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고니시라니-111화 (111/225)

111화 2차 노부나가 포위망(2)

오다 노부나가의 차남인 오다 노부카츠는 강가에서 서서 적진을 바라보았다.

장남이 건재한 상황에서, 차남이 영지를 물려받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했다. 노부카츠의 신세도 일반적인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오다 노부나가의 차남인 동시에, 키타바타케 토모노리의 사위이기도 했다. 덕분에 비어 있던 이세국을 차지할 수 있었다.

키타바타케 토모노리가 사카이로 잡혀간 이래, 이세국은 노부카츠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롯카쿠 가문의 군세에 밀려난 상태였다.

모처럼 얻은 영지를 잃어버리게 된 노부카츠는 조급한 마음을 감추려 하지도 않았다.

“이보게, 도토야 공. 정말 여기서 버티는 걸로 수가 나겠나?”

“적어도 한참 기세가 오른 적을 정면으로 상대해서는 안 됩니다.”

이세국의 지배자인 동시에 노부나가의 아들, 당연히 노부카츠가 이 전선의 주장(主將)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형식에 지나지 않았고, 실질적 지휘관은 원군을 이끌고 온 도토야 조세이였다.

한쪽은 주군의 아들이요, 거기에 반대하는 이는 가신의 가신. 당연히 후자가 처질 수밖에 없었지만, 여기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하시바 히데요시는 단순한 가신이 아니라, 여러 후다이(譜代 보대, 대를 이어 섬겨온 가신) 일족 출신들을 제치고 다이로(大老 대로)까지 올라선 자. 하물며 도토야 조세이는 노부나가조차도 눈여겨보는 중이기도 했다.

“조만간 북쪽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겁니다. 그전까지는 철저히 병력을 보전해야 합니다.”

사실 이나베 강을 기준으로 꾸린 방어선조차 노부카츠의 욕심이 반영된 것. 정말로 병력을 보전하고자 한다면, 이 얄팍한 개천도 버리고 더 뒤로 물러나야 했다.

적어도 이세국과 오와리의 경계가 되는, 기소 강은 되어야 적을 막기가 수월할 터였다.

결국 노부카츠는 오늘도 속으로 분을 삭인 채, 오다 가문을 섬기는 가신의 가신이 정한 방침대로 군을 움직여야만 했다.

*       *       *

“적은 후와관 터에서 진지를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규모는 약 오천이었고, 노부나가 본인이 직접 온 듯했습니다.”

아케치 미츠히데는 척후의 보고를 받다가, 노부나가의 이름이 거론되자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 말, 틀림없겠지?”

“적어도 내걸려 있는 깃발은 노부나가의 대장기였습니다.”

대체로 대장기라 하면, 역시 본인이 직접 군을 이끌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그 상징성 때문에, 간혹 기만의 수단으로 쓰일 때도 있었다.

미츠히데는 자신의 수염을 매만지며,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만약 노부나가가 이쪽을 지키고 있다면, 정말로 적은 이곳에서의 한 싸움에 모든 걸 걸고 있다고 봐도 좋았다. 그리고 그건 미츠히데로서도 바라는 바였다.

“후와관이라……. 무척이나 골치 아픈 곳에 자리를 잡았군.”

되려 아사쿠라 요시카게가 무게를 잡아서, 판단의 균형을 맞추려 하고 있었다.

후와(不破 불파)관. 지금은 관리하지 않아 터만 남은 상태였지만, 그 이름답게 깨트리기가 무척이나 곤란한 지형이기도 했다.

“어쨌든 내가 보기엔, 좀 더 세밀하게 살펴는 게 좋을 듯싶은데.”

미츠히데 역시 이 말에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그 간교한 노부나가를 상대하는 일. 하물며 적이 지형의 이점을 얻고자 한다면, 섣불리 공격하는 것 역시 어리석은 짓이었다.

정찰을 나간 병사들은 노부나가의 소재 여부와 무장 상태까지 면밀히 살피고 돌아왔다.

“노부나가 본인이 확실했습니다.”

“적은 남만의 화포로 무장하고 있었습니다.”

보고를 들은 미츠히데는 반신반의했다.

