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8 중구난방 (3)
[콰앙-!]
폭발음은 문이 부서지면서 나는 소리였다.
[츠츠츠츳-!]
사이한 노란 눈을 번뜩이며 들어온 뱀 인간.
날름거리는 혓바닥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그 연기에서 뿜어지는 메케한 탄내는 아딘과 로제의 코를 찔렀다.
[츠츠츠츳-!]
뱀 인간은 총 두 마리였다.
하나는 아딘과 로제의 방으로 들어왔고, 다른 하나는 그 맞은편에 자리한 조르주와 휴고의 방으로 들어갔다.
[츠츠츠츳-!]
비단, 뱀 인간이 내뿜는 살기가 아니더라도 놈이 적대적인 존재라는 것 정도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대로 아딘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곧 섬광과 함께 벨트가 튀어나왔고, 벨트는 곧 찬란한 황금빛을 내뿜으며 불칸의 갑옷을 아딘에게 입혔다.
[꽝-!]
불칸의 갑옷으로 무장하자마자 아딘은 그대로 뱀 인간에게 달려들며 주먹을 날렸다.
황금 건틀릿은 정확하게 뱀 인간의 눈가를 강타했다.
살이나 뼈를 때리는 느낌이 아닌, 마치 돌덩어리를 때리는 느낌에 아딘은 당황했다.
물론 느낌과는 별개로 데미지는 정확하게 들어갔다.
[츠츳-! 츠츳-! 츠……!]
뱀 인간은 그대로 벽에 박혔다 바닥에 쓰러졌다.
놈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꼬리를 발작적으로 흔들어댔다.
‘살았어?’
일시적으로 맛이 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놈이 살아 있음을 그리고 곧 다시 자리에서 일어날 것임을 아딘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도망쳐야 해!’
아딘은 그대로 로제를 들어 안은 채 바닥에 누워 발작을 일으키는 뱀 인간을 지나 방을 나섰다.
[츠츠츠츳-!]
맞은편 방에 들어가 있던 뱀 인간과 놈으로부터 위협을 받던 조르주와 휴고가 모두 아딘을 바라보았다.
‘화, 황금 갑옷!’
위기의 상황에서도 두 사람은 자기 눈앞에 나타난 불칸의 갑옷을 보며 넋을 잃어야 했다.
[츠츠츠츳-!]
뱀 인간은 맞은편 방으로 들어갔던 동료가 뻗어 있는 것과 아딘이 불칸의 갑옷을 입은 채 로제를 끌어안고 나온 것을 보고는 사납게 혀를 내밀며 이빨을 드러냈다.
‘저놈을 상대해줄 시간은 없어!’
아딘은 그대로 뱀 인간과 조르주, 휴고를 무시하곤 아래로 내려갔다.
1층에 내려오자 웬 노인 하나가 홀을 어슬렁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
“여기 있으면 안 됩니다! 빨리 나가세요!”
아딘은 그 노인의 정체를 추론할 틈도 없이 빠르게 도망치라 경고한 후 벽돌과 함께 무너져 내린 여관 입구를 통해 비 내리는 밖으로 나갔다.
[깡-! 깡-!]
“3중대! 전선을 유지해!”
“공작님께서 전황을 파악하고 계시니까, 모두 자리를 지켜!”
“부상자는 뒤로 빠지고 그 자리는 어떻게든 메워!”
여관 밖에서는 1천 마리가 넘는 고블린과 20여 마리의 뱀 인간이 700명의 중무장 보병들과 백병전을 벌이고 있었다.
허공에는 커다란 번개 구름 같은 것이 여러 개의 조그만 번개 덩어리를 만들어 띄워놓아 어두운 밤을 환히 비추고 있었다.
밝은 번갯불빛과 요란한 소리에 잠에서 깬 주민들은 창문을 열고 삼삼오오 바깥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도대체 이것들은 다 뭐야!’
아딘은 잠시 당황스러운 눈으로 그것들을 바라보다가 이내 대로변으로 도주하는 것을 단념하고는 담장을 타고 넘어 골목길로 들어갔다.
“로제, 조금만 참아. 알았지?”
“네, 네!”
자기 목을 꼭 끌어안은 채 비를 쫄딱 맞고 있는 로제를 향해 안심하라 이야기하며 아딘은 최대한 골목길로 움직였다.
“절대로 눈을 뜨면 안 돼. 알았지?”
“네, 네……”
중간중간에 널브러진 고블린과 중보병의 시체를 타고 넘으며 아딘은 계속해서 움직였다.
대략 5m 정도 되는 골목길을 다섯 번 정도 꺾어 돌았을 무렵.
“……!”
아딘은 발걸음을 멈춰야 했다.
갑작스럽게 아딘이 아무 말 없이 멈춰서자 로제는 눈을 떠 보았다.
