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6화
제266장 하나도 안 멋있다 不快
“눈뜬 모습 보고 싶어요.”
침상에 곤히 누워 있는 주윤문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아스나.
그녀는 사내임에도 불구하고 깨끗하고 하얀 피부와 긴 속눈썹을 지닌 주윤문을 보며 나지막이 속사였다.
그러기를 잠시.
화들짝 놀란 그녀가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았고, 곧 아무도 없는 것을 깨닫고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히히.”
심장이 간질거리고 두근거려 터질 것만 같은 지금 이 기분.
꿈에서 늘 보던 사내, 실제로도 너무나도 만나고 싶었던 사내인 주윤문을 보며 그 기분에 심취한 아스나는 계속해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침상에 턱을 괴며 주윤문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지금 이 시간.
아스나에게 있어서 이 시간은 평생 질리지 않을 것만 같은 즐거운 시간이었다.
“공주님.”
화들짝!
그렇게 주윤문을 바라보기를 한참.
아스나는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고는 황급히 허리를 세웠다.
그러고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곧, 침착함을 유지하고는 입을 열었다.
“네.”
“침소에 드시지요.”
밖에서 들려오는 키예프의 목소리.
주윤문의 얼굴을 구경하기 위해 아무도 들이지 않으려 했던 아스나였기에 키예프는 밖에서 아스나를 지키고 있었고 그런 키예프의 말에 아스나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저는 여기서 잠깐 졸면 돼요.”
“공주님.”
말도 안 된다는 듯 단호한 키예프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아스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교주님이 부탁한 거예요. 이분을 잘 돌보는 것도 본국과 신교의 외교 일환이에요.”
조금은 억지 부리는 듯한 변명이지만 아스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에 키예프는 한숨을 내쉬었고, 아스나는 속으로 키예프에게 사과했다.
자신의 고집이라는 것을 아스나 또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사내에 관해서는 고집을 부리고 싶어지는데 말이다.
그렇게 아스나가 문을 바라보며 키예프와 대화를 하는 동안.
꿈틀!
이불 밖으로 나와 있는 주윤문의 손가락이 살짝 움직였다.
* * *
철컹!
“하아…….”
사지에 묶인 무거운 쇠사슬.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쇠사슬이 조여 와 고통을 주었기에 최대한 움직임을 자제했던 방효유.
하지만 손목에서 느껴지는 극도의 가려움에 결국 팔을 움직이고 말았고, 그로 인해 손목과 팔 전체를 휘감고 있던 쇠사슬이 더욱 강하게 조여 와 고통을 주었다.
그에 방효유는 신음을 흘리며 괴로워했고, 곧 고개를 들어 돌로 이루어진 천장을 바라보았다.
“힘들구나.”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가르쳤던 제자였으며, 동시에 자신이 평생 따르고 모시기로 한 황제.
그의 도피를 돕기 위해 자신의 스승이자, 모든 신하들의 스승과도 같았던 황자징을 배신했다.
신하로서 주군에게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는 황자징의 만행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이렇다.
황자징이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문부 文部와 달리, 수백만의 군사가 있는 군부 軍部 는 황자징이 아닌 황제인 주윤문을 진심으로 따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군부의 눈길을 피하여 자신을 이곳 지하 깊은 곳에 가둬 두었고, 이곳에는 같은 인간인 간수는커녕 쥐 한 마리도 없어 방효유의 입장에서는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어두운 암실에, 아무도 없이 홀로 있는 것도 괴로운데, 사지가 묶여 피가 통하지 않아 고통까지 주고 있으니.
아무리 강한 인내심을 지니고 있는 자라 하더라도 버티지 못할 만큼 괴로웠다.
“선아…… 여화야…….”
관부 출신의 명문가와 혼인하라는 자신의 명령에 반발하여 보란 듯이 무림인과 혼인을 한 자신의 여식, 그리고 표정 변화는 없지만 자신의 여식을 쏙 빼닮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까지.
