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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244화 (244/275)

제244화

제244장 대단한 사랑꾼 愛者

에휴, 정말 피곤하다.

금방이라도 죽여 버릴 듯 살기등등한 기세와 눈빛으로 파사국의 인물들을 노려보는 장로들과 본교 소속 무인들의 모습에 나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망할 천마신교인들은 적당히라는 것이 없었다.

단일 종교의 특성에 혀를 차던 것도 잠시 나는 내공을 살짝 끌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모두 그만.”

움찔.

깊게 깔린 나의 목소리.

작은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심후한 내공으로 인해 넓은 연회장 끝까지 똑똑하게 울려 퍼지는 그 소리에 장로들과 무인들이 움찔하며 기세를 거두었다.

압도적인 나의 힘에 굴복되어 기개가 꺾인 것이었다.

그렇게 힘으로 장로들과 무인들의 기세를 진정시킨 나는 몸을 돌려 이 사건의 발단. 거만한 자세로 앉아 있는 천마를 올려다보았다.

“교주님.”

“말해라.”

나의 부름에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인 천마.

그런 천마의 모습에 나는 살짝 짜증이 났지만 겉으로는 티 내지 않으며 정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혹, 파사국의 선물이 왜 마음에 들지 않으신지요?”

“그걸 내가 왜 이야기해야 하지?”

“그걸 알아야 저희도 그것을 명분으로 파사국의 인물들을 벌할 것 아닙니까?”

“오.”

나의 말에 옆에 있던 마뇌가 감탄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여기서 그나마 정상적인 머리를 유지하고 있는 존재가 마뇌였기에 나의 의중을 알아차린 것이다.

상대인 파사국을 낮춤과 동시에 본교를 높이는 화법.

이 단순 무식한 화법이 교도들에게는 최상의 화법이었다.

그런 나의 뜻도 모르고, 그저 파사국을 벌하겠다는 나의 말에 전 무인들의 시선이 천마를 향했다.

과연 어떤 이유인지, 또 어떻게 벌을 내릴지 기대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 무인들의 시선에 천마가 내키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퉁명스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노출이 심하다.”

“…….”

“천마의 부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의복. 그것을 선물하는 것 자체가 본교에 대한 큰 실례다. 당장이라도 죽여…….”

“감사합니다, 교주님.”

거기까지.

알겠다.

저 양반, 자기 여자의 살결이 노출되는 것이 싫어서 이 사달을 낸 거다.

아주 대~단한 사랑꾼 납셨다.

천마의 속뜻을 전부 파악한 나는 말을 함과 동시에 기운을 끌어 올리는 천마를 향해 말했다.

그러자 천마는 입을 다물었고, 곧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냐고?

그 이유는 바로 천마의 말과 기세의 절묘한 순간에 파고들어 끊어 버렸기 때문이다.

천마의 말을 끊는다.

그것은 사지가 찢기고 일가족이 몰살당하여도 문제없는 중죄였지만.

스윽.

나는 괜찮았다.

이미 어느 정도 본교를 잡아먹은 상태였으니 말이다.

살기 어린 천마의 시선을 무시하고 옆으로 돌아선 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아스나를 바라보았다.

이해했다. 그녀 또한 나만큼이나, 아니 나보다 더 어이가 없을 것이다.

고작 그런 이유로 파사국과 척을 지려고 하다니.

보통의 상식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천마신교의 교주가 저런 성격인 것을.

그 사실이 괜히 부끄러워진 나는 속으로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그러고는 다시,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스나 공주.”

나의 부름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던 아스나의 얼굴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최대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조금 전, 나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어머니에게 드릴 선물은 목부터 발목까지 모든 것을 가린 아름다운 옷, 드레스라는 것이라고.”

“에……?”

“조금 전, 연회장에 오기 전에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습니까?”

갑작스러운 나의 말에 그녀가 벙 찐 표정을 지은 것도 잠시, 이어진 나의 말에 그녀가 무언가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네 맞습니다! 노출이 하나도 없으면서도 본국의 문화와 맞는 양식의 옷입니다! 재질 또한 대륙에서 사용하는 비단이 아닌 본국에서 사용하는 옷감으로 두꺼운 비단과 달리 시원하며, 동시에 부드러워 자연스럽게 옷 끝이 접혀 몸매가…… 아니, 전체적인 형태가 살아나는 드레스입니다!”

위험했다.

몸매라는 단어.

