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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254화 (254/275)

제254화

제254장 펄럭이는 피의 장포 血色長袍 (2)

“이럴 수가…….”

황자징은 자신의 두 눈앞에 펼쳐진 참혹한 광경에 두 눈을 부릅뜬 채 경악 어린 음성을 내뱉었다.

자신의 주군이자 만인지상의 주인, 황제였던 주윤문.

그를 죽이기 위해 오십의 초절정고수와 일천의 절정, 그리고 구천의 일류고수들을 모았다.

말이 쉽지 이 정도의 인원을 모으는 것은 전 유림의 존경을 받는 황자징이라 하더라도 상당히 무리를 한 결과이다.

그로 인해 만족스러운 무인들을 모았고 황자징은 만족해하며 주윤문을 끝낼 수 있다고 확신하였다.

주윤문이 아무리 괴물 같은 강함을 지녔다 한들, 결론은 인간이다.

그렇기에 일만의 숫자라면 그를 죽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던 것이다.

게다가 오십의 초절정과, 일천의 절정, 구천의 일류로 이루어진 일만의 병력이면 한 나라를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세력.

절대 실패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크아아악!”

“커억!”

그런 황자징의 판단을 보란 듯이 비웃듯 황제인 주윤문의 검에 일류, 절정의 무인들이 허무하게 쓰러지고 있었다.

황자징의 멍청한 실수였으며, 오만한 판단이었다.

타오르는 불꽃과도 같은 붉은 강기를 두른 주윤문의 검.

그 검이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수십의 무인들이 피를 내뿜으며 쓰러져 갔다.

쓰러진 무인들은 다시 일어나지 못했고, 주윤문은 그런 무인들을 지나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며 고수라 불리는 무인들을 무참히 도륙하였다.

마치 토끼 떼에 떨어진 호랑이와 같았다.

그렇게 무서운 기세로 고수라 불리는 무인들을 휘몰아쳤다.

그렇게 주윤문은 일각(약 15분) 동안 이천에 달하는 고수들을 죽일 수가 있었다.

성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일류고수들.

그 고수들을 일각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천이나 죽인 주윤문의 가공할 신위에 황자징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사람이 아니구나…….”

주윤문, 그는 인간이 아닌 괴물 그 자체였다.

단 일각 만에 이천의 목숨을 앗은 그의 가공할 신위에 황자징은 물론 그를 몰아붙이던 무인들까지 질린 표정을 지으며 멈칫하였다.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라는 기대감이 사라질 정도로 무인들을 쓰러트리는 주윤문의 모습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렇게 무인들이 멈칫하자 수많은 비명이 울려 퍼지던 황궁에 잠깐의 고요함이 찾아왔다.

그 고요함 속으로.

펄럭!

혈향이 가득한 황궁으로 한 줄기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모두가 숨죽이고 있던 그때, 갑작스럽게 찾아온 바람으로 인해 주윤문이 입고 있던 긴 장포가 펄럭였다.

그가 입고 있던 적색의 장포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로 인해 제 색을 잃어버린 지 오래, 황제의 상징과도 같은 적색, 아니 이제는 이천의 목숨으로 만들어진 혈색 血色이 되어 버린 장포는 주윤문을 명의 황제가 아닌, 피의 황제로 보이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도 끝이다.”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질려 하던 것도 잠시.

황자징은 차가운 표정으로 주윤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무인이 아닌 문인인 자신의 눈에도 훤히 보였다.

강력하게 휘둘러졌던 주윤문의 검이 재빨랐던 처음과 비교될 정도로 느려진 것이 말이다.

물량 앞에서는 장사 없다고 처음의 그 쾌속하던 검이 점점 느려지고 있다는 뜻은 곧 주윤문이 지쳤다는 뜻이었다.

그에 황자징은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끄덕.

멸살대에 둘러싸여 보호되고 있는 한 사내.

주윤문의 동생 주윤통과 두 눈을 마주치고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명령을 내리듯 말이다.

경계 어린 표정으로 계속 황자징을 지켜보고 있던 혈영은 갑작스러운 황자징의 행동에 이상함을 감지하고 황급히 고개를 돌렸지만.

푸욱!

이미 늦었다.

“제압해!”

멸살대원들에게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서 있던 황태후.

