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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소설 속 망나니 왕자가 됐다-115화 (115/175)

115 혁명의 대의 (4)

용병대장은 동서남북 사방의 성벽으로 분산된 용병들에게 요새 내부로 복귀할 것을 명령했다.

“각 부대별로 근접전 특기인 사람들 위주로 해서 절반 정도 씩만 뽑으라고 하니까, 그렇게들 분류해. 빨리.”

전언을 받은 부대장들은 아래에 다시 그렇게 명령을 하달했고, 곧 성문마다 절반씩 근접전에 특화된 용병들이 차출됐다.

“폭도들은 현재 무기고와 곡물 저장고, 마구간을 점령한 상태에서 농성 중이다. 전언에 따라 각자 위치로!”

차출된 근접전 특화 용병들은 곧 용병대장이 기존에 계획한 대로 무기고와 곡물 저장고, 마구간으로 각각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가 뜰 때쯤, 요새 내부로 돌아온 용병과 거점을 점령한 민병대 및 민중 가담자 사이의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됐어!’

그리고 그 모든 상황을 두루마리를 통해 확인하고 있던 아딘은 미소를 지었다.

관청 내부에 요새 사령관과 용병대장 그리고 그 외 주요 참모들이 모두 있음을 확인한 후 아딘은 두루마리를 마법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속전속결로.’

아딘은 마법 주머니에서 불멸의 검을 끄집어 냈다.

이윽고 아딘의 몸이 황금빛 광휘에 휩싸였다.

잠시 후 광휘는 잦아들었고, 아딘은 불칸의 갑옷으로 전신을 감싼 채 불멸의 검을 들고서 빠르게 관청을 향해 점프했다.

“뭐, 뭐야?”

2m가 넘는 담장 너머 5m가량 되는 망루에서 경계를 보던 용병의 눈에 빠르게 자신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황금빛 덩어리가 들어왔다.

[콰앙-!]

그리고 그것을 인지한 순간, 용병은 자신을 덮치는 황금빛 덩어리에 직격탄을 맞고 그대로 어육이 된 채 죽어버렸다.

“무, 무슨 소리야?”

“망루가 왜 무너져?”

“마법 공격이라도 온 거야?”

갑작스러운 충돌음과 함께 망루가 무너지자 관청 곳곳에서 대기 중이던 용병들이 튀어나왔다.

그들은 모두 당황스러운 시선으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는 망루를 바라보고 있었다.

‘잔챙이들은 나중에.’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는 잔해 더미 속에서 아딘은 그대로 부서진 널빤지 하나를 발판 삼아 다시 점프했다.

그대로 아딘은 황금빛 잔상을 남긴 채 관청 본관 지붕을 뚫고 건물 내부로 곧장 돌입했다.

“……?!”

지붕을 뚫고 그대로 본관 3층에 자리한 사령관 회의실로 돌입한 아딘은 자신을 향한 당혹스러운 시선들을 향해 가차없이 검을 휘둘렀다.

[서거걱-!]

단 한 번의 칼질에 불멸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황금빛 검기가 방안에 자리한 참모들의 목을 가차 없이 베어냈다.

그나마 현역으로 싸움터에서 굴렀던 용병대장은 아딘이 등장하자마자 탁자 아래로 몸을 숨겼기에 그 일격에 죽진 않았지만, 대부분 행정관 출신인 참모들은 제대로 된 사태 파악조차 하지 못한 채 죽어야만 했다.

“뭐, 뭐야!”

두 번째 칼질과 거기서 뿜어져 나온 검기가 남은 참모들을 모두 죽였을 때, 요새 사령관은 아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고함쳤다.

“경비! 경비! 경…….”

[서걱-!]

경비를 애타게 무르던 요새 사령관의 목에 검기가 날아갔다.

요새 사령관은 입을 크게 벌린 채 머리가 몸통과 분리돼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무능한 행정관의 최후를 확인한 후 아딘은 그대로 탁자를 향해 검을 위에서 아래로 그었다.

서늘한 황금빛 검기가 검의 궤적을 따라 뿜어져 나왔고, 그대로 탁자는 반으로 갈라졌다.

“크아악-!”

탁자 아래에 숨어 있던 용병대장은 그대로 하반신과 상반신이 분리됐다.

반으로 쪼개진 탁자 아래 숨어 있다가 상하체가 분리된 채 고통스러워하는 용병대장을 아딘은 무심한 눈으로 바라봤다.

