십니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이제 어이가 없다 못해 분노까지 느껴지는 영한의 두 눈을 바로 마주하며 이성우가 물었다.

하. 무슨 문제라도 있냐고? 다른 사람은 상관없었다.

그러나 채연이 게이트에 들어가려는 것이 신경 쓰여서 견딜 수 없었다.

심지어 게이트에 들어가면서 국내에서 가장 강한 각성자인 자신에게 단 한 번도 합류를 권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에도 그의 자존심이 짓밟혔다.

잠시 고민하던 영한은 세은의 옆에 있던 채연을 본 순간 같이 게이트에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저도 들어가겠습니다.”

예상치 못한 그의 말에 이성우가 세은에게 동의를 구했다.

“괜찮으십니까?”

“뭐. 상관은 없습니다.”

세은이 어깨를 으쓱했다.

자신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에 영한의 눈에서 다시 불꽃이 튀었다.

그러나 당장 뭘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김영한은 조용히 일행을 따라붙었다.

“그럼 입장하겠습니다.”

세은이 먼저 게이트에 입장함과 동시에 다른 일행들까지 게이트에 들어갔다.

“음? 게이트가 이렇게 생겼나요?”

“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제일 먼저 게이트 안으로 들어선 세은이 가만히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보통 평원에서 시작되던 기존의 게이트와는 달리, 이번 게이트는 동굴 안으로 이동되어 있었다.

“던전인가.”

“던전이요?”

달그락― 달그락―

세은이 이성우의 질문에 대답하기도 전에 뼈들이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렸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영한이 주변을 파악하기도 전에 채연은 등 뒤에서 활을 꺼내 시위를 걸었다.

“쏴봐.”

파앙―

담담한 세은의 말에 채연의 화살이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쏘아졌다.

동굴의 특성상 더 크게 울렸다.

파공성에 이성우와 김영한의 입가가 딱딱하게 굳었다. 그들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펑―

강렬한 폭발음과 함께 오러가 폭발하면서 순간적으로 던전이 환하게 밝혀졌다.

“……오, 오러가?”

“…….”

여태까지 알고 있던 채연의 능력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이성우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너무 놀란 김영한 역시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상태였다.

“대체 어떻게 하루 만에 이렇게……. 아니, 그 전에 정말로 능력의 계발이 가능한 그런…….”

“가능하다고 하지 않았나요.”

“아무리 그래도 이건…….”

예상했던 이성우와 영한의 반응에 세은이 피식 웃으면서 신성력을 사용해 던전을 밝혔다.

순식간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어둠이 물러나고 빛으로 가득 찼다.

채연이 쓰러트린 몬스터들을 확인하니 몬스터 웨이브 때 밖으로 튀어나왔던 스켈레톤들이었다.

“아무래도 이번 게이트는 던전 같습니다.”

“던전이 뭐예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이성우와 김영한을 대신 해서 채연이 대신 세은에게 물었다.

“미로 같은 동굴이라고 해야 하나? 누군가의 연구 시설일 수도 있고, 아니면 보물을 숨겨놓은 장소일 수도 있지.”

“연구 시설이나 보물이요?”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던전을 보며 채연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세은은 빙긋 웃더니 벽을 가리켰다.

“벽을 보니까 매끈한 게 천연 동굴이 아니야. 기존에 있던 동굴을 개조했거나, 새로 팠거나.”

“그게 가능해요?”

“가능하지. 나도 할 수 있을걸?”

“세은 씨!”

여태까지 넋을 놓고 있던 이성우가 갑자기 세은을 불렀다.

그가 기대에 찬 눈으로 세은을 바라보았다.

“혹시 저도 그 수련 가능할까요?”

“가능은 하죠.”

숨길 것도 없었기 때문에 세은은 솔직히 대답했다.

“그, 그럼 저도 할 수 있을까요?”

이성우가 기대감 어린 눈을 가지고 열성적으로 말했다.

세은은 잠시 고민했다. 일단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생각해 볼 여지가 있었다.

“일단 나가서 고민 좀 해보겠습니다.”

“아…… 아쉽지만 알겠습니다.”

바로 긍정적인 대답을 듣지 못해 살짝 풀이 죽은 이성우를 뒤로한 채 세은이 먼저 던전의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타다닥―

동굴이라서 그런지 진원을 알 수 없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계속 울려 퍼졌다.

“오빠. 길이 두 갈래네요?”

“그러게.”

심지어 조금 앞으로 걷자니 갈림길이 있었다.

“어떻게 하죠?”

세은이 라이트를 두 개 만들어 양쪽으로 보냈지만, 통로의 끝까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흐음…… 어쩐다?”

몬스터들이 가지고 있을 흑마력을 탐지도 해봤지만, 필드가 아닌 미로의 특성상, 길을 찾는 건 오롯이 시간과 운에 맡겨야 할 일이었다.

‘그렇다고 나눠서 가기에는 미덥지가 않고.’

스켈레톤을 제외한 어떤 몬스터가 있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일행을 나누기엔 너무 위험부담이 컸다.

‘결국 오러와 마나 수련법을 배포해야 하나.’

확실히 이런 상황에서는 믿을 만한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 귀찮았다.

