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화 회천 回天 (8)
- 드디어 온전히 천하가 내 손에 들어오겠군.
아케치 미츠히데가 반기를 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노부나가는 그렇게 말했다.
오다 노부나가도 미츠히데와는 다소 안면이 있었다. 그 자신은 사이토 도산의 사위였고, 쇼군의 가신은 처조카였다.
노부나가는 자신이 사이토 도산에게서 많은 걸 배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귀여움을 받았던 아케치 미츠히데는 교양이 있을지 몰라도, 고지식하기 짝이 없는 무사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판단은 틀린 것으로 판명났다.
“시바타 카츠이에가 패배했다고?”
“그렇습니다. 지금 시바타 공은 이이모리 성으로 물러났고, 아케치군은 카와치국까지 북상했습니다.”
오다 노부나가는 분노하기에 앞서 전말이 궁금해졌다.
용맹하기로는 휘하 장수들 중에서 시바타 카츠이에만한 자가 없었다. 단순히 무골에 불과한 게 아니라, 병사들을 잘 이끄는 지휘관이기도 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카츠이에, 그 친구가 패배할 이유가 없었을 텐데······.”
“자세한 전말은 시바타 공께서 서신에 적어 보내셨습니다.”
전령의 말을 들은 노부나가는 그가 가져온 종이를 펼쳤다.
- 마츠나가 히사히데가 가담했고, 미요시 가문에 속했던 자들 대부분이 등을 돌렸습니다. 야마토국의 츠츠이 역시 저쪽에 가세할 분위기이니, 시급히 토벌하지 못하면 승냥이떼가 간토간레이를 물어뜯으려 할 것입니다.
단순히 원군을 청하는 내용이 아니라, 사태의 심각성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마츠나가 히사히데가 아케치 미츠히데를 돕는다. 이건 단순히 쇼군의 가신이 홀로 일어선 거라고 보기 어려웠다.
“역시 쿠보가 움직였나. 아니면 미요시 요시츠구를 죽인 앙갚음을 하려는 것인가. 어느 쪽이든 상관없겠지.”
그렇게 중얼거린 노부나가는 잠시 천하의 정세를 속으로 되새김질했다.
‘호소카와 토벌전에서 모리 테루모토는 불만스러운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서쪽은 적이 확실하고······.’
하지만 딱히 걱정할 문제는 아니었다. 원래 교토와 모리 가문의 영지 사이의 지역은 산세가 험했다.
‘하시바 히데요시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겠지. 그렇다면 문제는 다른 자들이다.’
북쪽 에치젠의 아사쿠라와 동쪽의 호조. 그리고 노부나가의 세력권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눈치만 살살 보고 있는 롯카쿠. 이 셋은 유리한 쪽에 가담해 이익을 노릴 가능성이 높았다.
세력 구도의 저울질을 끝낸 노부나가는 그 자리에서 출격을 선언했다.
“아케치 미츠히데가 비록 쇼군의 이름을 내걸었으나, 실상은 역적에 불과하다. 군대를 소집하라!”
지금 니조성에 유폐된 요시아키는 주인장(朱印章, 쇼군의 직인)을 붙들고 노부나가에게 협조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래봐야 새장에 갇힌 신세. 노부나가의 뜻이 곧 쇼군의 뜻으로 통했다.
하지만 소집을 알리는 전령이 사방으로 떠나기도 전에, 새로운 소식이 들어왔다. 아니, 사람이 그를 방문했다.
구키 요시타카. 노부나가에게 복속했던 수군중의 우두머리였다.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들어와서 이마를 마룻바닥에 짓찧었다.
“고니시 수군에게 패했습니다. 바닷길이 뚫렸고, 지금 고니시 수군은 이세 만으로 들어왔습니다.”
“뭐라? 그게 말이 되나!”
노부나가는 이번 소식에 노기를 참지 않았다.
고니시 수군은 상당히 신경쓰이는 존재였다. 사카이 쿠보의 힘은 곧 수군에서 나왔고, 우에스기 토벌전에서 그 위력을 드러냈다.
