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274화 (274/275)

제274화

제274장 성화 聖火

“이럴 수가…….”

자신의 일격이 단 한 수에 소멸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을까?

북원의 황제, 울탄바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에 나는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폈다.

손안에 감도는 기운.

제법 강력했는지 아직까지 남아 손바닥에 감도는 기운 속에 익숙함과 끈적한 기운이 존재하자 나는 고개를 들어 싸늘한 표정으로 울탄바를 바라보았다.

“울탄바.”

“…….”

어조와 목소리는 낮았으나 나의 마기가 담겨 있었기에 숭산 아래 일대 전체에 울린 나의 음성.

그 음성에 울탄바가 정신을 차렸는지 초점이 돌아온 눈으로 나를 응시하였다.

“네놈은 정말 인간이기를 포기하였구나.”

나의 손에 아직도 남아 있는 끈적한 기운.

그 더럽고 끈적한 기운은 바로 사기 死氣 였다.

천마신교의 교인들이 걷는 마도의 길은 틀린 것이 아닌, 다른 하나의 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마도의 길을 걷는 마도인 魔道人 들을 두려워하고, 악마라 칭하는 이유는 바로, 부정한 마공을 익히고 잘못된 길로 걸어는 마인 魔人 때문이었다.

마도인들 모두가 소속되어 있는 본교에서 또한 부정한 마공을 익힌 마인들은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고, 오히려 정파인들보다 더 혐오했다.

그들로 인해 떳떳하게 마도의 길을 걷는 우리들의 명예가 더럽혀지고 있으니 말이다.

하여, 본교 자체에서는 물론, 교인이 아니더라도 마공을 익힌 마도인들은 직접 나서서 마인들을 척살하였다.

무림공적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현상 수배만 걸고 행동하지 않는 무림맹과 달리 직접 움직여서 말이다.

물론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본교가 일으켰던 전쟁과, 무공을 모르는 백성들의 눈에는 다 똑같은 마인이었기에 소문이 좋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런, 본교의 척살 대상 일호인 마인을 발견한 내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자 울탄바의 두 눈가가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나는, 북원의 황제로서 한 점 부끄럼 없는 사내다.”

모든 수하들에게 들으라는 듯, 내공까지 실어 가며 울탄바는 나의 물음을 부정하였다.

“와아!”

그런 울탄바의 부정에 뒤에 있던 북원의 전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환호를 보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과거의 황태제 토구르보다는 지금의 황제, 울탄바가 자신들의 주군이자 황제였기 때문이다.

그런 전사들의 흔들림 없는 지지에 자신감을 얻었을까?

울탄바가 조금은 당당해진 모습으로 나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천마는 물러나라. 우리는 우선, 일족의 수장으로서 책임감을 버리고 비겁하게 숨어 회피한 비겁자를 처단해야 한다.”

“…….”

“그러니 지금은 물러나라.”

이 새X가.

열받게 되도 않은 위엄까지 내보이며 나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물러나라고 말이다.

대륙의 주인, 명의 황제인 주윤문도, 서역의 주인, 대제국 파사국의 공주인 아스나도 나에게 감히 명령을 내리지 못한다.

헌데, 고작 부정한 마공을 익힌 마인 따위가 정순한 모든 마공의 부모와 같은 나에게 명령을 내린다?

우웅!

“이 새X가.”

진짜 뒈지고 싶어서 환장한 것일까?

감히 자신의 주제도 모르고.

나에게 명령을 내리는 울탄바의 기고만장한 모습에 분노한 내가 단전에 잠들어 있던 모든 마기를 끌어 올렸다.

그러자.

쿠르릉!

먹구름이 몰려와 하늘을 뒤덮었고.

반짝!

세 개의 얼굴을 지닌, 극 진 아수라가 붉은 두 눈을 반짝이며 울탄바를 내려다보았다.

우웅.

살기 어린 눈빛과 동시에 여덟 개의 손에 생성된 각각의 병장기들.

검 劍, 도 刀, 창 槍, 겸 鎌, 극 戟, 봉 棒, 권 拳, 부 斧.

검은색의 구름 같은 마기로 이루어져 강대한 기운을 내뿜는 무기를 들어 보인 아수라가 금방이라도 손을 내려칠 듯 매서운 기세로 울탄바를 노려보았다.

“너, 도대체 얼마나 많은 목숨을 취한 것이냐.”

울탄바가 익힌 북명신공.

그 북명신공은 반쪽짜리다.

토구르를 통해 북명신공을 제대로 접해 보았던 나였기에 알 수 있었고, 또 모든 무공의 지아비와 같은 천마신공의 주인이기에 느껴졌다.

