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교황이다-13화 (13/225)

# 13

4. 길드에 들어오세요(2)

“채연아? 서채연?”

띠띠―

김영한은 매몰차게 끊긴 휴대전화를 손에서 내려놓았다.

“아는 오빠?”

가만히 그는 서채연이 아는 오빠라고 할 만한 사람들을 머릿속에서 검색했다.

그러나 각성자 중에서는 마땅히 서채연이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없었다.

“길드 건물이라고?”

하지만 길드 건물에 같이 있다고 하는 걸 보면 각성자가 분명했다.

같은 길드원끼리 있는 것 같지만, ‘아는 오빠’와 같이 있다는 말이 걸렸다.

결국 김영한은 다시 휴대전화를 들어 채연이 속한 길드인 대한의 길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몇 번의 전화 벨소리가 울리고 대한의 길드장인 이성우가 전화를 받았다.

“길드장님. 저 김영한입니다.”

―네, 영한 씨. 마음 결정하셨나요?

한국의 각성자들 중 순위를 매기면 항상 수위를 다투던 김영한은 이미 길드 영입 제안을 받은 상태였다.

“네, 가입하겠습니다.”

영한의 말에 휴대전화 너머 이성우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하하. 정말 탁월한 선택입니다. 일단 시간 나실 때 길드 본부로 오셔서 자세한 얘기를 나누죠.

“혹시 지금 가도 됩니까?”

―지금이요?

너무 급한 김영한의 말에 이성우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자신의 일정을 확인하고는 영한에게 말했다.

―네. 한 시간 정도 후에 오시면 될 것 같네요.

“그럼 그때 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잠시 후에 뵙죠.

탁―

휴대전화를 내려놓은 김영한이 외출을 하기 위해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 * *

“반갑습니다, 영한 씨.”

“저야말로요.”

“영한 씨가 우리 길드로 와준다고 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성우의 인사에 김영한의 얼굴에 그의 자신감이 여과 없이 투영되었다.

이런 칭찬은 매일 들어도 질리지가 않았다.

괜히 사람들이 힘이나 권력을 찾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내, 자신이 이렇게 급하게 길드로 온 이유를 상기한 영한이 이성우에게 물었다.

“혹시 채연이는 어디에 있습니까?”

“채연이요?”

계약과 관련 없는 얘기를 꺼내자 이성우가 두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그러나 곧, 김영한이 채연을 좋아한다는 소문을 떠올린 다음 대답했다.

“지금 다른 곳에서 수련 중입니다.”

“수련이요?”

이성우의 말에 영한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각성자에게 수련이 무슨 의미가 있죠?”

“뭐, 저희도 그렇게 생각은 했습니다만, 현재 믿을 만한 사람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성우 역시 국가안보원에 소속되어 있을 당시 세은의 능력을 경험한 각성자 중 한 명이었다.

사실 이지호 실장이 처음 게이트 토벌대를 모집할 때 이성우도 자원하려 했다.

다만 자신의 직속상관이 협박을 하는 바람에 마지막에 자원을 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 이후로 국가안보원의 권력 다툼에 염증을 느낀 이성우는 각성자 관리법이 개정되자마자 사표를 제출했다.

그러고 자신처럼 프리랜서로 활동하려는 각성자들을 모아 길드를 세웠던 것이다.

“그간의 수많은 연구결과가 그건 불가능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사기꾼 아닙니까?”

“사기꾼은 아닙니다.”

김영한은 이성우의 말을 듣고 서채연 한 명 때문에 대한 길드에 들어오기로 한 자신이 잘하고 있는 것인지 고민했다.

그러나 자신을 모셔가려는 길드는 널리고 널렸기 때문에, 이후에 길드를 바꿔도 상관없을 터였다.

“일단 계약 조건을 논의하죠.”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세은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성우가 이야기를 본론으로 되돌렸다.

그러나 이성우의 말에도 김영한은 여전히 수련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제가 가입하려는 길드의 길드장님이 허황된 소리를 믿고 계시다니…… 사실, 지금 조금 놀랍습니다.”

“……뭐, 실패해도 손해는 아니니까요.”

“그런데 왜 하필 대상이 왜 채연이입니까?”

자신이 길드의 주주라도 되듯이 행동하는 김영한의 모습에 이성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가진 능력만큼 오만한 김영한의 성격은 자주 접했지만, 이 정도로 무례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잠시 침묵하던 이성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사자가 자원을 했으니까요.”

이번에는 김영한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아는 오빠라는 단어에서부터, 채연이 스스로 자원했다는 말까지 전부 그의 심기를 거슬렀다.

