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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263화 (263/275)

제263화

제263장 회귀하였습니까? 回歸?

“대장님, 너무 성급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조금만 더 살펴본 후 시작하시지요.”

산동성의 성도이자 산동악가가 자리하고 있는 제남 濟南.

진주언가의 멸문과 하북팽가의 포기로 인해 명실공히 산동성의 패자의 자리에 오른 산동악가를 습격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북원의 장수, 치르는 자신의 상관이자, 산동성 습격대의 총대장인 카자르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불안한 듯 잘게 떨리기까지 하는 치르의 말에도 불구하고 카자르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산동악가를 찾은 마교의 인물들 중 천마는 없다 하였다. 천마가 없는 지금이 산동악가를 습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네 말처럼 조금 더 살펴보다가는 천마가 산동악가에 오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습격은커녕,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도망쳐야 한다.”

세간의 소문을 통해, 자신의 벗이었던 오르탄과 아르타의 죽음을 알게 된 카자르.

자신의 호적수임과 동시에 벗이었던 그들의 죽음에 분노했고, 그 분노를 산동악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해소하려 했다.

하지만, 일천에 달하는 마교의 행렬이 산동성으로 향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분하지만 습격을 포기하려 했다.

세간에 알려진 천마의 무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으며 그의 앞에서는 비장의 무기인 폭탄 또한 아무런 효과가 없었으니 말이다.

조금이라도 폭탄과 전력을 보존하기 위해 후일을 기약하기로 결단을 내린 카자르.

그가 막 산동성에서 물러나려는 순간 수하들이 한 가지 소식을 들고 왔다.

바로, 산동성에 들어선 마교의 행렬 중에서 천마의 존재가 보이지 않았다는 소식이었다!

그 소식에 카자르는 산동성을 떠나려던 것을 멈추고는, 산동악가에 만들어 두었던 세작을 통해 확실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고 그 결과.

씨익.

천마는 산동성은 물론, 자신들이 습격할 산동악가에도 들어서지 않았다.

‘네놈들의 복수는 못해 줘도, 넋은 위로해 주마.’

수백, 아니 수천에 달하는 사람들을 모두 죽여 바보같이 먼저 떠난 벗들의 넋을 달래 주기로 마음먹은 카자르.

그는 천마가 돌아오기 전에 서둘러 산동악가를 치고, 또 빠른 속도로 빠지기로 마음먹었다.

폭탄이야 그저 던지기만 할 뿐.

소지하고 있는 모든 폭탄을 던져 산동악가를 불바다로 만든 뒤, 그 후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친다.

그것이 현재 카자르가 생각한 전법이고, 그것을 모든 수하들에게 전달까지 한 상태였다.

전혀 흔들림 없는 카자르의 모습에 그의 부관인 치르는 불안한 표정을 지었지만 입을 다물었다.

이미 벗들의 복수심에 눈이 먼 카자르였기에 어떠한 말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모두 잘 들어라. 대장이 사전에 일러 준 대로 품속에 있는 폭탄을 모두 산동악가의 내부에다가 던지고 전속력으로 도망친다. 그런 후, 미리 이야기해 두었던 장소로 집결한다.”

“알겠습니다.”

대장인 카자르를 대신해 낮은 목소리로 수하들에게 명령한 치르.

그런 치르의 명에 모든 수하들이 고개를 숙이며 작게 대답했다.

그에 치르는 고개를 끄덕였고, 곧 고개를 돌려 카자르를 바라보았다.

“그럼 이제 가……?”

이제 산동악가를 향해 가자고 막 조언을 하려던 찰나.

두 눈앞에 펼쳐진 갑작스러운 상황에 치르는 두 눈을 크게 뜨며 말을 전부 잇지 못하였다.

그에.

“왜? 산동악가로 가자고?”

대장인 카자르, 아니 몸과 분리된 그의 머리통을 들고 있는 한 사내가 치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에 치르는 두 눈을 부릅떴고, 사내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그런 치르를 바라보았다.

“아쉽지만, 가지는 못할 것 같네. 사돈 될 집안이라서 말이야.”

차악!

끄아악!

재미있다는 듯 장난스러운 사내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끝이 나자마자 곧 수하들의 처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경악하던 치르는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돌렸고, 곧 수백의 수하들과 전투를, 아니 말 그대로 도륙을 하고 있는 사내를 볼 수 있었다.

“미친…….”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즐겁다는 듯 수하들을 죽이고 있는 사내.

긴 흑발이 수하들의 피로 인해 적발이 되어 버린 사내의 기괴한 모습에 치르는 공포라는 감정을 느끼며 욕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치르는 북원의 전사.

공포심에 굴할 사내가 아니었다.

“하압!”

그에 치르는 두려움을 이겨 내기 위해 힘찬 기합을 내뱉었고, 곧 자신의 무기인 대도를 들어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아…….”

그런 치르의 행동에 사내가 고개를 돌렸고, 곧 치르는 사내의 붉은 두 눈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어……?”

치르의 두 눈에 비친 세상이 뒤집어졌다.

갑작스러운 뒤집어짐과 동시에 자신의 몸으로 추정되는 신체가 허전해진 목에서 피 분수를 뿜고 있었고 그것은 곧 치르의 생애 마지막 장면이 되었다.

* * *

“왜 그래!”

아…….

산동악가의 정문.

오는 길에 귀찮은 피라미들이 있어서 처리한 후 바로 왔더니 깜짝 놀란 서은설이 나를 반겨 주었다.

어서 빨리 주윤문을 아스나와 만나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깜빡하고 말았다.

전신에 가득한 피와, 그것을 보고 걱정할 서은설의 마음을 말이다.

나의 전신을 샅샅이 살피며 상처가 있는지 확인하는 서은설.

