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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240화 (240/275)

제240화

제240장 진실 眞實

“후우…….”

“…….”

놀란 표정의 키예프와 앤서를 뒤로하고.

나는 서둘러 서은설의 손을 잡고 천마궁에 위치한 나의 전각에 들어섰다.

소교주인 나의 허락이 없는 한 천마 이외의 그 누구도 출입할 수 없는 이곳.

안전한 이곳에 들어서고 나서야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러고는 아무런 말 없이 그저 나를 바라보기만 하는 서은설을 바라보았다.

“미안, 은설. 갑자기 놀랐지?”

서은설의 두 손을 꽉 잡으며 나는 아무런 말 없이 나를 따른 서은설에게 부드러운 어조로 사과를 건네었다.

그런 나의 사과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늘 미소를 지어 주며 괜찮다 해 주는 평소와 달리, 굳은 얼굴로 나를 향해 묻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처음 보는 색목인.

뛰어난 무인으로 보이며, 파사국의 높은 지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키예프와 앤서가 자신을 바라보며 놀랐던 것과, 그런 그들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 이곳까지 반강제로 끌고 오다시피 한 나의 행동까지.

바보가 아닌 이상 이상함을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물론, 우리 은설이는 바보가 아니었고 말이다.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는 서은설의 질문에 나는 잠깐 멈칫했다.

그러기를 잠시. 나는 서은설의 손을 가볍게 잡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스윽.

서은설의 손을 놓은 후 비어 버린 손을 위로 들어 어린 시절부터 나와 함께했던, 나에게 있어서 한 번의 기회를 더 준 고마운 목걸이.

부적과도 같은 그 목걸이를 꺼내 들자 나와 같은 목걸이를 지니고 있는 서은설이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

갑작스럽게 꺼낸 나의 목걸이.

그에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 곧 비어 있는 다른 손을 들어 서은설의 목에 걸린 나머지 목걸이에 손을 얹었다.

그녀는 군말 없이 내가 목걸이를 뺄 수 있도록 목을 빼 주었고, 나는 그녀의 목에서 목걸이를 꺼낸 후 곧 두 개의 목걸이를 합쳤다.

그러자 보였다.

“하하.”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선명한 보름달이 정교하게 조각된 황금색의 목걸이가 말이다.

그 문양을 보며 미소를 짓던 것도 잠시, 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 우리가 목걸이를 이렇게 합쳤을 때 일어났던 기이한 현상. 기억나?”

어린 시절.

서은설이 본교에 찾아왔을 때의 추억을 언급하며 내가 묻자 서은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때, 목걸이에서 금색의 빛이 뿜어져 나왔었지. 그러고 네가 기절했었고.”

“맞아, 사실 그때 네가 너무 어렸기에 말하지 못했던 게 있어.”

“무슨 말이야?”

진지한 나의 목소리에 서은설이 낮은 음성으로 물었다.

나의 입에서 나올 말이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그에 나는 침을 한번 삼키고는.

“그 빛이 나를 덮쳤고 그 빛에 의해 기절한 나는 하나의 장면을 보게 되었어.”

“무슨 장면?”

“색목인이 가득한 방 안, 그리고 그곳에서 태어난 두 명의 갓난아기.”

“……?”

“그래, 흔히 말하는 쌍생아, 바로 같은 시각에 태어난 쌍둥이였어.”

“설마……?”

나의 입에서 나온 말.

그 말에 서은설이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에.

“맞아, 아무래도 너인 것 같아.”

“그걸 왜…….”

“미안해.”

면목이 없었다.

이제 와서 이런 이야기를 해 주는 내가 얼마나 미울까.

옆에서 서은설이 친부모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또 어려서부터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얼마나 차별을 받아 왔는지 알기에 나는 그녀에게 더더욱 면목이 없었다.

면목이 없다는 듯 내가 고개를 떨구자 서은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그 짧은 침묵에 불안감을 느낀 나는 고개를 들었다.

“아…….”

그러자 보였다.

뚝.

그녀의 맑은 두 눈에서 흐르고 있는 투명한 물이 말이다.

