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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니시라니-85화 (85/225)

85화 종교 전쟁 (5)

야마토의 평야에서 두 무리의 군세가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키타바타케 토모노리는 츠츠이 준케이를 회유하는 데는 성공했다. 덕분에 빠르게 도다이지 인근까지 진격할 수 있었지만, 아케치 미츠히데의 반응은 무척이나 빨랐다.

토모노리에게 아케치 미츠히데란, 쇼군의 충견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이치로 회유하면 길을 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니시 유키나가는 덴노의 눈을 가린 역적이고, 자신은 성지의 수호자였다. 죽은 쇼군의 유산이나 맡아 관리하는 무사가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토모노리는 앞으로 나가서 아케치 미츠히데를 불러냈다.

미츠히데에게 키타바타케 토모노리는 존중받아 마땅한 다이묘였다. 아시카가 가문과도 안면이 있었고, 쇼군의 방침을 거스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쇼군을 죽게 만든 역적, 오다 노부나가의 말에 홀려, 군을 일으킨 어리석은 자에 불과했다. 그래도 양식이 있는 다이묘인만큼, 아직 대화의 여지는 있다고 보았다.

그런 동상이몽의 결과로, 담판의 자리가 만들어졌다.

먼저 키타바타케 토모노리가 입을 열었다.

“아케치 공에게는 볼 일이 없소이다. 본인은 고니시 유키나가를 응징하고자 할 뿐이니, 길을 비키시오.”

“고쿠시야말로 눈이 어두워지신 게 틀림없습니다. 어찌 쇼군을 죽음으로 내몬 자의 편에 서신단 말씀입니까?”

양측의 입장은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말을 거부하고, 설득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당황스러워했다.

군영으로 돌아온 토모노리는 혀를 찼다.

“참으로 어리석은 자로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미 아케치 미츠히데는 고니시 유키나가의 수하나 마찬가집니다.”

이미 안에 있던 누군가가 그거 보라는 듯이 입을 열었다. 토모노리로서는 역정을 낼법했지만, 거기에 대꾸하지는 않았다.

오다 노부나가. 그는 진작에 군을 몰아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토모노리는 그 조언을 듣지 않았다.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아케치 미츠히데는 급히 나오느라 많이 끌고 나오지 못했으니, 지금이라도 강행돌파를 하시지요.”

“역시 그 수밖에 없겠군.”

이번에는 토모노리도 그의 조언을 귀담아 들었다.

지금쯤이라면 벌써 사카이를 포위하고 있었을 것을. 노부나가는 속으로 아쉬워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접 나서기도 어려운 처지였다.

아직 많은 무사들은 그를 경원시하고 있었다. 쇼군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자. 그 한번의 사건으로 인해, 그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이 매우 좁아지고 말았다.

아무리 하극상이 일반적인 전국시대라 해도, 쇼군에게 손을 댄다는 것은 그런 의미가 있었다.

요시츠구처럼 새로운 쇼군에게 사면이라도 받는다면, 상황은 조금 더 나아질 터였다. 하지만 마땅한 후보자는 그의 수중에 없었다.

결국 고니시 유키나가를 견제하려면, 이렇게 자신의 존재를 숨겨야만 했다.

“피해가 커지겠지만······. 미츠히데가 저리도 어리석게 군다면,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고쿠시, 지금이라도 다른 다이묘들을 포섭하셔야 합니다. 필요한 자금은 제가 댈 테니······.”

노부나가는 계속해서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하려 했다.

지금 수준으로 고니시 유키나가를 상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다른 다이묘들을 마저 끌어들여야 한다.

줄곧 그렇게 주장해왔다. 하지만 토모노리는 한번 사자를 보내보기만 할 뿐, 그 이상으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덴노를 받드는 일에, 사욕을 앞세운 자들을 끼워넣을 수는 없다. 그게 토모노리의 판단이었다.

이번에도 그는 손을 들어 사돈의 말을 막았다.

“그래서 누가 참여한다던가, 고작해야 여기 있는 츠츠이 공이 전부가 아닌가 말일세.”

