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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265화 (265/275)

제265화

제265장 멋있게, 당당하게 快, 堂堂

“하북성에서 일천에 가까운 사람들이 죽었다네.”

호북성의 무한.

정파 무림의 연합체인 무림맹의 맹주이자 창천검황 蒼天劍皇 이라는 이름으로 드높은 고수 천진.

그는 자신의 전각에 위치한 수많은 방 중, 한 곳의 문 앞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지막한 목소리이더라도 깊고 심후한 천진의 내공이 담겨 있었기에 그의 목소리는 문안으로 들어가는 데 문제가 없었다.

그러한 천진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인기척이 느껴지는 방문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고, 천진 또한 대답을 기대하지 않은 듯 마저 입을 열었다.

“북원의 세력들이 일제히 남하를 하면서, 영하, 산서, 감숙, 섬서를 습격했다네. 다행히 섬서에는 화산과 종남이 힘을 합쳐 사상자는 없었지만, 영하와 산서, 감숙. 이 세 개의 성에서만 오천에 가까운 사망자가 나왔네.”

“…….”

슬픔으로 인해 비통한 천진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방문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천진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렸다.

“자네가 용기를 내었다면 육천에 가까운 사람들이 죽지 않아도 되었겠지.”

“…….”

“그럼 가 보겠네.”

원망 어린 천진의 목소리.

용기를 내지 않고 숨어 버린 자신의 친우를 원망하며 천진은 착잡한 목소리로 말했고, 곧 그의 발걸음은 멀어져만 갔다.

“…….”

그렇게 천진이 사라지고, 깊은 침묵이 내려앉았고, 잠시 후.

“크흑!”

방문 안에서는 작고 슬픈 울음소리가 흘러나와 전각의 복도를 울렸다.

* * *

“아, 오셨습니까, 천마시여.”

악천후의 집무실.

그곳에 들어선 나는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 악천후를 볼 수 있었다.

그에 나는 가볍게 마주 고개를 숙여 주었다.

“예, 좀 늦었나 봅니다.”

악천후의 옆.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마주 고개를 숙이는 방선을 발견하고는 내가 물었다.

안절부절못하는 방선의 모습은 나를 기다리는 것이 확실해 보였으니 말이다.

그런 나의 말에 악천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맞은편 빈자리에 앉기를 권하였다.

“앉으십시오.”

“실례하겠습니다.”

악천후의 말에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 빈 의자에 앉았다.

그런 나의 뒤로 사마천이 오른편, 왕일이 왼편에 섰고, 악천후와 방선이 의자에 앉았다.

“…….”

그렇게 누구 먼저 섣불리 입을 열지 않고 침묵이 흐르기를 잠시.

“천마시여! 도와주십시오!”

계속해서 불안한 표정을 짓던 방선이 목소리를 높이며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에 나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고, 다급한 방선을 대신해서 옆에 있던 악천후가 입을 열었다.

“제, 장인이 황궁에 잡혀 있습니다.”

“아…….”

악천후의 말.

악천후에게 있어서 장인은 한 명뿐이고, 그 한 명은 주윤문의 스승이자 충실한 신하인 방효유뿐이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돌려 왕일을 바라보았다.

“정신없는 틈에, 멸살단의 도움으로 겨우 피신했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방 학사님을 같이 데리고 피신하기에는…….”

무리였나.

설명을 요구하는 나의 눈빛에 왕일이 말끝을 흐리자 나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악천후를 바라보았다.

“방 학사와 가장 최근에 한 연락이 언제입니까?”

“소교주, 아니 천마인 교주님에게 서신을 전달해 달라는 연락 말고는 없었습니까.”

천이에게 서신을 전달한 이후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었군.

악천후의 대답에 나는 가만히 턱을 쓰다듬었다.

그런 나의 모습에 불안함을 느꼈을까?

방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그 자리에서 털썩하고 무릎을 꿇었다.

“부디! 제 아비를 살려 주십시오!”

“부인…….”

갑작스러운 방선의 간절한 부탁.

