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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264화 (264/275)

제264화

제264장 아름다운 미소 美, 微笑

“회귀라니요?”

아닌 건가?

나의 물음에 당황하기는커녕,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스나.

그녀의 붉은 두 눈 속에 담긴 황당한 감정을 제대로 읽은 나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헛다리도 이런 멍청한 헛다리가 없었다.

‘그래, 회귀가 흔한 것도 아니고.’

같은 회귀자를 한번 만나 보니 나도 모르게 조금 가볍게 생각했나 보다.

그렇게 내가 허탈한 표정으로 아무 말 하지 않자 아스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호호! 교주님은 꼭 회귀를 한 번 해 보신 것처럼 물어보네요.”

천잰가.

나의 물음이 농담이라 생각한 건지 아스나가 소리 내 웃으며 물었다.

그녀의 말에 괜히 움찔했지만 나는 겉으로 티 내지 않고 자연스레 입을 열었다.

“꼭, 이 녀석을 아는 것 같아 농을 해 보았습니다.”

그녀는 나와 주윤문과 같은 회귀자가 아닌 것이 확실해지자 나는 뻔뻔하게 처음부터 농을 던진 것처럼 이야기를 이어 갔다.

다행히도 그런 나의 말이 먹혔는지 아스나는 다시 소리 내 웃었고, 나 또한 마주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휴, 다시는 나대지 말아야겠다.

그렇게 나와 아스나가 웃기를 잠시, 나는 웃음을 멈추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허면, 이 녀석을 만난 적이 있으신가요?”

“그게…….”

“말씀해 주십시오.”

나의 물음에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볼을 긁적이는 아스나. 그런 아스나를 보며 나는 부탁하는 어조로 말했다.

주윤문이 의식이 없는 지금 이 상황에서.

전생의 인연이었던 이 둘의 관계를 만들고 이끌 사람은 나뿐이었다.

그러니 알아야 했다.

아스나가 왜 주윤문을 알고 있는지, 또 녀석에 대해 어떠한 감정을 지니고 있는지 말이다.

“그게…… 웃지 않으실 거죠?”

말해 주기로 마음먹었을까.

아스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에 나는 그녀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그런 나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아스나는 여전히 머뭇거렸다.

그에 나는 답답함을 느꼈지만 그녀를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괜히 재촉했다가 말을 안 하면 더 귀찮아질 테니 말이다.

그렇게 아스나의 입이 열릴 때까지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고.

그런 나의 인내심에 화답하듯, 망설이던 그녀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꿈에서 봤어요.”

“예?”

예상치 못한 그녀의 말.

그에 나는 내 귀가 잘못된 건가 싶어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그런 나의 되물음에 아스나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두 볼을 감싸 쥐었다.

그러고는 날카로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거봐요! 웃기죠?”

“아니요, 안 웃깁니다.”

그냥 어이가 없었다.

꿈에서 이 녀석을 봤다고?

아니, 실제로 만난 적도 없는 사내를 꿈속에서 봤다니? 무슨 연애 소설도 아니고 말이다.

게다가 꿈속에서 만난 존재의 얼굴을 기억한다고?

현실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그에 내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자 아스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분명 안 믿기고, 어린아이 같은 생각이라 웃기겠지만 정말이에요. 꿈속에서 저분은 항상 저를 보며 웃어 주었고, 그…….”

“……?”

뭐지?

이 상황에서 부끄럽다는 듯 몸을 배배 꼬는 아스나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나의 시선에 한숨을 내쉰 아스나.

그녀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사랑한다고 속삭여 주었어요!”

오호, 우리 주윤문이, 사랑꾼이었네.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소리치듯 말하는 아스나를 보며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거봐! 웃기죠!”

“아닙니다. 아니에요.”

나의 웃음을 비웃음으로 인식한 아스나.

그녀가 붉어진 얼굴로 소리를 빽 질렀다.

그에 나는 진정하라는 듯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혹시, 공주님에게 중원에 함께 가자고 하면서 제가 했던 말 기억하십니까?”

“네.”

