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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니시라니-110화 (110/225)

110화 2차 노부나가 포위망

“아케치 공이 군을 일으켰다……?”

내가 시코쿠에 관심을 두고 있는 동안, 아케치 미츠히데는 자기 나름대로 물밑 작업을 해둔 모양이었다.

그가 보낸 서신에 의하면, 아사쿠라, 롯카쿠와 손을 잡고 오다 노부나가를 공격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내게는 병참 지원을 요청해 왔다.

“어려울 건 없겠지. 그런데 아사쿠라는 몰라도, 롯카쿠가 개입한 까닭을 모르겠군.”

아사쿠라야 아자이 가문이 저쪽으로 넘어간 일에 위기의식을 느꼈다 쳐도, 여태껏 박쥐처럼 굴던 롯카쿠가 아케치에게 붙었다는 것은 약간 어색했다.

그렇게 의문을 표하자, 혼다 마사노부가 자신의 견해를 내놓았다.

“역시 오다 가문을 경계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얼마 전, 오다 노부나가가 호조 가문을 반으로 갈라 놓았다는 첩보를 받긴 했다. 내막을 알아본 바로는, 그보다 조금 복잡한 속사정이 있는 모양이었지만.

“그런데 어째서 쿠보께는 병참 지원만 요청한 걸까요? 이쪽도 여력이 있으니, 파병을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시마 사콘은 아예 참전을 주장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문제가 있었고, 그 이유를 설명하려는데 야규 무네요시가 먼저 나섰다.

“쿠보께서 드러내 놓고 참전하시면, 좋아하지 않을 자들이 제법 많기 때문이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스승님?”

자기 제자의 질문을 받은 무네요시는 먼저 내 쪽을 슬쩍 보았다. 이야기가 길어질지도 모르니, 양해를 구하겠다는 몸짓.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 허락했다.

설령 내 생각과 다르다 해도, 그의 관점에 의한 판단은 나름대로 신선할 것 같았다.

“다른 다이묘들은 오다 노부나가를 경계한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쿠보를 두려워하지. 지금 아케치 공이 단독으로 나선 까닭도 아마 그것일 게다.”

무네요시는 정확하게 원인을 진단해 냈다.

병참 지원이야 대충 아케치 측이 내게 빚을 져 가면서 마련한 것이라 둘러대도, 군대를 보내는 일은 명백한 개입이 될 터였다.

확고하게 내 편이라 말할 수 있는 세력은 아케치 미츠히데, 모리 가문, 그리고 시코쿠의 미요시 마사야스. 이 셋을 제외하면 류조지 다카노부나 호조 우지히데 정도인데, 이들의 태도는 수상쩍을 때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미츠히데와 발을 맞추고 있는 아사쿠라와 롯카쿠. 이들은 내가 나서는 순간, 형세를 관망하거나 아예 오다 가문의 편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았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려면 역시 내가 불편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무네요시가 한 번 더 내 눈치를 살폈다.

“편한 대로 말하게. 내게는 더할 나위 없는 자랑거리가 아니겠나.”

“그리 생각해 주신다면…….”

내 허락을 받은 무네요시는 고개를 숙인 뒤, 자기 제자에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명가의 후예들은 언제나 출신을 중요시하지. 그들은 상인 출신이신 쿠보께서 폐하를 모시고 있는 것조차 불편해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천하제일의 세력이 바로 쿠보이며, 그 뒤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오다 가문이지. 이런 상황에서 만약 저쪽을 치겠다고 나서면, 저들이 어찌 나오겠느냐?”

시마 사콘은 자기 스승의 설명을 듣고 나서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 듯했다.

“하지만 모리 공이나 아와의 미요시 가문, 그리고 아케치 공은 쿠보의 확고한 동맹이 아닙니까. 이만하면 천하의 반이 기울어진 것이나 다름없는데, 이 기회에 쿠보께서 천하를 제패하시는 편이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시마 사콘 역시 군학을 익힌 자답게 나름대로 일리 있는 견해를 드러냈다. 이 주장에는 야규 무네요시조차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까닭은 내가 직접 설명하는 편이 낫겠군.”

