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2화
제252장 새로운 천마 新, 天魔
우르릉!
쿵!
“대단하네요.”
키예프와 앤서의 뒤를 따라 지마궁으로 돌아가던 아스나.
그녀가 뒤에서 들려오는 살벌한 소리에 걸음을 멈춰 돌아보고는 놀란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런 아스나의 행동에 앞서 걸어가던 키예프와 앤서 또한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아스나와 같이 몸을 돌렸고 곧, 천마대전이 있던 방향.
그 공간의 위에 생성된 검은색의 먹구름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교주는…… 괴물이군요…….”
먹구름 속에서 느껴지는 강력하고 흉포한 기운.
자연의 기운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억지로 끌어와 만들어진 자연의 기운.
즉, 이질적인 기운이었다.
절대의 경지에 들어 파사국 제일의 기사라 불리는 키예프와 앤서였기에 알 수 있었다.
저 기이한 기운으로 이루어진 먹구름을 만든 존재가 바로 천마이고, 천마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말이다.
그에 키예프와 앤서가 중얼거리던 것도 잠시.
번쩍!
온 세상을 뒤덮는 밝은 빛에 순간적으로 두 눈을 감았다.
두 눈을 보호하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었던 것이다.
인간의 경지를 벗어난 절대자.
키예프와 앤서의 두 눈을 감길 정도로 강력한 번쩍거림.
그 번쩍거림에 두 눈을 깜빡이던 것도 잠시, 키예프와 앤서는 주변으로부터 느껴지는 강력한 기운에 황급히 앞으로 나섰다.
무공을 익혔으나, 경지가 얕은 아스나에게 이 막대한 기운은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아스나를 보호하기 위해 차크라를 끌어 올린 키예프와 앤서, 그런 둘의 배려 덕분에 막대한 마기 속에서도 아스나는 두 발로 당당히 서 있을 수 있었다.
키예프와 앤서에게 둘러싸여 보호받은 아스나.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하늘 위를 바라보았다.
“공주님, 어서 뒤로……?”
차크라를 끌어 올려 막대한 기운에 대항하던 키예프는 아스나의 안위를 위해 입을 열었지만, 곧 멍한 표정의 아스나를 보고는 얼굴을 굳혔다.
그러고는 아스나의 멍한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허어…….”
거대한 검은색의 괴물.
여섯 개의 팔이 달린 괴물이 말이다.
“저것은?”
“그래, 소교주가 보여 주었던 그 괴물이다.”
그 괴물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앤서가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키예프가 고개를 끄덕이며 확답해 주었다.
그에 앤서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소교주의 신위인가?”
“아니, 아니다.”
소교주인 위극신과 한번 겨루어 보았기에 알 수 있었다.
저 여섯 개의 거대한 아수라를 소환한 존재는 소교주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럼 천마겠군.”
본인이 말을 내뱉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니라는 것을 알았던 앤서는 키예프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에 키예프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공주님, 어서 물러나시지요.”
허공을 뒤덮고 있는 강력한 마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무거워지는 마기에 키예프가 아스나에게 말했다.
그에 아스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평소와 달리 조금은 창백한 얼굴.
벌써 강력한 마기에 노출되어 기력이 조금 손상되었던 것이다.
그에 키예프와 앤서는 차크라를 끌어 올려 더욱 강하게 운공하여 아스나를 보호하였고, 곧 조심스럽게 아스나를 안내하며 걸음을 옮겼다.
어서 이곳, 천마궁을 벗어나야 했다.
그렇게 키예프와 앤서가 아스나를 보호하며 막 천마궁을 벗어나려던 순간!
우르릉! 쿵!
검은 그림자가 자신들을 뒤덮음과 동시에 엄청난 굉음이 하늘에서 들려왔다.
그에 키예프와 앤서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걸음을 멈추었고, 아스나 또한 경악 어린 얼굴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조금 전, 천마궁의 일부분만을 뒤덮었던 검은색 먹구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넓게, 끝없이 펼쳐진 검은 먹구름.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검은 먹구름으로 인해 세상은 어두워졌고, 먹구름 속에서 감도는 작은 전류로 인해 은은하게 세상이 비쳤다.
