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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니시라니-106화 (106/225)

106화 대탐광시대

“송구스럽습니다.”

도토야 조세이는 자신의 주군에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히데요시는 관대한 말로 그를 달랬다.

“아니야, 아니야. 충분히 잘해 주고 왔네. 원래 남는 입을 솎아내려 한 것이 아닌가.”

원래 목적도 갈 곳 없는 이만의 하급무사를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딱 그 정도만 해 줘도 제 역할은 다 한 셈. 그리고 새로 들어온 히데요시의 부하는 그 이상의 성과를 가져왔다.

시코쿠의 호소카와 분가, 그리고 미요시 나가하루에다가 쵸소카베 가문까지. 비록 지금은 자신의 영지에서 쫓겨난 상태. 하지만 고니시 유키나가가 호조 우지마사를 쫓아냈던 것처럼, 언제고 이들도 노부나가가 써먹을 패가 될 수 있었다.

“조금 시끄러운 자들이 섞이기는 했지만, 그중에 제법 군재가 있는 이도 있었으니 아주 훌륭한 성과가 아닌가.”

“감사합니다, 주군.”

“그보다도 즈루기 산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말해 보게.”

도토야 조세이는 그가 보고 겪은 것들을 모두 털어놓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조명탄에 관한 정보는 히데요시의 귀를 자극하는 내용이었다.

“그렇군. 일단 함구하고 있도록.”

귀중한 정보는 당연히 최고 우두머리에게 올라가야 하는 법. 하지만 지금 히데요시는 어디에도, 그 자신의 주군인 노부나가에게조차 언급을 금했다.

조세이가 돌아간 뒤, 하시바 히데요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갈수록 멀어지는가······.”

그가 자신의 부하에게 입단속을 시킨 까닭도 이 한탄과 무관하지 않았다. 지금 노부나가는 실의에 빠져 있는 상태. 간혹 예전의 날카로운 모습을 보일 때가 없지는 않았으나, 이런 소식은 좌절감을 더할 가능성이 높을 터였다.

“차라리 장사를 허용하고, 이쪽에서도 적극적으로 사람을 밀어 넣어야 했나.”

노부나가의 쇄국령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당시 사카이에서는 오와리와 미노에 걸친 천하의 곡창, 미노 평야의 소출을 필요로 했고, 그걸 무기로 삼아 견제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원래 상업이란 양쪽에 이익을 발생시키는 것. 상대의 번영을 조금이나마 가져올 수단 역시 장사라는 점에서, 지금 히데요시는 그때의 결정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       *       *

이름은 도토야 조세이로, 비젠국 도토야 고에몬의 양자······.

이치로를 시켜 알아낸 정보는 제법 길었다. 하지만 그 전부를 읽을 필요는 없었다.

비젠국에 사는 도토야 고에몬은 아버지의 지인이었고, 무엇보다도 야쥬로(弥十郎)를 양자로 받은 사람. 이후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입적했다는 이야기는 없었으니, 양자라고 해 봐야 하나밖에 없을 터였다.

“도토야 조세이는 야쥬로 도련님이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치로의 말이 쐐기를 박았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난세에는 워낙 기괴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판이니.

더구나 오래 전에 고니시가를 떠났고, 연락 한번 없었다고 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 이쪽이나 저쪽이나, 서로가 없는 사람인 것처럼 산 시간이 너무 길었다.

아닌 게 아니라, 지금 마시고 있는 말차의 맛이 형제라는 야쥬로 보다도 더 친숙할 지경. 혈육의 정이라는 것도 결국은 세월의 축적이 좌우하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식은 차를 들이켰다.

찻잔을 내려놓자, 이치로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류사 님께는······.”

최초의 의도야 어떻든, 내 직속 닌자 역시 고니시 약재상의 일원이었다. 그런 만큼, 당시의 일을 기억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지금 아버지의 이름을 언급한 거야, 당연히 아들의 일을 알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일 터.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야쥬로······. 아니 이제는 도토야 조세이군. 이쪽이나 저쪽이나 서로에게 연락을 한 적도 없으니, 굳이 그 존재를 수면 위로 들출 필요는 없겠지.”