“혹시 구포를 잘못 본 것이 아닌가?”

천하의 다이묘 중에서 노부나가의 군제에 가장 관심을 가진 자를 꼽는다면, 아케치 미츠히데만한 자도 없을 터였다.

구포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쯤은 진즉 알고 있었고, 혹시 그것과 헷갈린 것은 아닌지 확인했다.

하지만 병사는 남만제 화포가 확실하다고 못을 박았다. 그리고 아케치 미츠히데 본인이 직접 나가서 본 모습 역시 보고와 다른 부분이 없었다.

아케치 미츠히데는 일단 진격을 멈추고, 우회해서 롯카쿠군과 합류하려 했다. 그런데 아사쿠라 요시카게의 생각은 달랐다.

“혹시 허장성세일 수도 있지 않겠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렇게 큰 물건은 화약도 많이 먹는 법일세. 그런데 노부나가가 어디서 그 화약을 구한단 말인가?”

그의 견해에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다.

구경이 큰 화기는 화약도 많이 소모하지만, 그만큼의 살상력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만약 같은 양의 화약이라면, 철포를 사용하는 편이 전술적으로 유리했다.

혹시 오다 노부나가가 저 고니시 유키나가와 사이가 좋다면 또 모르되, 서로 으르렁거리는 상황에서 화약을 팔 가능성은 전무할 터. 결국 남만 상인에게 비싸게 사 와야 할 것인데, 그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과연…….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요시카게의 논리에 설득된 미츠히데는 그 자리에서 진격을 명했다.

*       *       *

세키가하라(関ヶ原). 예로부터 이곳에서 천하의 향방이 결정되는 땅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임진왜란 이후의 동서대합전이었지만, 그건 이제 일어날 가능성조차 희박한 일. 이 시대에는 오직 진신의 난(壬申の乱 임신년의 난)만이 유명했다.

약 천 년 전, 덴지 덴노의 뒤를 누가 이을 것인가로 일어난 전쟁. 아들인 오토모냐 동생인 오아마냐를 놓고 다툰 결과는 동생인 오아마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그 오아마의 기반은 다름 아닌 오와리, 지금의 노부나가가 차지한 땅이었다. 게다가 오토모의 기반은 기나이. 지금 쳐들어오고 있는 아케치 미츠히데의 영지와 일치했다.

노부나가 본인은 미신 따윈 믿지 않았다. 그러나 병사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에는 또 미신만 한 것이 없었다. 물론 실제로 적을 몰살시킬 계책 또한 완성해 둔 상태이기도 했다.

“이번 싸움이야말로 네 공이 크겠구나.”

도토야 조세이가 노부카츠에게 원군으로 가 있는 것처럼, 여기에서는 가토 기요마사가 히데요시를 대신해 노부나가의 부장 노릇을 하고 있었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소장은 적의 수급으로 공훈을 세우고 싶습니다.”

“암, 무사라면 패기가 있어야지. 적의 수는 많으니 걱정할 거 없다.”

노부나가는 히데요시를 총애했고, 그 총애하는 히데요시가 눈도장 찍은 자들 역시 좋게 보고 있었다.

게다가 기요마사는 염초 광산을 찾아낸 장본인이기도 했다.

그렇게 주군이 가신의 가신을 격려하는 동안, 그들의 상대가 계곡을 넘어 세키가하라에 모습을 보였다.

“역시 적은 기마무사와 가볍게 무장한 아시가루들을 앞세운 듯합니다.”

“그럼 넘어가 줄까. 쏴라!”

노부나가의 호령과 동시에 오다군의 포격이 시작되었다. 단 두 차례의 일제사격. 그리고 마치 화약이 다 떨어진 것처럼 침묵을 유지했다.

그 모습을 본 아케치군과 아사쿠라군은 계곡 밖으로 우르르 몰려나왔다. 하지만 지금 오다군의 포대에 저장된 화약고는 충분했다.

다시 한번 화포가 불을 뿜었다. 아케치군은 계곡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 그대로 밀집한 병사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쇠구슬이 한번씩 훑고 지나갈 때마다 죽고 다치는 병사가 부지기수로 늘어났다.

“내 팔!”

“다, 다리가…….”