좀처럼 보기 힘든, 그녀의 눈물에 나는 당황해하며 순간 말문이 막혔고, 이어진 그녀의 원망 어린 눈빛에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아파 왔다.

“왜 나에게 미리 이야기 안 한 거야?”

“그게…….”

“날 납득시켜.”

울음을 억지로 참는 듯, 입술을 세게 깨물며 나에게 기회를 주려는 그녀.

그런 서은설의 모습에 나는 코끝이 시큰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미울 것이 분명하면서도 어떻게든 나를 미워하지 않으려는 그녀의 행동에 더 미안해졌고, 고마웠다.

그에 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고, 곧 입을 열었다.

“파사국에서는 한 어머니의 배에서 동시에 태어난 아이는 악마의 자식이라고 해. 파사국 이전의, 고대부터 어둠과 빛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아이라 하여 불결해하며 두 아이를 죽이곤 했지.”

“…….”

“그래, 네 아버지와 어머니는 차마 너를 죽일 수가 없어서 너를 버린 거야. 만약 욕심을 내어 두 아이를 다 키우려고 했다면 세상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부모가 자식을 버릴 수는 없었다.

진정한 부모라면 산속에 들어가서 남들의 시선을 속이고 아이들을 키우겠지.

나 또한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의 부모님은 파사국의 황제와 황후. 모든 백성들이 황제의 아이가 곧 태어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고대하고 있었지. 평범한 아이가 아닌, 다음 세대를 책임질 위대한 존재였으니 말이야. 거기에서 만약 황제의 아이가 쌍생아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물론, 그런 아이들을 낳은 황후와 황제까지 손가락질을 받았을 거야. 아마 악마를 잉태했다는 이유로 황후, 황제까지 자리에서 폐위되었을 수도 있겠지.”

“…….”

“너희 부모님은 차마 두 아이를 죽일 수는 없었을 거야. 그렇다고 두 아이를 키울 수도 없었지. 그래서 두 아이 중 한 명인, 너에게 파사국의 문장인 이 목걸이를 걸어 주고는 최대한 먼 곳에서 너를 버린 것 같아. 파사국과는 교류가 잘 없던, 머나먼 땅. 이곳 동쪽에, 부디 좋은 부모를 만나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면서 말이야.”

“…….”

“어린 시절, 이것을 교주님과 숙부에게 말했고, 그 결과 아직 어린 너에게는 이 사실을 숨기기로 했어. 그리고 영원히 묻어 두자 했지. 너는 누가 뭐라 하더라도 숙부님의 딸이었으니 말이야. 하지만, 이번에 아무래도 너의 형제가…… 본교에 온 것 같아. 그에 아까 그 노인들이 놀랐던 것이고.”

“스승님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단 말이야?”

아차,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달래기 위해 온갖 말을 내뱉다 보니 선을 넘어 버렸다.

졸지에 스승님의 이름까지 팔아 버린 나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순간 벙 쪘다.

스윽.

그에 서은설이 두 손을 뒤로 빼며 나의 손을 놓았다.

그에 순간 굳어 버렸고.

“아…….”

나의 처소를 벗어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도저히…… 그녀를 잡을 수가 없었다.

* * *

‘아…… 아니에요, 공주. 우리 나중에 봐요.’

“뭘까.”

조금 전.

소교주가 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자신에게 했던 천소화의 말이었다.

당황한 표정과 어조로, 처음 보았던 기품은 온데간데없는 낯선 그녀의 모습.

그 모습에 아스나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만 나가라는 뜻이 포함된 천소화의 축객령을 무시할 수 없어 어색한 표정으로 방문을 나섰다.

후에 시녀인 유화에게 물어보려고 문 앞에서 잠깐 기다렸지만 유화는 나오지 않았고, 유화를 대신하여 자신을 지마궁에 있는 기사들에게 모시겠다는 무인의 말에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 대원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낯선 천소화의 모습에 고민을 하던 것도 잠시.

아스나는 곧, 이곳으로 귀환했다는 소교주의 존재를 떠올리고는 앞서 걸음을 옮기는 무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저기…… 소교주님은 어떤 분인가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그녀의 물음.