먼저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닥에 머리통이 으깨진 채 죽어 있는 중보병 둘과 고블린 다섯이었다.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그들의 시체를 밟고 선 채 비를 맞으며 실실 웃고 있는 털보였다.
“재미있는 걸 가지고 다녔네?”
털보가 아딘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이야기했다.
아딘은 살짝 뒤로 물러나서는 로제를 내려놓았다.
“뒤로 가서 떨어져 있어. 최대한 멀리.”
“오, 오라버니……”
“어서!”
잔뜩 긴장한 아딘의 단호한 목소리에 로제는 울상을 지으면서도 뒤로 쪼르르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바닥에 누운 또 다른 중보병 시체 뒤로 숨은 로제는 사람 세 명 정도가 지나갈 수준의 골목길에서 대치하는 아딘과 털보를 숨을 죽인 채 바라봐야만 했다.
“동생 맞나 보네. 어떻게든 몸을 피하게 하는 걸 보니.”
털보의 말에 아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주먹을 꽉 쥔 채 가드를 올릴 뿐이었다.
“흐허허허! 이야. 어디 주먹질 좀 해본 솜씨인가 봐? 가드가 딱 좋은데?”
털보는 손목을 털고 어깨를 흔들며 몸을 풀었다.
“너도 갑바를 입고 있으니까, 나도 그런 걸 대충 차려야겠지?”
털보가 씩 웃었다.
그리고 곧, 그의 몸 전체에서 음울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딘은 바짝 긴장한 채 털보를 바라봤다.
검은 연기는 점차 털보의 몸을 감싸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누애고치처럼 그의 몸을 꽁꽁 감쌌다.
[퍼어엉-!]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기는 사방으로 폭풍과 함께 흩어졌다.
“크으으…… 좋아. 아주 좋아.”
그리고 그 자리에는 엄청나게 벌크업이 된, 보라색 피부를 한 털보가 기괴한 미소를 지은 채 서 있었다.
* * *
[츠츠츠츳-!]
자신에게 도망가라 경고하던 황금 갑옷을 뒤로하고 파스텔이 여관 2층으로 올라갔을 때, 뱀 인간들은 잔뜩 열을 내며 자기들끼리 무어라 떠들고 있었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듯, 손으로 머리를 쥔 뱀 인간을 뒤로하고 또 다른 뱀 인간이 파스텔을 바라보며 혀를 날름거렸다.
[츠츠츠츳-!]
파스텔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도, 도망을 쳤단 말입니까?”
[츠츠츠츳-!]
“그, 그럴 수가!”
[츠츠츠츳-!]
“거, 걱정하지 마십시오. 혹시나 싶어 이런저런 부적을 다 챙겨왔으니 말입니다.”
[츠츠츠츳-!]
“네, 네. 알겠습니다.”
파스텔은 사색이 된 표정으로 조르주와 휴고가 있던 방으로 들어갔다.
어질러진 방과 활짝 열린 창문을 바라보며 파스텔은 생각했다.
‘순식간에 사라졌다고? 저 창문 쪽으로?’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파스텔은 잠시 창문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어질러진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곧 파스텔은 조르주와 휴고가 사용하던 물건 몇 가지를 챙길 수 있었다.
그는 곧장 그 물건들을 바닥에 둔 후 그 주변으로 4개의 부적을 가지런히 놓았다.
그리곤 또 다른 부적을 든 채 가만히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Kwanachic-klaerog-a-logr-a-dier-fa…….”
국적 불명의, 언어인지 옹알거림인지 모를 언어로 파스텔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자 바닥에 놓인 4장의 부적과 그가 든 1장의 부적이 모두 붉은 빛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부적은 붉은 연기도 내뿜기 시작했다.
“화, 황금 갑옷이었습니다. 저희 두 눈으로 봤습니다. 여관 밖으로 탈출을……”
물건 전체를 휘감고 피어오른 연기 속에서 휴고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이, 이게 뭐야?”
뒤이어 조르주와 당혹스러운 음성이 들려왔다.
“Agum-!”
파스텔은 미소를 지으며 주문을 완성했다.
그 순간, 연기는 감쪽같이 사라졌고, 조르주와 휴고의 물건 위로 그 주인들이 떨어져 내렸다.
“헉-!”
“이, 이게 뭐야!”
순식간에 원래 있던 여관방으로 되돌아오게 된 두 사람은 자신을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는 파스텔과 그 배후에서 이빨을 보이며 노란 눈을 번들거리는 뱀 인간의 모습에 기겁을 해야만 했다.
“으아악-!”
“흐어억-!”
두 사람은 자기들도 모르게 서로를 꼭 껴안아야만 했다.
“재미있는 술수를 쓰시는구만?”
파스텔은 두 사람을 향해 가벼운 조롱을 날린 후 뒤로 돌아 뱀 인간을 바라보며 허리를 숙였다.
[츠츠츠츳-!]
“네, 확실하게 대령했습니다. 제가 이래뵈도 주술 하나는 제사장님께 확실하게 배웠습니다.”