갑작스럽게 지목을 받은 준케이는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그 역시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처음 노부나가의 서신을 받았을 때, 그는 고니시 포위망이 펼쳐진 것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동쪽에서 넘어온 군세는 카타바타케 가문에 속한 병력 일만이 전부였다.

노부나가는 자신의 깃발조차 내걸지 못하는 상황. 그나마 보급은 든든할 것 같았지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고니시 유키나가를 이기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토모노리가 휘하 병력을 점고하러 나간 뒤, 준케이는 나지막하게 노부나가를 불렀다.

“간토간레이. 정말 고쿠시만 믿고 일을 저지른 거요?”

“이대로 고니시 유키나가의 천하를 만들게 내버려둘 수는 없으니, 고쿠시를 내세웠소만······.”

노부나가가 전면에 나설 수 없다는 건, 준케이 역시도 공감하는 바였다. 하지만 토모노리는 너무나 갑갑하기만 했다.

“설마 천하의 간토간레이께서 고작 이걸로 끝나지는 않으리라 생각하오만······.”

“꾸며둔 바는 있소이다. 다만 무르익기 전에 고쿠시가 먼저 움직였을 뿐이오.”

*       *       *

생각보다 적의 진군이 늦어져 있었다.

전말을 들어보니, 아케치 미츠히데의 활약이 상당히 컸다고 했다.

“아케치 공께서 막아주신 덕택에 늦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 해도, 적을 교토로 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그를 치하했지만, 정작 본인의 안색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미츠히데는 토모노리의 행보에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고쿠시의 진중에서 노부나가, 그자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가 감히······.”

나는 이미 이가닌자를 움직여 얻은 정보였기에, 새로울 것도 없었다. 하지만 아케치 미츠히데로서는 불타오를 만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금 혼자서 열을 내봐야 아군에게 좋을 것도 없었고, 적에게 나쁠 것도 없었다. 나는 아케치 미츠히데를 달랜 뒤, 의문스러운 점을 의논했다.

“고쿠시의 행보는 여러모로 납득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소.”

그의 편이라고 해봐야, 오다 노부나가와 츠츠이 준케이가 전부였다. 다른 다이묘들과 제휴하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군을 일으켰으면 신속하게 내가 자리를 비운 사카이로 왔어야 했는데, 뜬금없이 교토로 가버렸다.

아케치 미츠히데도 그 점에 관해서는 꿍꿍이를 알기 어렵다고 했다.

논의조차 뚜렷하지 못한데, 결론이라고 나올리 없었다.

결국 키타바타케군을 격퇴한다는 전술적 차원의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그리고 다음 날, 교토 남쪽에 펼쳐진 평원에서 전투를 벌였다.

“내가 전면을 맡을 것이니, 측후방의 기습에 대비해주시오.”

따로 계책이라고 할 만한 건 없었다. 적의 군세는 일만에서 일만 오천 사이로 추정되었고, 이쪽도 비슷했다.

시일을 끌면 아케치군을 좀 더 소집할 수 있겠지만, 다른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무시하기 어려웠다.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전력을 꺾어놓는 편이 나았다.

전황은 싱겁게 흘러갔다.

시종일관 이쪽이 화력으로 압도했고, 적은 얌전히 얻어맞다가 뒤로 물러섰다.

*       *       *

“고쿠시, 당장이라도 전 병력을 몰아서 접근해야 합니다!”

“포화가 너무 거세지 않은가. 적이 탄약을 소모한 뒤에 돌격하도록 하겠네.”

노부나가는 그래서는 늦는다고 말하려다, 도로 입을 다물어버렸다.

토모노리에게는 군재가 없었다. 아니, 없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오히려 지금 그의 결정은 상대를 이롭게 하기만 할 뿐이었다.

게다가 키타바타케군은 의기만 높고, 나머지는 전부 하찮았다.

‘차라리 고쿠시가 죽는 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군.’

적어도 죽은 자는 자신의 주관을 내세우지 않을 터. 마침 둘째 아들이 키타바타케의 가독을 잇기로 했으니, 영토나 넓힐 기회인 듯싶었다.