“이럴 수가!”
먹구름 속에서 느껴지는 인위적인 자연의 기운.
끝없이 펼쳐진 그 기운을 올려다보며 키예프와 앤서는 경악 어린 어조를 내뱉었다.
그러고는 곧.
“허어…….”
“미치겠군.”
허탈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평생을 수련하여 절대의 경지라 불리는 곳에 올라섰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천외천 天外天.”
진정한 천외천을 보고 말았던 것이다.
하늘 밖의 하늘.
그동안 자신들이 우물 안 개구리와도 같았던 것을 깨달았고, 그 사실에 스스로가 한없이 초라해진 키예프와 앤서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쿨럭!”
그때!
망연자실해 있던 키예프와 앤서의 귀로 아스나의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화들짝 놀란 키예프와 앤서는 황급히 차크라를 다시 운공하였고, 곧 아스나를 보호하였다.
하지만.
“음……?”
공기를 무겁게 만들었던 기운.
흉포하기 그지없었던 그 기운은 어디에도 없었다.
오히려.
“따뜻하다……?”
따뜻한 기운이 포근하게 안아 주듯 자신들의 신체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그에 키예프가 고개를 갸웃거렸고, 앤서는 의문 어린 표정으로 아스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둘의 시선에.
“죄송해요, 너무 놀라서 사레들렸어요.”
“아…….”
무거운 기운에 기력이 상한 것이 아닌, 너무나도 놀라운 상황에 사레가 들렸던 아스나는 웃으며 혀를 살짝 내밀어 보였다.
작금의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 아스나의 행동, 그 행동에 키예프와 앤서는 순간 긴장이 탁 풀려 힘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어 저기 봐요!”
그때!
어색하게 웃던 아스나가 두 눈을 크게 뜨더니 곧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런 아스나의 외침과 손짓에 긴장이 풀렸던 키예프와 앤서가 고개를 돌렸고 곧.
“!!”
하늘을 메운 거대한 존재.
여덟 개의 팔이 달린 거대한 검은 존재를 발견하고는 두 눈을 부릅떴다.
“아아…….”
“신이시여…….”
그런 키예프와 앤서의 두 귀로.
주변에서 숨을 들이켠 채 지켜보던 수많은 무인들과 시녀들이 무릎을 꿇으며 경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절대의 경지에 들어선 자신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드는 거대한 존재.
그 존재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과, 또 어머니의 품과도 같은 따뜻한 기운.
그 기운을 전부 종합해 보니.
‘신……?’
정말, 신과 같았다.
불길한 검은색의 기운으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스럽기 그지없는 아수라의 모습.
그 모습에 키예프와 앤서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서걱.
털썩!
거대한 아수라가 검을 들어 비교적 작은 또 다른 존재를 소멸시키는 것을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위대한 존재의 등장과, 위대한 존재의 힘.
그 모든 것에 노출되어 절대의 경지에 들어선 키예프와 앤서마저도 저 아득한 초월자, 신과 같은 존재에게 경배를 하고 말았던 것이다.
* * *
“패배를 인정하십니까?”
주저앉은 상태로 멍청한 표정을 지어 보인 천마.
새로운 천마의 모습이 상당히 신선했다.
그에 놀리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지만, 꾹 참았다.
한시가 급하니 말이다.
패배를 인정하냐는 나의 물음에 정신이 들었을까?
천마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멍청한 표정을 지웠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너…… 정체가 뭐냐?”
“위극신입니다.”
“그걸 묻는 게 아니다.”
“음…… 교주…… 아니, 당신 아들인데요?”
이제는 교주도, 천마도 아닌 위관악.
그를 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에 위관악이 눈가를 찌푸렸다.
그러고는 다시 나의 두 눈을 응시했다.
“어찌하겠느냐?”
“뭐를 말입니까?”
위관악의 물음에 내가 대답했다.
갑자기 뭘 어찌하겠냐니?
뭐 하자는 거일까?
의문을 알 수 없는 위관악의 물음에 내가 의문 어린 표정을 짓자 위관악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패배자다, 그리고 너는 새로운 천마. 승자인 너에게 패배자의 생사여탈권이 달려 있다.”