분명 시작은 가족이기는 했으나, 지금은 너무 멀어진 상태. 일부러 평지풍파를 일으켜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보다도 노부나가는 이 사실을 알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지금 조세이의 위치는 어느 정도지?”

“하시바 히데요시에게 봉록 일천 석을 받고 있다 합니다.”

봉록 일천 석. 다이묘로 인정받는 기준의 십분의 일쯤 되는 규모였다.

작다면 작은 수준이겠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 하시바 히데요시는 독자 세력도 아니고, 그 단독으로는 약 십만 석쯤 된다고 했다. 그리고 도토야 조세이는 우키타 가문을 섬기던 굴러들어온 돌. 그런 존재가 일천 석씩이나 받는다는 것은, 상당히 우대받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나와의 관계를 알고 있을까?”

“시코쿠에 다녀가기 전, 오다 노부나가의 직속 가신인 시바타 카츠이에가 그 신분을 조사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합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시바타 카츠이에라면 오다 노부나가의 신임받는 장수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 사람이 제법 오래 전에 들쑤셨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멀쩡하다면, 이유는 한 가지였다.

“노부나가는 도토야 조세이의 존재를 용인한 모양이군.”

“코가에서도 조사를 중단한 것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내가 이가닌자를 받아들이기 전부터, 이가류와 코가류는 서로 경쟁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구도는 그대로 유지되는 상태.

코가류는 오다 노부나가를 섬기고 있었고, 이가류는 내 밑에 들어온 지 오래였다. 서로가 서로를 가장 확실한 주적으로 여기고 있는 만큼, 이 두 닌자 집단 역시 서로와 가장 치열한 암투를 벌이고 있다 했다.

코가류 닌자의 움직임을 가장 잘 꿰고 있는 것은 역시 경쟁관계인 이가류 닌자. 그 이가닌자가 말한 것이니 신빙성은 매우 높았다.

“그렇다면 책략으로 흔드는 건 좀 어렵겠고······. 이 일은 그냥 덮어 두도록 하지.”

복잡하지만 하찮은 문제였기에, 일단 내버려두기로 했다. 손님이 와 있으니, 마냥 기다리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조세이의 일을 그렇게 던져둔 뒤, 객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킷카와 모토나가. 가장 믿을 수 있는 동맹인 모리 테루모토의 조카 되는 자였다.

“쿠보를 뵙습니다.”

“어서 오시게. 모처럼 귀한 손님이 찾아왔군.”

그렇게 인사를 나눈 뒤, 방문객이 용건을 꺼냈다.

“아와지국에서는 온갖 물건을 다 사들이신다고 들었습니다.”

“쓸모가 있다면 무엇이든 거래되지.”

확실히 외부의 관점에서는, 정말 온갖 물건이 다 거래된다고 생각할 만하긴 했다.

하카타 인근에서 나는 석탄부터 시작해서, 금속활자에 들어가는 안티몬, 조명탄에 쓰이는 각종 물질까지. 거기다가 이제 내 영지에서는 먹고 사는 문제가 전부가 아닌 만큼,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것들은 무엇이든 거래되는 상태였다.

내 말을 들은 모토나가는 상자 하나를 내밀며, 매입을 청해 왔다.

“저희 영지에서 이게 발견되었는데 말입니다. 혹 사실 의향이 있으신지요?”

그가 내민 것은 다름 아닌 석탄이었다.

“이걸 팔겠다고 가져온 걸 보면, 상당히 많은 양이 묻혀 있는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이미 내 영지에서는 하카타 인근의 석탄을 수입해 오는 상황. 하지만 연료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 더구나 수급처가 다양해지는 것인데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이미 하카타에서 사들이는 것도 있으니, 생각만큼 값을 쳐주기는 어렵네. 하지만 가져오면 가져오는 대로 시세에 맞춰 사들일 수는 있지. 모리 우마노카미는 동맹이 아닌가.”