“일단 왼쪽으로 가죠.”

“왜요?”

“내가 왼쪽이 좋아서.”

너무 어이없는 이유지만, 그 누구도 반대하지 못했다.

그저 슬슬 정신을 차리던 영한의 표정에 불만이 가득 채워졌다.

“크륵, 크륵?”

다시 통로 반대편에서 스켈레톤들의 소리가 들렸다.

“제가 나서죠.”

여태까지 가만히 있던 김영한이 앞으로 쓰윽 나섰다.

처음에 갑자기 성장한 채연의 실력에 당황했지만, 잘 생각해 보면 아직 자신의 실력에 미치지 못했다.

세은은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스켈레톤.

우웅―

영한의 무기인 카타나에서 검명이 울렸다.

‘오. 수위를 다툰다더니 나름 익스퍼트였네?’

세은은 카타나를 감싼 오러를 보며 작게 감탄했다.

오러홀이 없는 지구에서 오러 익스퍼트까지 올라가다니.

그건 김영한이 상당한 재능을 가지고 있단 걸 뜻했다.

당연히 오러 유저의 블레이드와, 익스퍼트의 블레이드는 그 능력 차이가 확연하다.

어린 나이의 김영한이 오만하고 프라이드가 강한 이유 역시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그래 봤자 트롤 정도가 한계겠지만.’

스걱―

스켈레톤이 영한의 칼에 반항 한 번 못해보고 썰렸다.

세은이 잠시 다른 생각을 하던 중 일어난 일이었다.

영한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일행을 돌아보았다.

“와! 영한아, 고생했어.”

“이 정도야 뭐. 식은 죽 먹기지.”

순수한 채연의 칭찬에 다시 영한의 기분이 상승했다.

잠시 채연이 세은을 대하던 태도에 흥분했지만, 어차피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뭐 상관없겠지.’

자신을 쳐다보는 영한의 생각은 뻔했다.

하지만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세은의 기준에서 오라 마스터 이하로는 다 거기서 거기였다.

저벅― 저벅―

일행은 계속해서 던전을 탐사해 나갔다.

그러나 방금 전 갈림길 이후로 계속 통로만 하염없이 이어졌다.

“음? 공동이 있네?”

“통로에 비해 상당히 큰데요?”

구불구불한 통로를 빠져나오니 커다란 공동이 일행의 눈에 들어왔다.

마치 야구의 돔구장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왜 아무것도 없지?”

“크르륵…….”

순간 이성우의 말을 부정하듯 천장에서 짐승이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했더니 박쥐네.”

일반적인 박쥐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커다란 덩치. 넓게 퍼진 검정색 날개에 규칙적으로 가시가 돋아 있었다.

“나는 또 뭐가 느껴진다 했더니 고작 저런 거야?”

가히 코끼리에 비견될 것 같은 박쥐의 흉흉한 모습에 다른 일행들이 긴장하며 무기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세은은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고 있었다.

“일단 먼저 공격해 보세요.”

“당신은?”

세은의 말에 채연과 이성우가 바로 공격을 준비했지만, 영한은 세은에게 물었다.

세은이 대답 대신 그저 어깨를 으쓱했다.

“하! 한 명이라도 손이 아쉬운 판에…….”

캬아악!

그런 세은의 태도에 영한이 뭐라고 할 때, 갑자기 박쥐가 괴성을 지르며 하강해 왔다.

거대한 몸체가 공중에서 빠르게 낙하했다. 그 모습은 마치 운석이 떨어지는 거 같았다.

파앙―

유일한 원거리 딜러인 채연의 화살이 박쥐의 날갯죽지에 부딪혀 폭발했다.

하지만 박쥐는 별다른 타격 없이 그대로 날아들었다.

“어어?”

쾅!

일행들이 박쥐의 공격을 피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야압!”

영한이 먼저 카타나를 휘두르며 박쥐에게 달려들었다.

캭!

익스퍼트의 오러에 공격을 당하자 박쥐가 단말마를 지르며 영한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박쥐의 가죽은 영한의 공격에 뚫리기는커녕 가벼운 스크래치만 나 있었다.

“이게 무슨…….”

“크아아악!”

오랜만에 제 발로 찾아온 먹이들의 반항에 박쥐가 날개를 활짝 편 채 괴성을 질렀다.

“에일린. 홀리 애로우.”

파아앙!

캭?

“아무리 하급 익스퍼트라지만, 하나도 안 박히면 상대하기 힘들겠네요.”

영한의 공격이 소용없는 걸 본 세은이 마음을 바꿔 먹었다.

그리고는 한숨을 푹 내쉬며 빛의 화살로 단숨에 박쥐의 심장을 관통해 버린 것이다.

구멍 난 가슴에서 꿀럭거리며 검은 피가 흘러나왔다.

털썩.

결국 박쥐는 순식간에 절명했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세은이 말했다.

“저 시체도 챙기실 건가요?”

“와! 역시 오빠! 대단해요. 최고!”

“…….”

그러나 이미 세은의 실력을 다른 게이트에서 충분히 경험했던 채연을 제외하고는, 이성우와 김영한, 둘 중 누구도 세은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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