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262화 (262/275)

제262화

제262장 마중협, 천마 魔中俠, 天魔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라는 말은 어린아이도 알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자주 사용하는 속담이다.

그 속담의 뜻대로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동이 트자마자 무림을 경악하고 긴장하게 만든 소문이 근원지인 하북성은 물론 섬서, 산동, 하남을 넘어 대륙의 가장 아래쪽인 운남까지 전 성도를 강타했다.

무림맹은 물론 사황성에서도 비상사태를 선포하게 만들고, 전 무림의 문파와 세가에서 중원행을 나선 제자들을 급히 귀환하도록 만든 소문은 바로.

거대한 대도를 사용하는 명문가로, 오랜 세월 오대세가의 자리를 지켜 온 하북성의 패자, 하북팽가의 몰락이었다.

다행히도 도왕 刀王 팽진혁과 소가주인 맹호도룡 猛虎刀龍 팽악 등 직계 인물들이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오랜 세월을 자랑하는 하북팽가의 전각들, 기타 역사 서적 등 모두가 불에 탔으며, 그들이 자랑하는 무력대, 호왕대와 오호대의 절반을 잃게 되었다.

또, 그 이외에도 많은 하북팽가 소속 무인들이 전사하여 하북팽가의 전력 칠 할 이상이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다는 무시무시한 소문.

그 거짓말 같은 소문이 진실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같은 오대세가 소속 가문인 남궁, 제갈, 모용, 사천당가는 언제라도 습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방비했고, 오대세가에 들지 못하나 성도의 패자라 불리거나, 지역의 유지라 불리는 문파들 또한 전력을 끌어모아 혹시 모를 습격에 대비하였다.

또한 전 무림에 놀라움을 선사하게 만든 소문 또한 한 가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역시 수라협성 修羅俠星 대협이야!”

“예끼! 이 사람아! 그분은 이제 마교의 교주일세! 응당 마황 魔皇 이라 불러야지!”

“어허, 마교 魔敎 라니! 그분이 교주로 있는 곳은 천마신교 天魔神敎 일세! 그리고 그분은 응당 천마 天魔라고 불러야지!”

바로, 멸문 직전까지 간 하북팽가를 구원하고 하북팽가와 하북성의 백성들을 위해 막대한 재물과 식량, 그리고 약재를 무상으로 풀어 제공한 천마신교의 선행이었다.

무림맹도 아니고 동맹도 아닌, 적대 세력과 마찬가지인 천마신교의 도움.

하북팽가를 넘어 천마신교를 두려워하는 일반 민초들에게까지 도움의 손길을 내민 그들의 소문에 긍정적인 여론이 전 무림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무협공자 武俠公子 에서 수라협성 修羅俠星 그리고 마교인들을 넘어 전 무림인들에게도 천마 天魔 라고 불리게 된 천마신교의 교주 위극신.

마중협 魔中俠.

마에도 협이 있다는 뜻을 지닌 말이 생겨날 정도로 천마신교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만든 교주, 위극신을 찬양하게 된 사람들 또한 많아지게 되었다.

그 시각.

하룻밤 사이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찬양받게 되어 당당하게 천마라 불리게 된 신교의 교주 위극신은.

“아직 눈을 안 뜬다고?”

하북성의 동쪽에 위치한 하오문의 안가 安家인 한 동굴에 도착하여 마치 죽은 사람처럼 눈을 감고 있는 황제, 주윤문을 보고 있었다.

* * *

“죄송합니다.”

“네가 뭘 죄송해.”

쥐 죽은 듯이 두 눈을 감고 있는 주윤문을 보며 내가 묻자 왕일이 송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에 나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대답해 준 다음 주윤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움찔!

그에 옆에서 주윤문의 곁을 지키고 있던 혈영이 잠깐 움찔했지만 곧 나를 믿을 사람이라고 판단했는지 움직이지 않았고, 나는 그런 혈영의 행동에 반응하지 않고 주윤문의 손목에 손을 가져가 맥을 짚었다.

“멀쩡하네.”

엄청난 영약을 먹었기 때문일까?