“실은 그 문제로 찾아뵌 것입니다.”

굳건한 동맹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조심스럽다 싶었다. 그리고 내가 흔쾌히 거래를 수락하자, 사신은 먼저 자신들의 의도를 밝혔다.

“저희도 하카타에서 나는 석탄에 대해 들은 바가 있습니다.”

이 시대에 석탄은 사실 수요가 그리 많을 수 없었다. 일단 땔감 대신에 쓰는 경우, 그리고 고작해야 단야소에서 쇠를 다룰 때 정도일까.

보통의 경우라면 그랬지만, 내 영지에서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좁은 구역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만큼, 상당한 양의 땔감을 필요로 했다.

그리고 나무는 땔감 외에도 많은 용처가 있었고, 한번 베면 금방 자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의도적으로 석탄의 사용을 장려했다.

집단 거주 형태가 많은 도시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많은 이들이 장작 대신 석탄을 이용하게 되었다.

주로 수입하는 곳은 하카타 일대의 노천광. 그 영지의 주인인 오토모 가문에게도 이건 제법 짭짤한 거래라고 했다.

저쪽으로서는 문자 그대로 땅 파서 장사하는 꼴이니, 손쉽게 돈을 버는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땅을 파서 장사한다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습니까.”

“가치가 있다면야 그렇게 될 수도 있는 법이지.”

“어쨌든 그렇게 오토모 가문이 돈을 벌어들이면서, 아주 위협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양쪽을 비교하자면, 이와미 은광을 쥐고 있는 모리 쪽이 근소하게 앞서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하카타 인근의 탄광은 그에 견줄 만한 자금원이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모리 테루모토는 동맹임을 내세워 내게 매달리는 대신, 이렇게 자신의 영지 안에서 석탄을 찾아낸 것이었다.

역시 전국시대의 끝까지 살아남은 집안이라는 것인지, 모리 가문은 이번에도 현명한 처신을 보였다.

“좋은 태도로군. 역시 나는 훌륭한 동맹을 둔 것 같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이 석탄 말고도 특이한 광물이 보이거든, 가져오도록 하게. 가치에 맞게 매입하도록 하지.”

*       *       *

천하의 시장. 그것이 아와지국의 중심지, 스모토에 붙은 별명이었다. 예전에는 사카이촌이 그런 위치였지만, 덴노가 수도로 정한 성지가 되면서 상권이 옮겨 갔던 것이다.

그리고 스모토를 중심으로, 천하에 한 가지 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소한 물건일지라도, 쓸모를 입증하기만 하면 비싼 값에 거래된다는 이야기. 처음에는 이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말도 안 된다며 비웃었다.

하지만 실제로 석탄이라는 것이 대량으로 거래되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의 생각도 바뀌기 시작했다.

‘땅 속의 검은 금.’

만약 21세기를 사는 사람들이 이 문구를 본다면, 석유를 떠올렸을 터. 하지만 지금 일본에서는 석탄이야말로 이 말에 들어맞는 광물이었다.

처음에는 하카타 인근에서만 나는 것이었고, 거래 역시 한정적으로 이루어지곤 했다. 게다가 원래 일본의 기후는 겨울이 그렇게까지 가혹하지는 않은 편이라, 연료의 중요성은 그리 높다고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한번 따뜻한 겨울을 맛본 사람은 계속 춥게 지낼 수 없었고, 석탄의 수요는 갈수록 늘어만 갔다.

더구나 아직 농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다른 지역과는 달리, 아와지국의 물가는 제법 높은 편이었고, 조금 비싸도 사람들의 구매력은 충분했다. 그렇게 스모토의 석탄 시장은 갈수록 커졌다.

각지의 석탄이 모이면서, 다양한 품위와 가격대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걸 이용해서 투기에 뛰어드는 자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와지국의 지배자, 사카이 쿠보는 미곡과 마찬가지로 거래소를 세워 과열을 막았고, 조금 머리가 돌아간다 싶은 사람들은 탐광업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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