“끄으으……”

용병대장은 죽어가는 눈빛으로 아딘을 바라봤다.

그런 용병대장의 머리통을 아딘은 그대로 발로 차 버렸다.

[뻐엉-!]

일격에 용병대장의 머리통은 터졌고, 아딘의 발에 묻은 피는 곧이어 일어난 황금빛 광휘에 그대로 증발해버렸다.

한 차례 사령관 회의실을 훑어본 아딘은 별다른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죽어 버린 요새 사령관 이하 참모들 그리고 용병대장의 모습을 확인한 후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헉!”

“무, 뭐야!”

밖으로 나가자마자 아딘은 때마침 계단을 따라 올라오던 용병들과 마주쳤다.

[서걱-!]

그들을 향해서도 아딘은 가차 없이 검을 휘둘렀고, 그들은 미처 대오를 정비하지도 못한 채 황금빛 검기에 신체가 절단된 채 죽어 버렸다.

‘전략 목표는 달성됐으니까.’

더 이상 관청에 볼일이 없었던 만큼, 아딘은 빠르게 다시 지붕을 뚫고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그리곤 그대로 하늘을 날아 무기고를 향해 날아갔다.

‘정오가 되기 전, 세 전략 거점을 모두 평정한 뒤 성문을 열어야 한다.’

성문이 열려야만 비로소 바깥에서 대기 중이던 1군단이 돌입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1군단이 돌입한다면, 비로소 콘스탄티노바로 향하는 최대의 난관 중 하나가 무너져 내릴 터였다.

‘정보대로 제니스 공화국이 벨로디나에서 발을 때려고 하는 게 사실이라면, 혁명 전쟁은 의외로 쉽게 끝날 가능성이 높다.’

점차 가까워지는 무기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중무장 용병들과 경무장 민병대 간의 불리한 혈전을 지켜보며 아딘은 생각했다.

‘콘스탄티노바에 대한 본격적인 공세가 시작될 때, 크리미아에 자리한 저들의 본대가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에 따라 흘려야 할 피의 양이 달라지겠지.’

그리고 곧, 아딘은 전장 한가운데에 떨어져 내렸다.

무기고를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들 모두 한동안 황금빛 갑옷으로 무장한 아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시선들 속에서 아딘은 용병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 * *

광명력 993년 4월 4일 오후.

북방 요새 북문 밖 1,430m 지점.

불카르 아시오게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굳게 닫힌 성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쯤 열리려나?”

북문 성벽 위에 자리한 용병의 숫자가 다소 줄어들었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불카르 아시오게는 곧 이 지루한 신경전을 끝내고 화끈하게 성으로 돌진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성문은 굳게 닫힌 채 열릴 기미를 보이질 않고 있었다.

“이러다 애들 싸우기도 전에 지치겠다.”

불카르 아시오게는 한탄하며 쿠만족 전사들을 바라봤다.

5월 말까지 물이 얼어붙을 만큼의 추위를 자랑하며, 여름의 의미가 살짝 다른 쿠만 지방과는 달리 제법 더워지기 시작한 콘스탄티노바 인근에서 쿠만족 전사들은 불카르 아시오게와 마찬가지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물만 동내고 있었다.

‘규모가 달라서 그런가, 저번에 산성은 쉽고 빠르게 점령하더니 여기는 좀 시간이 걸리네?’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며 불카르 아시오게가 지루해하던 그때.

“응?”

성벽에서 일대 소란이 일어남과 동시에 성문이 활짝 열리는 것을 불카르 아시오게는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을 보자마자 그는 씩 웃으며 쿠만족 전사들을 향해 외쳤다.

“문이 열렸다! 모두 돌격 준비!”

불카르 아시오게의 말에 북문에 결집해 있던 1천 전사들은 모두 바닥에 눕혀 두었던 거대한 쇳덩어리들을 하나씩 집어 들었다.

“돌격!”

불카르 아시오게도 손에 자기 키의 2배가 넘는 쇳덩어리를 든 후 우렁차게 고함을 질렀다.

그리곤 시야를 확보하는 선에서 쇳덩어리로 자신의 몸을 막은 뒤 빠르게 열린 성문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오, 온다!”

“화, 화살을 쏴!”

“문을 연 놈들은 어떻게 하고?”

“일단 화살부터 쏴!”