관부와 무림이 엮이면 좋을 것이 없기에 일부러 연락을 잘 하지 않고 보지 않았던 여식.
인생의 마지막이 되어서야 그 모든 것이 후회가 된 방효유가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다 부질없구나.”
황제 폐하를 위해 목숨을 바쳤겄만 황제는 살아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자신은 이렇게 괴롭게 죽어 가고 있다.
어두운 암실에서 나흘이라는 시간 동안 갇히게 되자 방효유의 정신력은 점점 무너져 갔고, 종극에는 자신의 주군이자 황제인 주윤문을 원망하기까지 했다.
아무리 뛰어난 학식을 지닌 방효유라 하더라도 그는 결국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제 포기해야겠구나.”
더 이상의 정신력이 무너지는 것에 대해 스스로가 용납하지 못했던 방효유.
그는 두 눈을 감은 채 멍하니 중얼거리고는 입을 살짝 벌렸다.
그러고는 이빨로 혀를 강하게 깨물려는 순간!
서걱.
털썩!
날카로운 절삭음과 함께 방효유의 신형이 밑으로 꺼졌고, 그와 동시에 어둠에서 모습을 드러낸 한 사내가 방효유의 신형을 받쳐 주었다.
“괜찮으십니까!”
“아…… 자네…….”
익숙한 목소리.
자신과 뜻을 같이했던 동료이자, 금의위의 수장인 이경륭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았던 뛰어난 고수, 바로 혈영이었다.
방효유의 처참한 모습에 깜짝 놀란 혈영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방효유가 두 눈을 부릅떴다.
그러고는 곧.
“폐하께서는!”
자신이 목숨 바쳐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황제, 주윤문의 생사를 물었다.
비록 암실에 갇혀 정신력이 무너져 내려갔지만 혈영의 얼굴을 보니 곧 그의 강한 정신력이 되살아난 것이었다.
다급하기 이를 데 없는 방효유의 목소리에 혈영이 안도하라는 듯 살짝 미소를 지어 주었다.
“괜찮으십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
혈영의 대답에 방효유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스윽.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 * *
“꽤 괜찮은 사내군.”
사지가 사슬에 결박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암실에 매달려 있던 사내, 방효유.
그자의 사지를 묶어 놓은 사슬을 자른 나는 혈영에게 주윤문의 생사를 확인하고,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대로 기절한 방효유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에 혈영이 방효유를 들쳐 업으며 입을 열었다.
“훌륭한 신하입니다.”
“인정하지.”
혈영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전방을 바라보았다.
“따라올 수 있지?”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암실.
나의 두 눈에는 대낮과 다를 바 없이 모든 사물이 훤하게 보였고, 화경의 경지에 올라 나와 같을 혈영에게 확인차 물었다.
“물론입니다.”
그런 나의 물음에 혈영이 힘차게 대답했고,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신법을 사용해서 가지.”
“알겠습니다.”
앞이 잘 보인다면 빠른 속도로 나가도 상관없겠지.
나의 말에 혈영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우리 둘은 내공을 이용하여 신법을 펼쳐 뇌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반각도 되지 않아서 우리는 지하 깊은 뇌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기절한 간수들 덕에 방해를 하나도 받지 않아 순식간에 나올 수 있었고, 쿰쿰한 냄새가 감돌았던 지하에서 빠져나오자 느껴지는 상쾌한 공기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술 땡기네.’
시원한 술이 땡겼다.
어서 빨리 끝내고 돌아가 술이나 마셔야겠다.
그에 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멈칫.
나는 나를 중심으로 둘러싸는 수백의 기운에 걸음을 멈추었다.
“왜 그러십니까?”
갑작스럽게 걸음을 멈춘 나의 행동에 뒤따라오던 혈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에 나는 가만히 전방을 바라보았고, 혈영 또한 나를 따라 고개를 돌려 전방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흡!”