그렇게 운을 뗀 뒤, 내가 나설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

“대개 한 세력을 볼 때, 사람들은 다이묘의 의향을 가장 중시하는 편이지. 하지만 실상은 우두머리라 해서 자기 뜻대로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더군.”

“얼마 전의 미요시 가문을 예로 들자면, 원래 나가하루가 당주였지. 하지만 일족의 위기 앞에서 가신들이 어떻게 움직였던가?”

“그래, 당주를 유폐시켜 버리고 이쪽에 도움을 청했지. 다른 가문의 사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걸세.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는 자들도 있을 거고, 혹은 나와 동맹이라는 것에 불만을 지닌 자들도 있겠지.”

“그리고 불만을 품은 자들이 늘어나면, 다이묘가 바뀌는 일도 비일비재하지 않던가. 그러다 보면, 창칼의 방향도 바뀌게 마련이지.”

백배 양보해서 모리 일족이야 주요 가신들까지 내게 호의적이라 해도, 시코쿠의 미요시 가문을 섬기는 자들은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게다가 아케치 미츠히데가 이끄는 세력의 정체성은 오다 노부나가에 대한 복수심이 전부. 그 목표가 끝난 뒤에는 어떻게 나올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위 덴노를 모시는 쇼군 아래 다이묘 아래 무사들이 백성을 지배한다는 봉건제라는 것도, 실상을 뜯어보면 칼을 투표권으로 삼는 귀족 공화정이나 마찬가지인 상황.

그들을 자극해 가면서 무리하느니, 아와지국을 중심으로 한 영향권이나 잘 유지하는 편이 나을 터였다.

“쿠보의 뜻을 어느 정도는 알 것도 같습니다.”

“말이 길어졌군. 어쨌든 그래서 이번에는 전적으로 아케치 미츠히데에게 맡겨볼 참이네.”

이기든 지든, 천하의 향방에는 크게 변화가 없을 터였다. 만약 아케치 미츠히데가 복수를 이룬다면, 여전히 천하는 전국시대를 유지할 터. 그리고 실패한다 해도, 그때 가서 오다 노부나가를 견제하면 그만이었다.

*       *       *

“남만인들은 자기네 종교를 전파하는 일에 열성이라 들었다. 그래서 키리시탄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고니시 유키나가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노부나가 역시 방어전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 일환으로 한 상인을 만나고 있었다.

“일본 내의 불교 종파가 여럿이 있듯, 키리시탄 역시 하나가 아니지요. 저희는 화란(네덜란드)에서 왔고, 기나이에 흔한 포도아(포르투갈) 사람들과는 서로 다투는 중입니다.”

“그럼 역시 너희들의 종교를 퍼트리기 위해 온 것인가?”

“아닙니다. 저희는 상인이고, 오직 돈만 바랄 뿐이지요.”

방문객의 성향은 여러 가지로 노부나가의 마음에 쏙 들었다. 종교라는 분야는 언제나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골치아픈 법. 필요하다면, 당장은 저들의 선교를 허락해 줄 의향이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정작 화란에서 왔다는 자들은 오직 거래만을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자네들은 무엇을 사 가고, 무엇을 팔려고 하는가?”

“그야, 파시는 거라면 무엇이든 살 것이고, 드릴 수 있는 것은 화약과 화포. 이 두 가지입니다.”

기나이와 그 서쪽 지역에서는 상인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 이때, 그는 피가 흐르지 않는 푸른 바다를 찾아서 동쪽으로 건너왔다.

일본의 서쪽에 사는 사람들은 동쪽을 촌놈이라 여겼지만, 그 인구는 역시 적지 않은 편이라 했다.

대전쟁은 언제나 상인들에게 기회였다. 그리고 이 네덜란드 출신의 상인은 일생일대의 도박을 걸기 위해 오와리를 찾았다.

“화약과 화포라…….”

노부나가도 상인들의 속성에 제법 밝은 자. 상대가 무슨 의도로 왔으며, 무엇을 원하는지는 훤히 꿰고 있었다.

