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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소설 속 망나니 왕자가 됐다-30화 (30/175)

030 각성 (2)

샤를의 동공이 확대됐다.

그의 코가 벌름거렸고, 콧구멍에서는 콧김이 빠르고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황금 갑옷! 황금 갑옷! 황금 갑옷!”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아딘을 바라보며 고함치는 그의 모습에 영문을 모르는 중보병들은 당혹감을 느껴야만 했다.

‘저게…… 예언에 나오는…….’

‘전설의…… 갑옷?’

묵시록 종단에 속한 알베르토와 파우스만이 차분함을 유지한 채 아딘을 바라볼 뿐이었다.

‘저 뒤에는 이상한 괴수들이 있고, 가운데에는 황금 갑옷이 있어. 그리고 지금 우리 병력은…….’

알베르토는 눈대중으로 아군의 전력을 확인해 보았다.

골렘 7기와 중보병 340여 기 정도가 전력의 전부였다.

200여 명은 죽었고, 160여 명은 당장에 전투가 불가능한 부상자들이었다.

알베르토는 쓰라림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렸다.

“확보하시오! 당장 확보하시오!”

샤를이 아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알베르토를 향해 이야기했다.

알베르토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는 굳은 얼굴로 한 차례 침음성을 낸 후 샤를에게 이야기했다.

“일단 전열을 정비해야 합니다. 부상자가 너무 많습니다. 전열을 정비하고, 저 괴수들을 견제하는 라인을 만든 다음에…….”

알베르토는 아주 모범적이고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황금 갑옷을 손아귀에 넣을 수 있다는 사실에 잔뜩 흥분한 샤를을 설득할 수는 없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미쳤소!”

잔뜩 흥분한 샤를이 침을 튀겨가며 이야기했다.

그 침은 그대로 알베르토의 얼굴로 날아와 묻었고, 이윽고 빗물에 쓸려 내려갔다.

알베르토는 인상을 찌푸리며 샤를로부터 고개를 살짝 뒤로 뺐다.

“눈앞에 황금 갑옷이 나타났소. 그런데 전열 정비라니? 무슨 당치도 않은 소리를 하는 거요!”

“아군의 전력이 심대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골렘은 뒀다가 시체 치우는 용도로나 쓸 거요! 골렘을 쓰란 말이오! 골렘을!”

“골렘으로는 저 괴수들을 견제해야……”

“견제는 무슨!”

샤를이 험악하게 인상을 구기며 알베르토의 멱살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사위이자 머지않은 미래에 황제로 섬기게 될 남자의 무례와 광기에 알베르토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고자 눈을 감고 심호흡을 몇 차례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샤를을 더욱 자극했다.

“지금 눈을 감고 생각 따위나 할 시간이 없단 말이오!”

“이거 놔.”

“……뭐?”

샤를은 자기가 뭘 잘못 들었나 싶었다.

“이거 놔.”

하지만 잘못 들은 것은 없었다.

알베르토는 분명하게 샤를에게 반말을 하고 있었다.

“미쳤소? 어? 미쳤어?”

샤를이 황당하단 표정으로 알베르토를 바라보았다.

알베르토는 그대로 양팔로 샤를의 팔뚝을 내리눌렀다.

“흐억!”

샤를은 팔뚝을 내리누르는 알베르토의 완력에 그만 손에서 힘이 풀리고 말았다.

믿을 수 없단 표정으로 샤를은 알베르토를 바라봤다.

굳은 표정으로 알베르토는 자기 팔뚝에서 흐르는 피를 한 모금 빤 후 두 차례 허공에 뱉어냈다.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피는 곧 빗방울을 흡수하더니 핏빛 구름으로 변했다.

알베르토는 번개 골렘에서 핏빛 구름으로 옮겨탄 후 샤를에게 이야기했다.

“모든 골렘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구름으로 이동하십시오.”

알베르토는 다시 샤를에게 예의를 차렸다.

하지만 샤를은 광기와 분노로 번들거리는 눈으로 알베르토를 바라볼 뿐이었다.

“시간이 없습니다. 황태자 전하.”

유독 시간이라는 말에 힘을 줘서 알베르토가 이야기하자 샤를은 이를 뿌드득 갈며 번개 골렘에서 핏빛 구름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것을 확인한 알베르토는 시선을 아딘과 그 너머에 있는 뱀 인간들에게로 돌렸다.

때마침 뱀 인간들은 자기들끼리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우리가 황금 갑옷과 싸울 때, 저것들이 갑자기 난입한다거나 혹은 황금 갑옷과의 싸움에서 양측 모두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당했을 때 난입한다거나 하면…… 결과는 좋지가 않을 것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알베르토는 돌, 물, 얼음, 화염 골렘에게 뱀 인간을 견제하라 명령했다.

