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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소설 속 망나니 왕자가 됐다-168화 (168/175)

168 제국의 침략 (2)

광명력 997년 10월 4일 정오.

마리오 드라기는 자신의 저택 서재에서 제이크 로버츠를 접견하고 있었다.

“흐음…….”

제이크 로버츠가 가지고 온, 샤펠 제국 황제의 서신을 보며 마리오 드라기는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에게 제이크 로버츠가 말했다.

“작정하고 벨로디나를 무너뜨리려는 겁니다, 총수님. 50만 대군을 동원했다는 건 그런 의미 아니겠습니까?”

마리오 드라기는 가만히 제이크 로버츠를 바라봤다.

벨로디나에서 일으켰던 사업이 혁명으로 큰 타격을 입은 후, 별안간 샤펠 제국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 한때 그의 하수인이었지만 이제는 엄연한 독립적인 상인이 된 남자를 바라보며 마리오 드라기는 말했다.

“만약 우리가 열어 주지 않는다면?”

“그러면…… 우리를 먼저 짓밟지 않겠습니까?”

“험…….”

헛기침을 하고 마리오 드라기는 서신을 접어 품에 넣었다.

“집정관과 이야기를 나눠 보지.”

그 말에 제이크 로버츠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국에 있으면서 공화국 소식을 종종 들었습니다. 집정관의 힘이 강해졌다고 하더니, 사실인 모양입니다?”

그 말에 마리오 드라기는 대꾸하지 않았다.

“쉬다가 가시게.”

그저 제이크 로버츠에게 축객령을 내릴 뿐이었다.

제이크 로버츠는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마리오 드라이기에게 인사한 후 서재를 빠져나갔다.

‘후우…….’

마리오 드라기는 서재에서 가만히 한숨을 내쉬며 천장을 바라봤다.

‘루비오 상단은 경영난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상실하고, 크리스티나 콘테는 집정관의 공식적인 정부가 된 마당에 뭘 더 할 수 있겠나?’

물론 여전히 마리오 드라기는 건재했다.

그의 사업체도, 그가 부리는 용병도 모두.

하지만 3대 상단 중 하나인 콘테 상단이 완전히 집정관 헨리 피셔에게 복속된 마당에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는 신세였다.

“이것보다 더 최악일 수는 없겠지.”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마리오 드라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대로 그는 마차를 타고 집정관 관저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집정관 헨리 피셔와 만난 마리오 드라기는 샤펠 제국 황제로부터 받은 서신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원로원 의원님들과 한번 이야기를 나눠 봐야 할 사안 같습니다.”

헨리 피셔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마리오 드라기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마리오 드라기는 힘없이 관저를 빠져나와 마차에 다시 올라탔다.

‘루비오에게 가볼까?’

잠시 그 생각을 해보다가도 이내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철옹성 같던 내 권력이?’

그저 속으로만 울분을 삭일 뿐,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 * *

광명력 997년 1월 30일.

샤펠 제국의 황제 샤를 11세가 이끄는 50만 대군이 제국과 공화국의 국경에 자리한 라폴리움에 도착했다.

미리 라폴리움에 도착해 있던 집정관 헨리 피셔는 황제를 반기며 국경을 열어 주었고, 그대로 제국군 50만은 제니스 공화국의 영토로 진입했다.

그로부터 3주간의 여정 끝에, 2월 20일, 제국군은 공화국 동부에 자리한 국경도시 프런티어파인더에 도착했다.

“2월 마지막 날까지 기다려라. 약속대로 3월 1일 아침에 우리는 국경을 건널 것이다.”

샤를 11세의 명령은 곧 군에 전달됐다.

그리고 3월 1일 아침, 마침내 샤펠 제국군 50만은 국경을 건너 게마인샤프트로 진입했다.

그리고 그들은 꼬박 반나절을 행군한 끝에 린덴바움 평원에 진을 쳤다.

* * *

“예상대로야.”

3월 1일 저녁.

뢰벡에 마련된 임시 사령부에서 아딘은 두루마리를 보며 말했다.