상대의 속셈을 눈치챈 그는 빙글빙글 웃으며 말했다.

“일단 그 화포라는 것부터 볼 수 있겠나?”

“물론이지요.”

자고로 샘플을 보여 주는 거야말로 가장 확실한 홍보인 법. 네덜란드 상인은 수레에서 화포를 끄집어낸 뒤, 성 밖으로 나갔다.

“호오, 이 화포는 포구로 장전하지 않는가?”

“그건 너무 구식입니다. 장전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그 과정에서 조준이 흐트러지는 문제도 있지요.”

상인은 그렇게 자신의 상품을 설명하며, 성능을 시연해보였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였다. 노부나가는 이 화포의 장전속도가 빠르고 재조준에 걸리는 시간도 짧은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는 이전에 비슷한 물건을 본 적이 있었다.

고니시군의 신형 철포는 오다 노부나가에게도 주요 관심사였다. 그리고 비록 그 철포는 위험성 때문에 도태되었지만, 제법 인상 깊은 물건이기도 했다.

“좋아. 화포를 사들이도록 하지. 하지만 화약은 필요 없네.”

다이묘의 구매 결정에 희희낙락하던 상인은 날벼락이라도 맞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화약이 없으면 이 녀석은 그저 그런 고철에 불과한데…….”

그 모습을 보며, 노부나가는 씩 웃었다.

“화약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네. 자네들 남만 상인이란 자들은 그동안 땅 파서 돈을 벌었던 모양이더군.”

실제로 남만 상인들이 거래하는 화약은 인도에서 무궁무진하게 퍼내는 염초로 만든 것. 정곡을 찔린 이방인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렇게 놀랄 것 없네. 일단 내 말을 들어보지 않겠나?”

*       *       *

“북오미는 포기한 모양이군.”

“아사쿠라 공의 위엄에 놀라 도망간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케치 미츠히데가 조직한 연합군은 한 차례의 싸움도 없이, 아자이 가문의 옛 영지를 접수했다.

아사쿠라 요시카게의 의도는 거의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 여기에 주저앉을지도 모르는 일이었기에, 미츠히데는 마음에도 없는 아부를 하며 요시카게를 구슬렸다.

“하지만 아자이 가문이 여전히 오다 노부나가의 손에 있으니, 이곳을 안정시키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네. 노부나가는 위험한 자야. 반드시 그의 목을 벨 것이니 걱정하지 말게.”

미츠히데의 걱정과는 달리, 요시카게 역시 노부나가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의 장담을 듣고 안심한 미츠히데는 남쪽을 바라보았다.

아케치군, 아사쿠라군, 롯카쿠군은 두 갈래로 나뉘어 진격 중이었고, 본대는 일차 목표를 달성했다.

그리고 롯카쿠 요시하루가 이끄는 별동대는 이세를 공략하고 있을 터. 오다 노부나가의 시선이 저쪽에 잡혀 있을수록, 동국으로 가는 옛 관문을 뚫기 쉬울 터였다.

죽은 요시아키의 영혼이 돕기라도 한 것인지, 롯카쿠 요시하루가 보낸 전령이 적절하게 본대에 도착했다.

“저희 주군께서는 이세국에 진입하셨습니다. 지금 노부나가의 차남, 노부카츠가 이끄는 군대와 이나베 강에서 대치 중이십니다.”

“적의 숫자는 얼마나 되나?”

“이만을 조금 넘기는 정도였습니다.”

전령의 보고를 들은 미츠히데는 쾌재를 불렀다.

“됐다!”

오다 노부나가가 최대한 뽑아낼 수 있는 병력은 약 삼만 정도. 남쪽 전선에 그 대부분이 가 있다면, 산길을 지키는 병력은 얼마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지형의 유리함을 믿고 버티려는 의도인 것처럼 보였지만, 미츠히데는 뚫어낼 자신이 있었다.

“척후를 보내라. 적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알아야겠다.”

아사쿠라 요시카게도 마음을 정한 이상, 진군에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아케치 미츠히데는 부푼 마음을 안고 정찰병을 앞으로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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