네 골렘은 그 명령을 받자마자 허공에 뜬 채 아딘의 뒤편으로 날아가 뱀 인간들을 견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그 순간, 뱀 인간들은 소통을 끝낸 후 뒤로 천천히 물러나기 시작했다.

대략 400m를 더 움직이고 나서야 뱀 인간들은 후퇴를 멈췄다.

그 모습을 보며 알베르토는 네 골렘을 더욱 전진시켰다.

‘일단 이걸로 저 괴수들이 갑자기 난입하는 건 막을 수 있을 거야.’

알베르토는 곧 시선을 아딘에게로 돌렸다.

황금빛 찬란한 갑옷으로 온몸을 두른 그의 모습에 알베르토는 묘한 희열과 흥분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도무지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예기치 않은 뱀 인간과 고블린의 연합 공격, 그로 인한 병력 손실, 샤를의 무례와 광기로 알베르토는 혼란스러웠지만, 눈앞에 보이는 황금 갑옷의 자태는 그런 혼란을 잠시 가라앉게 해 주었다.

[휘유우우웅-!]

[쿠웅-!]

대략 200m가량 떨어진 여관 지붕을 뚫고 날아온 청동 골렘이 아딘 전방 30m에 내려섰다.

번개 골렘이 그 위 상공 100m에 뜬 채 양손에 전기를 모으기 시작했고, 강철 골렘은 아딘의 배후 30m에 서서 그의 등 뒤를 맡았다.

‘시작하자. 사냥을.’

모든 계산이 끝난 순간 알베르토는 아딘을 둘러싼 세 골렘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 * *

‘이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아딘은 굳은 표정으로 투구 너머로 자신에게 다가오기 시작하는 청동 골렘을 바라봤다.

이윽고 그의 시선은 배후에서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강철 골렘에게로 옮겨졌고, 뒤이어 허공에서 자신을 노리는 번개 골렘에게로 이동했다.

‘도대체 저것들은 뭐야?’

아딘의 시선이 청동 골렘의 배후, 300여 명이 넘는 중보병의 위에서 핏빛 구름을 탄 채 자신을 바라보는 두 남자에게로 향했다.

알베르토는 아딘이 알아보질 못했지만, 샤를의 경우에는 기억에서 그 존재를 끄집어낼 수 있었다.

‘샤를 드 퐁피두…… 샤펠 제국 황태자이자 슈드 자치령 총독…… 저 인간이 왜?’

자신을 바라보며 광기 어린 미소와 과장된 고함을 지르던 샤를.

너무도 강렬한 그 첫인상에 아딘은 금방 그의 정체를 기억해낼 수 있었다.

두루마리가 보여주었던 샤를 드 퐁피두의 모습이 바로 떠오르며 그의 광기 어린 얼굴과 겹쳐진 것이었다.

‘그 두 공무원들이 저 인간의 명령을 수행 중이라 했는데…… 설마 그 명령이…….’

자신을 향해 황금 갑옷이라며 소리치던 샤를의 모습과 자신을 노리며 다가오는 세 골렘의 모습에 아딘은 몇 가지 가능성을 추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가능성을 추론하고 어느 것이 맞을까를 고민할 여유는 없었다.

아딘은 그대로 땅바닥에 뒹굴고 있던 곤봉 2자루를 들었다.

순간 그의 뇌에서 아딘 콘스탄틴이 어린 시절부터 배웠던 무술에 관한 정보가 떠올랐다.

그 정보는 그대로 그의 척수를 타고 온몸의 신경을 따라 전달돼 하나의 자세를 잡게끔 했다.

‘과연 이게 먹힐까?’

만약 지금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무기가 또 다른 신물, 불멸의 검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딘은 잠시 생각해 보았다.

‘아주 우습게 저것들을 썰어버렸겠지?’

쓴웃음을 지으며 아딘은 시선을 좌측으로 살짝 틀었다.

그곳에선 여전히 도망가지 않은 로제가 공포와 슬픔으로 가득 찬 표정을 지은 채 아딘을 바라보고 있었다.

‘최대한 로제에게서 떨어뜨려 놔야 해.’

아딘의 시선이 다시 청동 골렘에게로 향했다.

놈과 자신의 거리를 가늠한 아딘은 그대로 청동 골렘을 향해 돌진했다.

순식간에 20m 거리를 좁힌 아딘은 자신을 향해 발길질하는 3m 청동 거인의 발을 피해 옆으로 한 차례 굴렀다.

청동 골렘의 발은 허공에서 기형적으로 꺾이며 그대로 아딘의 머리를 노리고 내려왔다.

아딘은 다시 한번 몸을 굴려 청동 골렘의 발을 피한 후 놈의 배후로 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까앙-!]

그대로 아딘은 온힘을 다해 바닥을 지탱하고 서 있던 청동 골렘의 왼쪽 오금을 곤봉으로 갈겼다.

[쿠웅-!]