[츠츠츠츳-!]
“감사합니다. 이 은혜……”
파스텔이 막 말을 마치려 할 때였다.
[휘유우우웅-!]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지붕 위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파스텔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고, 그것은 뱀 인간들도 마찬가지였다.
[콰아앙-!]
곧 지붕을 뚫고 거대한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그것은 정확하게 파스텔 위로 떨어져 내렸고, 파스텔은 그것과 함께 바닥을 뚫고 1층으로 떨어졌다.
[츠츠츳-?!]
[츠츠츠츳-!]
뱀 인간들은 당황스러워하며 커다랗게 구멍이 뚫린 바닥을 내려다봤다.
파스텔은 이미 온몸이 뭉개진 채 죽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 끔찍하게 뭉개진 시체 위로 3m 크기의 청동 골렘이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츠츠츠츳-!]
[츠츠츠츳-!]
뱀 인간들이 분노하며 구멍 아래로 내려갔다.
[깡-! 깡-!]
[쿵-! 쿵-!]
그리고 곧, 여관 1층 홀에서는 뱀 인간 두 마리와 청동 골렘 하나의 싸움이 시작됐다.
* * *
‘이, 이게 뭐야!’
알베르토와 샤를은 화염 골렘 아래에서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번개 골렘이 만든 번개 덩어리가 밝게 비추는 발스 서부에서는 700명의 중보병과 1천여 마리의 고블린 그리고 20여 마리의 뱀 인간이 뒤엉킨 채 싸우고 있었다.
그것은 싸움이라기보다는 학살의 연쇄였다.
무언가에 홀린 듯 뛰어오는 고블린들은 중보병에 의해 학살됐고, 중보병들은 고블린 뒤에 따라 들어오는 뱀 인간들에 의해 학살당했다.
‘이, 이럴 수 없어! 이건 있을 수 없어!’
전황은 전체적으로 중보병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칼이 전혀 들지 않는 뱀 인간들의 손길에 중보병의 갑옷과 투구는 종이처럼 찢어지고 뜯겨졌다.
그나마 상대하기 수월한 고블린도, 그 목을 베거나 머리를 부수고 나면 잘린 목과 너덜거리는 아가리에서 검은 뱀이 튀어나와 중보병들을 휘감았다.
그 압력 자체는 대단하지 않았지만, 그로 인해 중보병들의 기동성에 문제가 생겼고, 그 틈을 타 다른 고블린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중보병을 눕힌 후 린치한다거나 뱀 인간이 달려들어 중보병의 머리통을 뜯어버리기 일쑤였다.
‘내, 내 군대!’
물경 3만에 이르는 사병 중 고작 700에 불과했지만, 알베르토 입장에서는 그것조차도 잃어서는 안 되는 자산이었다.
‘막아야 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렇게 알베르토가 전황을 파악하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공간을 접고 휴고와 조르주가 샤를 앞에 나타났다.
두 사람은 알베르토와 샤를에게 경배한 후 곧장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보고를 하던 와중에 갑작스럽게 피어오른 붉은 연기와 함께 자취를 감췄다.
‘주술?!’
그리고 그 정체를 알베르토는 순식간에 파악할 수 있었다.
‘뭔가 있어! 이 영지! 이 미친 시골에 뭔가 있어!’
신비주의 주술사의 존재, 갑작스럽게 나타난 뱀 인간과 고블린…….
그 모든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라 알베르토는 확신했다.
그는 곧장 반지 하나를 집어 던졌다.
반지는 곧 청동 골렘이 됐다.
‘쫓아라. 이 연기의 냄새를!’
알베르토의 명령은 정신을 통해 청동 골렘에게 전달됐다.
청동 골렘은 곧장 허공 높이 날아오른 후 수직 낙하하여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여관 지붕을 뚫었다.
그것을 확인한 즉시 알베르토는 움직였다.
“전하! 옥체 보중하소서!”
그 말을 남기고 알베르토는 4개의 반지를 모두 빼냈다.
반지들은 곧 돌, 강철, 물, 얼음의 성분을 한 골렘으로 변했다.
4기의 골렘들은 모두 전장 한가운데에 투입이 됐다.
그리고 알베르토는 직접 번개 골렘의 위에 올라탄 후 허리춤에 차고 있던 단검을 꺼내 자신의 왼쪽 팔뚝을 그었다.
곧 그의 피가 철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알베르토는 피를 입으로 빨아낸 후 곧장 허공에서 그것들을 고블린과 뱀 인간을 향해 뿜어냈다.
허공에서 흩뿌려진 피는 곧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바늘이 돼 정확하게 고블린과 뱀 인간 위로 떨어져 내렸다.
[콰콰콰쾅-!]
그리고 그것들은 고블린과 뱀 인간의 몸에 닿자마자 엄청난 섬광과 굉음을 일으키며 폭발했다.
내가 쓴 소설 속 망나니 왕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