그 맡은 편에 앉은 로제는, 자신은 볼 수 없는 두루마리로 정보를 확인하는 아딘을 바라보며 물었다.

“언제 저들이 공격을 시작할까요?”

그 물음에 아딘은 딱 잘라 대답했다.

“공격하지 않을 거야.”

“네?”

로제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아딘을 보았다.

아딘은 두루마리에서 시선을 떼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황제도 우리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거든.”

“똑같은 생각이라면……”

“황제도 린덴바움 평원에서 우리 주력군을 싹 밀어버리려고 하는 것 같아.”

아딘이 린덴바움 평원에서 제국군을 막아내려는 생각을 가진 것처럼, 샤를 11세도 그곳에서 벨로디나-게마인샤프트 연합군의 주력을 궤멸시킬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주력만 궤멸시키면, 이후로 도시마다 공성전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

아딘의 말에 로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여기가 최후의 결전 장소가 되겠네요?”

“그렇겠지. 그리고 여기서 누가 이기든, 린덴바움 평원은 최후의 결전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겠지.”

그렇게 말하며 아딘은 가만히 로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곤 로제에게 이야기했다.

“이번에 이기고, 아퐁에서 항복 문서를 받아내면, 오래전 우리가 계획했던 일을 마무리하자.”

“계획했던 일이라면…….”

“너와 나, 하나가 되고, 벨로디나와 게마인샤프트도 하나가 되는 거지.”

그 말에 로제는 얼굴을 붉혔다.

그런 로제를 바라보며 아딘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최대한 이곳에서 완벽하게 제국군을 무너뜨려야 해. 우리가 공화국에 문을 열어라 할 때, 공화국이 문을 열 만큼의 병력을 유지한 채 말이야. 알겠지?”

“네, 오라버니.”

* * *

광명력 997년 3월 3일 정오.

린덴바움 평원에서 제국군과 20km의 거리를 둔 채 연합군은 진지를 구축했다.

“저건 도대체 뭐야?”

그런 연합군을 정탐하던 제국군 정탐병들은 2가지를 보고서 화들짝 놀라야 했다.

하나는 연합군 진지에서 드문드문 보이는 화포였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인간과 확연히 다른 외모를 지닌, 인간보다 더 크고 강해 보이는 녹색종 오크가 경장갑에 철제 무기를 쥔 채 돌아다니는 장면이었다.

“뭐? 신무기하고 괴물?”

정탐병의 보고는 그대로 제국군 지휘부에 전달됐다.

“신무기는 모르겠고, 괴물이라는 것은 뭔지 알겠군. 오크를 용병으로 쓰다니…….”

황제 샤를 11세는 괴물의 정체를 장수들에게 알려주었다.

“오크는 인간보다 강하고 질긴 종족이다. 근력 면에서는 인간이 상대할 수 없는 존재지. 하지만 놈들이 중무장을 하지 않는 이상, 결국 우리 중보병을 뚫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게 일선 장수들을 안심시킨 샤를 11세는 곧 연합군 측에 정상 간의 만남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냈다.

그 서신은 그대로 연합군 최고 사령부에 전달됐다.

“가실 건가요?”

로제의 물음에 아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야지. 그래야 신사 아니겠어?”

3월 4일 정오.

양군 진지의 정중앙에서, 원탁 하나만 놓고서 아딘과 로제 그리고 샤를 11세의 정상 회담이 개최됐다.

“이제서야 보는군.”

샤를 11세의 말에 아딘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지.”

“지금이라도 항복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우리가 할 소리를 하는군.”

샤를 11세의 도발을 가볍게 무시하며 아딘은 도리어 역으로 그를 도발했다.

“그대야말로 지금 항복한다면, 그대의 부하이자 종단의 장로였던 로이처럼 죽이지는 않겠네.”

그 말에 샤를 11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샤를 11세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리석은 선택은 그대들의 백성을 죽일 뿐이야.”

아딘과 로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딘이 말했다.

“어리석은 선택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제국을 무너뜨릴 뿐일세.”

그렇게 정상 간의 신경전을 시작으로, 마침내 제국군과 연합군은 충돌했다.