그 부탁에 나는 물론 악천후까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악천후는 곧 결연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방선의 옆에서 무릎을 꿇었다.

쿵!

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이마를 바닥에 찧었다.

“부디 장인을 살려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악천후와 방선의 간절한 부탁.

그 부탁에 나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우웅!

기운을 가볍게 운용하여 그 둘을 일으켜 세웠다.

“!!”

나의 기운에 의해 몸의 통제력을 빼앗긴 악천후와 방선.

그런 둘이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지만 그것을 깔끔하게 무시한 나는 그 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구할 겁니다.”

“아…….”

나의 확신 어린 말에 방선은 눈에 띄게 안도한 표정을 지었고, 악천후는 두 눈가를 부르르 떨었다.

감사함에 고개를 숙이고 싶었지만 나의 기운에 막혀 몸을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었다.

그에 나는 피식 웃으며 기운을 거두어들였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숙이려는 악천후와 방선을 보며 말했다.

“앉으세요.”

안 앉으면, 확 안 구해 버릴라니까.

나의 목소리에 서린 약한 짜증을 느꼈을까?

악천후와 방선이 숙이려던 고개를 황급히 멈추어 세우고는 곧, 나의 눈치를 살피며 의자에 앉았다.

그에 나는 나의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피식.

이것 참, 차인 줄 알았는데 술이었다.

그에 내가 잔을 내려놓고 맞은편을 바라보자.

“…….”

악천후가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고, 그에 악천후가 진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그렇게 잔을 가볍게 비운 나는 다시 방선을 바라보았다.

“방 부인.”

“예, 천마시여.”

“걱정하지 마세요. 주윤문, 그 녀석이라면 필시 방 학사를 구했을 겁니다. 녀석이 의식이 없으니 벗인 제가 대시해서 안전하게 모셔 올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내가 아는 그 녀석이라면 필시 방효유를 구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확신을 가지고 안심하라는 듯 말하였고, 그런 나의 말이 위로가 되었는지 방선이 안도의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은혜, 죽어도 잊지 않겠습니다.”

“됐고, 천이나 예뻐해 주십시오.”

“안 그래도, 요즘 우리 여화보다 더 예쁩니다.”

그 정도로?

나의 말에 웃으며 받아치는 방선.

그에 나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에 방선과 악천후 또한 미소를 지었고, 뒤에 있던 왕일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훈훈함이 감돌던 그때.

“교주님, 설마 혼자 가실 생각은 아니시지요.”

우리의 똑똑한 군사, 사마천이 나의 행동을 파악하고 절대 안 된다는 듯 엄한 목소리로 나를 향해 물었다.

이 자식이 말이야.

나 아직 대답도 안 했는데 이미 혼자 갈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이 녀석, 역시 똑똑하다.

“어떻게 알았냐?”

애매한 애들 주렁주렁 달고 가는 것보다 그냥 혼자 가서 휩쓸어 버리는 것이 편하다.

지금 나의 무위는 전생의 경지를 훨씬 넘어선, 솔직히 나도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다.

‘인간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아마 인간도 아닐 것이다.

“절대 안 됩니다!”

아무튼, 그런 나의 물음에 사마천이 두 눈에 불을 켜며 결사반대를 외쳤다.

“뭐래.”

죽음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녀석의 표정과 목소리.

그에 나는 귀찮다는 듯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교주님!!”

그에 사마천이 처절한 목소리와 함께 알 수 없는 기운에 밀려났고, 곧.

쾅!

사마천이 문밖으로 나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바람이 불어와 방문이 닫혔다.

그렇게 시끄러운 놈이 나가고,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악천후와 방선을 바라보았다.

“밥 주십시오, 먹고 출발하게.”

“아…… 예!”

일하기 전에 밥은 필수지.

밥을 달라는 나의 요구에 놀란 표정을 짓고 있던 두 명이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는 시녀가 가져온 찻잔을 들어 다시 한 모금 마시며 기다렸다.

거참, 속이 따뜻한 것이, 아주 명차였다.