“그럼 저도 한 번 그 수련이라는 것을 볼 수 있을까요?”

“아니요, 길드의 대외비입니다.”

“어차피 저도 이제 길드의 일원이 될 텐데요. 설마 제가 이 길드에서 그 정도도 보지 못할 위치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겠죠?”

그의 말에 이성우의 미간에 티가 날 정도로 잔뜩 금이 갔다.

그러나 김영한은 그런 이성우는 안중에도 없는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길드가 길드장님 한 명으로 운영되지는 않을 거고…… 저라면 최소한 부길드장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마도 그러겠죠.”

이성우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김영한의 말에 긍정했다.

나이와 인성을 제치더라도, 국내에서 일이 위를 다투는 김영한이 간부가 되지 않는 것도 이상했다.

힘이 기준이 되는 각성자 사회에서는 더 강한 능력을 가진 사람과 함께해야 몬스터들과의 전투에서 생존 확률이 높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저는 길드에 가입하기 전에 길드의 어이없는 방침에 대해 확인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성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당사자가 허락하면 가보도록 하죠.”

“허락이라니요? 길드장님보다 높은 사람이 있습니까?”

살짝 주름이 진 이성우의 눈가가 살짝 휘어들었다.

“그럼요. 아마 더 높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겁니다.”

예상치 못한 이성우의 대답에 김영한의 표정이 잔뜩 구겨졌다.

* * *

“자, 이제 그 상태로 오러홀에서 오러를 끌어온다고 생각해 봐.”

“이, 이렇게요?”

채연이 시위를 겨누고 있는 화살에 오러가 덧씌워졌다.

그녀 스스로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오러의 수발이 자연스럽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나한테 쏴봐.”

“네?”

“괜찮으니까 쏴봐.”

팡―

세은의 능력을 믿고 있던 채연은 그의 재촉에 활시위를 놓았다.

평소와 비교도 되지 않는 파공성이 공간을 갈랐다.

그러나 채연이 쏜 화살은 너무나 허무하게 세은의 앞에서 튕겨 나갔다.

“와아…….”

하지만 채연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얼마나 발전을 했는지.

“이런 방법이 있어요? 정말 대단해요. 하루 만에 어떻게 이런…….”

너무 놀라서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채연의 모습에, 세은이 담담하게 그녀를 칭찬했다.

“나도 하루 만에 될 줄은 몰랐어. 이건 순전히 네 재능이야.”

“정말요? 제가 재능이 있는 거예요?”

세은의 칭찬에 신난 채연의 예쁜 두 눈이 크게 호를 그렸다.

반짝거리는 두 눈에 기쁨이 가득 깃들어 있었다.

“하여튼 도와줘서 고마워요, 오빠!”

채연이 팔짝 뛰어 세은의 품에 안겨들었다.

말 잘 듣는 귀여운 동생 같은 채연의 모습이었다.

그가 자신의 품에 가볍게 안긴 채연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우웅―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채연이 품에서 떨어져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채연아, 혹시 지금 방문해도 되는지 세은 씨한테 물어봐 주렴.』

휴대전화에 이성우가 보낸 문자가 도착했던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린 채연은 세은에게 이성우의 말을 전달했다.

“오빠, 길드장님이 지금 와도 되냐고 물어보는데요? 안 된다고 할까요?”

세은은 채연의 질문에 잠시 자신의 볼을 긁적거렸다.

굳이 오늘 길드장보고 오지 말라고 한 것 역시 채연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면 그때 보여주려는 뜻에서였다.

하지만 예상외의 재능으로 채연이 하루 만에 오러홀을 생성한 이상, 굳이 길드장을 오지 못하게 할 이유가 없었다.

“아냐, 오라고 해.”

“아? 정말요?”

당연히 거절할 줄 알았던 채연이 쓰던 문자를 지우고 새로운 문자를 보냈다.

『길드장님, 오셔도 된데요.』

문자를 다 보내자 채연의 귀로 세은의 목소리가 다시 파고들었다.

“자, 그럼 다시 연습을 해보자. 잘하면 오늘만 가르쳐도 되겠네.”

“네네!”

잔뜩 신이 난 채연은 다시 활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방금 전에 했던 것처럼 오러를 화살에 입히기 시작했다.

파앙―

이성우와 김영한이 채연이 수련을 하는 곳으로 다가가자, 강렬한 파공성이 그들의 귀를 울렸다.

“이게 무슨 소리지?”

이성우와 김영한은 의문을 가지고 문을 열었다.

달칵―

문이 열리며 안에 있는 세은과 채연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로 동시에 향했다.