그의 본거지인 기요스 성도 바다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같은 꼴을 당할 수는 없었기에, 심혈을 기울여 철갑선까지 만들어 배치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게 전부 허사가 되고 말았다.
“그래, 어디 변명해보도록.”
적어도 전말은 마저 들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한 노부나가는 앞에 놓인 책상을 왼손으로 꾹 움켜잡으며, 자세히 설명할 것을 지시했다.
구키 요시타카는 죽음을 각오하고, 자신의 주군이 시킨 대로 모든 걸 털어놓았다.
“간토간레이께서 내려주신 니혼마루는 분명 단단했지만, 구포의 명중률이 너무나 낮았습니다.”
“나는 분명히 이세만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고 했다. 그런데 네 녀석이 말한 대로라면, 멀리까지 나가서 죽어준 꼴이 아니냐!”
고니시 수군이 이세 만으로 들어오는 것만 막으면 충분한 것을, 이 해적 출신은 결전을 벌이려고 했던 듯했다.
“너는 말귀도 알아듣지 못하고 귀한 전선을 헛되이 낭비했다.”
“할복으로 사죄하겠습니다.”
구키 요시타카는 조용히 고개를 숙인 뒤, 마당으로 나갔다. 누구도 오다 노부나가의 결정을 막지 못했다.
노부나가는 문밖을 흘끗 보고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지금 가장 위험한 곳은 이제 기나이가 아니라 본거지인 오와리였다. 이제 기요스 성은 적의 사정권 내에 들어갔고, 당연히 눈치를 보던 자들도 저쪽에 가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쪽에는 니와 나가히데가 지키고 있었지만, 그는 군사에 밝은 무장은 아니었다.
생각을 정리한 노부나가는 맏아들 노부타다(織田信忠 직전신충)를 불러들였다.
“부르셨습니까, 아버님.”
“네가 기요스 성으로 가야겠다. 전권을 줄 것이니, 동쪽을 지키도록 해라. 여차하면 에치고와 시나노는 버려도 상관없다.”
그렇게 말한 노부나가는 옆에 있는 다키가와 카즈마스를 돌아보며 같이 가라고 지시했다.
“노부타다는 아직 어리다. 네가 가서 보필하도록.”
노부타다는 약관을 넘긴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의 부친은 실질적인 지휘보다는 군심의 안정을 기대하고 보내려 했다.
실질적인 지휘관은 같이 가는 다키가와 카즈마스라고 할 수 있었다.
“죽음으로 오와리를 지키겠습니다!”
그 사실을 알아챈 다키가와 카즈마스는 부복하며 명을 받들었다.
* * *
“언제쯤 상륙하시겠습니까?”
쿄타로가 내게 앞으로의 일정을 물어보았다.
그동안 꾸준히 해안가에 가까운 논밭을 붙태웠지만, 쿄타로의 질문은 그런 상륙이 아닐 터였다. 그러니까 기요스 성을 언제 치느냐는 이야기인 셈이다.
오와리를 공격한다고 말하며 여기로 왔으니, 당연히 맹공을 가할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상륙?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지. 우리는 여기서 위협만 가한다.”
이세 만은 오다 노부나가의 부드러운 아랫배나 마찬가지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도쿠가와 가문도 전부 이 근방이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태어난 오카자키 성부터 지금 본거지로 삼고 있는 하마마츠 성까지. 나는 해로의 우월한 기동성을 이용해 어디든 공략할 수 있었고, 저들은 모든 곳을 지켜야 했다.
그러니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툭툭 치는 것만으로도 적은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건 병력의 분산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여기서 최대한 시선을 끄는 게 역할이다. 정말 빈틈이 보인다면 비집고 들어가서 출혈을 강요해도 좋겠지만, 무리할 필요는 없어.”
쿄타로와 앞으로의 일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치로가 작은 거룻배에서 올라오는 게 보였다.
그는 내 지시로 다른 다이묘들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었고, 지금은 보고하러 온 듯했다.
“새로운 소식이 있나?”
