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242화 (242/275)

제242화

제242장 착한 아이 善兒

“미안해요, 언니.”

원 없이 울어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을까?

처음의 떨리던 목소리와 달리, 조금은 차분한 목소리로 서은설이 야율령에게 사과를 건네었다.

그런 서은설의 사과에 살짝 미소를 지은 야율령이 입을 열었다.

“뭐가 미안해, 그냥 옆에 있어 준 거뿐이야. 괜찮아.”

야율령 특유의 차분한 어조,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그 말투에 위로가 된 서은설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파사국의 공주가 왔다는 이야기 들었어요?”

“응, 왕족의 첫 방문이라 본교가 떠들썩하더라.”

소화각에서 주로 꽃을 가꾸고, 산책과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생활을 하는 야율령이었기에 바깥소식에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그에 어린 시절부터 야율령과 친하게 지내 온 유화가 매일 저녁마다 찾아와 야율령의 말벗이 되어 주었다.

그 대화 속에는 신교의 정세가 들어 있었고 말이다.

또한 별일이 없으면 천소화와 매일같이 점심을 함께하며 이야기를 나누었기에 야율령은 비교적, 신교의 정세에 대해 밝은 편이었다.

그런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서은설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이 저와 자매인가 봐요. 파사국에서는 악마의 자식이라며 두려워하는 쌍생아 雙生兒.”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마치 남의 일이라는 듯 서은설이 말했다.

그 말투 속에 들어 있는 충격적인 내용, 그 내용에 야율령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다시 차분한 표정으로 돌아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에 서은설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우연히 만났는데, 저랑 똑같이 생겼더라고요. 머리카락과 눈 색만 다르고.”

“그랬구나…….”

“네, 이목구비가 정말 똑같았어요, 머리카락과 눈 색만 같았다면 아마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

서은설의 말에 야율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떠한 반응을 하는 것보다 묵묵히 들어 주는 것이 좋다고 판단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 야율령의 행동이 옳았을까?

서은설의 아무렇지 않은 어조가 계속되었다.

“그 사람, 참 활발했어요. 사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 또한 맑았고 구김살이 전혀 없었어요. 울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는 먼저 다가와 이야기를 들어 주려고 하더라고요. 처음 보는,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도 말이에요. 참 좋은 사람이었어요.”

“…….”

“그 사람은 친부모에게 사랑을 받아 왔고, 또 같은 생김새의 사람들에게 모두 사랑받으며 자라 왔겠죠? 그러니까 그렇게 밝고 좋은 사람이 된 거겠죠?”

“…….”

“알아요, 저도 스승님과 이모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왔어요. 또 생김새가 다른 저를 귀여워해 주던 대주님들도 있었고요.”

“…….”

“하지만, 저는 어린 시절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눈이 파랗다는 이유 하나로 괴물 취급을 받았어요, 길거리를 나가면 마치 흉물을 보듯, 두려워하며 나를 바라보았지요. 도망가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

“하지만 그 아이는 안 그랬겠죠, 아니, 오히려 길거리를 나가면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고 찬양했겠죠, 생김새가 자신들과 같고 또 자신들의 공주였으니까.”

“…….”

“저는 그 사람이 싫어요. 뭐 하나 잘못한 거 없는, 순수하고 맑은 그 사람이 너무나도 싫어요. 언니 저 못났죠?”

“아니.”

묵묵히 서은설의 이야기를 들어 주던 야율령, 그녀가 서은설의 물음에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에 서은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야율령이 다시 차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게 당연한 거야. 마땅히 너도 받아야 했을 사랑, 그걸 그 사람 혼자 받았으니까.”

“그렇지만 그 사람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은설아.”

서은설의 부정 어린 어조에 야율령이 고개를 돌려 서은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단호한 어조로 말이다.

그런 야율령의 말에 서은설이 입을 다물었고, 야율령은 그런 서은설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착해지려고 하지 마.”

“…….”

“왜 착한 아이가 되려고 해? 그 사람이 미운 건 당연한 거야.”

“그 사람은 죄가 없잖아요.”

“그렇겠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네가 너무 억울하잖아.”

“…….”

“원 없이 미워해. 그렇게 미워하다가 나중에 용서해.”

“…….”

“넌 그래도 돼.”

“그럴까요?”

“응.”

서은설의 떨리는 물음에 야율령이 확실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에 서은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역시 저는…… 그 사람이 미워요.”

“그래.”

서은설의 대답에 야율령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야율령은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이 밉다는 서은설이 나중에는 그녀를 용서하고 잘 지낼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 * *

“키예프, 뭔가 이상하지 않아?”

장로전의 연무장에서 보았던 흑발 청안의 아름다운 여인.

소교주가 급히 데리고 가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알 수 있었다.

그 여인의 이목구비가 자신들의 공주인 아스나와 똑 닮아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아니, 똑같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의문의 여인을 떠올리며 앤서가 묻자 키예프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앤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리 세상에 비슷한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너무 똑같아, 마치 쌍…….”

“거기까지.”

앤서의 말에 키예프가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그런 키예프의 경고와도 같은 말에 앤서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짜증 어린 어조로 입을 열었다.

“너도 그 병X 같은 미신을 믿는 거냐?”

파사국에 전해져 내려오는 미신.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그 미신은 똑같은 얼굴을 지니고 태어나는 쌍생아는 어둠과 빛을 공존하고 있는 악마로 태어나자마자 죽이지 않는다면 가정은 물론 나아가 나라와 세계까지 멸망시킬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파사국이 건립되기 전부터 내려오던 오래된 미신.

그 미신을 언급하며 앤서가 짜증 어린 어조로 말하자 키예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럼 뭐야 그 반응은?”