“길드장님! 어? 영한이도 왔네?”

“안녕하십니까? 대한 길드 길드장 김영한이라고 합니다.”

“도세은입니다.”

“하하, 알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뵈었습니다.”

“저를요?”

이성우의 말에 세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세은의 기억에 이성우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세은의 모습에 묘한 표정을 지으며 이상우는 대답했다.

“안보원에 처음 방문하셨을 때 저도 현장에 있었습니다.”

“아…… 그때 계셨군요.”

그제야 세은의 입가에 설핏 미소가 지어졌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알고 있으니 말이 빠르게 통할 것 같았다.

그사이 영한이 채연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있었다.

“무슨 수련을 하고 있어? 각성자는 수련이 소용없는 거 몰라?”

“아닌데? 소용 있는데?”

당당한 채연의 말에 일그러진 영한의 눈동자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사기꾼한테 넘어간 거야?”

“사기꾼이라니. 영한이 너 말 조심해.”

영한의 말에 채연의 입가가 실룩거렸다.

방금 전까지와 다른 날카로운 눈매로 그녀가 영한에게 핀잔을 줬다.

“우리 오빠보다 더 믿을 만한 사람은 없어. 길드장님이랑 이지호 실장님도 아는걸.”

“우리 오빠?”

채연이 세은을 칭한 호칭에 영한이 싸늘하게 쏘아붙였다.

그의 두 눈이 옆에서 이성우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세은에게로 향했다.

“저런 샌님이 우리 오빠라고?”

“영한이 너 정말. 내가 항상 말 조심하라고 몇 번을 말해?”

그러나 그런 채연의 말에도 잔뜩 구겨진 영한의 미간은 펴질 줄 몰랐다.

영한은 아랫입술을 강하게 깨물면서 대답했다.

“만약에 수련 같은 걸 한다하더라도 한국에서 가장 강한 나한테 부탁해야 하는 거 아니야?”

“무슨 소리야?”

채연은 세은에 대한 믿음이 가득한 목소리로 고개를 돌려 세은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두 눈에 세은에 대한 동경이 가득 차올랐다.

“오빠보다 강한 사람은 없을 걸?”

그 모습에 김영한이 인상을 썼다.

가슴속에서 질투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자신이 더 좋은 조건의 다른 길드들을 팽개친 이유가 채연 때문이 아니었던가.

“저 새끼가 나보다 강하다고?”

“영한아! 말조심하라니까?”

그러나 전혀 낮추지 않은 영한의 목소리에 이미 이성우와 세은의 시선이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이성우와 눈이 마주친 영한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길드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렇습니다.”

“……하.”

채연에 이어 이성우도 망설임 없이 대답하자 영한이 전투적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어이가 없네요.”

자신이 언제 이런 취급을 받아본 적이 있었던가.

국가안보원 내에서도 항상 대접을 받았던 영한은 짙은 모멸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의 두 눈이 분노로 가득 찼다.

“혹시 절 농락하려고 길드 가입 제의를 하신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저는 영한 씨의 능력을 높이 사고 있습니다.”

“겨우 높이요?”

이성우의 말이 또다시 김영한의 오만한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어느새 수련장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따르릉―

그때. 분위기를 쇄신시키는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이성우는 세은에게 양해를 구한 뒤 전화를 받았다.

“응. 응. 아, 그래? 알았어. 바로 갈게.”

전화를 끊으며 이성우는 상당히 미안한 표정으로 세은에게 말했다.

“이거 뵙자마자 일이 생겼네요. 산발성 게이트가 생겼다고 합니다. 저희 길드에 의뢰가 들어왔어요.”

“아, 그렇습니까?”

김영한의 되도 않는 도발에도 가만히 있던 세은은 이성우의 말을 듣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럼 길드장님, 마침 채연이 수련에 대한 성과가 있으니 한 번 게이트로 데려가 보시죠.”

“벌써요?”

이성우는 세은의 능력을 믿고 있었다.

하지만 단 몇 시간 만에 성과가 있다는 말을 믿기가 힘들었다.

“뭐, 앞으로 점점 더 좋아지기는 할 겁니다. 다만 재능이 있어서 벌써 성과가 있네요.”

“흐음.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세은의 추천에 이성우가 마음을 굳혔다.

그때 잠시 대화에서 배제되었던 김영한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하! 그런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믿습니까? 몇 시간 만에 각성자의 능력이 상승했다고요?”

영한의 말에도 세은은 인상을 찌푸리지 않은 채 태연하게 빙글빙글 웃었다.

어차피 한 번은 증명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럼 우리 다 같이 게이트로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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