“롯카쿠 가문이 아군으로 전향했습니다. 기나이와 오와리의 길목을 차단하겠답니다.”
나는 흥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 잘 풀리고 있군.”
“그리고 아자이 가문도 오다 가문에게 등을 돌렸습니다.”
“아자이가?”
이것도 좋은 소식이었지만, 다소 뜻밖이었다.
아자이 나가마사는 오다 노부나가의 여동생, 오이치의 남편이다. 다시 말해서 두 가문은 인척관계였다.
“아사쿠라 요시카게가 자신의 역할이 컸다면서 논공행상에 추가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벌써 결과를 이야기하는 아사쿠라 가문의 태도에 혀를 찰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아자이 가문의 움직임에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자이 가문은 아사쿠라 가문과 오랜 교분이 있었다고 했던가.
나가마사는 오다 노부나가와 결혼 동맹을 체결하면서도 아사쿠라 가문을 치는 일은 도울 수 없다고 한 바가 있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지도를 보니, 아자이 가문의 위치가 애매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위로는 아사쿠라, 아래로는 롯카쿠, 그리고 좌우로 오다.
“아자이 나가마사도 딱하게 되었군.”
아사쿠라 가문의 권유가 아니더라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느 편이든 골라야 했을 터였다.
그러고 보니 끝내 오다 노부나가는 그를 친 다음, 아예 그의 두개골로 술잔을 만들어버렸다던가.
여러 가지로 상황이 바뀌면서, 그도 여태껏 살아남은 듯했다.
하지만 지금 노부나가에게 등을 돌렸으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또 모를 일이었다.
* * *
오다 노부나가는 군대를 이끌고 남하를 개시했다.
하지만 그러는 중에도 좋지 않은 소식은 계속해서 들어왔다.
“모리 테루모토가 군을 일으켜 단바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사쿠라 요시카게가 아케치 미츠히데의 편에 섰습니다. 그리고 롯카쿠 가문도 주군께 반기를 들었습니다.”
“도쿠가와 공께서는 원군을 내기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아자이 공께서는 노부타다 님께서 지나가도록 허락하셨지만, 군을 움직이는 건 불가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상황은 설상가상이었다.
어디에 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롯카쿠마저 적대를 선언했다.
그리고 아자이 나가마사마저 등을 돌리면서, 오와리와 기나이를 연결하는 길이 끊겨버리고 말았다.
오다 노부나가는 한동안 잠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모리 가문의 가세 정도는 예상범위 안에 들어 있었지만, 나머지 부분은 뜻 같지가 못했다.
애초에 시바타 카츠이에의 패배부터가 너무나 허망할 지경이었고, 이세 만은 더 이상 자신의 앞바다가 아니었다.
그에게 고개를 숙이고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조차, 호조 가문과 고니시 수군에게 발이 묶여 움직일 수 없는 처지라고 했다.
“배신자의 말로가 눈에 보이는 듯하군.”
옆에 두고 있었던 요시아키가 껄껄 웃으며 그를 비웃었지만, 오다 노부나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차라리 니조성에 처박아 놓는 편이 나을지도 몰랐지만, 그가 교토를 비운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이 불가능했다.
그나마 좋은 소식이 있다면, 히데요시가 모리 가문의 군세를 적절하게 차단하고 있다는 것일까.
시바타 카츠이에의 패배는 금방 복구할 수 있었다. 정확히는 머릿수만 그러했지만. 흩어졌던 낭인들이 오다 노부나가의 군문에 투신하면서, 그가 이끄는 군세는 오히려 불어나서 삼만 오천을 헤아렸다.
하지만 싸움은 머릿수로만 결정나는 건 아니었다. 당장 호소카와 토벌전 초반부에서도 질적 우위로 승전을 얻지 않았던가.
“어쩔 도리가 없군.”
지금은 물러나야 할 때인 듯했다.
하지만 어떻게 할 것이냐가 문제였다. 과연 쇼군이 물러난 그를 내버려둘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마음을 정한 노부나가는 담판을 짓기 위해, 군문 앞에 서서 아케치 미츠히데를 불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