꿈속에서 보았던 사내만큼이나 잘생겼던 천마와, 동양의 아름다움과 기품을 간직한 천소화의 아들.

내심 그 둘의 조화를 기대했던 아스나가 묻자.

“대단하신 분입니다.”

걸음을 옮기던 무인이 걸음을 멈추고는 아스나를 바라보며 자부심 어린 미소로 대답했다.

“어디가요?”

“어린 나이에 뛰어나신 심계와, 뛰어난 무공. 그리고 따뜻한 마음까지. 본교의 흥복과도 같은 분이십니다.”

마치 자신의 연인을 자랑하듯, 너무나도 당당하게 자랑스러워하는 무인의 모습에 아스나가 은근히 묻자 무인이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진정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듯 끊임없이 소교주라는 사내를 찬양하는 무인의 모습, 소교주가 다섯 살이던 시절부터 보여 주었던 업적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설명하는 그를 보며 아스나는 더욱더 기대가 되었다.

과연 소교주는 어떤 사내일까?

꿈속에서 보았던 사내보다 멋진 사내일까?

호감 이런 것이 아닌, 진정으로 그 사람에 대해 궁금했던 아스나.

그녀가 기대감을 안고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무인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물론, 걸으면서도 계속해서 소교주를 찬양하는 무인의 이야기를 들어 주면서 말이다.

“응……?”

그때.

무인의 이야기에 대충 고개를 끄덕여 주며 주변의 경관을 구경하던 아스나의 눈에 무엇인가가 스쳐 지나가듯 보였다.

그에 아스나는 걸음을 멈추었고, 곧.

“어……?”

나무 사이로 작은 어깨가 보였다.

딱 봐도 어린아이인 듯한 좁고 낮은 어깨.

그 어깨가 잘게 떨리고 있는 것을 깨달은 아스나가 먼저 앞서가던 무인을 멈추어 세웠다.

“저기요!”

“네?”

“저 죄송한데,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안 될까요?”

“아…… 어디 가시려는 것입니까?”

아스나의 부탁에 무인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자신 또한 연회 준비 때문에 서둘러 소화각에 복귀해야 했기 때문이다.

곤란한 티를 대놓고 보이는 무인의 모습에.

“여인에게 그런 것을 물어보는 건 실례예요!”

아스나가 얼굴을 살짝 붉히며 언성을 높였다.

그에 무인은 자신을 실례를 깨닫고는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송구합니다! 지나가는 시녀들을 붙잡고 물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저 구석에 있겠습니다!”

어지간히도 부끄러웠는지 얼어붙은 어조로 말한 무인이 구석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스나에게 절대 시선을 돌리지 않고 말이다.

그에 아스나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무인의 뒷모습을 향해 두 손을 모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미안해요.’

뜻하지 않게 거짓을 말하게 되어 무인에게 미안해졌던 것이다.

그에 나름의 사과를 한 아스나는 몸을 돌렸고, 곧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저기, 괜찮으세요?”

나무 뒤, 작은 인영을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에 작은 인영이 흠칫했고.

“아……?”

곧, 작았던 인영이 커지자 아스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멀리서 봐서 몰랐는데, 주저앉고 있어서 높이가 낮았던 것이다.

즉, 자신과 같은 성인 여성이었다.

그에 아스나가 당황했던 것도 잠시, 다시 입을 열었다.

“혹, 힘든 일이 있다면 제가 들어 드릴 수 있어요!”

파사국에서 종종 궁녀들의 고민 상담을 해 주었던 아스나였기에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그에 여인이 고개를 돌렸고, 곧.

“어……?”

붉어진 눈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

하지만 너무나도 낯이 익은 여인의 모습에 아스나는 순간 벙 찐 표정을 지었고, 그것은 맞은편 여인 또한 마찬가지였다.

똑같은 얼굴을 가진 아름다운 두 명의 여인.

아니, 눈동자의 색과 머리카락의 색, 그리고 머리칼의 길이 등 모든 것이 달랐지만 이목구비가 빼다 박은 듯 똑같은 두 여인은 서로를 바라보며 그대로 굳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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