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0화
제250장 교주가 되어야겠습니다 敎主爲願
“정신이 드느냐.”
“형님…….”
나의 침실.
잠시 정신을 잃은 위천은 침대에 눕히자마자 다시 눈을 떴다.
그에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윤문이 위험하다고?”
녀석이 의식을 잃기 전 했던 말.
나는 분명 그것을 들었다.
그런 나의 물음에 위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피부가 푸석해지고, 눈 아래가 거무스름하게 변색된 위천.
평소의 맑은 모습과 다른 모습을 한 위천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 위천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형님. 윤문 형님의 시강학사이자, 여화의 외조부가 되는 방 학사의 서신에 따르면 현재 윤문 형님은 방에 유폐 幽閉 된 상태이고, 황자징이 모든 권력을 장악하여 무림 말살대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녀석이라면 충분히 극복했을 텐데?”
위천의 말에 이상함을 느낀 내가 의문 어린 어조로 물었다.
주윤문.
그 녀석은 나와 같은 회귀자로서 상당히 능력 있는 놈이었다.
장난스러운 모습 속에 진중함이 있었으며, 황제다운 위엄을 지닌 녀석이다.
게다가 녀석이 가진 무력 또한 나에게 필적할 정도로 훌륭한 상태.
그런 녀석이 고작 신하 한 명에게 제압당했다고?
제 숙부들을 모두 죽이고 황권을 완벽하게 바로 세운 녀석이?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나의 물음에 위천이 다시 입을 열었다.
“방 학사의 서신에 따르면 가족들의 목숨을 인질로 협박을 받았다고 합니다.”
“가족?”
“네, 친어머니와 친동생들입니다.”
위천의 대답에 나는 이마를 짚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녀석이 그렇게 허술하게 대비할 놈이 아닌데?”
분명 녀석이라면 신하들을 의심하고 가족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온갖 준비를 해 놓았을 것이다.
녀석은 겉으로 보이는 가벼운 모습과 달리 모든 것을 의심하고 계산하며 행동하는 녀석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나의 물음에 위천이 다시 입을 열었다.
“금의위의 수장인 이경륭, 그가 윤문 형님을 배신했다고 합니다.”
“미친!”
황궁 제일의 고수로 이름이 알려진 이경륭.
어린 시절부터 주윤문을 모셔 와 황제의 검이라고도 불리는 그가 주윤문을 배신했다니.
그에 나는 순간적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그에 위천이 다급한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어서, 윤문 형님을 구해야 합니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정말 위험합니다.”
“…….”
“형님……?”
위천의 말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구하러 간다면?
주윤문 그 녀석은 분명 자존심 상해 할 것이다.
하지만, 구하지 않는다면 정말 위험했다.
‘그래, 자존심이 밥 먹여 주냐.’
자존심이 상한 녀석이 나를 원망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나는 녀석의 자존심 따위는 생각지 않고 녀석을 구할 것이다.
그 녀석의 벗인 내가 해야 할 행동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속으로 생각을 정리를 마친 나는.
“설마…… 외면하시려는 것입니까?”
혼자 착각하고는 경악 어린 표정으로 언성을 높이는 위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 녀석의 반응에 나는 어이가 없어서 가만히 바라보았고, 그에 녀석의 착각은 의심에서 확신이 되었다.
“형님! 벗입니다! 사내로 태어나서 어찌 우정을 나눈 벗을 외면한단 말입니까!”
빡!
“시끄러.”
아주 지 혼자 경극 한 편을 하고 있었다.
분통을 터트리며 언성을 높인 위천의 이마를 한 대 때려 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턱.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이곳으로 달려온 위천의 혈을 짚었다.
스르륵.
그런 나의 점혈로 인해 위천은 그대로 쓰러졌고, 그런 녀석을 받아 든 나는 침대에 똑바로 눕혀 주고는 방문을 나섰다.
꾸벅.
내가 방문을 나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 청년이 고개를 숙였다.
“무선인가?”
“네, 소교주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마의의 손자이자 위천과 나이가 같아 자주 보았던 윤무선.
녀석이 웃으며 나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의각에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성인이 되어 마의각에서 제대로 의원 일을 시작한 윤무선.
마의를 닮아 뛰어난 의술을 선보여 이미 마의각의 부각주나 다름없는 녀석을 보며 내가 아는 체 말하자 윤무선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네, 소교주님.”