그 일격에 청동 골렘은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청동 골렘이 자리에 눕자 아딘은 그대로 놈의 머리통을 곤봉 2개로 연타했다.

[깡깡-! 깡깡-! 깡깡-!]

초당 6회, 아딘은 청동 골렘의 안면을 때렸다.

3초 동안 이어진 공격은, 아마 인간이었다면 견디지도 못했을 것이고 견뎠더라도 정신을 차리지 못해 허둥댔을 정도로 빠르고 강했다.

하지만 아딘이 때리고 있는 존재는 인간이 아닌 골렘이었다.

이성도, 의지도, 감정도 없이 오로지 전투 본능과 주인의 명령에 대한 복종만이 있는, 이 판타지 세계, 영웅일대기 속 로봇과도 같은 존재.

그런 존재는 인간과는 달리 정신을 잃는 일은 없었다.

[부웅-!]

3초간 자신의 얼굴을 때린 아딘을 향해 청동 골렘은 주먹을 휘둘렀다.

아딘은 허공으로 뛰어 오르며 그 주먹을 피했다.

‘젠장!’

하지만 아딘이 착지하려는 곳에 먼저 강철 골렘이 도착해 있었다.

청동 골렘의 모습에서 딱 외피 색만 회색일 뿐인 강철 골렘은 자기 머리 위로 떨어지는 아딘을 향해 오른팔을 휘둘렀다.

놈의 오른팔은 이미 날카로운 검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못 피해!’

아딘은 그대로 몸을 허공에서 뒤집은 채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강철 골렘의 검을 향해 곤봉을 휘둘렀다.

[까앙-!]

강철 골렘의 공격은 곤봉에 가로막혀 아딘의 몸을 직접 건들진 못했지만, 거기에 실린 강력한 힘 자체는 아딘을 그대로 밀어냈다.

[쿠우웅-!]

그대로 아딘은 아직 멀쩡하게 남아 있던 가옥의 벽을 뚫고 내부에 처박혔다.

다행히 이미 집주인 일가는 피난을 갔는지 집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덕분에 불의의 희생자가 나오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크윽…….”

불칸의 갑옷 자체가 최강의 방어력을 지닌 것과는 별개로, 그 내부로 전달된 데미지는 고스란히 아딘에게까지 닿았다.

속이 진탕이 되는 느낌에 아딘은 가까스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직접 부딪히는 일은 최대한 만들지 않아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딘은 가옥 밖으로 나갔다.

[파지지직-!]

그가 가옥 밖으로 나오는 순간 둥근 전기 덩어리가 날아와 그의 몸을 강타했다.

“크하아악-!”

갈색마을에서, 르네 드 페렛이 펼치던 번개 다발 마법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력한 데미지에 아딘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온몸을 관통하는 짜릿함에 아딘은 이리저리 흔들리려는 정신을 가까스로 붙잡고는 고개를 들어 공격을 날린 놈을 바라봤다.

때맞춰 공격자, 번개 골렘이 두 번째 전기 덩어리를 아딘에게 날렸다.

아음속으로 날아오는 그 찰나의 순간, 아딘은 빠르게 오른손을 뻗었다.

[콰즈즈즈즛-!]

아딘의 손에서 빠져나간 전기 에너지와 번개 골렘이 던진 전기 덩어리가 허공에서 충돌하며, 일순간 대낮 수준의 빛을 만들어낸 후 스파크와 함께 사라졌다.

[부우웅-!]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은 청동 골렘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크어억-!”

어느새 아딘에게 다가온 청동 골렘은 아딘의 옆구리를 그대로 걷어 차버렸다.

아딘의 몸은 그대로 허공으로 쭉 떠올랐다.

[부우웅-!]

그리고 허공에 떠오른 아딘의 위로 나타난 강철 골렘은 그대로 사정없이 아딘의 등을 양손을 모아 내려쳤다.

“끄으윽……!”

그대로 아딘은 빠른 속도로 땅에 처박혔다.

[쿠우웅-!]

비와 뒤섞인 흙탕물이 땅에 고여 있던 빗물과 함께 솟아올랐고, 그대로 불칸의 갑옷 위로 떨어져 내렸다.

“됐어!”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샤를이 쾌재를 부르짖었다.

비를 맞아 축 늘어진 자신의 금발머리를 양쪽으로 치운 후 샤를은 알베르토를 바라봤다.

알베르토는 청동 골렘을 향해 아딘의 생사를 확인하란 명령을 내렸다.

명령을 받은 청동 골렘은 천천히 아딘에게 향했다.

“안 돼!”

그때, 구멍이 난 가옥에서 한 소녀가 비를 뚫고 아딘을 향해 달려왔다.

소녀, 로제는 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채 미동도 하지 않는 아딘의 앞에 무릎 꿇고 청동 골렘을 바라보며 두 손을 모아 싹싹 빌기 시작했다.

내가 쓴 소설 속 망나니 왕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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