“어……?”
그거 너무 정 없는데?
나의 아버지인 천마, 위관악.
나를 향해 패륜의 선택권을 주는 신세대의 아버지를 보며 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위관악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천마신검을 나의 앞에 던졌다.
챙그랑!
“죽일 거면 죽여라.”
거참, 기왕 줄 거면 예쁘게 주지.
성격만큼이나 삐딱하게 천마신검을 건네는 위관악의 행동에 나는 눈가를 찌푸렸다.
그러고는 허리를 숙여 위관악이 던진 검.
천마의 상징과도 같은 천마신검을 집어 들었다.
“소교주님!”
그런 나의 행동에 경배하듯 고개를 숙이고 있던 마뇌가 다급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그에 나는 고개를 돌려 마뇌를 바라보았고, 그런 나의 시선에 마뇌는 다급한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부디! 부디 교주님을 살려 주십시오!”
나에게 패배한 천마, 위관악의 목숨을 살려 달라 청하는 마뇌.
그런 마뇌의 모습에 위관악이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싸늘한 눈빛으로 마뇌를 바라보았다.
“나의 명예를 짓밟지 마라.”
“교주님!”
“닥쳐라.”
“크윽!”
마기까지 끌어 올리며 마뇌의 입을 다물게 한 위관악.
그런 위관악의 행동에 마뇌는 신음을 흘리며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마뇌의 입을 다물게 한 위관악은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죽여라.”
음…….
죽일 생각은 없는데.
검을 집어 든 나의 행동에 이제는 전대가 되어 버린 자신을 죽일 것이라 생각했나 보다.
내가 아무리 막장에다가 천마였던 그를 싫어한다지만 패륜을 행할 생각은 없었다.
그랬다가는.
‘천마와 같은 인물이 되니까.’
내가 가장 혐오하는 전생의 천마.
그와 같은 인간이 될 테니 말이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은 다음 손에 들린 천마신검을 허리춤에 찼다.
그러고는 위관악을 바라보았다.
“전대 천마시여.”
“…….”
“전. 대. 천마시여?”
나의 물음에 대답이 없는 위관악.
그런 위관악을 보며 나는 일부러 전대라는 단어를 강요하며 다시 그를 불렀다.
“말해라.”
그에 위관악이 조금은 힘없는 어조로 대답했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정중히 예를 갖추며 고개를 숙였다.
“저는 아직 부족함이 많습니다. 하여 현 천마로서 명을 내리겠습니다. 부디 원로원주라는 직책을 맡아 주시어 저에게 가르침을 주시기를…….”
“!!”
옛날.
아니, 불과 백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천마신교에는 원로원이라는 조직이 있었다.
하지만.
‘미친놈들 아니랄까 봐.’
누가 미친 마인 아니랄까 봐 전전대의 천마가 즉위했을 당시, 모두 죽여 버렸다.
당대의 천마를 죽이고 천마의 위를 찬탈한 전전 대 천마.
그는 교주의 직위에 오르자마자 가장 먼저 친어머니와 형제들을 죽였으며, 자신을 따르지 않았던 장로들을 모두 죽였다.
그에 겁을 먹은 원로들은 모든 직위를 포기하고 각자의 가문으로 돌아갔고, 그렇게 교주의 입장에서 가장 귀찮고 껄끄러웠던 원로원의 조직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백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이제는 잊힌 이름이 된 원로원.
그것을 언급하며 내가 예를 갖추자 마뇌는 물론, 장로들과 위관악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명령, 안 따를 것입니까?”
“…….”
“그럼 진짜 죽일 건데?”
나 교주다.
교주의 명에 불복한다?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
그에 내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위관악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짧게 한숨을 내쉰 위관악은 자세를 바로 하였고, 곧.
“교주님의 명을 따르겠나이다.”
나를 향해 정중하게 예를 갖추었다.
위관악, 아니 이제는 전대의 천마가 되어 버린 원로원주의 예에 뒤에 있던 장로들 또한 환한 표정을 지었고, 곧.
쾅!
강하게 이마를 바닥에 찧으며 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새로운 천마, 교주님을 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