왕일이 보낸 서신의 내용대로 주윤문의 상태는 이상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막대한 내공이 거침없이 계속해서 순환하고 있었으며, 주윤문의 맥은 건강한 일반 사람들보다 더 세차게 뛰고 있었다.

그런 나의 말에 왕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스스로 마음을 닫아 두 눈을 뜨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주화입마 走火入魔의 초기 단계.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을 만큼 괴로움으로 가득한 번뇌 煩惱였다.

마주하기 싫은 현실을 부정하고 의식을 되찾으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주윤문.

그런 주윤문의 상태를 콕 짚은 왕일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또한 왕일과 의견이 같았으니 말이다.

이곳에 와서 혈영의 입을 통해 황궁에 있었던 모든 일을 자세하게 들었다.

배신에 배신의 연속.

주윤문의 입장에서는 크나큰 충격이었고, 충분히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을 만했다.

하지만.

“이 자식아. 네가 싸지른 똥은 치워야지.”

이 녀석이 호기롭게 시작한 일은 엄청난 재앙 災殃으로 변하여 전 무림을 덮쳤고, 그 재앙을 누구보다 안전하게 잠재울 수 있는 존재 또한 이 녀석이었다.

물론 내가 처리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아마도 수만, 아니 수십만에서 수백만이 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야 할 것이다.

안전한 길이 눈에 보이는데도 잔인하고 귀찮은 길로 걸어갈 생각은 없었던 나는 주윤문을 내려다보며 인상을 찌푸린 다음 다시 고개를 돌려 왕일을 바라보았다.

“본교의 인원이 머물고 있는 산동악가로 가자.”

“위험합니다!”

산동악가에 본교의 모든 인원을 보내고 홀로 이곳을 찾은 나.

아스나를 만나게 하면 주윤문 또한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생길 것이라 생각을 한 내가 말하자, 대답은 왕일이 아닌 혈영에게서 나왔다.

그에 나는 고개를 돌려 혈영을 바라보았고, 혈영은 두 눈을 내리깔며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

“현재 황자징의 명으로 황군의 눈이 전 무림을 향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황제 폐하께서 이곳을 벗어난다는 것은 위험합니다.”

혈영의 말이 맞았다.

내분을 일으킨 반군의 수장, 황자징은 하루라도 빨리 주윤문을 찾고 황제의 상징과도 같은 옥새 玉璽를 되찾아 명분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황궁 내분을 잠재우고 새로운 황제를 옹립할 테니 말이다.

정당하기 그지없는 혈영의 말.

그 말에.

피식.

나는 가소롭다는 듯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런 나의 미소에 혈영은 고개를 들어 의문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런 혈영의 두 눈을 마주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오라 해.”

“네?”

가소롭다는 듯 가볍게 나온 나의 목소리.

그 말에 혈영이 벙 찐 표정을 지었고,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오라 하라고.”

솔직히 나의 입장에서는 직접 찾아와 주면 고마웠다.

굳이 찾아가서 다 죽여 버릴 수고가 덜어질 테니 말이다.

* * *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진주언가가 멸문하고, 하북팽가가 물러남으로 인해 명실공히 산동성의 지배자가 된 산동악가 山東岳家.

그곳의 가주인 악천후는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미남자, 검마劍魔 단진을 향해 정중한 어조로 말하였다.

그런 악천후의 말에 단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불구하고 맞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전의 연락도 없이 산동악가를 찾은 일천의 행렬.

그 많은 손님에 당황할 법도 하것만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들을 반겨 준 악천후의 행동에 단진이 감사를 표하자 악천후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사실 미리 교주님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

“그러니 너무 염려치 마십시오. 이미 귀교의 모든 분들이 묵으실 수 있는 숙소 또한 미리 마련해 놓았으니까요.”

“고맙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헌데, 마차 안에 있던 청안수화 靑眼秀花 소저 말고 또 다른 색목인분은 누구십니까?”

단진의 감사 인사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한 악천후.

그가 목소리를 낮추며 단진에게 물었다.

그에 단진이 입을 열었다.

“파사국의 공주님이십니다.”

“파사국!”

“네, 가주님만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아…….”

