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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246화 (246/275)

제246화

제246장 귀한 의원 貴醫院

“만족스러우십니까?”

기절한 칼론을 치료하기 위해 파사국의 인물들이 연회장을 벗어나고, 개판이 되어 버린 연회장을 공식적으로 파하고 천마대전으로 돌아온 나는 맞은편에 앉아 있는 천마에게 물었다.

“별로?”

“도대체 뭐 하는 짓입니까? 애도 아니고 꼭 분위기를 그렇게 망쳐야겠습니까?”

재미있다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천마.

그런 천마를 보며 내가 물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파사국의 인물들을 자극하였는지 말이다.

“재밌잖아?”

“은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천마에게는 재미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사자인 서은설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일.

그녀가 상처받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던 내가 차가운 어조로 말하자 천마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기를 잠시, 그는 미소를 지우고는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더니 곧 나의 두 눈을 응시하였다.

“뭡니까……?”

심오하기 짝이 없는 깊은 두 눈.

그런 천마의 두 눈을 마주하며 내가 어색한 어조로 물었다.

그에 천마가 입을 열었다.

“언제까지, 피하려고 하지?”

“…….”

“은설도 이제 어른이다. 너와 혼인까지 하려는 어른. 그런 아이에게 언제까지 숨기고, 외면하게 하려고 하는 거지?”

“…….”

천마의 물음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아니 이 양반이 왜 갑자기 이렇게 진지하게 받아친단 말인가?

게다가 입 밖으로 나온 말도 지극히 정상적인 말이었다.

꼬투리를 잡고 싶었지만, 천마의 말이 틀린 것 하나 없기에 나는 입을 꾹 다물었고, 천마는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은설의 모습을 보았지? 그녀는 이미 사황성주, 백리관을 아버지로, 백리진을 친어머니로 인식하고 있다. 그녀의 마음은 이렇게나 확고한 것을 왜 네가 옆에서 나대지?”

“…….”

거참, 나대다니.

말이 심하다.

내가 조금 과장되게 서은설을 감싸고 그런 것은 사실이지만…… 나대지는 않았다.

아마도 말이다.

“그냥 옆에만 있어 줘, 네 멋대로 생각하고 나서지 말고.”

“…….”

“알겠냐?”

짜증 나게도 할 말이 없었다.

나를 향해 진지하게 조언을 하는 천마의 물음에 나는 상당히 분했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천마의 조언은 지극히 옳았고, 그의 조언을 나는 수용하기로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끝나기에는 너무나도 억울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들어 천마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교주님.”

“왜?”

나의 물음에 다시 특유의 귀찮다는 어조로 대답한 천마.

그런 천마를 보며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왜 멀쩡한 아버지인 척합니까?”

콰앙!

아이고, 죄 없는 대전의 돌바닥만 부서져 버렸다.

* * *

“칼론 경의 상태는 어떤가요?”

“그저 기절한 것뿐입니다. 다행히도 소교주님께서 손속에 사정을 두셨으니 곧 정신을 차릴 것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마궁에 위치한 마의각.

그곳에서 아스나가 걱정스러운 어조로 묻자, 맞은편의 젊은 청년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젊은 청년, 아니 소년의 티를 갓 벗은 어린 청년의 모습에 믿음이 가지 않았을까?

청년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아스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우지 못한 채 청년의 뒤에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칼론을 힐끔 보았다.

그런 아스나의 모습에 청년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걱정 마십시오, 마의 어르신이 병상에 있는 지금, 이곳에서 실력이 가장 뛰어난 이는 저이니까요.”

아스나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청년이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며 아스나를 안심시켰다.

그런 청년의 말에 그제야 아스나는 스스로의 무례함을 깨달았다.

본인 앞에서 못 미더운 표정을 짓다니, 이런 무례가 없었다.

그에 미안해진 아스나가 청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그럴 뜻은 아니었어요.”

“아닙니다, 이해합니다. 제가 어리니 그럴 수 있지요.”

“미안해요.”

“괜찮습니다.”

아스나의 거듭된 사과에 청년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윤무선이라고 합니다.”

“아, 아스나 사파비입니다.”

정식으로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인사를 건네는 윤무선.

그런 윤무선의 행동에 아스나 또한 고개를 숙이며 정중히 인사를 건네었다.

그렇게 서로 통성명을 한 둘은 앞에 위치한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공주님.”

“네.”

차를 한 모금 마신 윤무선.

그의 부름에 아스나가 대답했다.

“주제넘을지 모릅니다만…… 서은설 소성주님 말입니다.”

“네…….”

윤무선의 입에서 나온 서은설이라는 이름.

그 이름에 아스나가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그에 윤무선이 다시 입을 열었다.