나의 물음에 손부채로 얼굴의 열을 식힌 아스나가 대답했다.

그러고는 옷 앞섶에 숨겨져 있는 목걸이를 꺼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이 목걸이의 반쪽을 지닌 존재를 만나러 간다고 했어요.”

“네, 그 존재가 이 녀석입니다.”

“역시…….”

나의 설명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미 어느 정도 짐작하고 계셨군요?”

“네. 목걸이가 반으로 갈라진 날, 그때부터 이 사내가 제 꿈에서 나왔어요. 그래서 어쩌면 이 사내와 관련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주윤문의 존재를 아는 것처럼 보였던 건가.

그녀의 대답에 나는 그제야 머릿속을 떠돌던 수수께끼의 조각들이 맞추어졌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목걸이의 반쪽, 그리고 그 이후 꿈에서 매일같이 나오는 사내.

그 둘의 연결점을 찾기는 힘들겠지만, 막상 찾으면 그것만큼 잘 맞는 것도 없었다.

오랜 세월 생각하며 어느 정도 결론을 내렸기 때문인지 전혀 놀란 기색이 없는 그녀를 보며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자의 이름은 주윤문입니다.”

“윤문…….”

“네, 그리고 명 제국의 황제입니다.”

“아아…….”

이건 몰랐나 보다.

주윤문의 정체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아스나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주윤문을 바라보았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 녀석도 공주님과 마찬가지입니다.”

“……?”

나의 말에 의문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스나.

나는 그런 아스나의 두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 녀석도, 공주님처럼 매일같이 꿈에서 붉은 머리칼을 지닌 여인을 보았다고 하더군요.”

“아…….”

“술만 먹으면 그 여인이 아름답다고, 보고 싶다고 했었지요.”

“아!”

미안하다, 거짓말해서.

나의 말에 아스나가 환한 미소를 지었고, 그런 아스나를 보며 나는 속으로 주윤문에게 사과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거짓말이면 어떤가.

둘의 관계가 이렇게 좋게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는데 말이다.

착한 거짓말은 거짓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나는 곧 떳떳한 표정으로 아스나를 바라보았다.

꿈에서 늘 보고 싶어 하던 감정.

그것이 본인의 일방적인 마음이 아닌, 쌍방향이었다는 것이 좋았는지 주윤문을 바라보는 아스나의 두 눈동자에는 깊은 호감이 담겨 있었다.

‘시작이 좋군.’

아주 순조로운 관계의 시작이었다.

그 뿌듯함에 괜히 웃음이 나왔던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곳 미소를 지우고는 침울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사실, 지금 이 친구는 아주 힘든 시기입니다.”

“힘든 시기요?”

“네. 누구보다도 믿었던 가족들과 수하들에게 배신을 당했고, 그로 인해 소중한 사람을 잃었습니다. 그 무거운 진실이 두려워 현실을 부정하고 마주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아…… 그래서 의식을 못 찾고 있군요.”

역시, 제법 똑똑하다.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한 아스나.

그녀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 현실을 마주할 이유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유요?”

“네, 바로 공주님이요.”

나의 말에 아스나가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녀석이 늘 그리고 보고 싶어 하던 존재.”

“!!”

“사랑하는 존재가 이곳에 있는데, 어찌 현실을 부정하겠습니까? 당장이라도 돌아와 현실을 마주하고 사랑하는 존재와 함께 있어야지요.”

얼씨구, 가관이다.

사랑이라는 단어.

그 단어에 부끄러운 듯 아스나가 온몸을 배배 꼬았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고, 곧 얼굴은 물론 목까지 붉어진 아스나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 녀석의 의식이 돌아올 때까지 옆에서 자리를 지켜 주시겠습니까?”

“네!”

아주 좋아 죽는다.

나의 부탁에 아스나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내심 주윤문과 시작이 좋지 않으면 어떡하지 고민했는데 역시나 괜한 고민이었다.

전생에서부터 이어져 온 인연의 실.

그 실은 한낱 필멸자에 불과한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견고했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당연히…… 제가 해야지요.”