어릴 때는 소교쭈님~ 하면서 애교 부리던 놈이 다 커서 상관 대하듯 하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정중하기 그지없는 녀석을 보며 옛 추억을 회상하던 것도 잠시,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며칠 제대로 쉬지 못해 천이 녀석의 원기가 많이 상해 있다. 원기 회복에 좋은 탕약과 음식을 준비하도록. 아마 하루 정도는 푹 잘 것이니 거기에 맞춰서 준비하면 될 거야.”
“그렇게 하겠습니다.”
“옆에 있어 줄 거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는 녀석을 보며 내가 물었다.
그에.
스윽.
윤무선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벗인 제가 옆에 있어 줘야지요.”
나와 눈을 마주치며 씨익 웃음 지어 보이는 윤무선.
그런 녀석을 보며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녀석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려 준 다음 걸음을 옮겼다.
산동에서 신강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스스로를 혹사시켰던 위천을 윤무선에게 맡긴 나는 곧장 나의 처소인 소교주전에 들어섰다.
그러고는.
“야룡아.”
“네.”
“애들 다 불러.”
“알겠습니다.”
아직도 연무장에 있던 야율민.
녀석에게 명령을 내렸고, 녀석은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며 대답한 다음 물러났다.
나의 말투에서 심각함을 인지하였는지 내공까지 사용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야율민을 보낸 나는 다시 걸음을 옮겨 방 안에 들어섰다.
그러고는.
스윽.
검은 무복과, 그 위에 걸쳐 입은 회색 장포.
그리고 붉은색의 허리띠까지 한 나는 방 한편에 위치한 동경 앞에 섰다.
“나쁘지 않군.”
허리춤에 채워진 검과, 오른손에 들린 옥색의 섭선.
귀한 집, 미공자와 같은 나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동경 옆에 위치한 서랍을 열었다.
스륵.
그러자 보였다.
수많은 전표들이 말이다.
그중 절반을 챙겨 품속에 넣은 후, 나는 또 다른 서랍을 열어 은원보와 금을 챙겼다.
그런 후 다시 한번 스스로 점검을 한번 한 후 방문을 나섰다.
그렇게 방문을 나서자 사마천, 단진, 야율민, 구양적, 마독. 그리고 서은설까지 일렬로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의 사람, 내가 믿고 등을 맡길 수 있는 동지 여섯 명을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중원으로 갈 것이다.”
“준비되어 있습니다.”
나의 말에 사마천이 대답했다.
그에 단진이 검을, 야율민은 창을, 구양적은 주먹, 마독은 지팡이를 들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고.
“가자.”
서은설은 싱긋 웃으며 나를 향해 말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개인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다.”
“……?”
나의 말에 모두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천마신교의 소교주가 아닌, 천마신교의 이름으로 중원에 나설 것이다.”
“!!”
천마신교의 소교주인 나.
그런 내가 천마신교의 이름으로 중원에 나서겠다고 하자 모두가 두 눈을 부릅떴다.
그에.
“단진.”
나는 고개를 돌려 차가운 인상의 미남, 단진을 바라보았다.
나의 부름에 단진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고, 그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따를 준비가 되었는가?”
“충! 되었습니다!”
나의 물음에 평소와 다르게,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곧 고개를 돌려 야율민을 바라보았다.
그에.
“충! 소교주님을 따르겠습니다!”
“충! 따르겠습니다!”
“충! 따르겠습니다!”
야율민을 시작으로 구양적, 마독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곧 고개를 돌려 사마천을 바라보았다.
“소교주님.”
“그래.”
“제대로 나설 생각이십니까?”
“그래.”
사마천의 물음에 나는 흔들림 없는 어조로 대답했다.
그에 사마천은 고민 어린 표정을 지었고, 잠시 후.
“이미 십 년 전부터 준비는 되어 있었습니다.”
곧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천.
녀석은 이미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내가 지배할 천마신교를 말이다.
그렇게 모든 아이들의 의중을 확인한 나는 고개를 돌려 서은설을 바라보았다.
“원하지 않으면 여기…….”
“같이 가.”
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서은설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스나 공주도 함께할 거야.”
“……?”
“공주가 필요해.”
현재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주윤문.
나는 녀석의 운명의 상대인 아스나를 만나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 나의 말에 서은설은 잠시 복잡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혼인식도 올리지 않고 계속 나돌아 다니는 꼴 못 봐. 나랑 같이 돌아다녀.”
그녀가 대답했다.