설령 여기서 죽지 않고 살아온다 해도, 나쁘지 않은 이야기였다. 그러면 적어도 기세는 꺾여서, 이쪽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겠는가 말이다.

생각을 정리한 노부나가는 그 자리에서 서신 한 통을 꾸몄다.

오와리를 고니시 수군이 강습해왔다. 이 정도면 그가 몸을 빼내기에는 적절한 이유가 될 터였다.

“고쿠시.”

“지금 바쁘니, 나중에 이야기하게.”

전장에 익숙한 자라면, 이 정도로 혼란스러워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토모노리는 상대의 수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제대로 된 판단조차 내리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고니시 유키나가의 수군이 오와리를 강습해왔습니다. 병참을 유지하려면, 아무래도 제가 가서 안정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가? 알아서 하게.”

노부나가는 다시 한 번 토모노리의 부하들에게 이야기를 해놓고 동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       *       *

“이보게. 이미 고쿠시는 패배하지 않았나?”

히데요시는 상당히 어려운 협상을 벌여야 했다. 이세 고쿠시는 자신의 주군이 말한 기한보다도 훨씬 이르게 군을 일으켰다.

그리고 패배했다.

그렇잖아도 눈앞의 승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뇌물을 얼마나 더 안겨주어야 할지 셈을 마친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한 가지 우연이 그를 도와주었기에, 아직 포기하기는 이른 듯했다.

혼간지 주변에서 산책을 하던 중, 우연히 어린아이를 낀 남자 하나를 보았던 것이다.

유랑민은 어디에나 있었지만, 보통은 아와지 섬을 향해 가는 편이었다. 비록 고니시 유키나가가 적이었지만, 그런 사실까지는 부정할 수 없는 노릇. 하지만 이 수상한 자들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 나는 간토간레이를 섬기는 하시바 히데요시라는 자요. 행색을 보아하니, 평범한 유랑민은 아닌 듯싶소만.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깃발을 펼쳐보였다. 그러자 사내는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도토야 조세이라는 이름은 생소했지만, 우키타 나오이에의 아들은 그렇지 않았다.

원래 히데요시는 협상을 접고 돌아가려 했지만, 그들의 증언을 듣고 마음을 바꾸었다.

우키타 나오이에가 키리시탄의 선교사들을 쫓아냈는지, 아니면 단지 승려들을 이용하기만 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 하지만 그런 건 히데요시의 입장에서 중요하지 않았다.

비젠에서 선교사들을 쫓아낸 우키타 나오이에가 축출되었다. 이 사실을 잘 이용한다면, 이 교활한 승려를 설득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지금 비젠에서는 부처님을 받들던 우키타 나오이에가 축출되었답니다. 그리고 우라가미 무네시게는 고니시 유키나가에게 고개를 숙이고, 키리시탄의 선교사들을 받아들였다고 하더군요.”

“키리시탄의 선교사들이야 늘상 보이던 자들이 아닌가?”

“외국인이 아니라고 합니다. 모두 고니시 유키나가의 백성들이지요.”

이 말에는 혼간지의 주지도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그런 기색은 잠깐 뿐이었고, 다시 낯색은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러나 히데요시는 그 잠깐의 틈을 놓치지 않았다.

“대사님, 생각을 해보십시오. 외국인 선교사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지금 유키나가의 영지는 키리시탄이 이 나라로 들어오는 교두보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흠······.”

겐뇨는 태연한 표정으로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이미 태도는 히데요시의 말에 귀 기울이는 쪽으로 변한지 오래였다.

그렇잖아도 아와지 섬의 변화는 신경 쓰이는 구석이 있었다. 예전에는 많은 백성들이 불가의 가르침을 따랐지만, 요즘은 승려들의 할 일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단지 세속 세력 간의 다툼이라면, 거기서 적당히 이익을 취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신도들이 줄어드는 건 그냥 넘기기 곤란했다.

“일단 돌아가게.”

“대사님!”

히데요시는 끝내 빈손으로 가야하는가 했다. 하지만 뒤에 이어지는 말은 무척이나 반가운 이야기였다.

“자네 말은 잘 알아들었네. 하지만 지금 뭘 할 수 있겠나. 그러니 가서 기다리란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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