놀랐던 것도 잠시. 뒤이어 들려오는 단진의 서늘한 목소리에 악천후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마지막에 나온 단진의 말은 부탁이 아닌 경고라는 것을 말이다.

그에 악천후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무…… 물론입니다, 저만 알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악천후를 보며 단진은 싱긋 미소를 지었고, 악천후는 그런 단진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괴물이구나.’

젊은 나이에 기세만으로 자신을 긴장하게 만든 사내.

당대의 검마인 단진을 보며 괴물이라고 말이다.

같은 시각.

악천후의 명으로 갑작스럽게 마련된 손님용 숙소, 넓은 장원을 하나 통째로 사용한 숙소의 내원에서 파사국의 공주인 아스나는 두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왜냐고?

“아악! 귀여워!”

바로 자신의 맞은편.

새하얀 피부와 검은 두 눈, 비교적 작은 키임에도 불구하고 머리와 얼굴 체구 등 모든 것이 작아 요정이라 하여도 믿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미소녀 美小女.

바로 악여화의 귀여운 모습 때문이었다.

작은 손으로 차를 들어 작은 입으로 가져가는 악여화.

귀여운 인형과도 같은 그런 악여화의 모습에 아스나는 자신의 두 볼을 감싸며 어쩔 줄 몰라 하였다.

그에 옆에 있던 서은설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여화, 미안해.”

도리도리.

촐싹거리는 아스나를 대신해 서은설이 사과를 건네자 괜찮다는 듯 악여화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악여화의 행동에 역시나.

“꺄악!”

아스나는 그대로 자지러졌다.

말 그대로 자지러진 아스나의 모습에 서은설은 한숨을 내쉬었고, 악여화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저 정도로 호들갑을 떠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고개를 갸웃하기를 잠시.

서은설을 만나기 위해 직접 이곳을 찾은 악여화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방글이는?”

악여화에게 말도 없이 사라졌던 방글이, 위천.

그런 위천의 미소가 보고 싶었던 악여화가 묻자 서은설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신강에 있어.”

“신강?”

“응, 신교가 신강에 위치해 있거든.”

“…….”

서은설의 친절한 설명에 악여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나, 신강, 가.”

악여화가 각오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산동성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신강.

그리고 그녀가 속한 정파와 대립하고 있는 천마신교로 가겠다는 악여화의 각오에 서은설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열려고 했다.

하지만.

“꺄악! 그래! 언니가 데려다줄게요!”

촐싹거리는 아스나의 목소리에 막혀 열렸던 서은설의 입이 다시 닫히고 말았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신강에 데려다주겠다는 듯 악여화의 두 손을 잡으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는 아스나.

그런 아스나를 보며 악여화가 입을 열었다.

“좋은 사람.”

“정말요?”

끄덕.

악여화의 말. 그 말에 아스나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면, 나도 은설처럼 말 놓아도 되나요?”

끄덕.

“그럼, 우리 귀여운 소저는 이제부터 내 동생이네요?”

끄덕.

“꺄악!”

와락.

귀여운 악여화를 동생으로 삼겠다는 아스나의 의지.

그 의지가 이루어지자 아스나는 한한 미소를 지으며 악여화를 꽉 껴안았다.

그러고는.

부비부비.

새하얀 악여화의 볼에 자신을 볼을 마구 비벼 댔다.

“…….”

그런 아스나의 행동이 싫을 법도 하건만 악여화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고 묘하게 어울리는 둘의 모습에 서은설은 결국 미소를 짓고 말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타앗!”

“핫!”

숙소에 마련된 연무장에서 대련을 하고 있는 키예프와 장로들.

그리고.

“하나!”

“합!”

습격에 대비하여 몸을 풀며 다른 무력대와 함을 맞추고 있는 신교의 무력대들이 말이다.

훌륭하기 그지없는 무인들의 모습에 서은설은 살짝 미소를 지었고, 이내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생각했다.

“보고 싶다.”

자신들을 산동악가로 보내고 홀로 벗을 찾으러 간 위극신.

그가 보고 싶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런 서은설의 바람은 당일 저녁에 바로 이루어졌다.

“왜 그래!”

전신이 피로 가득한 위극신이 산동악가에 방문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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