* * *

제국에는 총 15명의 소드 마스터가 있었다.

그 가운데 세 사람은 본토 방위를 위해 아퐁에 남아 있었고, 이곳 린덴바움 평원에는 총 12인의 소드 마스터가 출정한 상태였다.

“하앗-!”

그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전장 곳곳에서 그들이 휘두르는 검기에 연합군의 진형은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그러나 소드 마스터가 모든 영역을 커버할 수는 없었다.

“끄아악-!”

소드 마스터들이 커버하지 못하는 곳에서 연합군은 제국군을 압도했다.

“우오오오오-!”

그 선두에는 오크 용병이 있었다.

가벼운 가죽 갑옷에 검과 도끼 그리고 방패 정도의 무장이었지만, 그들의 전투력은 능히 중보병 다섯을 홀로 상대할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퍼엉-! 퍼엉-!]

그리고 오크 용병에 앞서 전장을 평정한 것은 연합군의 화포와 신무기 마력 폭탄이었다.

화약과 마력 폭탄의 폭발은 제국군의 단단한 전열을 무너뜨렸다.

무너진 전열 속으로 오크 용병이 먼저 들어서서 휘저었고, 그렇게 완벽하게 망가진 제국군은 오크 용병에 이어 들이닥친 연합군 중보병과 기병에 의해 완전히 와해됐다.

“우익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좌익의 크랑톤 경을 우익으로 보내!”

“소드 마스터를 빼면 좌익도 무너집니다!”

“당장에 무너지는 건 우익이잖아! 빨리 보내!”

제국군 수뇌부는 소드 마스터를 기동 운용하며 최대한 전체 진영의 전열을 유지하려 애썼다.

소드 마스터의 능력이 상당했던 만큼, 그들의 기동 운용은 분명한 효과를 가져왔다.

아무리 오크 용병이 강해도 소드 마스터의 검기 앞에선 굵은 통나무 수준이었다.

화약과 마력 폭탄은 분명 소드 마스터에게도 상당한 위협이었지만, 소드 마스터의 동체 시력으로 미리 그것들이 날아오는 궤도를 파악해 피하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소드 마스터의 기동으로 다시 전세는 팽팽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아딘과 로제가 전장에 개입했다.

[꽈르릉-!]

가장 먼저 전장에 자신의 등장을 알린 것은 로제였다.

손가락만 한 마정석 다섯 개를 목걸이처럼 만들어 목에 걸고, 주먹만 한 마정석을 벨트 버클로 만들어 허리에 맨 채 로제는 하늘에서 제국군을 향해 광역 마법을 뿌렸다.

번개가 내리쳤고, 화염의 비가 쏟아졌으며 돌풍이 불었다.

“마법사들을 모두 출동시켜!”

로제가 등장하자 곧장 제국군은 숨겨두었던 마법사들을 전장으로 내보냈다.

순식간에 로제는 스무 명의 제국군 마법사들과 조우했다.

물론 그들은 로제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숫자로 밀어붙이는 만큼, 로제의 발이 순간 묶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로제의 발이 묶였다고 해서, 제국군이 안심할 수는 없었다.

[서걱-!]

지상에서 불칸의 갑옷과 불멸의 검 그리고 네르갈의 목걸이로 무장한 아딘이 전장을 휩쓸자 순식간에 또다시 제국군의 전열이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소드 마스터를 집중시켜!”

아딘의 등장에 여기저기 흩어져 기동하던 소드 마스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로제에게 마법사들이 그러하듯, 아딘에게도 소드 마스터는 그리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이 다년간 다져진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협공을 펼치는 바람에, 아딘도 로제와 마찬가지로 전장에 개입하지 못하게 됐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아딘과 로제가 제국군의 비장의 무기들을 잡아두는 사이, 전장 곳곳에선 화약과 마력 폭탄이 터지며 제국군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폭발이 지나간 자리에는 어김없이 오크 용병과 인간 병사가 쓸고 지나갔다.

내가 쓴 소설 속 망나니 왕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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