그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려는 아스나를 보며 내가 눈에 힘을 빡! 주자 눈치 빠른 그녀가 순식간에 잘못을 파악하고는 말을 고쳤다.

그런 아스나의 절박한 어조가 통했을까?

천마의 시선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그에 나는 다시 몸을 돌려 천마를 바라보았다.

“교주님, 이곳은 사신으로 방문한 파사국의 사절단을 환영하는 연회입니다. 파사국의 성의를 무시하지 않고 받으심이 어떠하십니까?”

“흐음…….”

“파사국은 본교에 큰 도움이 되는 곳입니다.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는 더욱더 긴밀한 관계가 되어야겠지요.”

마정회동으로 인해 얻은 자유 교역권.

그것을 언급한 나의 말에 천마가 혀를 살짝 찼다.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나의 말이 맞았기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은 다음 고개를 돌려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그런 나의 시선에 고개를 끄덕인 어머니.

그녀가 고개를 돌려 천마를 바라보았다.

“교주님, 저는 공주와 좋은 시간을 보내었어요. 좋은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아요.”

“그런가?”

“네.”

천소화의 물음에 천마가 조금은 부드러워진, 아니 나를 향해 단 한 번도 내지 않았던 어조로 물었고, 그에 천소화가 대답하자 천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모두 앉아라.”

“명!”

다시 만사가 귀찮다는 어조로 모든 장로들에게 명을 내렸고, 장로들과 교의 무인들이 짧게 대답한 다음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사건이 일단락이 되고.

-미안합니다.-

나는 키예프와 앤서, 그리고 아스나에게 전음을 보내어 사과했다.

성격 뭐 같은 아버지를 둔 아들의 사과.

그 사과에 키예프와 앤서는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나의 시선을 피했다.

뭐 그럴 만도 했다.

파사국은 솔직히 말해서 본교에 꿀릴 만한 곳이 아니다.

따지고 보자면 대륙의 주인, 명 황실과 비슷한 세를 지닌 곳으로 서역의 대제국이다.

물론 본교도 거기 꿀리지는 않을 것이다.

명 제국 황실에 버금가는, 아니 오히려 더 넘어가는 자금력과 천마라는 단결점이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다시 말하자면 파사국은 이렇게 본교에 무시당할 처지는 아니다.

정상적이지 않은 본교의 행동에 최대한 참고 있는 것이지.

그에 키예프와 앤서의 불편한 심기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미소를 지어 보였고, 그에 아스나가 나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괜찮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망할 천마의 변덕.

아니. 자기 여자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로 인해 박살 날 뻔했던 연회는 다시 시작되었다.

진짜, 피곤해서 소교주 못 해 먹겠다.

* * *

‘개판이네.’

분명히 즐거워야 할 연회.

그 연회가 개판이 되어 버렸다.

좀 전에 있었던 일로 인해 파사국의 기사들은 술은커녕 음식도 먹지 않고 주변을 경계하였다.

그에 본교의 무인들 또한 그런 기사들을 바라보며 술과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호승심을 보이고 있었다.

자신들과 다른 문화, 무공을 지닌 기사들이었기에 무인들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존재일 수밖에.

그 살벌한 공기로 가득한 연회장 속에서 키예프와 앤서, 그리고 장로들까지 모두 음식과 술을 먹지 않았고, 그로 인해 이곳은 연회장임에도 불구하고 전운 戰雲이 감도는 형세가 되었다.

그런 형세에 어머니와 아스나 공주가 불편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이마를 문지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공주.”

고개를 들어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스나를 바라보았다.

나의 부름에 구세주라도 만난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린 그녀.

나의 부름으로 인해 그녀는 물론, 모든 기사들과 무인들의 시선이 나를 향해 쏠렸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파사국의 문화는 어떻습니까? 본교와 많이 다르지요?”

“음…… 건축 양식부터가 다른 것 같아요.”

“아 들었습니다. 파사국이나 서역의 나라는 높은 돌탑을 세우는 양식이라지요? 제국의 황성은 아주 높고 뾰족한 탑이라던데…….”

“네, 건축 양식이 그렇다 보니 미술 또한 돌을 깎는 쪽으로 발달이 되어 있습니다.”

“아, 돌 조각상은 많이 봤습니다. 본교에도 파사국의 상인들은 많으니까요.”

“어머, 기분 좋은 말이네요. 본국의 귀족들도 동쪽의 비단옷을 많이 입어요, 차 또한 동쪽의 차가 가장 비싸게 팔리고요.”