그런 황태후의 가슴으로 작은 단검이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그 광경에 화들짝 놀란 혈영이 대원들에게 명령했지만.

푸욱! 푸욱!

황족으로서 훌륭한 무공과 영약을 섭취하며 주윤문의 도움으로 절정의 경지에 오른 주윤통은 무방비로 서 있던 황태후는 물론 자신의 옆에 있던 동생 주윤경, 주윤회의 가슴까지 찌르는 데 성공하였다.

콰득!

그런 주윤통을 한발 늦게 제압한 멸살대원들.

그에 혈영이 분통을 터트리며 금방이라도 주윤통을 죽이려 했지만.

콰득!

적색, 아니 혈색 血色의 장포를 입은 주윤문이 더 빨랐다.

“어찌 네놈이…….”

자신의 동생인 주윤통의 목을 틀어쥐고 들어 올린 주윤문.

그가 붉어진 두 눈으로 적색의 강기를 마구 내뿜으며 주윤통을 올려다보았다.

그런 매서운 주윤문의 기세에 겁을 먹은 주윤통이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크…… 크큭…….”

곧 자신의 목을 틀어쥔 주윤문의 손을 잡으며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마치 속이 후련하다는 듯한 미소였다.

명의 황족인 주윤통.

그는 황제인 주윤문의 한 살 동생이었다.

그리고 의천 태자의 정실부인, 상태자부인의 아들이었으며, 의천 태자의 적자 嫡子였다.

주윤문과 같은 아비를 두었지만 어미가 달랐던 주윤통.

적자로 태어났지만 불행히도 태어나자마자 어머니가 죽었고, 또 얼마 되지 않아 아비인 의천 태자까지 죽게 되었다.

적자 嫡子 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어미를 죽이고, 나아가 아비까지 죽여 재앙의 아이라 불렸던 황자.

불상지자 不祥之子라 불리며 황궁에서 배척받았으며, 신하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던 비운의 황자 주윤통은 할아버지인 홍무제의 눈에도 벗어나게 되었고, 결국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서자인 주윤문에게 밀려 황태손이 되지 못하였다.

아니, 오히려 황족들과 신하들에게 배척당하였다.

저주의 아이라고 말이다.

황제의 자리에 오른 주윤문이 아니었다면 평생 차가운 골방에 갇혀 목숨을 잃어야 할 운명인 주윤통.

그런 주윤통을 보며 주윤문은 분노 어린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어머니는…… 너를 친아들처럼 돌보아 주었다. 나 또한 견과 회처럼 너를 돌보았고 말이다.”

“크크큭.”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엄청난 분노로 인해 잘게 떨린 주윤문의 말.

주윤문의 말대로였다.

주윤문은 주윤통을 안쓰러워했고, 어머니인 황태후 또한 그런 주윤통을 친아들처럼 대하였다.

주윤통의 손에 죽은 주윤회와 주윤견 또한 마찬가지로 주윤통을 친형처럼 따랐고 말이다.

주윤문이 그 사실을 언급하자 주윤통이 다시 기괴한 웃음을 흘렸다.

그러고는 목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무시하며 억지로 입을 열었다.

“큭…… 나는…… 너를 형으로 생각한 적 없다. 서자 庶子 주윤문.”

“뭐라?”

주윤통의 말에 주윤문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에 주윤통이 주윤문의 손목을 강하게 쥐었다.

그러고는 금방이라도 죽여 버릴 듯한 살벌한 눈빛으로 주윤문을 노려보았다.

“너만…… 너만 없었다면! 나는 황제가 되었을 것이다!”

“…….”

“너만! 너만 없으면 나는 황제가 된다! 그러니 어서 죽…….”

콰득!

추욱.

주윤통의 말을 더 이상 듣기 싫었을까?

주윤문은 손에 힘을 주어 그대로 주윤통의 목을 비틀었다.

그러자 발버둥 치던 주윤통의 시체는 축 늘어졌고, 주윤문은 그런 주윤통의 시신을 아무렇게나 집어 던졌다.

“…….”

그러고는 멸살대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어머니와, 동생들을 바라보았다.

“폐하…… 미안합니다…….”

가쁘게 숨을 몰아쉬면서도 주윤문에게 용서를 구하는 황태후.