그렇게나마 살아남은 사람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아니, 어떤 관점에서는 깔끔하게 죽어나간 쪽이야말로 운이 좋은 거라고 볼 수도 있을 터였다.

그대로 끊어져 버린 사지를 잇는 기술이 나오려면, 아직 수백 년은 지나야 한다. 팔병신, 다리병신으로 살기에는 험한 세상이었다.

“이제야말로 적은 화약을 다 썼다! 돌격하라!”

아사쿠라군의 한 장수가 그렇게 병사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그 외침을 비웃기라도 하듯, 쇠구슬은 끊임없이 그들에게 쏟아졌다.

그러다 마침내 퇴각을 알리는 징소리가 울려퍼지자, 모두들 일제히 물러나기 시작했다.

지금이야말로 기요마사가 기다리던 기회. 그는 곧바로 노부나가에게 출격의 허락을 구했다.

“간레이, 부디…….”

“좋다.”

아케치-아사쿠라 연합군은 혼란에 빠져, 도로 계곡으로 들어가려는 상황. 모조리 잡아죽이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우왕좌왕하는 적은 적이 아니라 사냥감에 불과할 터였다.

칼을 빼든 기요마사는 다른 무사들과 함께 달려 나갔다. 개중에는 돌아서서 오다군에 맞서는 자들도 있었으나, 몇몇의 의기로 막아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낮에 시작된 싸움은 해가 질 무렵에야 끝났고, 오천의 오다군은 자신들의 숫자보다 많은 수급을 얻어냈다.

*       *       *

“너무 늦었군.”

나는 가만히 날짜를 헤아렸다. 지금쯤이면 아케치 미츠히데가 오다 노부나가와 일전을 치르고 있을 터였다.

분명 이치로는 최대한 빠르게 정보를 가져왔겠지만, 이미 유통기간이 끝난 내용이었다.

“그보다도 오다 노부나가에게 접근한 남만인의 정체를 알 수 있겠나?”

“화란인이라는 것 외에 다른 정보를 알 수는 없었습니다.”

이치로는 송구스럽다는 듯이 말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국적만 알아도, 대강 누군지 캐내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정 안되면, 이키 섬에서 장사 중인 네덜란드 상인회를 압박하는 방법도 가능했다.

하지만 급한 것은 무기를 팔아치운 화란인이 누구냐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서양의 대포를 쓰고 있을 노부나가, 그리고 그를 상대하고 있을 미츠히데를 어떻게 돕느냐가 문제였다.

그리고 가장 의심스러운 부분도 하나. 어째서 화포를 사놓고 화약은 사지 않았을까. 상식선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정말 화약은 한 움큼도 사지 않았다고?”

“그렇습니다. 상인이 부려 놓은 짐은 그가 가져온 화포가 전부였습니다.”

화기의 구경이 커질수록, 그리고 탄의 무게가 늘어날수록, 소모하는 화약의 양도 증가한다. 똑같은 열 근의 화약이라면, 대구경포보다는 개인화기의 살상률이 훨씬 높았다.

그것이 일본에서 대포 대신 철포로 때우는 이유였다.

“아무래도 오다 가문이 스스로 화약을 생산해낼 방법을 알아낸 것 같은데.”

일단 유력한 가능성은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노부나가가 혼간지의 비법을 입수했을 가능성. 일향종을 완전히 토벌한 것도 아니고, 그 잔당은 어디에나 있었다. 그들 중에 화약기술자가 있다면, 얼마든지 다른 세력에 투신할 게 뻔했다.

나머지 하나는 이쪽에서처럼 인광석을 캐 왔을 가능성이었다. 섬에서의 인광석도 유명하지만, 동굴의 박쥐도 그에 못지않을 터였다.

“무슨 수로 화약을 얻어내는지 알아 와라.”

“알겠습니다.”

혹은 내 영지에서 밀무역으로 가져갔을 가능성도 있긴 했다. 화약을 이용한 장난감은 이제 제법 많아져 있었다.

다만 그 경우에는 꼬리가 길어진 만큼 조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애초에 민수용 화약 관련 물품들은 최저 함량만을 담고 있어, 무기화하기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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