“본교에서는 색목인이 익숙해 괜찮지만 중원에서는 색목인이 흔치 않습니다. 폐쇄적이며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중원에서 자라 온 서은설 소성주님은 어린 시절부터 두 눈이 푸른색이라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에게 괴물 취급을 받아 왔지요.”

“……?”

윤무선의 설명에 아스나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의 나라, 파사국에서는 색목인이 평범하다. 오히려 검은 머리 동양인이 보기 힘들 정도?

그래도 파사국에서는 동양인을 괴물 취급하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색의 머리칼과 눈을 지니고 있는 만큼 그들도 그저 검은색의 머리칼과 눈을 지닌 존재였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폐쇄적인 이곳, 동쪽의 대륙은 달랐나 보다.

그에 아스나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말이 끝나지 않았던 윤무선은 다시 입을 열었다.

“서은설 소성주님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버린 친부모는 증오스러운 원수와 같습니다. 그런 소성주님에게 친부모가 누구냐는 물음은 큰 실례였지요.”

“…….”

“다행히도 훌륭한 스승님을 만나 잘 자라 왔지만 그분이 어린 시절부터 받아 왔던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분에게 그만 상처를 주시지요.”

“제가…… 상처를 주는 존재일까요?”

“입장 바꿔 생각해 보십시오. 같은 외모를 지녔지만 공주님은 사랑받으며 자라 왔고, 그분은 괴물 취급을 받으며 자라 왔습니다.”

“…….”

“그분께서 어린 시절부터 받았을 마음의 상처는, 도저히 없앨 수 없는 큰 흉터로 남았겠지요.”

윤무선의 현기 玄機 어린 말.

그 말에 아스나가 고개를 숙였다.

윤무선의 설명을 들으니 얼굴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막연하게 호감을 가졌던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철이 없었던 것인지 알게 된 것이다.

“소교주님은 그런 서은설 소성주님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에 그분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조금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본교가 귀국에 무례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귀국 또한 마찬가지였다는 것을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보게 자네!”

윤무선의 말에 아스나의 뒤에서 있던 앤서가 언성을 살짝 높였다.

그에 윤무선이 고개를 돌려 앤서를 바라보았다.

“주제넘었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고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건네었다.

정중하게 사과를 건네는 윤무선을 보며 앤서는 화를 가라앉혔다.

진심으로 사죄를 하는 이에게 계속해서 화를 내는 것은 기사답지 못한 행동이니 말이다.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윤무선의 사과로 인해 불편한 침묵이 잠시 감돈 후.

깊은 생각에 빠져 있던 아스나가 자책 어린 목소리와 함께 침묵을 깨트렸다.

“그녀에게 친부모를 물어본 저의 행동은 정말…… 이기적이고 못된 행동이었군요.”

부모에게 버려지고, 수많은 상처를 받으며 자라 온 서은설.

그녀에게 친부모를 물어보고, 혹시 자신의 가족은 아닐까 의심한 것 자체가 그녀에게 큰 실례라는 것을 깨달은 아스나는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윤무선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알면 된 것이지요.”

“이보게!”

자책하며 반성하는 아스나에게 웃으며 알면 되었다는 윤무선의 행동.

그 무례한 행동에 분노한 앤서가 다시 화를 내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그에 윤무선이 고개를 돌려 앤서를 바라보았다.

“사실이니 알려 드리는 것이 맞지요. 제가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공주님은 평생을 몰랐을 것입니다. 세상이 아름답기만 한 공주님이니 주변 사람들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겠지요. 절박하고 힘든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모른 채.”

“공주님께서 자책하며 반성하고 계신다. 헌데 굳이 그렇게 말을 모질게 했어야 하나?”

“그래야 알아듣지요, 그리고 당신들이 서은설 소성주님에게 한 말은 생각 안 나시는지요.”

연회장에서 서은설에게 무례를 범했던 파사국의 인물들.

그런 인물들의 행동을 콕 짚어 윤무선이 말하자 앤서가 얼굴을 붉혔다.

윤무선의 말 중에 틀린 것은 하나 없었다.

서은설의 입장과 상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놀람, 믿기지 않는 감정만 앞세워 그녀에게 상처를 주었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분은 공주님이시다. 네놈과 같은 의원 나부랭이가 무례한 발언을 내뱉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란 말이다.”

이 말을 감히 공주인 아스나에게, 그것도 한낱 의원에 불과한 윤무선이 말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주제도 모르고 당돌하게 말한 윤무선을 보며 앤서가 경고 어린 어조로 말하자.

그에 윤무선이 지지 않겠다는 듯 앤서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제가 의원인 것을 떠나, 당신들이 상처 준 그분은 장차 본교의 대부인이 되실 분입니다. 장차 교주님이 되실, 소교주님이 가장 사랑하는 여인이고.”