이제는 팔까지 붉어지네.

벌써부터 주윤문의 연인이 된 것처럼 대답하는 아스나를 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기운을 거두어 기막을 풀었다.

더 이상의 대화는 비밀로 할 필요 없었으니 말이다.

끼익.

기막이 사라지자마자 대화가 끝이 났다는 것을 알아챈 서은설이 방문을 열었다.

“끝났어?”

고개를 빼꼼 내밀며 귀여운 목소리로 묻는 서은설.

그런 서은설의 아름다운 두 눈을 마주하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응, 들어와.”

손을 들어 손가락을 움직이자 서은설이 싱긋 웃으며 다가왔다.

그런 서은설의 뒤로 왕일과 혈영이 들어왔고, 곧 사마천과 키예프도 들어왔다.

“천아 그리고 일아, 너희 둘은 나랑 악가주를 만나러 갈 거니 잠깐 대기해.”

“알겠습니다.”

나의 말에 사마천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 다음 물러갔고, 이번에는 고개를 돌려 키예프를 바라보았다.

“키예프 경.”

“네, 교주님.”

“이 사내는 명 제국의 황제입니다.”

“!!”

나의 말에 키예프가 두 눈을 부릅떴다.

이해했다.

파사국의 황제를 모시는 기사인 키예프.

그런 자신의 주군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명 제국의 황제가 지금 이곳에 있었다.

그것도 무방비한 상태로 침상에 누워서 말이다.

그런 키예프를 보며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자는 황제의 호위 무사입니다. 이자와 함께 이곳을 지켜 주십시오.”

당금 십대고수라 불리는 무인들과 붙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강한 무력을 지닌 키예프.

그에 화경의 경지에 막 들어선 혈영을 가리키며 소개한 다음, 정중하게 부탁했다.

그에 키예프는 혈영과 눈인사를 나눈 후, 고개를 돌려 아스나를 바라보았다.

“공주님은 왜 저러십니까……?”

주윤문을 바라보며 얼굴과 목, 팔까지 붉어져 있는 아스나.

그런 아스나의 모습에 키예프가 물었고,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건강하다는 증거입니다.”

건강하니 사랑도 하는 거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나의 말에 키예프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이곳에 있는 편이 안전하겠지요.”

무림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나, 소문에는 민감하게 신경 쓰고 있는 키예프.

그는 현재 무림의 정세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에 한 곳에 정착하고 보호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하였는지 흔쾌히 대답했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고,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려 서은설을 바라보았다.

“악여화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화 많이 난 것 같던데.”

“너한테 난 거 아니야.”

“아니기는.”

금방이라도 죽일 것 같던데.

날카롭던 악여화의 눈빛을 떠올리며 피식 웃은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돌아갈 때, 신강으로 데리고 갈 테니 기분 풀라고 해.”

짜증 나서 때리고 싶어지니까.

“정말이야?”

본심을 숨긴 나의 말에 서은설이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내가 이렇게 친절하게 행동할 줄을 몰랐나 보다.

그에 나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응, 데려가야지.”

“그렇구나, 착하네.”

“그리고 우리 식도 올려야지.”

“!!”

이어진 나의 말.

그 말에 서은설이 두 눈을 부릅떴고, 주윤문을 바라보고 있던 아스나가 고개를 홱 하니 돌려 우리를 바라보았다.

아스나와 키예프, 혈영의 시선을 무시하고, 나는 서은설의 푸른 두 눈동자를 마주 응시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빨리 해결하고 본교로 돌아가자.”

“…….”

“고마운 사람들 다 초대할 거야. 처음으로 천마신교의 본전이 일반인들에게 개방되겠지.”

“…….”

“우리는 최초로 개방된 천마신교의 본전에서 마도인이 아닌 모든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을 거야.”

“극신.”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 줘.”

계속해서 나를 기다리기만 했던 서은설.

제대로 단둘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하고, 계속해서 바쁘게 움직였던 나는 그녀에게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그런 나의 말에 서은설은 역시나.

언제나와 같이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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