그제야 기척을 느꼈는지 혈영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분명 모두 재우고 조용히 왔을 텐데…….”
우리가 포위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혈영.
그가 믿기지 않는 어조로 중얼거리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뭐, 우리가 올 줄 알고 대기했나 보지.”
소수의 초절정과 절정, 그리고 일류로 이루어진 수백의 무리들.
그들의 기운을 가늠한 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장난하나?”
이 정도 수준이면 일각 안에 충분히 정리가 가능하다.
감히 나의 앞길을 막아서는데 이 정도의 수준으로 병력을 보내?
이거, 괜히 섭섭했다.
혈영에게 듣자 하니 주윤문을 생포하려 했을 때는 화경의 고수도 있었고, 초절정의 고수가 오십이 넘었다고 했는데 말이다.
그런 나의 짜증 어린 말에도 불구하고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붕!
작은 공 수백 개가 하늘을 뒤덮었다.
나와 혈영을 중심으로 사방에서 날아오는 수백 개의 폭탄.
세상이 어두워질 정도로 하늘을 뒤덮은 폭탄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에 막 검을 뽑으려던 순간.
부웅!
나의 뒤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에.
콰콰쾅!
하늘을 뒤덮었던 수백 개의 폭탄이 일제히 하늘 높이 올라가 일거에 터졌고, 그 폭발 불로 인해 주변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오…….”
수백 개의 폭탄을 허공으로 올려 보내 터트려 버린 혈영의 일수.
그에 나는 살짝 감탄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흐읍, 이곳은 저에게 맡겨 주시지요.”
제법 강한 내공을 소모했는지, 호흡을 고르며 나를 향해 말하는 혈영의 모습이 말이다.
방효유를 옆에 내려놓고 이곳은 자기에게 맡겨 달라는 혈영.
그런 혈영을 보며 나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너 혼자로 안 될걸?”
아닌 게 아니라, 벌써 또 다른 화약의 냄새가 느껴졌다.
조금 전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 폭탄들.
그에 내가 말하자 혈영이 고개를 들어 나의 두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저는 자랑스러운 명 제국의 군인입니다.”
“너는 멸살대, 따지고 보면 무인…….”
“마지막은 황궁에서, 황제 폐하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나의 말을 끊고 들어오는 혈영.
감히 나의 말을 끊는 것도 웃기지만, 마치 이곳에서 장렬하게 전사하겠다는 듯 결연하기 그지없는 혈영의 모습이 심히 웃겼다.
이 새X, 생각보다 웃긴 놈이었다.
그에 내가 혈영을 가만히 바라보자 혈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께서 일어나시면 전해 주십시오.”
“뭐라고?”
“폐하를 주군으로 모시게 되어 영광이었다고 말입니다.”
오스스!
지X도 이런 지X이 없다.
닭살이 돋을 정도로 오글거리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은 혈영을 보며 나는 몸서리를 쳤고, 내가 몸서리를 침과 동시에.
부웅!
또다시 수백 개의 폭탄이 하늘을 뒤덮었다.
조금 전보다 배는 많은 듯한 엄청난 양.
그 양에 혈영이 이를 악물었고, 곧 힘 있는 어조로 소리쳤다.
“어서 방 학사를 데리고 가십시오! 가서 주군에게…….”
“지X.”
혈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나는 피식 웃으며 말한 다음 검을 뽑아 가볍게 휘둘렀고, 나의 일검에 의해.
콰콰쾅!
폭탄은 그대로 날아온 방향으로 다시 날아가 그대로 폭발했다.
“크아아악!”
“끄아악!”
자신들이 던진 폭탄을 그대로 되돌려받은 무인들.
전방위에서 들려오는 무인들의 괴로운 소리와 함께, 거대한 폭발이 황궁을 뒤덮었고, 그로 인해 밝아진 세상 사이로,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혈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나도 안 멋있다, 이 새X야.”
내가 있는 한, 이 녀석은 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