어조 속에 어린 장난을 느낀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고, 곧 걸음을 옮겼다.
그런 나의 뒤로.
서은설이 따랐고 부복했던 녀석들이 일어나 뒤를 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천마가 위치하고 있는 천마대전으로 향했다.
* * *
“북원의 동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천마신교의 천마대전.
천마의에 앉은 천마는 보고를 올리는 마뇌의 목소리에 지겹다는 표정을 지으며 하품을 해 보였다.
그에 마뇌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전쟁이라도 일으킬 것처럼 병사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런가?”
“예, 그에 무림맹에서는 본교에 도움을 요청하였고, 사황성은 벌써 무림맹의 요청을 수용하여 흑풍대와 백호대를 파견하였습니다.”
“제법 보냈군.”
사황성 최고무력대인 백호대와 그 뒤를 잇는 흑풍대.
그 두 개의 무력대를 보낸 사황성주의 결단에 천마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에 마뇌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황성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황궁은?”
“수십만의 병사들을 북원의 국경과 맞대고 있는 하북성의 북쪽, 그리고 산서성의 북쪽으로 보내어 집결시켰습니다.”
“집결?”
마뇌의 보고에 천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장이라도 북원을 향해 진격해도 모자랄 판에 그저 집결만을 시킨다?
이상하지 않은가.
그런 천마의 물음에 마뇌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예, 집결만 시켜 두었습니다.”
“호오? 재미있는 상황이네?”
마뇌의 보고에 천마가 천마의에서 등을 떼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에 마뇌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쩌면…… 황궁의 검이 무림을 향할 수도 있습니다.”
북원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수십만의 병사들을 집결시킨 황궁.
그런 황궁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언급하며 마뇌가 말하자 천마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황제가 미친 건가?”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황궁의 소식을 전혀 알지 못하는 마뇌.
그가 천마의 중얼거림에 송구하다는 듯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에 천마는 피식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본교의 무력대 중 임무가 없는 곳은?”
천마 또한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였는지 진지한 어조로 물었고, 그에 마뇌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흑풍단과 혈롱단, 혈호단이 있습니다.”
“광랑대는?”
“현재 우호법과 수련 중입니다.”
“불러.”
“알겠습니다.”
천마의 명령에 마뇌가 고개를 숙였다.
그에 천마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쾅.
발칙하게도 천마의 허락 없이 천마대전의 문을 열고 들어선 사내.
자신의 아들 위극신에 의해 입이 다시 다물어지고 말았다.
“미친 거냐?”
감히 천마의 허락 없이 대전의 문을 열고 들어선 위극신.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어오던 평소와 달리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한 위극신을 보며 천마는 분노 어린 어조로 물었다.
“교주님.”
그런 천마의 물음에 위극신은 그를 부름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그에 천마는 인상을 찌푸렸다.
“소교주님! 무례하십니다!”
그에 양옆에 나란히 서 있던 장로들 중, 한 명인 사장로 환마가 질책 어린 어조로 위극신에게 말했다.
그에 위극신은 고개를 돌려 환마를 바라보았고.
움찔!
아무런 감정도 없는.
고요하기 그지없는 위극신의 눈빛에 움찔하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런 환마의 모습에 위극신은 다시 고개를 돌렸고, 곧 천마의에 앉은 천마, 위관악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챙!
허리춤에 꽂혀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채챙!
그에 장로들 모두가 각자의 병장기를 꺼내어 소교주에게 겨누었다.
천마가 업무를 보는 천마대전.
신성한 이곳에서 감히 천마에게 검을 겨눈 위극신의 행동은 반역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장로들의 모습에.
채챙!
위극신의 뒤에 있던 아이들 모두가 병장기를 뽑아 자신의 아버지, 스승에게 겨누었다.
“네 이놈!”
“이놈이!”
“미친!”
“독아!”
그런 아들, 제자들의 모습에 장로들은 경악, 분노를 표출하였지만.
“…….”
아이들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저 또렷한 눈빛으로 위극신에게 검을 겨눈 장로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에 장로들이 당황해하던 것도 잠시.
푹!
위극신은 검을 들어 천마대전에 그대로 꽂아 넣었다.
단단한 돌바닥임에도 부구하고 두부에 꽂히듯 부드럽게 꽂힌 위극신의 검.
위극신은 그런 검을 놓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천마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교주가 되어야겠습니다.”
소교주 위극신.
정식으로 천마의 위에 도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