울탄바가 익히고 있는 북명신공은 가짜이며,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으로 인해 만들어진 전혀 다른 마공 魔功 이라는 것을 말이다.

“무슨 개소리지?”

나의 살기 어린 물음에도 불구하고 겁을 상실했는지 울탄바는 꿋꿋하게 거짓을 대답하였다.

마치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의문을 표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역겨움을 느꼈다.

그러고는 곧.

챙!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런 나의 행동에.

채챙!

울탄바의 뒤에서 긴장한 모습으로 사태를 지켜보던 젊은 북원의 전사들이 검을 뽑았고, 나의 뒤에 있는 소림과 무림맹 또한 그에 대응하기 위해 각자의 병장기를 들었다.

우웅!

검집에서 뽑혀 묵색의 검신을 뽐내는 천마신검.

그것은 곧 나의 천마기에 반응하듯 잘게 공명하기 시작했고, 그 공명음이 점점 커지더니 이내, 강력한 정순하고 강력한 마기를 내뿜었다.

“어억!”

천마신검을 감도는 정순한 마기.

그 마기에 영향을 받았을까?

계속해서 끈적하고 더러운 기운을 내보이던 울탄바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괴성을 내질렀다.

“끄어억!”

엄청난 두통이 찾아왔는지, 끔찍한 비명 소리를 내며 한쪽 무릎을 꿇는 울탄바.

그런 울탄바의 모습에 북원의 전사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나는 싸늘한 표정으로 그런 울탄바를 내려다보았다.

“수많은 원혼 冤魂 들이 너에게 달라붙어 있구나.”

끼이이익!

차가운 나의 말과 동시에 숭산 일대에 울려 퍼지는 끔찍한 비명 소리.

“크윽!”

그 비명 소리에 울탄바는 물론 이곳에 있던 모든 북원의 전사들과 무인들이 귀를 부여잡았다.

화르륵!

끼이익!

끔찍한 귀곡성을 듣지 않기 위해 귀를 막고,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저앉아 몸을 비트는 울탄바를 뒤덮은 검은 불꽃.

그리고 그 위로 일렁이는 수많은 악귀의 영혼들.

그 영혼들이 내뱉는 끔찍한 소리에 사람들은 더욱더 괴로워하며 귀를 부여잡았다.

“사…… 살려!”

그런 검은 불꽃 사이로.

온몸을 비틀며 괴로워하는 울탄바가 나를 올려다보며 방금까지 적으로 대치하던 나에게 구원을 바랐다.

그에 나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지X.”

저놈은 아직, 더 벌을 받아야 했다.

“끄아악!”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거대해지는 불꽃과 많아지는 악귀의 원혼.

그로 인해 계속해서 높아져만 가는 끔찍한 귀곡성.

끼이이이!

너 때문에!

죽어! 죽어! 죽어!

“끄아악!”

“커헉!”

“크윽!”

음…… 이 정도면 된 건가.

울탄바가 저지른 죄의 벌을 받으려면 한참 남았지만, 그로 인해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에 이 벌을 끝내야 했던 나는 아쉬움을 느끼며 혀를 찼다.

그러고는.

화륵!

다시 기운을 끌어 올려 나의 검에 천마기를 둘렀다.

그러자 보란 듯이 피어나는 보라색의 황홀한 불꽃.

그 불꽃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순한 마의 기운에.

끼이…….

끼익?

주변 일대를 뒤덮고 있던 끔찍한 귀곡성이 멈추었다.

“아…….”

저 망할 울탄바를 괴롭히는 것까지 멈춘 악귀들.

그런 악귀들을 보며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쉬어라.”

휘익!

나는 짧은 말과 함께 손에 들린 천마신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천마신검에 둘러진 보라색의 불꽃.

본교에서는 성화 星火 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그 불꽃이 날아가 울탄바의 전신을 뒤덮었고, 곧 울탄바의 몸을 뒤덮고 있던 검은색의 불꽃을 그대로 덮어 버렸다.

검은색의 불꽃이 사라지자 거짓말처럼 눈에 보이던 악귀의 영혼들까지 사라졌고.

“…….”

주변은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그에 사람들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뭐, 이래 보여도 나는 한 종교의 수장이자, 신이라 불리는 사내다.

마도의 길을 걸어 깨달음을 얻은 시조 천마.

그 또한 신의 경지에 오른 존재로서, 걸었던 길이 다를 뿐 그가 도달한 곳은 소림에서 말하는 열반의 경지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 천마의 힘을 집대성한 것이 천마신공이고, 나는 그것을 익혔기에 소림에서의 무공, 항마의 기운을 지닌 무공과 같이 악귀를 멸할 수 있었다.