“그거 좋은 이야기이군요.”

아스나의 대답에 나는 상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기사들과 무인들.

그들에게 보란 듯이 나와 아스나는 대화를 나누었다.

아주 친한 벗이 오랜만에 만난 듯 사이좋게 말이다.

그런 우리 둘의 노력이 통했을까?

기사들의 경계심이 조금씩 낮추어지기 시작했고 동시에 무인들의 시선이 술과 음식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각 세력의 대장 격인 나와 아스나가 서슴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그들 또한 긴장감이 해소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와 아스나의 대화로 인해 연무장의 분위기가 밝아지려던 순간.

“아, 그러고 보니 소교주님의 약혼녀분도 같이 오셨다 하지 않았나요?”

서은설의 이야기를 꺼내어 버렸다.

하필 지금, 은설의 이야기를 꺼내는 아스나의 행동에 나는 순간 움찔했고, 그로 인해 다시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순식간에 차가워진 나의 모습에 본교의 무인들은 금방이라도 일어날 자세를 취하였고, 파사국의 기사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 분위기에 정신을 차린 나는 다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황급히 입을 열었다.

“하하, 아무래도 조금은 피곤한 것 같아…….”

“그런가요……?”

순식간에 어색해진 공기.

그 공기를 느낀 아스나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주제를 잘못 꺼내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후우…… 그녀의 잘못이 아니다.

나도 순간 당황해 얼굴을 굳히는 것은 물론 기운을 끌어 올리고 말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애써 살린 분위기는 다시 개판이 되어 버렸고,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앞에 놓인 술잔을 들이켰다.

진짜, 소교주 해 먹기 힘들다.

빨리 교주가 되든 해야지 원.

그렇게 스스로의 위치에 혀를 차던 것도 잠시.

나는 곧 익숙한 기운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천마를 바라보았다.

씨익.

그런 나와 눈이 마주친 천마.

그가 씨익 미소를 지었고, 그에 불안감을 느낀 나는 황급히 입을 열려고 했지만.

“들라 하라.”

천마의 입이 더 빨랐다.

천마의 입에서 나온 말.

그 말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흔들리는 눈동자로 문을 바라보았고, 곧.

쿠우웅!

연회장의 문이 열리고, 그 사이로.

또각또각.

내가 선물해 주었던 아름다운 신, 그리고 새하얀 바탕에 푸른색의 비단으로 멋을 낸 옷, 곱디고운 칠흑 같은 머리칼과 보석 같은 푸른 두 눈, 거기에 새하얀 피부까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고 가슴 떨리는, 마치 바다의 여신과도 같은 모습을 한 서은설이 걸어 나왔다.

아스나와 같은 이목구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다른 분위기를 보여 주는 서은설.

그녀의 등장에 본교의 무인들은 물론.

“!!”

파사국의 기사들까지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다.

본교의 무인들은 서은설의 존재가 나의 약혼녀인 것을 알고, 그 존재가 파사국의 공주와 비슷하게 생겨서 놀란 것이고, 기사들은 자신이 모시는 공주와 똑같은 얼굴을, 하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이는 신비스러운 여인의 등장에 놀란 것이다.

그렇게 놀란 사람들 틈 사이로.

서은설은 기품 어린 발걸음으로 연회장 정중앙으로 걸어왔고, 곧.

“늦어서 죄송합니다, 교주님.”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연회에 늦은 것에 대한 사죄를 구하였다.

그에.

“괜찮다.”

천마와는 어울리지 않는 용서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그에 무인들은 두 눈을 부릅떴지만 천마는 신경 쓰지 않았고.

“감사합니다.”

서은설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천마에게 감사를 표하였다.

또각.

그러고는 걸음을 옮겼고, 곧.

“실례할게요.”

“앉으세요, 서 소저.”

사마천의 옆, 장로들의 아래에 위치한 의자에 앉았다.

아직 나와 혼인을 치르지 않았기에 그녀는 공식적으로 외부인이었다.

그렇다 보니 장로보다 낮은 단에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은설……?-

갑작스러운 서은설의 등장.

그 등장에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전음을 보내었다.

하지만.

“…….”

돌아오는 대답은커녕, 그녀는 나를 향해 시선도 돌리지 않았다.

그에 나는 가슴이 시큰거리는 것을 느꼈지만 애써 무시했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단진 녀석의 말대로.

아직은 서은설에게 더 시간을 줄 생각이었다.

아직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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