그렇게 시녀가 내온 귀한 밥상을 다 먹을 때쯤.

“극신!”

무서운 표정으로 방문을 열고 들이닥친 서은설과.

“하하…….”

그런 서은설의 옆에서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마천을 볼 수 있었다.

저 새X.

남자의 배신자다.

* * *

“번거롭게 만들어 송구합니다, 그때 제가 어떻게든 같이 구했어야 했는데.”

“됐다, 그랬다가는 주윤문 그 녀석도 못 구했을 수도 있어.”

명 제국의 수도, 남경 南京.

화경의 경지에 허투루 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나의 걸음을 제법 잘 따라온 혈영.

서은설을 설득한 끝에 길잡이로 대동한 녀석의 빠른 걸음 덕분에 우리는 반나절도 되지 않아 남경에 도착할 수 있었다.

“크네.”

은은한 달빛 아래.

붉은빛이 감도는 기와로 이루어진 거대한 황궁을 보며 내가 감탄 어린 어조로 말하자 옆에 있던 혈영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폐하께서 황위에 오르자마자 가장 먼저 황궁의 대대적인 수리를 명하셨습니다. 황제의 상징인 붉은색과, 여러 왕조의 수도로서 오랜 전통을 지닌 황궁의 고풍을 지켜 내기 위한 결정이었지요. 그로 인해 지금의 황성이 되었습니다.”

황성이 엄청 자랑스러웠나 보다.

뿌듯한 표정으로 자세하게 설명하는 혈영을 보며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렇네.”

아닌 게 아니라, 제법 멋있었다.

전에 무당에 갔을 때 내가 느꼈던 전통의 아름다움, 고풍스러운 멋이 확실히 있었다.

그에 싱긋 미소 짓기를 잠시,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왜 황위에 오르자마자 황궁을 수리한 거야? 제법 멀쩡했을 텐데?”

명 태조인 홍무제가 있던 황궁이다.

그런 황궁이 낡았을 리가 없기에 내가 묻자 혈영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 황위에 오르시고, 신하들이 건의했습니다. 황궁을 옮기자고.”

“오, 그래?”

“네. 정세도 안정이 되었으니, 수도를 천도하여 황권에 맞는 위엄 어린 황궁을 짓자는 충언에 폐하께서는 헛소리라며, 전통을 중시하며 오히려 황궁의 수리를 명하셨습니다.”

“그렇군.”

이것도 전생과 다르다.

전생에서는 연왕이 황위에 오르고 자신의 영토였던 곳으로 수도를 천도하였으니 말이다.

아무튼, 혈영의 설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다시 황궁을 바라보았다.

“경계가 삼엄하네.”

“네. 정문은 물론 황궁의 내부까지, 일천에 가까운 병사들이 돌아가며 근무를 서고 있습니다.”

“그렇군.”

혈영의 설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혈영이 목소리를 낮추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죄송하지만, 기운을 감추고 은신술을 펼쳐 들어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천마신교의 교주이자, 교인들에게는 신으로 통하며 신강에서는 왕과 다를 바가 없는 나.

그런 나에게 감히 한낱 밤도둑처럼 은신술을 펼치라는 혈영을 보며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멋없잖아. 싫다.”

사내로 태어나서 그런 멋없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단호한 나의 대답에 혈영이 다급한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부탁드립니다, 교주님의 위엄에는 맞지 않겠지만 우선 방 학사의 안전이 중요하니…….”

“그만.”

혈영의 말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들었다.

그에 혈영이 입을 다물었고, 나는 들어 올린 손의 엄지와 중지를 이용하여 마찰 소리를 내었다.

딱!

엄지와 중지의 마찰음!

그 음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털썩!

황성의 정문과 성벽, 그리고 성벽 위를 지키고 있는 수십, 아니 백에 가까운 병사들이 그대로 쓰러졌다.

“!!”

그에 혈영은 두 눈을 부릅떴고,

“야, 당당하게 가자.”

씨익 웃은 나는 혈영에게 말했다.

남자에게 있어서 멋은 포기할 수 없는 필수 요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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