그에 나는 웃으며 그런 서은설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어쩌겠는가?

내가 잘못했으니 말이라도 잘 들어야지.

그렇게 잠시 후.

“씻고라도 오지!”

상처가 없는 깨끗한 나의 몸에 나의 피가 아닌, 다른 사람의 피라는 것을 깨달은 서은설이 나의 어깨를 살짝 때리며 말했다.

그에 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준 다음, 내가 왔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온 악천후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천마시여.”

“천마라…… 좋네요.”

교주라는 호칭 대신 천마라는 호칭을 부르며 예를 갖추는 악천후.

본교의 상징과도 같은 그 호칭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왕일을 바라보았고, 왕일이 기다렸다는 듯이 두 개의 함을 들고 와 악천후에게 내밀었다.

“이것은……?”

“북원의 수급입니다.”

“아……?”

“네, 이곳을 습격하려 했던 것 같더라고요. 오는 길에 정리했습니다.”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는 악천후.

그런 악천후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해 준 나는 뒤이어 다시 입을 열었다.

“어느 놈인지는 모릅니다. 대장으로 보이는 두 명의 수급이니 조사해 보십시오.”

“알겠습니다. 맹으로 보내겠습니다.”

“결과는 사황성과 본교에도 공유하라고 전달해 주세요.”

“물론입니다.”

나의 조건에 악천후가 시원스레 웃으며 대답했다.

그에 나 또한 마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곧 고개를 돌려 조금 전부터 죽일 듯이 나를 노려보고 있는 소녀, 악여화를 바라보았다.

휙!

죽일 듯이 노려볼 때는 언제고, 고개를 돌린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휙 하니 돌려 버리는 악여화,

알 수 없는 악여화의 행동에 나는 눈가를 찌푸렸지만 곧 그 이유를 파악할 수 있었다.

저거 분명 나 때문에 위천이 이곳을 떠난 것 같아서 화가 난 거다.

위천의 형이자, 천마신교의 교주인 나에게 말이다.

거참.

목숨이 두 개인가.

위천이랑 연애하다 보니 겁이 없어진 것 같다.

신경을 거슬리는 악여화의 행동에 눈가를 찌푸렸던 것도 잠시, 피식 미소를 지은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악천후를 바라보았다.

“보다시피 피가 한 바가지라 우선 좀 씻고 오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기가 막힌 명주로 준비해 두겠습니다.”

“역시, 악가주십니다.”

나의 말에 악천후가 웃으며 대답했다.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시간을 비우라는 나의 말에 명주를 준비해 두겠다는 호쾌한 대답으로 받아친 악천후.

그런 악천후의 말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부터 목이 말라 왔다.

조금 있으면 마시게 될 명주의 맛을 기대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던 나는 악천후에게 가 보겠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인 후, 서은설과 나란히 걸음을 옮겼고, 그런 나의 뒤로 왕일과 긴 장포에 덮인 주윤문을 업고 있는 혈영이 걸음을 옮겼다.

“공주님.”

“네?”

걸음을 옮기던 것도 잠시.

나는 악여화의 옆에서 악여화의 손을 조물딱거리고 있는 아스나를 불렀다.

나의 부름에 화들짝 놀란 아스나.

나쁜 짓을 하다가 걸린 아이처럼 놀란 그녀가 악여화의 손을 내려놓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잠깐 저 좀 보시죠.”

“왜요?”

“할 말이 있어서요.”

“네.”

나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아쉬운 표정으로 악여화를 한 번 바라보고는 곧, 나와 서은설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우리는 나에게 배정된 방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방에 들어섰다.

모두가 들어서고, 방문을 닫은 나는 고개를 돌려 혈영을 바라보았다.

“침상에 눕혀.”

나의 말에 혈영이 침상에 다가갔다.

그에 왕일이 다가와 장포를 걷어 주었고, 혈영은 조심스럽게 주윤문을 내려 침상에 눕혀 놓았다.

“!!”

역시.

고개를 돌리자 보였다.

침상에 누워 있는 주윤문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고 두 눈을 크게 뜬 채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아스나가 말이다.

목걸이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그녀는 마치 주윤문이 누구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는 듯 애매하게 대답했다.

그에 의문을 느낀 나는 곰곰이 생각을 정리해 보았고, 곧 한 가지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놀란 아스나의 모습에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게 된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주윤문을 내려다보고 있는 혈영을 바라보았다.

“잠깐 나가 있어. 은설과 왕일도.”

“알겠습니다.”

이제는 나를 완전히 믿기로 한 것일까?

혈영이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그렇게 혈영이 물러나자 서은설과 왕일 또한 나의 눈치를 살피고는 곧 그의 뒤를 따라 방문을 나섰다.

그렇게 모두가 나가자 방 안에는 쥐 죽은 듯이 두 눈을 감고 있는 주윤문과 나, 그리고 아스나만이 남게 되었다.

우웅!

그에 나는 기막을 생성하여 이곳에서 나오는 소리를 모두 차단했다.

갑작스러운 기운의 변화를 느낀 것일까?

가만히 주윤문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던 아스나가 정신을 차렸는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기막을 두른 나의 의중을 물어보기 위해서인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아스나.

나는 그런 아스나의 두 눈을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공주님.”

“네.”

제법 무거운 기운이 담긴 나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진지한 상황인 것을 깨달았는지 아스나 또한 나와 같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에 나는 다시, 아스나의 붉은 두 눈을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혹시, 회귀 回歸 하였습니까?”

오늘에서야 확신을 얻은 나의 결론.

그것은 바로 나와 주윤문처럼, 아스나 또한 이 목걸이로 인해 우리와 같은 시간대에 회귀했다는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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