“만약 그 여인이 아스나 공주님의 혈육이라면…… 폐하의 입지가 흔들려.”

악마의 자식, 쌍둥이를 낳았음에도 그 사실을 은폐한 황제, 레토의 입지가 흔들린다.

모든 백성들의 지아비와도 같은 황제가 백성들의 생명보다 자신의 피붙이를 더 우선시했으니 말이다.

“…….”

“그러니 그 사실은 언급하지 마. 그저 명 제국에 우연히 아스나 공주님과 같은 얼굴을 지니고 있는 여인이 있었던 것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너무 똑같아. 기사들이 본다면 분명…….”

“그저 닮은 것뿐. 아니다.”

“키예프.”

“분위기가 완전 다르잖아. 그 여인은 침착하고 차분한 분위기였어. 활발한 공주님과는 달라. 그저 이목구비가 비슷할 뿐, 전혀 다른 사람이야.”

계속해서 그 여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자신의 벗, 키예프를 보며 앤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더 이상의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그때, 밖에서 들려오는 호들갑 어린 아스나의 목소리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키예프와 앤서가 반사적으로 미소를 지었다.

자신들이 모셔야 할 공주이지만, 그것을 떠나 손녀와도 같은 아스나였기에 저 밝은 목소리가 기분 좋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벌컥!

그렇게 미소 짓기를 잠시!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아스나를 보며 키예프와 앤서가 일어났다.

“어서 오십시오.”

“왜 이렇게 신나셨습니까?”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반겨 준 키예프와 앤서.

그런 둘을 보며 아스나가 환한 미소로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나, 나랑 똑같은 사람 봤어요!”

“!!”

“…….”

“진짜! 저랑 똑같이 생겼어요! 엄청 신기하죠!”

환한 미소를 지으며 호들갑을 떠는 아스나.

자신의 쌍둥이 자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저 신나 있는 그녀를 보며 키예프와 앤서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당연했다.

자기 자신이 미신 속, 악마의 자식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테니 말이다.

“그분과 이야기는 해 보셨습니까?”

아스나의 말에 침묵을 지키던 키예프 대신 앤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키예프의 눈치를 보며 말이다.

그런 앤서의 물음에 키예프가 인상을 찌푸렸지만 아스나의 대답이 더 빨랐다.

“아니요…… 저를 보고 살짝 놀라더니 바로 가 버리더라구요.”

언제 신났냐는 듯 금방 침울해진 아스나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앤서가 떨리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바로…… 가 버렸다고요?”

“네, 이야기 나누고 싶었는데…… 아쉬웠어요.”

앤서의 물음에 아스나가 아쉬운 어조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런 아스나의 대답에 앤서와 키예프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같은 외모를 지닌 상대다.

처음 보는 상대가 말을 걸어도 대답하는 것이 사람이다. 헌데 자신과 같은 외모를 지닌 인물이다?

호기심에라도 대답을 할 것이다.

그런데 그대로 가 버렸다?

아무래도 수상하지 않은가.

그에 앤서가 묘한 표정을 짓자 키예프가 차가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호기심, 집어넣어라.”

젊었을 때부터 타고난 호기심으로 여기저기 헤집고 다녔던 앤서.

그런 앤서의 성정을 잘 아는 키예프가 경고하자 앤서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왜요? 뭐가요?”

그런 둘의 모습에 수상함을 느꼈을까?

아스나가 고개를 불쑥 내밀며 물었다.

“하하!”

“허허, 어서 준비하시지요.”

그런 아스나의 행동에 앤서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고, 키예프는 아스나에게 연회를 준비할 것을 강요했다.

누가 봐도 말을 돌리려는 모습이었다.

그런 둘의 행동에 아스나가 눈을 흘기며 두 명을 바라보았다.

“이 할아버지들이…….”

“껄껄, 예쁜 드레스 입으셔야지요! 어서 가시지요!”

파사국에서 들고 온 검은 드레스.

어두운 색깔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천마신교의 문화를 존중하기 위해 일부러 검은 드레스를 챙겨 왔다.

무려 일주일이나 고민해서 고른 검은 드레스.

그것을 언급하며 앤서가 말하자 아스나는 입술을 삐죽이면서도 걸음을 옮겼다.

앤서의 말대로 그 드레스를 입어야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아스나가 드레스를 입으러 가고, 키예프와 앤서 또한 연회에 참가하기 위해 기사 정복을 입으러 갔다.

키예프와 앤서가 움직이자, 파사국의 모든 기사들이 기사 정복을 갈아입었고, 곧 모든 정복을 갖추어 입은 기사들이 키예프와 앤서의 뒤로 정렬했다.

그렇게 모든 기사들이 준비가 되자.

벌컥.

아스나가 기거하고 있는 방문이 열렸고.

스윽.

기품 어린 블랙 드레스.

검은 드레스 사이로 드러난 새하얀 피부로 인해 고혹적이고, 매혹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아름다운 여인이 등장하였다.

평소 활발한 모습이 아닌, 한 나라의 공주, 아니 마치 여왕 같은 기품과 위엄을 보이는 아스나를 보며 기사들은 감탄했고, 곧.

“충! 공주님을 모시겠습니다!”

그들 모두가 검을 검집째 들어 가슴 앞에 대며 짧고 강렬하게 소리쳤다.

그에 아스나가 살짝 미소를 지었고, 곧.

“가요.”

그녀가 말했다.

그녀의 말과 동시에 모든 기사들이 고개를 살짝 숙였고, 그녀가 가장 선두에 서서 걸음을 옮기자 키예프와 앤서, 그리고 나머지 기사들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