내가 걸어온 마도의 길.

그로 인해 얻게 된 천마기는 여타 불교와 도교의 기운과 같이 성스러웠으며 또 정순했고, 하나의 자연기운이었으니 말이다.

원한이 가득했던 악귀들을 소멸시킨 나를 마치 신을 바라보는 듯 올려다보는, 부담스러운 사람들의 시선.

그 망할 시선을 나는 가볍게 무시했다.

“끄아악!”

그러고는 조용한 일대 사이에서 여전히 괴로운 듯 괴성을 내지르는 울탄바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바쳐 북명신공을 완성하였으며, 황제라는 정통성을 증명하기 위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명을 희생시킨 울탄바.

강한 힘으로 뛰어난 군주의 모습을 보였을지 모르나, 내 눈에는 자신들의 백성을 도구처럼 생각한 쓰레기, 무능한 군주였다.

그의 몸을 뒤덮은 보라색의 불꽃, 성화.

정순한 마기가 가득한 성화는 악귀들을 성불시키고, 그 악귀들의 분노와 원망에 응하듯 계속해서 울탄바의 신체에 머물러 있었다.

부정한 기운, 사기가 가득한 울탄바는 성스러운 성화의 기운과 상극이었고, 그 성화의 불꽃에 울탄바는 괴로워하면서 계속해서 몸을 비틀었다.

‘이건 몰랐네.’

이런 효과가 있을 줄은 몰랐다.

아무튼, 마치 지옥의 한 장면과 같이 뜨거운 불길 속에서 죽지 않고 계속해서 고통을 느끼는 울탄바의 모습에.

“아미타불…….”

소림의 승려들은 불호를 읊었고, 무림맹의 무사들은 시선을 돌렸으며.

꽈악.

두려움에 질린 전사들은 각자의 무기를 강하게 쥐었다.

당장이라도 울탄바를 구하고 싶었지만 압도적인 나의 모습에 두려웠던 것이다.

그에 피식 미소를 지은 나는 손을 들었고, 그와 동시에 울탄바의 몸을 뒤덮었던 성화는 다시 천마신검으로 날아왔다.

털썩.

자신의 몸을 뒤덮고 괴로운 고통을 주던 성화가 사라지자 힘이 풀린 듯 그대로 주저앉은 울탄바.

나는 그런 울탄바를 내려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직 너의 벌은 끝나지 않았다.”

쿵!

나의 말과 동시에 앞으로 뛰쳐나간 토구르.

나는 가만히 그런 토구르를 지켜보았고, 모든 기운을 끌어 올려 앞으로 뛰쳐나간 토구르는 그대로.

퍽!

울탄바의 아랫배, 단전이 위치한 곳을 강하게 쳤다.

파직!

그러자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일대를 울렸고, 그와 동시에.

화악!

울탄바의 몸속에 있던 방대한 기운이 자연을 향해 분출되었다.

“짜증 나는군.”

일대 전부를 뒤덮은 울탄바의 가공할 기운.

그 끈적한 기운에 불쾌한 기분을 느낀 주윤문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쿠오오!

휘이잉!

그러자 붉은 적룡이 나타나 대기에 머물러 있는 불쾌한 기운을 불태워 버렸고, 그와 동시에 강한 바람이 불어와 공기를 순환시켰다.

“살려 둘 거야?”

그렇게 일대의 공기를 정리한 주윤문.

그가 나를 보며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저자는 평생 죽지 못한 채로 벌을 받아야 할 거야. 그리고 죽어서도 벌을 받아야지.”

이렇게 쉽게 죽일 수는 없었다.

저자로 인해 수만, 아니 어쩌면 수십만일지 모르는 사람들이 죽었다.

그런 죄인을 어찌 가볍게 죽일 수 있겠는가?

황궁과, 무림의 정보기관들을 이용하여 울탄바의 모든 행적을 조사하고, 널리 퍼트려 후대에 이름을 남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희대의 악인으로 말이다.

명예를 가장 중시하는 그에게 불명예를 안겨 주는 것만큼 큰 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살아 있는 동안 갖은 고문으로 인해 죽음보다 더 괴로운 고통을 느끼게 할 것이다.

그런 결심이 담긴 나의 말에 주윤문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의견에 동조한다는 뜻이었다.

그에 나 또한 마주 미소를 지어 보인 다음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전하.”

“전하.”

울탄바를 제압하고 그의 끈적한 북명신공과 달리 맑고 정순한 북명신공의 기운을 내뿜고 있는 토구르와.

그런 토구르에게 무릎을 꿇고 복종의 자세를 취하는 북원의 전사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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