그런 어머니를 보며 주윤문은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후우…….”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돌렸다.

“끄아악!”

잠시 자리를 비운 자신을 대신해 수많은 무인들을 상대하고 있는 멸살대원들.

그런 대원들의 모습을 지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황자징과 눈이 맞추어졌다.

“네놈 짓이더냐?”

자신을 바라보며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는 황자징.

그런 황자징을 보며 주윤문이 묻자 황자징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쌓인 것이 많았는지 다음 대 황제로 밀어주겠다 하니 스스로 모두 죽여 주겠다 하더군요.”

“…….”

“그러게 제가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분란의 씨앗은 없애야 한다고.”

연왕을 죽이고 황권을 공고히 하던 때.

황자징은 주윤문에게 조언했다.

의천 태자의 적자이자, 동생인 주윤통을 죽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주윤문은 더 이상의 살생은 필요치 않다면서 거절했고, 황자징은 안타까워하면서도 더 이상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의 선택이 지금처럼 끔찍한 결과를 불러일으켰고 말이다.

그러한 사실에 황자징을 노려보던 것도 잠시.

주윤문은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전부 부질없구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자신이 믿었던 신하들은 자신을 배신하고, 가족들을 인질로 삼았다.

자신이 동생이라 생각했고 자비를 베풀었던 녀석은 자신의 어미와 동생들을 죽였다.

이 비극적인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그런 주윤문을 위로함이었을까?

하늘은 주윤문의 슬픈 마음에 화답하듯 차가운 빗방울을 내려 주었다.

몇 개로 시작했던 빗방울은 곧 수많은 비가 되었고.

솨아아아!

주윤문의 전신에 묻어 있던 피를 씻겨 주었으며, 주윤문의 눈가에 흐르고 있던 물과 함께 주윤문의 얼굴을 쓸어 주었다.

그 빗방울의 차가움을 느끼며 주윤문은 두 눈을 감았다.

“…….”

“끄아악!”

그런 주윤문의 귀로.

점점 작아지더니 곧, 사라진 어머니와 동생들의 숨소리.

그리고 멸살대원들의 검에 쓰러져 가는 무인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두 눈을 감고 마음을 진정시키던 것도 잠시.

“혈영.”

두 눈을 감은 주윤문의 입에서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예, 폐하.”

주윤문의 부름에 비통한 목소리로 대답한 혈영.

그가 대답하자 주윤문이 다시 입을 열었다.

“모든 멸살대원들을 뒤로 물려라.”

“폐하.”

“어서.”

놀란 혈영의 목소리에 주윤문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에 혈영은 입술을 꽉 깨물었고, 곧.

“주군의 명이다, 모두 물러서라!”

비통한 표정으로 무인들을 도륙 내던 멸살대원들에게 명령하였다.

그에 멸살대원들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버린 황태후와 황제의 동생들의 시체를 거두어 뒤로 물러섰다.

서걱!

막아서는 무인들을 베어 넘기면서 말이다.

그렇게 혈영을 포함한 모든 대원들이 뒤로 물러나자.

“주윤문을 죽여라!”

황자징이 높은 목소리로 여전히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든 채 홀로 서 있는 황제, 주윤문을 죽일 것을 명하였다.

그에 수많은 무인들이 다시 각자의 병장기를 집어 들고 주윤문에게 달려들었다.

스윽.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것처럼 가만히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던 주윤문.

그는 자신을 향한 수많은 살기들을 느끼며 고개를 다시 숙였다.

그러고는.

퍼뜩!

그의 두 눈이 떠졌다.

인간으로서 견디기 힘든 슬픔과, 수많은 살기들에 질려 버렸을까?

주윤문의 검은 두 눈은 어느새 붉어져 있었으며.

콰콰쾅!

그의 몸에서 끔찍한 기운과 함께 붉은색의 안개가 뿜어져 나와 그의 주변을 뒤덮었다.

“크아아악!”

그날 밤.

오십의 초절정고수와 일천의 절정고수, 그리고 팔천 명의 무인들이 죽었으며, 수천의 목숨을 앗고 기력이 다하여 쓰러진 주윤문을 멸살대가 보호하여 대피하는 황자징을 뒤로하고 후일을 도모하며 황궁을 탈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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