“아직은 아니지 않나!”

“그거참, 세상 살아가기 편한 생각 방식이군요. 모든 세상이 다 원하는 대로 보이겠습니다.”

앤서의 억지 어린 대답에 윤무선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어이가 없다는 듯 비웃음이 담긴 윤무선의 웃음에 앤서가 얼굴을 붉혔다.

윤무선이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가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모습은 상당히 못났다는 것을 말이다.

그에 부끄러웠지만 앤서는 공주인 아스나의 안위가 가장 우선.

아스나에게 무례를 저지른 윤무선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가진 것 없이, 그저 당돌하기만 한 윤무선에게 겁을 주기 위해 앤서가 막 기운을 끌어 올리려던 순간!

“거기까지 하지?”

한 노인이 안으로 들어서며 앤서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강력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그 기운이 자신의 차크라에 간섭하여 순식간에 무력화시켜 버리자 앤서는 놀란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종조부님.”

그런 앤서의 시선을 뒤로하고 노인, 천마신교의 우호법인 윤무천의 등장에 윤무선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예를 갖추었다.

“되었다.”

그런 윤무선의 인사에 윤무천은 손을 가볍게 흔들며 말한 다음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놀란 표정을 넘어 이제는 경계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앤서를 바라보았다.

“하나밖에 없는 종손에게 고작 의원이라 하였나?”

“누구시오.”

싸늘하기 그지없는 윤무천의 물음에 심상치 않음을 느낀 앤서가 경계 어린 어조로 물었다.

그에 윤무천이 입을 열었다.

“우호법, 윤무천이다.”

“!!”

“그리고 이 녀석은 나의 종손이자 마의 형님의 친손자이다. 수많은 교인들을 살려 내는, 본교에서 보물과도 같은 의원이고.”

“!!”

전혀 알지 못했다.

갓 소년의 티를 벗은 어린 청년.

발칙하게 훈수를 두고, 자신을 비웃었던 어린 청년이 파사국에도 명성이 자자한 명의, 마의의 친손자라는 것을 말이다.

그에 앤서는 물론, 아스나까지 놀란 표정을 짓자 윤무천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이 녀석은 고작 의원이 아니다. 본교에서 보물과도 같은 녀석이며, 장차 마의의 뒤를 이어 교주님을 진찰할 귀한 의원. 방금 그 발언은 상당히 무례했다.”

“…….”

질책 어린 윤무천의 말에 앤서가 순간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에 윤무천은 혀를 가볍게 찼고, 다시 입을 열었다.

“무선이가 한 발언도 어느 정도 무례하였으니 그냥 넘어가는 거로 하지.”

“알겠소.”

한발 물러난 윤무천의 말.

그 말에 앤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뒤로 물러났고, 아스나는 고개를 들어 윤무천을 바라보았다.

“연회 때 보지 못했네요. 아스나 사파비입니다.”

“반갑습니다. 본교에서 밥이나 축내는 늙은이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아스나가 정중히 인사를 건네자 윤무천 또한 허허롭게 웃으며 예를 갖추었다.

천마신교의 인물 중 유일하게 정상적으로 인사가 통한 윤무천.

아스나는 그런 윤무천을 보며 입을 열었다.

“우호법님, 한 가지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무엇입니까?”

“저는 서 소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대략적으로라도 알려 주십시오.”

“공주님!”

아스나의 부탁에 뒤에 있던 앤서가 아스나를 말렸다.

하지만 아스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윤무천을 바라보았고, 윤무천은 그런 아스나의 두 눈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대충 들어 보니, 소교주의 약혼녀와 얽히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던데…… 어찌 알려고 하는 겁니까?”

“가족일 수도 있으니까요.”

윤무천의 물음에 아스나가 대답했다.

그에 윤무천이 다시 입을 열었다.

“소교주의 약혼녀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입니다.”

“당장은 그렇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 상처를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당사자가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서 소저를 알고, 천천히 다가가겠습니다. 그리고 이해하고, 사죄할 것입니다.”

“공주님이 사죄할 것이 무엇 있겠습니까. 소교주의 약혼녀는 공주님의 가족이 아닌 것을.”

아스나의 말에 윤무천이 차가운 어조로 딱 잘라 말했다.

그에 아스나는 입을 다물었고 윤무천은 걸음을 옮겨 윤무선의 뒤에 섰다.

“더 이상 나눌 이야기는 없겠습니다.”

이 공간의 주인인 윤무선.

그의 뒤에 선 윤무천의 축객령에 아스나는 입술을 깨물었고.

“공주님.”

앤서의 부름에 아스나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 다음 방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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