후줄근하게 생긴 자들이 용병이 입는 갑옷을 입은 채 성문을 열고, 용병들이 주로 쓰는 활의 화살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 고함이나 지르며 소란을 피우던 것들이 거대한 쇳덩이를 들고서 돌격해오는 상황.

그 상황 속에서 용병들은 잠시 우왕좌왕하다가 일단 외부의 적을 향한 대응부터 하기 시작했다.

[휘휘휙-!]

곧 수백 개의 화살이 쿠만족 전사들을 향해 쏟아졌다.

[까가강-!]

그러나 화살들은 모두 쿠만족 전사들이 들고 있던 쇳덩어리, 노보로바야 상류층 저택의 대문짝에 가로막혀 그 어떠한 피해도 일으키지 못했다.

“귀족놈들이 야무지게 만들어서 그런가, 아주 튼튼해! 으하하하하!”

떨어져 내린 화살이 주는 충격 정도를 빼면 큰 타격을 입지 않은 상황에서 불카르 아시오게는 기분 좋게 웃으며 계속해서 내달렸다.

“계속 쏴! 저기 빈 공간을 쏘란 말이야!”

“계속 움직이고 있어서 안 맞습니다!”

“궤적을 계산해야 할 거 아니야!”

“으아아아! 옵니다! 옵니다! 옵니다!”

귀족 대저택의 대문짝에 화살 공격이 모두 가로막힌 상태에서, 용병들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그런 상황에서 쿠만족 전사들은 성문 어귀에 도착하자마자 문짝을 버린 채 요새 내부로 돌입하기 시작했다.

“적들이 들어왔습니다!”

“백병전 준비해!”

요새 내부로 돌입해 성벽을 향해 뛰어오르기 시작하는 쿠만족 전사를 바라보며 용병들은 모두 칼과 도끼를 꺼내 들었다.

“우와아아-!”

그러나 기나긴 신경전에 지쳐있다가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함에 따라 사기가 올라가기 시작한 쿠만족 전사들의 기세 앞에서 용병들은 순식간에 용기를 잃고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야! 물러서지 마!”

지휘자가 뒤에서 용병들을 독려했지만, 이미 전세는 기울어진 상황이었다.

[푸욱-!]

쿠만족 전사의 첫 번째 칼질이 용병의 심장을 꿰뚫는 것을 시작으로,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됐다.

애초에 숫적으로 쿠만족 전사가 우위에 선 상황에서 기세에서까지 밀린 이상 이미 싸움은 그 결과가 정해진 것이나 진배없었다.

비슷한 상황은 북문뿐 아니라 동문과 서문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끝났군.’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관청에서 두루마리를 통해 지켜보던 아딘은 씩 미소를 지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대로 걸었나?”

관청을 점거한 민병대, 그들을 지휘하던 민병대장에게 다가가 아딘은 물었다.

“네, 네. 다 끝났습니다, 전하.”

불칸의 갑옷을 입은 채 황금빛 광휘를 뿌리며 용병을 일방적으로 학살하던 아딘의 위엄을 본 민병대장은 더욱 공손해진 자세로 그에게 대답했다.

아딘은 가만히 정문 밖으로 나갔다.

과연 민병대장의 말대로 정문 높은 곳에는 요새 사령관과 용병대장의 목이 제대로 걸려 있었다.

“이게 바로 승리의 상징이지.”

아딘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다시 관청 안으로 들어갔다.

“곧 혁명군이 이곳으로 올 것이다. 한 쿠만인이 나를 찾을 것인데, 그에게 내가 관청 3층에 있다고 하면 알아서 찾아올 것이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전하.”

자신을 향해 한없는 존경을 보내는 민병대장의 어깨를 한 차례 두들겨 준 후 아딘은 그대로 관청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딘은 여전히 죽은 참모들의 피가 남아 있는 회의실로 들어가 가만히 의자에 앉아 두루마리를 펼쳤다.

두루마리 위로 곧 벨로디나 왕국 전도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전도에 혁명군의 위치와 제니스 공화국 용병의 위치가 고스란히 점으로 찍혔다.

‘콘스탄티노바에 1만 5천. 그리고 2만은 크리미아에 주둔 중.’

그것을 지켜보며 아딘은 가만히 턱을 쓰다듬었다.

까끌까끌한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아딘은 생각에 잠겼다.

내가 쓴 소설 속 망나니 왕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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